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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승마 대신 선택한 ‘실내승마운동기구’, 효과는 과연?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3-07-24 16:44:27
  • 수정 2013-07-30 19:4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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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레드밀·스텝퍼 지루함 극복해 운동흥미 유발 … 구동축 달라 정식승마와 똑같은 효과 기대 못해

성봉주 한국체육과학연구원 실장(왼쪽)과 남병곤 제주대 산업대학원 승마역학 석좌교수

생활수준이 올라가고 다양한 레저 취미에 대한 욕구가 커지면서 최근 승마가 최근 색다른 건강관리 비결로 재부각되고 있다. 올들어 여러 인기 여성스타들이 자신의 몸매비결로 승마를 꼽으면서 승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과거에 비해 도전해보려는 일반인들이 늘어나면서 수요층이 두터워진 게 달라진 모습이다.

지난 4월 가수 겸 방송인 박가희는 한 방송에서 수준급 승마실력을 공개했다. 그는 “한 시간만 말을 타도 온몸이 뻐근할 정도로 운동효과가 커 몸매 관리에 탁월하다”고 말했다. 빼어난 몸매의 비결로 승마를 꼽은 것이다.
여배우 정려원도 자신의 몸매관리법은 ‘승마’라고 밝혔다. 정 씨는 “승마를 4번 정도 하면 엉덩이 위치가 바뀐다”며 승마를 할수록 ‘힙 업’되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승마는 말의 움직임에 따라 기수도 상하좌우로 함께 움직여야 하므로 평소 사용하지 않는 전신근육을 쓰게 된다. 무릎과 발목이 직접 충격을 받는 걷기나 조깅과 달리 말이 1차적으로 충격을 흡수해 상대적으로 관절과 근육에 무리가 덜 간다. 45분 동안 승마를 하면 약 350㎉가 소모되며 1시간 승마로 2시간의 조깅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특히 복부비만이 심한 사람들이 승마를 하면 척추 주위 근육 강화와 함께 복부지방 감소 효과도 볼 수 있다.

주부 이 모씨(50)은 두 달만에 참석하는 모임 생각에 들떠 있다. 드디어 체중을 10㎏ 이상 감량했기 때문이다. 물론 식이요법과 운동이 기본이 되는 다이어트를 했지만 그가 자신의 체중을 감량하는데 일등공신을 했다고 여기는 것은 다름 아닌 ‘실내승마운동기구’다. 두 달 여간 혹독하게 승마운동기구를 중심으로 운동했더니 체중이 쉽게 빠진 느낌이다. 그는 “어렵지 않고 재밌게 살 뺀 느낌”이라고 말했다.

성봉주 한국체육과학연구원 실장은 “승마는 폐활량을 증가시키고, 소화기능이 향상되며 상·하체 근육 발달 및 자세교정에 탁월하다”며 “허리의 유연성과 신체리듬감을 기를 수 있어 전신에 이로운 스포츠”라고 말했다.

하지만 승마는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은 아니다. 예부터 귀족스포츠, 고급스포츠로 불린 승마는 한번 기승하는데 15만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말을 탈 수 있는 장소도 한정돼 있어 ‘어디 한 번 해볼까’라고 생각해도 여건이 마땅치 않을 수 있다. 이런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게 바로 실내승마운동기구다.

주로 홈쇼핑과 신문광고를 통해 판매되는 이 기구는 ‘운동’과 ‘재미’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았다며 소비자를 유혹한다. 화면에서 상쾌한 미소를 짓는 모델들은 운동기구 위에서 땀을 흘리며 이 기구가 얼마나 재밌고 효과적인지를 보여준다. ‘앉아있기만 해도 운동이 된다고?’라는 생각에 소비자들은 지갑을 쉽게 연다. 왠지 재미도 있을 것 같아서 전에 사둔 스텝퍼나 트레드밀(러닝머신) 등과 달리 ‘빨래건조대’ 신세는 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구매에 나선다.

실제로 승마운동기구의 운동효과는 직접 승마를 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지니고 있을까? 기승 비용이 15만원이지만 승마운동기구도 예상보다 싸지 않다. 대당 100만~200만원 정도로 결코 저렴한 비용은 아니다. 승마의 대용품으로 여겨 생각 없이 구입했다가 효과와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면 낭패보기 십상이다.

성 실장은 “트레드밀·스텝퍼와 달리 단조로움을 극복한 게 승마운동기구”라며 “가상현실을 적용한 시뮬레이터 승마운동은 기존의 운동기구와는 달리 운동효과는 유지시키되 지루함을 극복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아직 건강운동기구로서 평가받기 위해 운동효과에 대한 과학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성 실장은 이미 2005년 승마운동기구의 유용성을 검증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 한국체육과학연구원 저널에 발표한 바 있다. 의학적으로 이상소견이 없는 청·장년인 20대 남·녀 각 10명과 40대 남·녀 각 10명을 선정해 운동기구의 효과를 검증했다. 실험과정은 승마운동에서 11단계의 패턴(평보, 속보, 구보, 습보, 박차평보, 박차속보, 박차구보, 박차습보, 점프구보, 점프습보, 게임)을 정한 뒤, 패턴별로 5분씩 기승해 얻은 호흡가스분석자료를 비교했다.
실험 결과 단순히 말을 타는 일반보행(평보)으로 운동했을 때의 분당 심박수는 약 101.00~150.00회, 분당 칼로리소비량은 약 3.52~6.40㎉이었다. 박차를 겸한 운동에서는 분당 심박수는 약 112.27~156.30회이고, 분당 칼로리소비량은 4.78~7.32㎉로 일반보행에서보다 박차를 겸비한 운동이 높은 효과를 나타냈다. 점프가 들어갔을 때의 운동효과가 가장 탁월했다. 이 경우 분당 심박수는 129.90~156.00회이고 분당 칼로리소비량은 5.82~9.00㎉를 기록했다. 같은 연령대에서는 남성이 여성보다 높은 효과를 얻었으며, 의외로 40대에서 20대보다 큰 운동효과를 봤다.

성 실장은 “승마시뮬레이터의 운동생리적 변화는 성별 및 보행형태 등에 따라 다양한 결과가 나타나므로 준비운동부터 본운동까지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며 “실내승마운동기구는 유희적 요소와 고급스포츠의 이미지가 장점으로 부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승마 또는 승마운동기구를 즐길 때에는 바른 자세를 잡는 게 관건이다. 자세를 바르게 하지 않으면 오히려 허리 건강에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복부에 힘을 주지 않으면 요추 부위의 전만(오리 엉덩이 자세)이 우려돼 주의해야 한다. 말의 동작에 리듬을 맞추지 못하면 허리에 무리가 오기 쉽다. 말이 점프할 때 승마자의 몸이 뒤로 너무 많이 젖혀지면 척추에 손상이 갈 수 있고, 자세가 구부정하면 척추나 골반에 충격이 그대로 전해진다.

보통 홈쇼핑에서는 노인들도 쉽게 즐길 수 있다고 말하지만 아무리 쉬운 운동이라도 어떤 운동이든 주의가 필요하다. 이용수 장안대 생활체육과 교수는 “실내승마운동기구는 노인에게 위험하지는 않지만 다른 운동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신체·건강상태를 파악하고 실시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실내승마운동기구는 분명 운동은 되지만 승마와는 같을 수 없다는 게 승마역학 전문가의 의견이다. 남병곤 제주대 산업대학원 승마역학 석좌교수(승마역학박사)는 “실내승마운동기구는 기구일 뿐”이라며 “살아있는 말등에 올라 운동하는 것과 분명히 다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남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우선 기계 자체는 말 움직임의 역학을 따라올 수 없다. ‘구동축’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말은 네발로 달리지만 실내승마운동기구는 한 축, 많아야 두 축에 고정돼 있어 운동효과가 다를 수밖에 없다.

말의 운동은 크게 6가지로 나뉜다. 분속 110m로 걸어가는 ‘평보(平步)’와 220m로 조금 속도를 내는 ‘속보(速步)’, 몸매관리 효과에 가장 뛰어난 분당 340m의 ‘구보(驅步)’, 분당 1000m로 달리는 ‘습보(襲步)’가 기본이다. 여기에 옆으로 움직이는 ‘측퇴보(側退步)’와 뒤로 걷는 ‘후퇴보(後退步)’가 추가된다.

즉 말의 움직임에 따라 사람의 운동효과도 달라지는 것이다. 특히 역학적 측면에서 말은 계속 ‘움직이는 존재’이기 때문에 구동축이 계속 변한다. 4다리가 각각 따로 움직이는 평보는 ‘4절도’, 구보는 4다리 중에 대각선으로 맞닿아 다리가 동시에 움직이고 나머지 다리는 각각 움직이는 모양인 ‘3절도’, 습보는 평보와 마찬가지로 4다리가 따로 움직이는 4절도로 운동한다. 남 교수는 “이렇게 다양한 움직임의 역학을 기계가 따라오기에는 아직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승마의 가장 큰 장점은 운동의 충격을 말이 우선적으로 흡수해 사람의 관절이나 근육 등에 미치는 직접 충격을 막아준다는 것이다. 마라톤이나 걷기 등을 오래하면 관절과 인대, 근육에 충격이 갈 수밖에 없지만 승마의 경우 충격은 말이 흡수하고, 운동효과는 유지해 기승자의 건강관리에 효과적이다. 남 교수는 “승마운동기구는 말과 다르기 때문에 충격을 흡수하기는커녕 온전히 전달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특히 요추에 무리가 가기 쉬워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하지만 운동기구의 효과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며 “다만 앞뒤로 흔들고 좌우로 흔드는 정도의 운동이라면 굳이 승마운동기구가 아니더라도 진동모터가 달린 다른 운동기구로 비슷하거나 더 재미있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낙마가 없고 집에서도 승마를 즐길 수 있다는 광고에 소비자들은 이 기구를 구입하게 되는데, 승마와 똑같은 운동효과를 절대로 기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두 전문가의 의견을 종합하면 실내승마운동기구는 흥미를 유발하고 실제로 재미있다는 점에서 사용자가 꾸준히 운동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촉진제 역할을 하지만 실제 정식 승마와 똑같은 운동효과를 준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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