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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 브래드쇼의 선택 ‘브라질리언 왁싱’, 여성제모 수요 늘어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3-07-18 12:40:11
  • 수정 2014-03-10 19:3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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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키니라인 살리고 속옷 착용감 높여 확산 … 질염예방, 생리 전후 위생관리에도 도움

브라질리언왁싱을 받는 ‘섹스앤더시티(Sex and the City)’의 주인공 캐리 브래드쇼. 미국 HBO 방송 캡처

미국 HBO에서 방영됐던 ‘섹스앤더시티(Sex and the City)’는 종방된 지 10년 이상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전세계 여성 시청자에게 ‘도시여성의 바이블’로 통하는 드라마다. 트렌디한 4명의 여성이 주인공이 구두브랜드인 ‘마놀로블라닉’, 아침 겸 점심을 뜻하는 ‘브런치’, 다소 대담한 그들의 가치관, 파티문화 등을 히트시키며 여성의 라이프스타일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드라마의 열혈 팬(fan)이 기억할만한 장면 중 하나가 주인공 캐리 브래드쇼가 로스엔젤레스(LA)에 갔을 때의 에피소드다. 캐리가 제모를 위한 왁싱을 받으러 갔더니 자기도 모르는 새 피부관리사가 ‘브라질리언 왁싱(brazilian waxing)’을 해 줘 당황해 했다는 얘기를 수영장에서 친구들에게 들려주는 장면이다.

브라질리언 왁싱은 비키니 라인을 중심으로 체모를 제거했던 비키니 왁싱보다 더 강력한 것이다. 비키니 라인은 물론 성기와 항문 부위의 잔털까지 천연 왁스를 사용해 모근까지 깨끗하게 없애는 것이다.
이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브라질에서 시작됐다. 삼바축제, 태닝을 즐기는 브라질 여성은 속옷이나 비키니 사이로 체모가 드러나는 게 지저분하다고 여겨 이를 제거하기 시작했다. 이후 1980년대에 접어들면서 할리우드 스타들에게 인기를 끌기 시작했고 20~30년이 지난 요즘엔 많은 서양 여성이 브라질리언 제모를 받는 것을 ‘당연시’하고 있다. 체모에 대한 사회적 태도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국내의 경우 아직은 호기심만 보이는 정도지만 의외로 ‘도전정신’을 발휘해 브라질리언 왁싱 등 ‘여성제모’를 시도하는 사람이 제법 많다. 트렌드에 민감한 여성은 레이스속옷이나 깜찍한 비키니 등을 입기 위해서 미리 챙기기도 한다.

브라질리언 왁싱은 단순히 미용 목적으로만 이용되는 게 아니다. 여성은 생식기의 특성상 ‘위생문제’가 늘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예컨대 음모가 난 면적이 넓거나 밀도가 높은 경우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쉽게 생리혈이나 분비물이 체모에 묻으면서 불쾌한 냄새를 유발하게 된다. 따라서 음모를 제거하면 생리 시 관리가 수월해지고 평소에도 상쾌한 기분을 느낄 수 있어 위생상 이유로 여성제모를 선택하는 여성도 있다.
질염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음모의 숱이 많을 경우 중요 부위가 습해져 질염을 유발할 수 있다. 생리가 시작되면 습한 상태가 심해져 증상이 더 악화되기 마련이다. ‘몸에 필요 없는 것은 없다’고 하지만 이제는 이야기가 달라졌다. 햇볕이나 찬 공기 등 자연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할 역할이 줄어든 것이다. 따라서 체모를 제거하는 게 답이 될 수 있다.

여성제모가 전염성 질병을 예방했다는 재미 있는 연구결과도 있다. 지난달 영국 메트로지는 ‘드라마 섹스앤더시티’가 전세계 사면발니(속칭 사면발이, phthiriasis) 감소에 기여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영국이 성적으로 문란했던 시대로 여겨지는 1954~1964년에는 사면발니가 0.8%에서 3.2%로 4배가 증가했으나 최근 통계를 보면 1997년 0.41%에서 최근(2013년 6월기준) 0.17%로 낮아졌다고 밝혔다. 이 매체는 사면발니가 감소한 이유는 1950~1960년대에 비해 사람들이 섹스를 덜 해서가 아니라 앞서 말한 2000년 방송된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브라질리언 왁싱을 받던 에피소드가 방영된 이후라고 밝혔다. 사면발니는 치료가 쉽지 않아 음모를 모두 제거해야 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영국피부과협회(BAD·British Association of Dermatologists) 쿤센 첸 박사(Dr. Kun Sen Chen)는 “최근 사면발니 환자가 줄어드는 이유는 체모에 대한 문화적 태도와 시선이 달라지기 때문에 제모가 당연시됐기 때문”이라며 “캐리 브래드쇼는 100만년 동안 인류를 괴롭혀오던 전염성 질병인 사면발니 제거에 큰 기여를 했다”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라 깨끗하게 정리된 음모와 성기, 항문 부위의 털은 시각적인 효과가 커서 성적인 만족도를 높여준다. 자신에게 자신감을 가지는 것은 물론 의외로 배우자나 남자 친구의 반응이 좋아 지속적으로 체모를 제거하는 여성도 있다.

‘셀프’가 아닌 ‘전문적인’ 여성제모법으로는 크게 ‘왁싱’과 ‘레이저제모’를 들 수 있다. 여성에게 체모는 남에게 절대 보여주고 싶지 않은 부분이다. 집에서 비키니라인을 면도하거나 족집게를 이용해 오랜 시간 정리해 온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셀프제모는 피부에 직접적으로 자극을 주기 때문에 모낭염이나 피부착색 등을 초래한다.

미국·한국의 미용자격증을 취득하고 국내에서 브라질리언 왁싱을 알리기 시작한 브라질리언시크릿왁싱바 리아 원장은 “휴가철을 앞둔 요즘 아슬아슬한 비키니 수영복을 입기 위해 은밀한 부위의 체모를 제거하려는 이들이 적지 않다”며 “왁싱으로 속옷 핏(fit)을 매끄럽게 만드는 것은 물론이고 맵시 좋은 비키니를 소화해내는 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리아 원장은 “일반적으로 판매되는 왁스를 무분별적으로 사용하기보다 개인의 피부 타입에 맞는 왁스로 안정된 시술을 받아야 피부 손상이나 부작용을 줄일 수 있고 청결유지와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며 “단번에 큰 효과를 기대하기보다는 적절히 반복적인 시술을 해야 피부트러블을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 브라질리언 왁싱에는 큰 고통이 따르는 게 사실이다. 따뜻하게 데운 천연 왁스를 제모하려는 부위에 바른 뒤 스트립을 붙여 굳힌 뒤 일정 시간이 지난 후 한번에 떼어낸다. 0.1초의 고통이라 불리는 이 시간은 자기도 모르게 비명이 나오는 시간이다.
평소 브라질리언 왁싱을 즐기는 박 모씨(26·여)는 “순간의 고통만 지나면 신세계를 볼 수 있다”며 “왁싱이 굉장히 아픈 것은 사실이라 타이레놀 등 진통제를 먹고 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왁싱을 받고 나면 상쾌한 기분도 들고 깔끔한 속옷 핏감이 만족스러워 주기적으로 받게 됐다”고 덧붙였다.
왁싱으로 영구제모를 하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왁싱을 정기적으로 5번 정도 받으면 모근이 제거되고 체모도 가늘어져 깔끔함을 유지할 수 있다. 리아 원장은 “왁싱을 처음 받는 사람의 경우 음모가 다소 굵고 모근도 강해 아플 수 있다”며 “이후 한달에 한번 왁싱을 진행하면 아픔도 처음에 비해 점점 줄어들고 체모도 가늘어져 만족스러운 결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왁싱을 처음 받았다면 관리도 중요하다. 체모가 나는 것을 지연시켜주는 제품도 있어 이를 병행하면 효과적이다. 우선 왁싱 후에는 놀란 피부를 진정시켜야 한다. 2~3일 이후부터 얼굴용 스크럽제를 이용해 시술받은 부위의 각질을 제거한다. 민감한 부위이기 때문에 알갱이가 작은 것을 고른다. 피부에 각질이 쌓이면 체모가 피부 속에 갇히는 ‘매몰모’가 생겨 염증이 유발될 수 있어 미리 관리해야 한다.
보습도 중요하다. 왁싱은 피부에 강한 자극을 주기 때문에 피부가 쉽게 건조해 질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알로에젤이나 자극이 적고 수분이 풍부한 크림을 발라준다.

왁싱의 고통이 두려운 사람들에게는 ‘레이저 여성제모’라는 대안이 있다. 병원의 도움을 받아 제모하는 것이다. 수요는 점점 늘어나지만 여성제모 자체를 쑥스러워하는 사람이 많다 보니 아예 여성 제모를 전문으로 하는 병원도 등장했다.
레이저 여성제모의 경우 평균 5회 정도 시술로 체모의 80~90%가 영구적으로 제거되므로 자극 없이 피부를 보호할 수 있다. 레이저가 털의 멜라닌색소에 흡수되면서 빛이 열에너지로 변해 털을 파괴시키는 원리를 이용한다.
2001년부터 여성제모를 전문적으로 시행한 고우석 JMO피부과 대표원장은 “털을 생산하는 모낭이 검은색이므로 검정색에만 효과적으로 흡수되는 레이저를 피부에 쪼여 털을 선택적으로 파괴하는 원리로 제모한다”고 설명했다.

고 원장은 “털의 색이 검고 피부가 흰 사람이 가장 좋은 반응을 보이지만 피부색이 검을 경우에는 피부와 털이 에너지 흡수에 경쟁을 하게 돼 피부에 손상을 줄 수 있다”며 “최근엔 레이저 기기의 발전으로 피부색이 짙은 사람도 시술에 큰 문제없다”고 말했다. 한번의 치료에 모든 털이 동일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개인차는 있지만 평생 유지되는 제모효과를 원한다면 보통 4~8주 간격으로 평균 5~6회의 반복치료를 받는 게 권장된다.
레이저치료는 무엇보다도 효과가 영구적이라는 게 장점이다. 왁싱에 비해 덜 아프고, 선택적으로 모낭을 파괴하며, 레이저 조사 시 빛을 받는 부위가 넓어 시술시간이 단축된다. 모공수축 효과도 있어 피부가 늘어지거나 착색되지 않는다.
레이저 제모를 받기 전에는 털을 뽑지 말고 진행해야 하며 이미 털을 뽑았다면 한달 이상 지난 후에 시술해야 한다. 심한 모낭염이 있다면 호전된 후 시술받는다. 시술 후 잡아 당겨 통증 없이 제거되는 털은 뽑아도 되지만 대부분 그대로 두면 2~3주 지나면서 저절로 빠지기 때문에 억지로 뽑아 모낭염이 유발시킬 이유가 없다.

어떤 방식의 제모이든 시술 후 1주일 동안은 수영장이나 목욕탕에 들어가지 말아야 한다. 강한 소독약이나 타이트한 수영복이 시술 부위를 자극할 수 있다. 꽉 끼는 속옷이나 복장도 물리적 자극을 가하므로 착용을 피하는 게 좋다.
고 원장은 “처음에는 트렌드에 민감한 20대 여성이 주고객층일 거라고 예상했지만 의외로 연령대가 70대까지 올라가는 등 굉장히 다양해 놀랐다”며 “여성제모는 위생문제 해결에 보탬이 될 뿐만 아니라 여성의 매력을 높여 자신감을 갖게 할 수 있는 요소”라고 말했다.

국내의 경우 아직까지는 겨드랑이를 제외한 부분의 체모에 별로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라 여성제모를 받은 사람을 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심한 경우 제모를 받는다고 말했을 뿐인데 ‘업소여성’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박 씨도 왁싱 후 “대중탕에 가는 게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드라마에서 제모를 하는 것을 보고 ‘무조건 받아야 한다’고 주장할 필요도, 제모를 받은 여성을 남사스럽게 여겨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볼 이유도 없다. 아름다움에 대한 ‘개인의 취향’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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