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근단절제술, 사랑니이식, 발치치아교정으로 자연니 살리는 치과치료 가능해져
보철과, 교정과, 보존과, 치주과 등 여러 치과 세부과목의 전문의가 포진한 치과에서는 자연니를 살리는 치료가 훨씬 용이하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치아가 썩으면 신경치료나 발치 후에 임플란트 시술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의외로 개인의 상태에 따라 적용할 수 있는 치과치료법이 많을 뿐 아니라 신경치료 외에도 자연치아를 살리는 방법이 다양하다. 한 환자의 치료를 위해 보철과와 교정과가 협진해 치료하기도 한다. 에스플란트치과병원 의료진들의 도움으로 자연치아를 살릴 수 있는 다양한 치료법과 사례들을 알아본다.
신경치료 실패 시 ‘치근단절제술’ 시도
최근 김수호 씨(29)는 신경치료를 받았던 치아 부위가 너무 아파서 치과를 찾았다. 검사 결과 예전에 신경치료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충치(치아우식증)가 재발한 게 원인이었다. 하지만 김 씨는 치아를 뽑지 않고 ‘치근단절제술’을 통해 자연치아를 살렸다.
과거에는 신경치료에 실패하면 치아를 뽑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치근단절제술을 이용하여 발치하지 않고 자연치아를 살릴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다. 치근단절제술은 잇몸을 절개하고 치아 뿌리 끝을 2~3㎜정도 잘라낸 뒤, 세균과 염증을 없앤 다음 충전재를 넣어 치료하는 시술이다.
치아 내부는 매우 복잡한 구조인데다 신경관도 매우 가늘어 수년 전만 해도 치근단절제술의 성공률은 낮은 편이었다. 하지만 치과용 미세광학현미경을 활용하면서 성공률이 높아졌다.
이종호 에스플란트치과병원 보존과 원장은 “치근단절제술은 모든 치아에 시술 가능한 게 아니라 제1대구치까지만 가능하며, 치과용 미세광학현미경을 사용해야 성공률이 높아지는 한계가 있다”며 “치근단절제술이 어려운 경우에는 치아를 뽑고 치료한 후에 다시 심는 ‘치아재식술’이 효과적일 때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물론 치아재식술도 치아가 손상되거나 치주염(풍치)이 있는 경우에는 시술이 불가능하며 뿌리 부분의 치주인대가 건강해야 하는 등의 조건이 따르지만, 두 시술법 모두 일단 성공하기만 하면 자연치아를 살릴 수 있는 기회”라고 덧붙였다.
잘 보존된 사랑니, 이식 성공하면 자연치아처럼 쓸 수 있어
사랑니를 이용해 빠진 치아 부위를 메워 자연치아로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 이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어금니가 빠진 경우 치아교정치료를 통해 사랑니를 중간에 있는 어금니 부위까지 당기는 방법이다. 잇몸 속에 깊게 박힌 사랑니를 끌어올리거나 각도를 조절하는 식으로도 치료할 수 있다.
두 번째는 흔치 않은 경우로 발치한 부위에 사랑니를 이식하는 것이다. 필요에 따라 신경치료를 하거나 크라운을 씌우기도 한다. 다만 이 방법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남아 있는 사랑니가 매우 건강해야 하고, 환자의 나이가 많으면 수술이 어려운 한계가 있다. 그러나 일단 성공하면 자연치아처럼 사용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이향옥 에스플란트치과병원 보존과 원장은 “사랑니는 충치가 생기거나 매복치 형태로 나오는 등의 문제만 없다면 활용 가능성이 크다”며 “사랑니를 무조건 뽑기보다는 관리를 잘 해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까지 해서 자연치아를 꼭 살려야 하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임플란트와 달리 자연치아는 치주인대가 있어 음식을 씹는 저작력이나 충격에 강하다”며 “어떤 임플란트도 자연치아만큼 좋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발치 후 임플란트 대신 치아교정도 가능
극히 드물기는 하지만, 치아 하나를 발치하게 되었을 때 발치 부위에 임플란트를 심을 필요가 없는 사례도 있다. 조정옥 씨(36·여)는 몇 년 전 심한 충치로 아래 어금니를 발치했지만 임플란트를 식립하지 않고 치아교정치료를 통해 빈 부위를 메웠다.
조 씨의 치아 상태는 매우 심각했다. 빠진 치아 쪽으로 다른 치아들이 무너져 내렸고, 앞니까지 영향을 받아 음식을 씹는 것조차도 불편할 정도였다. 이에 담당 치과의사는 치아를 뽑은 후 다른 치아들을 빈자리로 당기는 발치치아교정치료를 받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
허재식 에스플란트치과병원 교정과 원장은 “조 씨는 돌출입 증세도 있어 발치교정을 하면 발치 부위를 메우는 것은 물론 돌출입까지 개선할 수 있는 상태였다”며 “다행히 뒤쪽 어금니가 앞으로 많이 이동한 상태라 생각보다 쉽게 교정치료를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치과치료들은 모든 환자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며, 모든 치과에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과목별 협진 진료가 가능한 경우에 한해 폭넓게 치료법을 선택할 수 있다. 과거에는 협진을 하는 치과가 드물었으나, 치과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대학병원급 치과병원들이 늘어나면서 이제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에 치과 협진을 받을 수 있다.
노현기 에스플란트치과병원 보철과 원장은 “치과치료는 환자의 구강 상태에 따라 여러가지 방법들을 사용할 수 있다”며 “발치를 고민하고 있다면 보철과, 교정과, 보존과, 치주과 등 여러 과목의 치과의사들이 협진하는 치과를 찾는 게 자연치아를 살릴 가능성을 높이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