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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강남 베이비들의 수호천사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3-09-11 17:17:34
  • 수정 2021-06-14 11:3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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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년 가까이 병원서 숙직하며 산모·아기 건강 책임 … 자연분만 유도에 최우선, 여성수술 베테랑

서울 압구정동 토박이 20대 중 상당수는 호산여성병원 산부인과에서 태어난 동문(同門)들이다. 배우 염정아·임창정·류시원, 개그맨 박명수·정준하, 김주하·최윤영 앵커, 축구선수 이동국, 고 최진실씨, 가수 이적 등 강남권에서 거주하는 유명 스타들이 이곳에서 애를 낳았다. 출산의 불안감을 떨쳐내려면 대학병원 산부인과가 가장 적합할 것으로 생각되지만 이들 유명인이 호산여성병원에 산실(産室)을 차린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클래식한 병원 인테리어에 차별화된 임산부 식사는 임산부의 마음을 반하게 한다. 집에서 지내는 것처럼 아늑하고 가족적인 분위기도 딱딱한 병원 느낌을 지운다. 물론 여느 산부인과보다 만만찮은 비용이 부담될 수 있지만 이를 감당할 만한 강점을 지녔기에 30년 가까이 사랑받을 수 있었다.

이곳 방장훈 병원장(65)은 1985년 서울 강남구 신사동 지금의 자리에 방장훈산부인과를 개원했다. 이 병원은 10개 입원실을 갖춘 방장훈 산부인과의원으로 출발했다. 1999년 증측을 계기로 호산산부인과병원으로 이름을 바꿨다. 올해는 호산여성병원으로 이름을 바꾸고 40개 입원실에서 매일 3~4명의 신생아를 받고, 산전 및 갱년기 여성건강관리·여성외과(자궁근종)·여성수술(질성형 및 미용성형) 등을 아우루는 여성 중심 종합병원으로 거듭나고 있다.

지금도 그렇지만 산부인과 개원 환경은 당시에도 녹록치 않았다. 강남권의 강남세브란스병원(당시 영동세브란스병원), 차병원과 강북의 제일병원 등 3개 대형 산부인과 병원이 버티는 상황에서 규모도 작고 수익성도 낮으며 차별화된 서비스도 구비하지 못한 개인병원으로서는 입지가 빈약했다.

방 원장은 오직 과묵하고 성실한 자세로 진료에 전념하면서 환자를 끌어모았다. 여성 고객이 대다수인데도 여성 특유의 섬세한 감성, 임신에 대한 막연한 불안을 고려하지 못하는 무심한 여느 남성 산부인과 의사와 달리 환자의 생각에 기울 기울이고 세세한 것도 그냥 넘기려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방 원장이 다변이거나 불필요한 말로 환자에게 겁을 주지도 않는다. 상황에 대해 있는 그대로 설명하고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려 애썼다.

그는 여성들이 출산 후 고민하는 산후 미용 문제에도 각별한 신경을 썼다. 출산은 아름답지만 제왕절개수술이나 출산시 회음부 절개 과정에서 남는 흉터는 산모를 괴롭힌다. 이런 상처를 깔끔하게 마무리해 ‘수술하지 않은 듯한’ 상태로 되돌리는데 정성을 기울였다. 이 때문에 그는 산모들로부터 ‘신의 손’이란 얘기도 들었다.

또 언제 어디서든 응급상황에 달려갈 수 있도록 항상 ‘대기모드’를 유지했다. 그는 지난해까지 병원에서 살다시피 했다. 말 그대로 24시간 숙직, 병원 안에 살림집을 꾸려 한 식구처럼 산모와 아기들을 돌봤다. 환자를 ‘고객’이 아닌 가족처럼 생각하고 진료에 임했다.

개원 초기 적잖은 시설 투자에 주변에서는 ‘무리하는 것 아니냐’, ‘과연 강남에서 산부인과가 성공할 수 있겠느냐’라고 우려했다. 당시 압구정동엔 지금처럼 건물이 많지 않았다. 지인들은 “무모하게 나서다간 큰 코 다친다”며 만류했다. 손님들도 처음엔 고급스런 시설과 세세한 서비스에 지나치게 상업적이지 않을까 경계했다. 하지만 뜻밖의 편안함에 매료돼 산모들은 첫째를 낳고, 둘째도 낳을 때에도 방 원장을 찾기 시작했다. 

이런 입소문이 쌓이면서 방장훈 산부인과는 ‘괜찮은 산부인과’라는 인식이 생기기 시작했다. 방 원장은 “우리병원을 살린 것은 엄마들의 강력한 입소문 덕분이었다”며 “개원 당시 주변의 이런저런 이야기에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순간순간을 버텼다”고 말했다. 이는 작지만 강한 산부인과 병원으로 압구정동서 차병원에 버금갈 곳으로 자리잡는 밑거름이 됐다.

주치의 책임분만으로 안심할 수 있는 자연분만에 최우선 
 
방 원장은 “출산은 여성의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상황 중 하나”라며 “행복한 출산이 되도록 돕기 위해 ‘책임분만제’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제도는 평소 외래에서 진찰한 주치의가 꼭 분만에 직접 참가토록 하는 것이다. 주치의야말로 10개월 동안의 산모 건강상태 등에 대해 누구보다도 세세히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어 “꼭 필요하면 제왕절개수술을 받아야 하지만 우리 병원은 자연분만을 최우선으로 한다”며 “1990년대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 ‘출산 후 몸매가 망가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많은 산모들이 유행처럼 제왕절개를 선택할 당시에도 산모들에게 제왕절개를 만류하고 자연분만을 권했다”고 말했다. 오히려 제왕절개보다 회복이 빠르고, 통증도 줄일 수 있는 무통분만을 추천하며 마음을 돌리려 했다. 

무통분만은 진통 중 의식은 유지하되 통증은 경감시키는 것으로 허리 부위에 경막외마취를 한다. 경막 외 공간에 가느다란 카테터를 삽입해 지속적으로 진통제를 주입, 자궁수축으로 인한 산통과 질·회음부 통증을 억제한다. 무통분만은 통증으로 인해 긴장된 근육을 이완시키고 자궁경부를 부드럽게 만들어 분만시간이 단축되는 장점도 있다.

무통분만은 자궁이 3~4cm 정도 열려 출산 진통이 가장 활발할 때 시술된다. 감각신경은 무뎌지지만 아기가 나올 때 힘을 주는 운동신경은 마취되지 않는다.
 
물론 반드시 제왕절개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산모에게 당뇨병·고혈압과 같은 질환이 있거나, 태아의 위치가 거꾸로인 경우, 몸무게가 과도하게 많이 나갈 때에는 수술이 불가피하다.

요즘 제왕절개를 하는 산모는 점점 감소하는 추세다.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아이가 제왕절개 분만으로 태어난 아이보다 더 건강하고 지능도 높다는 연구결과가 계속 발표되면서 산모들의 선호도가 바뀐 때문이다.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아기는 좁은 산도를 통해 나오는 과정에서 신체 모든 부위가 자극을 받아 건강은 물론 뇌에도 좋은 영향을 받게 된다.

자연분만은 아이뿐만 아니라 엄마에게도 좋다. 산모의 회복이 빠르기 때문에 모유수유 성공률이 높아지는 게 장점이다. 모유수유는 아기의 면역력 증가는 물론 비만 및 알레르기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그는 “처음 자연분만하는 경우 둘째도 자연분만하기 쉽지만, 첫째를 제왕절개로 낳았다면 둘째도 어쩔 수 없이 수술로 낳아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방 원장은 성행하는 ‘브이백 자연분만(VBAC, vaginal birth after cesarean section)’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브이백은 첫 아이를 제왕절개수술로 낳고, 그 이후의 태아를 자연분만으로 낳는 것을 말한다. 그는 “아무리 자연분만이 좋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상황에 맞게 출산하는 게 가장 우선시돼야 한다”며 “최근 이런 선호도에 따라 맹목적으로 브이백을 추천하는 것은 지양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브이백은 자궁 파열을 유발하고 심각한 경우 아기가 사망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브이백은 환자를 유치하기 위한 측면이 강하며, 산부인과 의사라면 자신의 아내나 딸에게 브이백 시술을 권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방 원장은 “제왕절개 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인데도 힘들게 자연분만을 하게 했을 때 산부인과 의사로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며 “산모와 남편이 좋아서 감격의 눈물을 흘리거나, 아기를 안은 산모의 모습이 행복해 보이는 모습은 언제 봐도 찡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호산여성병원만의 또 다른 자랑거리가 있다면 바로 ‘미역국’이다. 어느 병원이든 산모에게 양질의 음식을 제공하지만 이 곳에서는 ‘솜씨 좋은’ 조인수 이사장이 직접 환자식을 책임진다. 그는 원내 영양사와 꾸준한 미팅을 가지며 환자식 메뉴개발에 나선다. ‘산모에게는 최고를’을 고집하며 모든 식재료를 인근 현대백화점에서 구입한다. 깐깐한 산후식 관리에 식욕이 없던 산모들도 조 이사장의 미역국을 먹으면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

여성성형, 더이상 감출 일 아니다 … 노하우 많은 의사 만나는 게 관건
 
여성성형은 질과 골반근육을 재건하고 소음순 모양을 교정해 성감을 개선하고 외적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많이 시술되고 있다. 단순히 질 점막을 절제해 봉합·축소해 주는 형태의 과거의 여성성형은 질 및 골반근육의 재이완이 빠르게 나타나며, 성감 개선효과가 낮고 외음부 위축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었다.
호산여성병원은 봉합수술을 시행하면서도 필요에 따라 임플란트 보형물을 삽입하거나 레이저를 환부에 쏘아 통증 없이 질 및 골반근육 이완을 치료한다.

소음순 성형수술은 ‘문란한 여성이 미용을 위해 하는 수술’ 혹은 ‘과거를 들키지 않기 위해 받는 수술’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다양한 원인으로 늘어지거나 변형된 소음순을 원래의 또는 적절한 형태로 만드는 수술이다.

소음순은 매우 얇고 약한 피부로 꽉 끼는 스키니진이나 속옷 등을 즐겨 입으면 늘어지게 된다. 이로 인해 통증을 느끼고, 분비물의 배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만성적인 질염을 유발하게 된다. 몸매와 패션을 중시하는 현대 여성의 생활습관으로 소음순이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 수술은 소음순 모양을 보기 좋게 해야 할 뿐만 아니라 성감에 미치는 영향, 일상생활 속에서 느끼는 불편함 해소 등 기능적인 부분까지 고려해 진행돼야 한다. 최근에는 레이저를 이용해 통증없이 간편히 시술하는 게 대세다.

국내서 이같은 부인과 미용성형수술을 처음 시행한 곳은 방장훈 산부인과다. 1985년 산부인과 개원과 동시에 시술을 시행했다. 방 원장은 “여성은 살아가면서 성관계, 출산, 부인과적 수술, 노화 등으로 질과 소음순 등이 원형을 잃어가게 된다”며 “상당수 여성은 이를 자신의 소중한 부위라고 여기기 때문에 고민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수술로 원형을 되찾으려는 것은 여성의 당연한 욕망으로 받아들여야지 색안경을 끼고 볼 필요는 없다”며 “한창 희망하는 여성이 많을 때에는 하루에 두 건을 시술할 정도로 은밀하지만 보편화된 수술”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여성미용성형이 좋다는 말이 암암리에 퍼져서인지 같은 시술을 이름만 바꿔 홍보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며 “양귀비수술, 이쁜이수술 등은 결국 같은 원리의 시술이기 때문에 이름에 현혹되기보다는 시술 노하우를 확실히 가진 의사를 만나는 게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방 원장은 “각자 여성미용성형을 받는 이유는 다르지만, 분명한 것은 수술 후 모두 만족감을 느낀다는 점”이라며 “고객들이 수술로 자신감을 되찾고 표정이 밝아지고 활력이 넘치는 모습을 어렵잖게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힘든 산부인과? ‘누군가 반드시 해야 할 일’ … 생명 탄생에 지금도 보람 

최근 산부인과는 많이 힘들다. 저출산에 저수가, 비급여의 급여 전환 및 포괄수가제 시행 등 정부의 이런저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 인턴제 폐지 및 전공의 감축 등으로 산부인과 전문인력 공급체계가 붕괴될 위기에 놓여 있다. 심지어 대학병원도 산부인과에 전공의와 전문의가 부족해 업무 강도가 심해지다보니 교수직을 포기하고 병원을 나가 산부인과와 무관한 진료를 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방장훈 원장은 산부인과 의사가 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아버지도 산부인과 의사였던 영향도 받았지만 의대 본과 3학년 실습 때 경험했던 산부인과 실습은 그에게 더욱 강한 확신을 심어줬다. 산부인과 과목에 대한 애정이 가득하다보니 최근 ‘암울하다’고 여기는 산부인과 현실에 누구보다도 가슴 아파하고 있다.
 
방 원장은 “턱없이 낮게 책정된 의료수가 등 현재의 의료정책이 계속된다면 젊은 의사들이 아무리 산부인과를 택하고 싶어도 포기하지 않을 수 없고 선배로서 산부인과 공부를 권유할 수도 없는 실정”이라며 “현직 산부인과 의사의 90%가량이 산부인과 선택을 후회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분만수가가 애완동물 출산료보다 훨씬 낮다는 것은 이미 옛말”이라고 개탄했다.

이어 “의료사고는 진료 특성상 산부인과에서 가장 많이 일어나기 쉬운 조건을 갖췄다”며 “안심하고 진료하고 출산할 수 있는 분위기를 정부가 보장해줘야 하는데 정책은 오히려 그 반대”라고 질타했다. 정부당국이 적극 나서 의료분쟁이 커지지 않도록 정책도 개선하고 중재에 개입할 필요가 있다는 게 그의 견해다.

다만 그는 “나이가 드니 어쩔 수 없는 건지, 의사로서의 사명감이 부족한 일부 젊은 의사들의 사고방식도 문제”라며 “편하게 근무하고 돈 많이 받을 수 있는 과목에 지원이 몰리는 것은 안타깝다”고 꼬집었다.
방 원장은 “산부인과 의사는 누군가 꼭 해야 하는 일”이라며 “경영현실의 문제에 직면하면 힘들 때도 있지만 새 생명을 탄생시킨다는 자부심으로 일하기 때문에 지금도 내 일에 보람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방장훈(房壯壎) 원장 프로필

1974년 서울대 의대 졸업
1980년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수료
1980년 강남병원 산부인과 과장
1982년 영동병원 산부인과 과장
1985년 방장훈산부인과의원 원장
1999년 호산산부인과병원 병원장
2013년 호산여성병원 병원장
現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자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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