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희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소화기내과 교수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있으면 엉뚱하게도 심장혈관이 돌처럼 딱딱하게 굳어질 수 있다. 심근경색으로 막힌 심장혈관 내부에서 하얗게 돌처럼 굳은 석회화 병변을 관찰할 수 있다. 서울대병원 강남센터에서 무증상 협심증 환자로 진단된 임 모(73)씨는 컴퓨터단층촬영(CT)으로 심장혈관을 관찰한 결과 혈관이 30%나 좁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환자는 고혈압, 당뇨병을 앓은 적도 없고 술 담배도 하지 않았으며 복부비만 상태도 아니다.
이 병원 김동희 소화기내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임 씨처럼 단순히 지방간만 있는데도 심혈관 석회화 위험이 3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심혈관 석회화는 염증이 생긴 혈관 벽에 칼슘이 침착돼 생기는데, 결국에 심혈관이 딱딱하게 굳어지면서 심근경색을 유발하게 된다.
김 교수는 “지방간에서 분비될 수 있는 여러 염증인자가 관상동맥에 도달해서 혈관손상을 일으킬 것으로 생각된다”며 “국내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는 2004년 11%에서 2010년 23%로 2배 이상 급증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음주를 하지 않는데도 복부비만 등으로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NAFLD: nonalcoholic fatty liver disease)을 겪는 사람은 간세포가 딱딱해지는 섬유화 정도가 심혈관계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동희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소화기내과 교수는 비알코올 지방간질환 환자 중 진행성 간섬유화가 진단된 군은 사망률이 증가하며, 특히 심혈관계 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3.5배 이상 높다는 연구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이란 유의한 수준의 음주를 하지 않는 사람의 간에 지방이 축적되는 질환을 말한다. 비알코올 지방간질환은 유병률이 전체 인구의 20~30%에 달할 정도로 흔하며 서구뿐만 아니라 국내(유병률 16~33%)에서도 비만과 함께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사회보건학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 질환은 단순지방증(simple steatosis, 간내 지방만 축적된 상태), 진행성 간섬유화(advanced fibrosis, 간내 섬유화가 진행)를 동반하지 않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nonalcoholic steatohepatitis, 간내 축적된 지방으로 인해 염증이 생기며 이로 인해 간세포가 손상되는 염증 상태), 진행성 간섬유화를 동반한 지방간염, 간경변(간조직이 딱딱해 지며 간기능이 저하되는 상태), 간세포암(간암) 등으로 증세가 악화되는 것으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방간염은 간 내에 단순 지방만 침착되는 단순지방증과 달리 간내 염증이 동반되는 것을, 진행성 간섬유화는 간 내 실질부분이 섬유화돼 탄력을 잃고 딱딱해지는 과정을 의미한다.
연구팀이 1988~1994년 실시됐던 미국국민건강영양조사 대상자 1만1154명을 2006년까지 평균 14.5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초음파로 진단한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은 전 인구의 34%를 차지하고 있었으며, 이중 비침습적 섬유화지수 측정법(체질량지수와 당뇨 유무, 혈소판 수치, 알부민 수치, AST/ALT(GOT/GPT) 같은 간기능 수치 등을 이용해 간섬유화 여부를 구분)을 통해 발견한 진행성 간섬유화의 유병률은 3.2%였다.
연구팀에 따르면 단순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은 전체적인 사망률 증가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진행성 섬유화가 동반된 환자군은 그렇지 않은 군보다 전체 사망률이 69% 증가했으며, 특히 심혈관계 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3.5배 높았다.
김동희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이 관상동맥질환의 위험인자라고 밝혔던 기존 논문(Nonalcoholic fatty liver disease is associated with coronary artery calcification. Hepatology)에 대한 충분한 의학적 근거를 제시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알코올 지방간질환은 전 인구에서 유병률이 30%에 이를 정도로 흔하게 발생하며 이 중 진행성 간섬유화를 가진 환자는 심혈관계 질환에 의한 사망률이 증가한다”며 “이번 연구는 비알코올 지방간 환자에서 진행성 간섬유화군을 선별하는 것이 비알코올 지방간 질환의 치료에 중요함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간 내에서 분비되는 여러 염증인자의 증가와 이상지질혈증(고지혈증), 혈액용해와 관련된 인자의 과다 분비 등이 동맥경화의 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가 담긴 ‘미국내 비알코올성 지방간과 비침습적 섬유화 측정 지표가 사망률에 미치는 연관성(Association between non-invasive fibrosis markers and mortality among adults with non-alcoholic fatty liver disease in the united states)’ 논문은 이 분야 최고 권위의 미국간학회지 ‘간장학’(Hepatology) 지난 4월호에 게재됐다.
간을 건강하게 하려면 1. 간염 예방 백신을 맞는다.
2. 비정상적인 성행위나 면도기, 칫솔 공동사용을 금한다.
3. 손을 자주 씻는다. A형 및 신종 E형 간염은 오염된 물에서 감염된다.
4. 약물치료 및 생활습관 교정으로 만성 간질환을 철저히 관리한다.
5. 과음하지 않는다. 음주 후 최소 2일 정도 휴식한다.
6. 흡연이 간의 염증을 악화시키므로 금연한다.
7. 과로, 스트레스, 야근, 폭식 등 불규칙한 생활을 피한다.
8. 부자, 초오, 파두, 컴프리, 피임약 등 간에 해로울 수 있는 식품이나 약을 주의해 복용한다.
9. 구기자, 북어국, 조갯국 등 간기능개선 및 저지방 고단백의 담백한 식품을 즐긴다.
10. 매년 정기적으로 간기능을 검사한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예방하는 방법
□
식이요법과 규칙적인 운동으로 복부비만을 해결하라 비알코올 지방간의 가장 큰 원인은 복부 비만이다. 즉 비만이나 과체중이 있는 경우 자기 체중의 5%의 체중감량을 할 경우 대부분 비알코올 지방간질환은 호전된다.
이를 위해 기름진 음식을 삼가야 한다. 국내서는 탄수화물의 과다 섭취도 문제가 된다. 특히 탄산음료, 아이스크린, 케이크, 과자 등 단순당의 과다 섭취가 지방간을 발병을 증가시키므로 증가되는 양상을 보이므로 이를 줄이는데 신경써야 한다.
더불어 규칙적인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 1주일에 3번, 한번에 30분이상을 유산소운동을 실시해 지방간을 호전한다. 근육 운동도 지방간 개선에 도움이 된다.
□
간섬유화 지수 측정법
기존의 간기능 검사로 가장 자주 활용되는 게 간 염증효소지수(AST나 ALT)다. 이 수치는 지방간이 있어도 정상인 경우가 75%정도이며 특히 섬유화가 진행돼 간기능이 떨어지게 되면 오히려 정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즉 AST나 ALT는 간세포내 있는 효소인데 간세포가 너무 많이 파괴돼 섬유화가 진행된 상태가 되면 파괴될 수 있는 간세포 자체가 많지 않기 때문에 간기능 검사가 정상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런 간기능 검사를 보완하기 위해 만든 지수가 간섬유화 지수다. 침습적인 간조직검사를 대체하기 위해 개발된 지수로 초음파로 간의 탄성을 측정해 평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