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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개학철 어린이 두통, ‘꾀병’ 아닌 ‘소아편두통’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3-09-02 11:24:07
  • 수정 2013-09-04 13: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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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증상 지속시간 짧아 꾀병으로 오해 … 오심·구토 동반, 방치하면 일상생활에 심각한 지장

황희(왼쪽)·김헌민 분당서울대병원 뇌신경센터 교수

분당에 거주하는 김남희 씨(36)는 얼마전 딸 아이와 병원을 찾았다가 담당의사로부터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개학하고 난 뒤 자주 ‘머리 아프다’, ‘메스껍고 어지럽다’고 말했던 딸이 전형적인 ‘소아 편두통’을 앓고 있다고 진단받은 것이다. 김 씨는 매번 ‘꾀병 부리지 말라’고 다그쳤던 게 생각나 딸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소아편두통은 머리가 아프다던 아이가 한 시간도 채 안돼 정상으로 돌아올 때가 많아 꾀병으로 오해받기 쉽다. 그러나 통증의 짧은 지속 시간은 이 질환의 특징 중 하나다. 김헌민 분당서울대병원 뇌신경센터 교수는 “소아청소년기 편두통은 성인과 증상이 다를 수 있어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며 “편두통을 방치하는 경우 집중력이 낮아져 학업에 지장을 받을 수 있으며, 증상이 악화되면 만성두통에 시달리게 된다”고 조언했다.

한쪽 머리만 아픈 성인편두통과 달리 소아편두통은 머리 양쪽에서 통증이 느껴질 수 있다. 토할 것 같은 느낌(오심)과 구토가 함께 나타날 때가 많으며 간혹 두통 없이 어지럼증(현훈)만 발생할 수 있다. 이밖에 눈 앞이 뿌옇거나 섬광 등이 보이는 등 시각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이 질환의 두통 지속시간은 1시간 정도로 4~72시간인 성인보다 매우 짧다. 특히 통증이 잠깐 생겼다가 없어지는 양상이 반복된다.

황희·김헌민 뇌신경센터 교수팀이 2005년 1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두통으로 내원한 6~18세 학동기 아동 475명을 조사한 결과 심한 두통이 발생한 시점부터 진단까지는 평균 1년 4개월이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길게는 7년이 걸린 경우도 있었다.
문제는 이처럼 진단이 늦어지면 일상생활에 심각한 제약을 받는다는 점이다. 해외에서 진행된 조사결과 편두통 진단을 받은 아동의 60.8%는 ‘일상생활에 심한 지장이 있었다’고 호소했으며, 지장이 없었다고 답한 아동은 6.2%에 불과했다. 
황 교수는 “소아 편두통의 25%는 한 달에 한 번꼴로 나타나고 이 중 대부분은 1~4일간 통증을 겪기 때문에 일상생활에 많은 제약을 받는다”며 “학동기 아동의 경우 결석이나 조퇴로 이어질 때가 많아 학업성취도가 현저히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때문에 아이가 지속적으로 두통을 호소한다면 병원을 찾아 정확하게 검사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편두통은 보통 의사의 임상적인 문진과 진찰로 진단한다. 머리 한쪽만 아프다고 해서 무작정 편두통인 것은 아니며, 통증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지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만약 두통 강도가 심하다면 뇌척수액검사, 컴퓨터단층촬영(CT) 등으로 환자 상태를 확인한다.
진단 후에는 환자의 생활습관을 개선하고 급성 두통에 대한 약물치료를 실시한다. 편두통을 치료하기 위한 생활습관은 충분한 수면, 적절한 운동, 끼니 거르지 않기, 카페인 과다 섭취 자제 등이다.

증상이 한 달에 15일 이상 나타나거나 두통이 심한 경우에는 매일 소량의 약물을 자기 전 복용하는 예방적 약물치료를 실시한다. 최근 황희·김헌민 교수팀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이같은 예방적 약물치료는 약 50~80%의 증상 개선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이 475명의 소아편두통 환자를 대상으로 기존 고전적 예방약제인 ‘플루나리진’과 최근 사용되는 ‘토피라메이트’ 저용량 요법의 효과를 비교한 결과 두 가지 약제 모두 환자의 80% 이상에서 두통을 없애거나 혹은 절반 이상으로 감소시키는 효과를 보였다. 환자를 학동 전기, 학동기, 청소년기로 세분화해도 같은 결과가 나타났다.

이 연구는 간질(뇌전증) 치료제의 일종인 토피라메이트가 기존 약물 대비 비슷한 치료효과를 보이고, 부작용은 많지 않으며, 저용량으로 두통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규명했다.   
황 교수는 “토피라메이트가 소아청소년 환자의 편두통에 실제로 유용한 지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었다”며 “이번 연구로 예방적 약물 처방에 대한 선택 폭이 넓어져 편두통을 더욱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는 소아신경학계 권위 학술지인 ‘유럽소아신경학회지(European Journal of Paediatric Neurology)’ 최근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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