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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도시괴담 ‘사이코패스 성형외과 사건’, 그 후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3-09-05 14:22:10
  • 수정 2013-09-12 17: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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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자에 수술 강권 후 ‘고의적 성형실패’ … 피해자 수두룩, 지난해 6월 의료소송에 결국 패소

성형미용수술이 보편화되면서 성형에 대한 인식도 너그러워졌다. 오히려 이왕 성형을 받을 것이라면 성형한 티가 나도록 ‘인조미인’으로 변신시켜달라는 여성도 적잖다. 요즘엔 성형수술을 위험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크게 줄었다. 수술대에 오르고 난 뒤 아름다워진 자기모습에 현세의 팍팍함조차 털어내는 마법 같은 것으로 신봉하는 사람이 상당수다.

성형수술은 잘 활용하면 자신의 단점을 커버해 자신감을 갖게 되므로 분명히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하지만 과도한 성형수술, 일부 의사들의 상업적 행위, 실력에 비해 터무니없는 가격 등은 성형에 대한 거부감을 들게 만들기도 한다.

미모가 사회적 가치를 재창출하는 성형수술은 시대의 사회상을 여실하게 반영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에피소드로 일반의 관심을 끈다. 지난 6월 개봉된 영화 ‘닥터’는 사이코패스 성형외과 의사의 엽기적인 행각을 그려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그런데 이 영화 개봉 후 온라인 커뮤니티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영화 내용이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야기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이 영화에서 성형외과 최고 권위자 최인범(김창완 분)이 아내의 외도를 목격하고 잔인하게 복수에 나선다. 최인범은 제멋대로 무리한 성형수술을 감행해 환자를 죽음에 내몰기도 하는데 실제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 원장이 영화의 모티브가 됐다는 이야기가 정설로 믿어지고 있다.

A원장은 사실 온라인에서 악명 높은 인사지만 그를 정밀하게 추적한 기사는 상대적으로 드문 편이다. 그의 병원에서 수술받은 한 환자는 2011년에 “미친 의사한테 3500만원 상당의 수술(전신성형)을 받고 결국 장애인이 됐다. 죽고 싶다. 부작용을 호소하자 담당 의사가 음란한 내용의 욕설을 퍼붓고 강제로 내쫓았다”는 글을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렸다.

이를 통해 A원장은 ‘사이코패스 의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당시 환자는 자신의 수술 부작용 모습을 담은 여러 사진들을 인터넷에 올렸다. 차마 눈뜨고 보기 힘들 정도로 흉한 모습도 많았다. 눈꺼풀은 뒤집어지고, 눈꼬리는 심하게 벌어졌다. 코는 함몰됐으며, 콧방울은 6㎝가 넘어갈 정도로 커졌다. 지방흡입한 배에서는 진물이 흘러나오고, 이마에는 더 이상 머리가 나지 않는 등 끔찍했다.

이 피해 여성은 “사각턱으로 고민하다 보톡스를 맞으러 갔더니 A원장이 앞트임, 뒤트임, 안검하수교정, 눈밑지방 재배치, 코수술(엉치뼈 절골해 사용), 알로덤, 광대축소수술, 사각턱축소수술, 앞턱V라인 교정술을 권유해 수술받게 됐다”며 “무언가에 홀린 듯 수술을 받기로 했는데 내가 미친년이었다”고 한탄했다. 
 
수술 후 피해자는 A원장에게 코성형 전에 왜 보형물을 쓰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미국에서는 그렇게 수술하는 의사도 없고 한국 의사들은 보형물이 저렴하기 때문에 사용하는 것이라 보형물로 코수술 받은 사람은 모두 재수술해야 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A원장은 “코 수술에서 가장 좋은 재료는 엉치뼈(엉덩이뼈)”라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현재 일선 성형외과에서는 코성형에 늑골연골, 귀연골, 비중격연골 등의 자가조직을 주로 활용하고 있다.
턱수술의 경우엔 오른쪽 턱뼈만 잘라내 왼쪽은 사각턱은 그대로 남아 말도 안되는 얼굴형으로 변해버렸다.

피해 여성은 “그렇게 자상하고 상냥하던 원장님은 수술 후 울면서 찾아가자 웃으며 ‘왜 왔냐, 수술도 성공적이고, 당분간 바쁘니까 찾아오지 말라’고 말했다”며 “그게 사람이 할 소리냐”고 분노했다. 이 여성은 병원 업무가 끝날 시간까지 병원에서 울고 있었고, 원장은 결국 피해 여성을 불러 “넌 처음 관상 볼때부터 알아봤다. 너같이 음모 털 많은 ×들은 (성형 부작용이 생겨도) 그래도 싸. 나가 이×아”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재건을 위해 이 여성은 다른 병원을 찾아갔지만 모두 고개만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는 “대학병원에서 상태를 살펴봐주신 교수님은 ‘이건 일부러 장난친 거다. 수술을 의도적으로 망치지 않는 한 이런 결과가 나올 수가 없다’고 말했다”고 토로했다. 다시 말해 수술 실패가 고의적이라는 것이다.

이런 글과 사진이 일파만파로 퍼지면서 거센 논란이 일었다. A원장의 병원은 ‘미친 병원’으로 네티즌에 찍혔다. 이 여성뿐만 아니라 미친 병원에서 낭패봤다는 사람은 한두명이 아니다.

또다른 피해여성 김 모씨(48·여)는 2009년 A원장에게 융비술, 이마보형물삽입술 등 21가지의 수술을 권유받고 3000만원을 들여 약 18시간 동안 수술받았다. 원래 코성형만 받으러 갔으나 A원장이 “전체적인 얼굴의 균형을 위해서는 다른 부위도 성형을 해야 한다”며 “얼굴을 컴퓨터에 입력해 성형수술을 한 후의 가상 모습을 보여주면서 A원장이 ‘이 모습으로 100% 변화시켜주겠다’고 장담하자 뭔가에 홀리듯이 수술을 결정하게 됐다”고 한 언론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김 씨는 이 인터뷰에서 “수술 직전 친동생이 보호자 대기실에 왔지만 의자에 앉아보지도 못하고 병원에서 쫓겨났다고 들었다”며 “보호자 한 명 없이 18시간 동안 강제로 수술을 당했다”고 밝혔다. 이어 “수술 시간이 너무 길어지자 이상한 생각에 화장실을 핑계로 수술 중단을 요청했지만 ‘수술대 위에서 해결하라’는 A원장의 말에 할 수 없이 수술실 바닥이 넘칠 만큼 소변을 봤다”고 토로했다.

김 씨는 볼 및 앞광대 확대술을 받은 뒤 우측 볼의 확대 부위에 입안 쪽으로 리프팅실로 인한 염증이 발생하자 A원장은 왼쪽 실은 그대로 둔 채 오른쪽 실만 제거했다. 김씨는 좌우 볼 모양이 대칭이 되지 않는다며 왼쪽 실도 제거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A원장은 김 씨에게 수술비 반환이나 보상, 민·형사적인 이의도 제기하지 말 것을 확약한다는 내용에 서명하라고 했지만 김 씨가 응하지 않자 왼쪽 볼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김 씨는 안면 좌우 비대칭은 물론 탈모·하안검외반증·연골구축 변형 등의 각종 신체장애가 발생했다.

김 씨는 당시 언론인터뷰에서 “눈이 안 떠지고 콧구멍이 거의 없어지다시피 해 숨도 쉬기 어렵다”며 “이마 윗부분은 대머리가 돼 괴물처럼 변해버린 얼굴 때문에 죽고 싶은 생각을 하루에 12번도 넘게 한다”고 토로했다. 가족관계도 나빠졌다. 그는 “남편은 이제 이혼하자고 하는 지경이다. A원장을 죽이고 싶다”는 속마음을 털어놨다.

당시 인터뷰를 진행한 매체가 A원장에게 김 씨의 수술 결과에 대해 묻자 A원장은 “김 씨의 수술 전 얼굴을 보면 알겠지만 비대칭으로 원래부터 이상했다”며 “내가 수술해줘서 그나마 괜찮아진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는 이어 “수술 후 주의사항에 대해서 충분히 알려줬지만 김 씨가 상처 딱지를 떼는 등 관리 부주의로 부작용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사건은 법원에서 김 모 환자의 승소로 결판났다. 지난해 6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성형수술 환자에게 부작용을 일으킨 A원장에게 1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김 모씨 외의 또다른 피해여성은 2008년 미용실 원장의 추천으로 A원장에 상담만 받으러 갔을 뿐인데 일어나 있을 땐 3일이 흘렀고, 수술비는 자신의 카드로 이미 결제돼 있었으며, 거의 전신성형을 당했다고 울먹였다.
A원장에게 피해를 입은 여성들이 피해사실을 입증하는 진단서를 작성하면 A원장은 진단서를 써 준 의사를 용케도 찾아내 협박전화를 일삼은 것으로 본지 확인 결과 밝혀졌다.

A원장이 국내 성형외과 전문의인지도 의심받고 있다. A원장은 김 모 환자의 소송 과정에서 자신이 보유한 국제미용성형외과 전문의 수료자격을 국내에서 인정되는 면허인 것처럼 과장한 것도 드러났다. 2011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A원장은 “나는 국제성형전문의 자격증이 있다”며 “의료법 상 엄연한 전문의 자격증인데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인정을 안 해주는데, 국내 성형외과 전문의들간의 밥그릇 싸움 때문에 내가 선진국에서 따낸 훌륭한 자격증이 외면당하고 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재판부는 “국제미용성형외과 전문의는 해당 교육과정을 이수한 사람에게 주는 자격증 혹은 수료증임에도 피고가 면허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어 원고에게 피고가 성형외과 전문의로 오인해 수술을 감행했다고 볼 여지도 있다”며 “설명의무를 위반해 원고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으므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는 수술을 함에 있어 수술 여부 및 그 시기·방법 선택에 충분한 검토를 하지 않았고 수술과정 상 피부의 절제·절제 부위 선택·봉합 선택 등에서 잘못을 저질렀다”며 “이로 인해 원고에게 통상 예상하기 어려운 과도한 흉터와 안검외반증 등의 부작용이 발생했다”고 판시했다.

지난해 6월 재판을 끝으로 A원장의 ‘공식적인’ 행보에 대해 아는 사람은 없었다. ‘미친 병원’,‘자살병원’,‘환자를 마루타로 아는 병원’, ‘(사건으로) 피곤해지면 수시로 자리를 옮기는 병원’이란 악명을 떨친 병원이 ‘도시괴담’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존재했음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본지에 제보한 한 피해여성은 “재수술을 받기 위해 A원장을 찾아갔으나 그 눈빛과 말투가 너무 섬뜩해서 수술 후 부작용이 났음에도 제대로 항의조차 할 수 없었다”며 “괴이한 표정으로 ‘너 이 정도인 게 다행인줄 알아’라고 말할 때 순간 엄청난 공포감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전형적인 사이코패스 의사의 난도질에 2006~2011년에 집중적으로 피해 입은 수많은 여성들의 상처는 세월이 흘러도 결코 아물지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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