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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류계서 성행하던 ‘성형대출’, 여대생 고객에게도 손뻗쳐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3-08-07 15:43:09
  • 수정 2013-08-21 11:5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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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0일 무이자 후 월리 20% 폭탄금리로 빚쟁이 만들어 … 병원과 유착해 기업화 ‘성업’ 중

성형외과 의사들의 이야기를 담은 미국 폭스네트워크 채널의 드라마 ‘닙턱’ 캡처

불법 브로커를 통해 환자를 유치해왔던 강남 일대 성형외과 27곳이 최근 경찰에 적발돼 ‘성형대출’과 ‘후불제성형’이 도마에 올랐다. 이들은 영리 목적으로 환자를 유치할 수 없는 의료법을 어기고 환자를 알선받았고, 브로커에게 지불한 수수료는 지난 1년 반 동안 무려 7억7000여만원에 달했고 거쳐 간 환자도 260명이다. 영리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에 알선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성형대출, 즉 후불제성형은 우선 성형수술을 받고 수술비용은 나중에 갚는 방식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고금리의 이자가 붙는 등 결코 저렴하거나 합리적인 시스템이 아니다. 아름다워지고는 싶다. 외모지상주의가 판치는 사회에서 왠지 나만 예쁘지 않으면 뒤처지는 기분이 든다. 하지만 모아둔 돈은 없다. 보통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은 20대 여성이 대부분으로, 이럴 경우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아예 포기하기 마련이지만 약 7년전에 등장하고, 2년여 전에 확산된 ‘성형대출’은 성형수술받기를 염원하는 의료소비자의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약 7년전 유흥주점 종사 여성 가운데 스펙과 외모 모두 수준급이어야만 일할 수 있다는 속칭 ‘텐프로’, ‘쩜오’급으로 점프하고 싶은 사람들은 성형수술을 당연시하게 됐다. 이에 따라 화류계에 신종 직업이 등장했는데 바로 ‘성형브로커’다. 브로커를 낀 병원은 브로커의 능력에 따라 15~40%까지 커미션(수수료)을 주는 게 관행화됐다.

화류계 종사자에게도 유혹이 들어온다. 병원 측은 유흥업 종사 여성에게 ‘아는 언니들 소개시켜주면 40% 드릴게요’ 하는 식으로 미끼를 던진다. 서울 강남 유흥주점에 종사하는 김 모씨(28·여)는 “5~7년전 병원이 화류계 종사 여성에게 텔레마케팅을 하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유흥업종 종사 여성 중에는 아예 성형브로커로 ‘전업’한 경우도 적잖았다. 나이가 좀 찼거나 일을 그만두려는 여성이 많이 택했다. 이들은 1000만원어치 수술을 받을 사람을 소개하면 최소 200~400만원까지 수수료를 받는다. 김 씨는 “언제부터인가 마담들이 언니(종업원)들에게 수술을 시키려고 안달나기 시작했다”며 “속칭 ‘사이즈’나 ‘와꾸’(얼굴 생김이나 체형)가 나오지 않는다고 트집잡으면서 ‘여기만 고치면 좋을텐데’, ‘조금 손보면 네가 가게의 에이스(1인자)가 되는 건 충분하다’는 식으로 성형을 강권했다”고 말했다. 그는 “심지어 아예 대놓고 ‘넌 성형 좀 해야 이 바닥에서 살아남아’라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에 많은 유흥업 종사여성들이 성형을 ‘투자’라 여기며 마담이나 브로커가 말하는 성형대출을 통해 수술을 결심했다는 설명이다.

현재는 성형마케팅이 기업화되면서 ‘무이자 성형대출’이라는 것까지 생겼다. 하지만 알고 보면 고금리 일수상품이다. 통상적으로 업소종사자에게 돈을 빌려주는 일수업자들은 무이자로 성형을 위한 대출을 해주겠다고 꼬신다. 이들은 병원과 기업적으로 업무협약을 맺고 성형수술비 1000만원당 최고 400만원의 커미션을 챙길 뿐만 아니라 ‘무이자’란 명목 하에 보통 처음 60일 동안은 이자를 받지 않지만 60일안에 갚지 못하면 이후에 월 20%정도의 이자가 붙여 ‘폭탄금리’를 때린다.

김 씨는 “언니들이 잘못된 생각을 하는 게 뭐냐면 성형하고 금방 예뻐져서 빨리 갚으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말도 안 된다”며 “60일안에 수술하고 부기 빼고 다시 1000만원을 모으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꼬집었다. 특히 경기 불황으로 손님이 뚝 떨어지자 종업원들의 수입도 자연스럽게 줄어들고, 결국 수술비를 제때 갚지 못해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설명했다.
특히 20대 초반의 학생들은 큰 목돈을 마련하기 어려워 성형대출 후 잘 갚아나간다면 다행이지만, 대부분은 이를 계기로 신용불량자가 될 우려가 큰 상황이다.

‘성형대출’은 아직도 인터넷에서 검색만하면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암암리에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이들은 블로그와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홍보하며 여전히 ‘성업’ 중이다. 최근엔 화류계 여성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성형대출을 많이 받는 상황이다.

기자가 한 성형대출 업체 관계자에 문의한 결과 “일반 여대생이나 직장인들도 성형수술을 위한 목돈이 없어 이런 대출 서비스를 많이 이용하는 추세”라며 “수도권 4년제 대학을 졸업했거나 대학원졸업이 최종학력이라면 더 낮은 금리로 최대 3000만원까지 대출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엔 예뻐지려는 게 나를 위한 투자”라며 “성형대출이 무조건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분납(할부)’ 형태를 이용해 수술받는 것도 합리적”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화류계에서 성행하는 일수형태도 있지만, 최근엔 제2금융권에서도 성형을 명목으로 대출을 하기도 한다. B모 성형대출 업체는 기자에게 “우리와 제휴를 맺은 J성형외과, R성형외과 등에서 수술받는 게 어떠냐”고 권하기도 했다. 성형대출로 받은 돈을 다른 용도로 쓰는 것을 막기 위해 성형대출 업자는 성형외과수술에 동반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번 후불성형 관련 조사를 담당한 정채기 서울 강남경찰서 지능팀장은 “이번에 적발된 브로커 중에는 불법 대부업자도 있었다”며 “성형대출을 통해 수술받은 사람 중에는 20대 초반 여성이 적잖았다”고 말했다. 그는 “감당할 수 없는 빚을 져가면서까지 성형수술을 받는 것은 삼가야 한다”며 “과도한 부채는 또다른 범죄의 유혹에 휘말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홍정근 대한성형외과의사회 홍보이사는 “대부업체와 결탁해 무분별한 성형수술을 조장한 이번 사건에 우리 회원이 관여돼 심히 유감스럽다”며 “위법사실이 있다면 성형외과의사회에서도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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