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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근종’, 제거만이 답?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3-07-30 16:08:29
  • 수정 2013-08-05 10:5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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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30여성에서 증가, 폐경여성은 방치하기도 … 초기 ‘무증상’이 증상, 조기검진 중요

자궁은 건강한 임신과 출산을 준비하는 소중한 기관이지만 별 문제가 없는 한 평소 자궁건강에 관심을 갖는 여성은 드물다. 산부인과는 ‘출산하는 곳’으로만 인식돼 미혼 여성들은 어쩐지 꺼리게 된다. 폐경을 앞둔 여성은 ‘더 이상 나와 상관없는 곳’으로 여기기도 한다.

20·30여성에서 증가 … 특정연령층에서만 조심해야 할 질병 아니다

최근 20~30대 여성에서 ‘자궁근종’ 환자수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자궁근종은 자궁의 근육층이 이상증식을 일으켜 평활근에 생기는 혹을 말한다. 지난 2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자궁근종 진료통계에 따르면 2007~2011년 사이에 자궁근종 환자수가 22만9324명에서 28만5544명으로 연평균 5.6% 증가했다. 2011년 기준, 연령별 환자는 40대가 47.9%를 차지해 가장 많았지만 인구 10만명당 진료인원의 연평균증가율은 20·30대가 각각 6.9%와 5.6%로 전체연령 증가율 4.8%보다 높았다.

정경아 이대여성암병원 교수는 “자궁근종은 자궁에 발생하는 가장 흔한 양성 근육층 종양으로 생리하는 국내 가임기 연령 여성에서 유병률은 25~45%에 이른다”고 말했다. 보통 자궁근종은 출산을 겪은 40대 여성의 전유물로 인식돼왔지만 특정 연령대에서만 미리 조심해야 하는 질병은 아니다. 호르몬에 노출된 누적시간이 긴 40대에서 가장 많이 관찰되지만 20~30대에서 발병하는 경우도 흔하기 때문이다.

초기엔 ‘무증상’이 증상 … 월경과다, 빈혈, 빈뇨 등 주요 증상

증상은 위치나 크기에 따라 다르며 큰 혹일수록 증상이 다양하고 심하게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출혈, 변비·빈뇨·복부팽만 등 자궁압박에 의한 증상, 월경통·성교통 등 통증을 들 수 있다. 또 생리기간 과도하게 출혈하는 경우 근종을 의심하기도 한다. 월경과다로 빈혈이 생기는 경우 탈모가 발생하거나 손톱이 약해지기도 한다. 월경과다는 이뿐만 아니라 자궁선근증, 자궁내막폴립, 자궁내막증식증, 자궁내막암 등에서도 보이므로 반드시 의사의 진찰을 받아야 한다.

자궁근종은 호르몬의 영향으로 계속 자라는 혹이다. 근종이 생긴 초기나 연령이 낮은 경우에는 크기가 작아 증상이 거의 없어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적극적으로 건강검진을 하지 않으면 큰 혹으로 변할 수 있기 때문에 20~30대부터 자궁경부암 선별검사와 함께 산부인과 정기검진을 받는 게 좋다. 

저출산 등 환경변화로 증가 추세 … 원인 불분명하고 예방법 없어

지난해 기준 가임여성의 25~45%가 자궁근종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최근 4년간 21%나 증가하는 추세지만 사실 이 질병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방장훈 호산여성병원장은 “출산과 임신을 하지 않을 경우 자궁 안에 있는 근종 씨앗들이 탈락될 기회가 없어 근종이 크게 자란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며 “젊은 연령층에서 환자가 증가하는 이유도 이와 관련해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궁근종이 발생하는 원인은 뚜렷하지 않지만 최근 생활환경이 개선되면서 초경도 빨라지고 호르몬을 높이는 식품이나 생약(하수오·석류 등)을 복용하는 기회도 많아 근종의 유병률은 확실히 늘어나는 추세”라며 “하지만 의학이 발전하면서 진단율이 높아져 발병률도 상승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방 원장은 “최근 근종 환자가 증가하는 이유 중 하나는 과거에는 초음파 같은 진단장비 부족으로 모르고 지나갔던 작은 혹을 최근에는 속속 밝혀내기 때문”이라며 “최근 30년간 진단명 통계가 정립되면서 통계상으로 질병이 급격히 증가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자궁근종는 ‘확실한 예방법’도 존재하지 않는다. 단순히 건강을 지키기 위한 식이요법과 운동을 한다 해서 자궁근종이 생기지 않는 것은 아니다. ‘무증상’이 증상인 자궁근종은 꾸준한 정기검진만이 해답이다. 방 원장은 “아직까지 자궁근종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며 “이론적으로는 여성호르몬을 억제하면 예방할 수 있지만 이는 곧 폐경을 의미하므로 결국 정기검진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가임기 여성의 최고 45%, 위험에 노출 … 절대 안심해선 안 돼

막상 병원에서 자궁근종으로 진단받았지만 많은 여성들이 갖고 있다는 이유에서 안심하는 사람도 있다. 정 교수는 “자궁근종은 대표적인 양성질환이므로 악성으로 변이 될 가능성이 아주 드물기 때문에 무조건 수술할 필요는 없지만 치료가 필요한데도 이를 방치하면 최악의 경우 자궁을 적출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고 말했다.

자궁근종은 심할 경우 세포변성을 일으켜 자궁근육종이라는 암의 형태로 변할 수 있다. 한국은 현재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자궁절제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관리를 잘 하면 큰 문제가 될 게 없지만 산부인과 진료에 다소 소극적인 게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방 원장은 “정기검진 없이 방치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며 “뱃속에 10㎏이 넘는 근종을 갖고 있음에도 단순히 살이 찌는 것으로 오해해 방치한 환자도 있었다”고 말했다. 환자는 다행히 양성으로 판정돼 수술로 말끔히 해결됐다. 그는 “만약 악성으로 변했다면 인생을 정리할 시간조차 없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단순한 근종도 방치하면 빈혈·통증·빈뇨·변비 증상이 심해지고, 근종도 너무 커져 수술적 요법(전자궁적출술)으로만 치료해야 하기 때문에 근종을 진단받았다면 3~6개월마다 정기검진을 받는 게 좋다.

수술은 필수불가결한가?

교과서적인 자궁근종의 근본 치료는 자궁적출술이다. 하지만 자궁근종이 발견됐다고 해서 모두 수술하거나 치료할 필요는 없다. 일상생활이 불편할 정도의 생리통, 비정상적인 자궁출혈, 근종으로 인한 불임, 암으로 악화될 위험이 있는 경우에 수술이나 치료에 들어간다.

김태중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자궁근종을 치료할 때는 근종의 개수·크기·위치·출산계획 여부가 가장 중요한 사항”이라며 “어떤 치료법이 좋고 나쁘다고 볼 수 없으며 환자마다 최적의 치료법이 다르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수술이 필요한 경우 복강경하 근종절제술을 선호하지만 근종만 뗄 경우 환자의 50%에서 근종이 다시 생기며 수술 후 유착, 출혈이 심해지는 문제점도 나타난다. 

이런 수술을 좋아할 여성은 없다. 수술 후에는 여성성을 잃었다는 상실감과 우울감에 빠지기 쉽다. 심할 경우 우울증까지 발생한다. 따라서 최근에는 약물, 혈관색전술, 초음파 등을 이용해 근종의 크기를 줄이는 방법들이 개발되고 있다.
자궁근종용해술도 수술을 기피하는 여성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복부 절개 없이 시술하며 3~6개월 뒤 근종의 크기가 50% 정도 줄어드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비수술적요법은 개복수술에 비해 효과가 다소 떨어지지만 수술을 피하고 싶은 환자들에게 적용하면 치료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폐경 여성, 자궁근종 흔하게 방치하지만 장수시대엔 금물

주부 김 모씨(50)는 5년 전 자궁근종을 진단받았지만 ‘자궁근종은 호르몬에 영향받기 때문에 폐경이 되면 크기가 더 이상 자라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폐경이 가까워졌을 거라는 생각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과다월경 외에는 큰 불편함도 없어 치료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김 씨처럼 간혹 이런 이유로 근종을 방치하는 경우도 있다.

이지은 경기도 안산 메이퀸산부인과 원장은 “폐경이 시작되면 여성호르몬 분비가 줄면서 자궁의 평활근이 호르몬의 자극을 받지 않기 때문에 자궁근종의 크기가 급격히 작아진다”며 “이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 거라는 생각에 폐경을 앞둔 자궁근종 환자 중에는 치료를 하지 않고 방치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하지만 이는 평균수명이 60~70세 정도이던 시절에나 통하던 이야기”라며 “자궁근종은 노인이 됐을 때 심할 경우 세포변성을 일으켜 자궁근육종이라는 암의 형태로 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골다공증이나 치매 등은 여성호르몬제로 치료하는 경우도 있는데 근종을 방치했을 경우 이 때문에 이런 치료가 어려울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자궁근종을 방치하면 자궁내막암이나 자궁평활근육종을 놓칠 수 있다. 자궁의 혹은 대부분 양성이므로 폐경기 근처에 증상이 없는 혹은 관찰해 크기가 안전하게 줄어드는지, 근종 외에 동반 질병은 없는지 체크할 필요가 있다.

정 교수는 “자궁근종은 무조건 안심할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무섭고 걱정해야 할 위험한 질병은 아니다”며 “다만 발견 및 치료시기를 놓쳐 엄마가 될 수 있는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여성도 있기 때문에 자신의 여성 건강에 관심을 갖고 주체적으로 건강을 지켜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궁근종 체크리스트
 
- 생리를 조금씩 오래한다.
- 생리양이 많고 덩어리가 많이 나온다.
- 생리기간이 아닌데 부정기적인 출혈이 있다.
- 생리 전후 피부트러블이 심하다.
- 손·발톱이 얇아지고 잘 부러진다.
- 생리기간이 아닌데 허리통증, 골반통증을 느낀다.
- 아랫배가 나오고 가스가 잘 찬다.
- 쉽게 숨이 찬다.
- 평소보다 머리카락이 많이 빠진다.
- 어깨통증이 잦고 몸이 자주 쑤신다.
- 피로를 잘 느끼고 쉽게 짜증이 난다.
- 성교 시 생식기에 통증이 있다.
- 하복부에 딱딱한 혹이 만져진다.
-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쉽게 우울증을 느낀다.
(위 증상 중 5개 이상 해당되는 여성은 자궁근종을 의심해봐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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