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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배아줄기세포 체세포복제 세계 최고 권위자, 이동률 차병원 교수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3-08-21 10:52:58
  • 수정 2013-08-29 14:0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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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서 신선 난자 이용 세포치료제 연구 … 15년전 연구규제 덜한 미국에 진출 ‘세계적 성과’

이동률 차의과학대 차병원 줄기세포연구소 부소장(의생명과학과 교수)

2005년말 터진 연구논문 조작사건으로 ‘황우석 트라우마’에 갇혀 주춤했던 국내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2010년을 기점으로 다시 활기를 띄고 있지만 여전히 적잖은 ‘법적 규제’가 연구자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생명윤리기본법은 동결 보존된 난자, 미성숙 난자(배란 전 초기 난자), 비정상적인 난자, 폐기 예정인 난자 등 질 낮은 난자만을 연구에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한때 세계 최고 수준이라 자부하던 국내 배아줄기세포 기술력은 미국·일본 등 선진국보다 뒤처질 수밖에 없었다.

이런 가운데 이동률 차의과학대 차병원 줄기세포연구소 부소장(의생명과학과 교수)을 중심으로 한 차병원 연구팀은 국내보다 법적 규제가 덜한 미국에 진출, 복제 배아줄기세포에 대한 임상연구를 실시함으로써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동률 부소장은 배아줄기세포 체세포복제 분야의 세계 최고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다. 그는 미국 임상시험심사위원회(IRB)으로부터 임상시험을 승인받은 후 현지 여성 40여명으로부터 신선한 난자를 기증받았다. 이후 지난해 말부터 난자를 이용한 체세포복제 배아줄기세포를 생산해 세포치료제로의 적용 가능성을 연구하고 있다. 이번 연구의 특징은 배아줄기세포의 생산효율을 증진시켜 공여난자를 최소한만 사용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배아줄기세포는 무한증식이 가능하고 다양한 세포를 만들 수 있어 불임 및 난치성질환을 치료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현재 미국 로스엔젤레스(LA) 차병원 연구실에서 진행 중인 임상연구가 완료되면 더욱 많은 난치·불치병 환자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줄기세포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난자의 ‘질’이지만 국내에서는 법적 규제로 신선한 난자를 사용할 수 없다. 반면 미국은 국내와 달리 불임 부부를 대상으로 한 난자공여 프로그램이 활성화돼 줄기세포 연구가 수월하다. 이 부소장은 “미국은 연구에 필요한 신선한 난자를 구하는 게 국내보다 상대적으로 용이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국내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규제를 완화해 사용할 수 있는 난자 범위를 확대하고, 선의의 난자공여를 수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부소장은 세계 최고 권위자란 수식어가 무색하지 않게 탁월한 연구업적을 보유하고 있다. 2003년과 2005년 각각 생쥐 정원줄기세포 배양법과 슬러시질소 및 골드그리드를 이용한 인간 난자유리화동결법을 개발해 미국생식의학회 우수논문상을 수상했다.

2009년에는 유전자조작 배아줄기세포의 생산 및 분화능 증진기법을 개발했으며, 2010년에는 면역적합성항원과 혈액형이 일치하는 배아줄기세포은행을 개설하기도 했다. 2011년에는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배아줄기세포를 장기간 배양한 후 안정성을 검증했으며, 다능성 양수줄기세포의 확보 및 분화능 향상법도 개발했다. 올해에는 세계 최초로 고환 내에 존재하는 다능성 성체줄기세포를 분리 및 대량 증식시키는 방법을 개발해 국제특허를 출원했다.

특히 2009년 10월에는 미국 조지아주 애틀란타에서 열린 제65회 미국생식의학회(American Society of Reproductive Medicine, ASRM)에서 세계 최초로 ‘고환조직 내 정원줄기세포의 장기간 증식·배양 기법’을 발표해 최우수논문상을 수상했다. 이 연구는 인체 내 고환에서 정원줄기세포를 분리한 후 6개월 이상 증식·배양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줄기세포를 이용한 불임치료의 새로운 장을 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정원줄기세포는 고환 내에서 일생 동안 증식하면서 수를 유지하며, 일부는 남성생식세포로 분화해 정자를 만든다. 굉장히 복잡한 유전자 발현 및 호르몬 조절을 통해 정자를 형성한다. 이 과정에 이상이 나타나면 남성불임과 무정자증이 나타날 수 있다. 이 때문에 남성불임의 원인을 발견 및 치료하기 위해서는 정원줄기세포의 특징, 증식, 분화기전 등에 대한 연구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정원줄기세포 연구모델인 체외배양법은 당시까지 인간에게는 아직 적용되지 않았으며 매우 단기간 동안만 가능했다. 정원줄기세포를 장기간 배양해야 많은 수의 세포를 얻어 불임치료에 활용할 수 있는데 당시 기술력으로는 어려운 일이었다.

이에 연구팀은 정상적으로 정자를 형성하지만 배출로가 막힌 18명의 폐쇄성(obstructive) 무정자증환자와 정자형성 과정 자체에 문제가 있는 비폐쇄성(non-obstructive) 무정자증환자로부터 정원줄기세포를 분리한 후 다양한 배양기법과 성장인자를 이용해 6개월 이상 장기간 증식·배양하는 기법을 개발했다. 이 부소장은 “이 기법은 다수의 정원줄기세포 확보를 가능케 함으로써 줄기세포에 대한 연구와 임상 적용을 용이하게 했다”고 말했다.

정원줄기세포 중에는 유전조작 없이 다능성(pluripotent)을 갖고 있는 전(全)분화능 정원줄기세포가 약 20%를 차지한다. 이 세포는 배아줄기세포와 같은 만능줄기세포의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윤리적 문제가 없다. 또 특정세포로 분화가 가능해 난치병에 대한 새로운 세포치료제로 개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는 2010년에도 강명서 교수와 함께 국내 난치병 환자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100~160종의 배아줄기세포주만 갖추면 충분하다는 연구결과를 세포이식 분야 저명 학술지인 세포이식(Cell Transplantation) 온라인판에 발표했다.
당시 이 교수팀은 차병원이 2008년까지 개발 및 보유한 인간배아줄기세포주 28종과 6740명의 공여 제대혈을 대조시켜 면역적합성항원(Human leukocyte antigen, HLA) 및 혈액형 관련 유전자가 일치하는지 분석한 결과 국내 환자의 16~25%에 배아줄기세포주를 이식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배아줄기세포주 100~160종만 확보하면 한국인 대부분의 면역적합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전까지 백혈병 환자가 면역거부반응 없이 자신에게 맞는 골수를 찾을 확률은 약 60만분의 1, 제대혈줄기세포를 찾을 확률은 약 6만~10만분의 1 정도에 불과했다. 이 부소장은 “배아줄기세포는 무한 증식능력과 분화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우수한 세포치료제로 이용할 수 있는 만능세포로 인식돼왔다”며 “2009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척수손상치료제로 임상시험을 승인받았으며, 이후 전세계 많은 연구기관이 배아줄기세포를 통해 실명증·심혈관질환·심근경색증·당뇨병 등 난치병을 치료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는 최초로 혈액형과 면역 관련 유전자를 직접 비교, 배아줄기세포를 어느 정도 확보해야 전체 국민에게 공급할 수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검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또 배아줄기세포의 경우 골수나 제대혈줄기세포보다 환자와 맞는 것을 찾을 확률이 훨씬 높다는 사실을 입증함으로써 답보상태에 머물렀던 국내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활성화시켰다고 평가받고 있다.

이 부소장은 “차병원은 연구가 진행되던 2008년에는 28종의 배아줄기세포주를, 1년 후에는 추가로 15종을 확보해 총 43종의 배아줄기세포주를 보유했다”며 “현재는 총 56종의 배아줄기세포주를 보유해 국가줄기세포은행에 등록한 상태이며, 매년 5~10종을 추가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부소장은 “차병원그룹은 15년전 배아줄기세포 연구 관련 법적 규제가 완화된 미국에서 연구인프라를 닦아야 세계적인 연구성과를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을 간파했다”며 “이는 차광렬 차병원그룹 회장의 선견지명이 발휘됐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차병원은 줄기세포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1999년 미국 동부 컬럼비아대에 뉴욕CC불임연구소 설립했으며, 2004년에는 동부보다 더욱 완화된 법률 규제를 적용하는 서부에 LA 최대 규모인 미국차병원(할리우드장로병원)을 인수했다.

현재 줄기세포를 이용한 스타가르트병와 노인성황반변성 등 실명증에 대한 줄기세포치료제를 개발해 미국·유럽·한국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이 부소장은 “현재 진행 중인 임상시험이 완료되면 세계 최초의 배아줄기세포 치료제가 등장하게 된다”며 “이밖에 고도근시, 소아뇌성마비, 파킨슨씨병, 치매, 연골손상 등에 대한 줄기세포 및 세포치료제 연구에 집중하고 있으며, 이같은 연구 활동은 난치병을 치료하는 데 새로운 희망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동률(李東律) 차의과학대 차병원 줄기세포연구소 부소장 프로필

현재
2001년~현재 한국발생생물학회 이사
2001년~현재 차의과학대 의생명과학과 교수
2001년~현재 차의과학대 차병원 여성의학연구소 교수
2008년~현재 차의과학대 통합줄기세포연구소 부소장

학력
1990년 한양대 자연과학대 생물학과 졸업
1992년 한양대 이학석사
1999년 한양대 이학박사
1999년~2002년 미국 코넬대 박사학위후 과정(Post-doctoral fellow)

포상사항
2001년 제34회 미국생식생물학회 젊은 연구자상 수상
2003년, 2005년 미국생식의학회 ‘우수논문상’ 수상
2009년 제65회 미국생식의학회 ‘최우수논문상’ 수상
2008년  보건복지부 장관상 수상
 
주요 연구업적
- 인간 배아줄기세포 확립, 생식줄기세포를 이용한 세포치료법 개발
- 국외 SCI(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급 논문 60편, 국내 논문 30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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