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모 칭찬에 ‘전율’ 느끼고 성형 반복하다 결국 ‘우울증’ … 매학기 ‘튜닝’ 여대생도 등장
미모의 가수지망생이었던 한혜경 씨는 불법 성형과 성형중독에 빠져 아름다운 얼굴을 잃고 ‘선풍기 아줌마’라는 별명을 얻었다. KBS 2TV ‘여유만만’ 캡처
‘선풍기 아줌마’ 한혜경씨가 성형중독에 빠지게 된 사연을 고백했다. 수술 전 한 씨는 빼어난 미모의 가수지망생으로 주목받았지만 수술을 반복하면서 심한 부작용을 겪고 ‘선풍기 아줌마’란 별명까지 얻었다. 한 씨는 27일 KBS 2TV ‘여유만만’에 출연해 “가수를 꿈꾸며 돈을 벌기 위해 일본으로 떠났다가 불법 성형시술에 빠졌다”며 “얼굴이 커질수록 더 강해 보이는 느낌이 들어 얼굴 키우는 시술을 계속 받다가 걷잡을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에서 일하던 업소에서도 불법성형 때문에 쫓겨나 갈 곳도 없고 돈도 떨어지자 우울증이 찾아왔다. 이후 성형의 늪에 빠졌다”고 말했다.
성형수술에 맛을 들이면 한두번도 모자라 네다섯번 재수술하는 성형중독에 빠진다. 전문가들은 엄밀히 말하면 성형중독이라는 병명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성형중독 환자 중에는 ‘신체추형장애’에 걸린 환자도 많다. 감수성이 지나치게 예민해 하루 종일 자기의 못생긴 부위만을 생각하며 ‘이 부위를 수술하면 나아지겠지’, ‘의사가 잘못 손을 대고 나서 더 외모가 망가졌다’는 착각에 빠져 사는 것이다.
수술 결과에 대해 주위사람 10명 중 8~9명이 괜찮다고 하는데도 본인만 여전히 불만족스럽고 재성형을 하고 싶다면 성형중독을 의심해볼 수 있다. 성형외과 의사들은 통상 수술한 부위를 3번 이상 요구하면 중독으로 간주하고 수술하는 것을 부담스럽게 여긴다.
보통 성형중독에 빠지면 선풍기 아줌마처럼 변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극단적인 수술 부작용으로 좀 더 부각된 것일 뿐 의외로 주위에는 성형중독을 겪는 사람들이 꽤 있다.
의대생 김 모씨(26)는 누가 봐도 예쁘고 똑똑한 ‘강남스타일’ 미녀다. 거리를 거닐면 ‘전화번호가 뭐냐’고 묻는 남자들이 허다하고, 페이스북에 사진 한 장만 올려도 ‘좋아요’ 추천이 수십 개를 넘는다. 매일매일 관심 속에 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김 씨도 이런 관심을 처음부터 받은 것은 아니다.
그는 고교시절 공부에만 매진하던 독한 여학생이었다. 부유한 집안과 귀여워해주는 부모님 덕에 자존심은 높았지만 자신의 생각에 부족한 외모로 학교에서는 생각만큼 대접받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열심히 공부한 결과 명문 의대에 입학했다. 합격통지서를 받자마자 선택한 것은 바로 성형수술이었다. 다이어트와 쌍꺼풀수술에 성공하자 주위에서 자신을 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여자 친구들의 시샘, 남성들의 관심은 김 씨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줬다. ‘미녀 의대생’이란 타이틀에 그는 매년 독하게 공부했던 것처럼 독하게 성형했다. 여러 번의 쌍꺼풀·코 수술을 받았고, 사각턱 보톡스·애교살 교정·보조개수술·무턱 필러시술 등으로 무장해 학기마다 다른 얼굴을 보여줬다.
경제적 능력이 받쳐줬기 때문에 수술은 쉽게 이뤄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김 씨의 부모님은 딸을 걱정하기 시작했고 돈을 주지 않았다. 김 씨는 결국 대출까지 받았다. 과외 아르바이트로 돈을 충당할 수 있었지만 욕심이 과했기 때문에 곧 부모님께 들켰다. 그는 “예전처럼 돌아가면 다시 모든 사람들이 나를 우습게 볼 것”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있었다. 예쁜 얼굴을 가졌지만 만족하지 못하고 한없는 욕심을 부리게 됐다.
그는 아직도 성형중독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으며 꾸준히 튜닝받고 있다. 최근엔 가세가 기울었음에도 시술을 포기하지 못해 부모님과 불화까지 생겼다. 자신의 예쁜 외모에 반해 사귀었던 남자친구들에게 돈을 빌리는 것도 당연하게 여긴다. 최근엔 이마저도 소문이 돌아 많은 사람이 등을 돌렸다.
김 씨는 우울증에 빠지며 수면장애까지 생겨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나친 성형으로 예쁘지만 부자연스러운 얼굴도 우울한 마음에 한몫했다. 흔히 말하는 ‘성괴’(성형수술받은 사람끼리 얼굴이 똑같아졌다는 의미, 성형괴물이라는 신조어) 소리에 더 자연스러워지기 위한 수술을 하고 싶지만 돈이 없어 마음이 조급하다. 채널A 이영돈 PD는 저서 ‘마음’에서 성형중독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성형중독에 빠진 사람들은 수술로 외모만 망친 게 아니라 일종의 정신병까지 앓게 됐다고 말한다. 성형중독에 빠지게 된 이유는 간단했다. 사람들은 성형을 하고 나서 “정말 예뻐졌네”,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등 칭찬을 들었을 때의 전율을 잊지 못한다. 그 만족감에 도취돼 다시 수술을 하고 싶은 충동에 빠져드는 것이다. 김 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성형에 중독되면 몸과 마음의 건강 모두 피폐해지므로 절대 주의가 필요하다. 모든 중독은 우리로 하여금 사회에서 점점 더 멀어지게 만들고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끊어버린다. 소외되면 스스로 마음의 문을 닫게 되면서 자신을 파괴해가는 과정을 거쳐 결국에는 자멸하게 되는 것이다.
신영철 성균관대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교수는 “심각한 정신적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성형 중독에 빠질 수도 있고 반대로 지나칠 정도로 성형을 하다 보니 부작용으로 우울증이나 대인기피증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심하면 환자가 성형외과 전문의의 악랄한 스토커로 변해 두고두고 의사를 괴롭힌다.
전문가들은 사람들은 성형수술 후 실밥을 풀면 다 끝난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제로 몸이 회복되기까지 6개월~1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특히 재수술은 최초 수술보다 심사숙고해야 성형중독을 피할 수 있다. 하지만 앞서 받은 성형수술에 불만이 가득찬 심리를 이용해 실상 성형수술 수준은 평범하거나 형편없는데도 ‘성형재수술 전문센터’라고 내세우면서 제2, 제3의 성형중독 환자를 유치하는 곳도 있다.
권성택 서울대병원 성형외과 교수는 “수술을 하기에 앞서 충분한 시간을 가졌는지, 성형수술 지식을 갖고 있는지, 자기에게 맞는 의사를 찾아봤는지를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어수락 동국대 일산병원 성형외과 교수는 “미용성형이 건강을 위해 반드시 받아야 하는 수술은 아닌 만큼 수술 전 전문가의 충분한 소견을 듣고 수술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와 부작용에 대해서까지 정확히 인지한 후 수술받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