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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이재현 회장이 절룩거린 이유 … 희귀유전병 ‘샤르코마리투스병’ 탓
  • 정종호·정희원 기자
  • 등록 2013-07-08 19:15:10
  • 수정 2013-07-11 20: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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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경수초 단백질형성 유전자 돌연변이로 발생 … 근육약화로 걷지 못하는 등 증상 각양각색

수천억원의 비자금 조성 및 수백억원의 탈세 및 횡령 혐의로 구속된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이름도 생소한 희귀유전병 ‘샤르코-마리-투스병’을 앓고 있다는 소식에 이 질환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이 질환은 프랑스인 학자 장 마르탱 샤르코(Jean Martin Charcot)와 피에르 마리(Pierre Marie), 영국인 학자 하워드 헨리 투스(Howard Henry Tooth)에 의해 처음 알려지면서 세사람의 이름을 따서 샤르코-마리-투스병이라 불리게 됐고, CMT(Charcot-Marie-Tooth disease)라고도 한다.
의학적 공식 병명은 유전운동감각신경병증(hereditary motor and sensory neuropathy)이라고 한다.

CJ그룹은 이 회장이 CMT로 병역을 면제받았고, 최근 증세가 악화돼 걸을 때 특수신발 등 보조기구를 이용할 정도라고 8일 밝혔다. 실제 이 회장은 지난 1일 검찰 출석 당시 구부러진 다리 모양으로 부자연스럽게 걷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돼 대중의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CMT는 손발의 말초신경을 이루는 운동신경과 감각신경의 기능이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해 상실될 때 발생하는 유전성 질환이다. 신경은 수초, 핵, 세포질, 세포골격 등으로 구성되는데 이들 신경 구조물을 구성하는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에 이상이 생길 때 CMT 같은 질환이 나타날 수 있다.

현재 CMT의 원인으로는 신경수초의 단백질 형성에 관여하는 유전자가 중복됨으로써 정상적인 유전자 발현 과정을 수행하지 못하는 게 꼽히고 있다. 신경수초는 신경세포를 서로 연결하는 섬유를 둘러싼 보호막으로 전선으로 말하면 절연체 구실을 하는 피복에 해당한다. 전선을 둘러싸고 있는 절연체가 손상되면 전기의 전도가 느려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신경수초가 손상되면 신경세포 간의 신호전달 속도가 느려지면서 다발성경화증이나 말초감각운동신경병증이 나타나게 된다.

이 병은 유아나 청소년기에 시작돼 증상은 아동기가 끝날 무렵이나 성인이 된 초반에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사람에 따라 30대 초반까지도 증상이 드러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부모에게서 자녀로 유전되며 대개의 유전병과 마찬가지로 나이가 들수록 증상이 점차 심해진다.
CMT는 희귀질환 중에서는 발병 빈도가 높은 편으로 인구 10만명당 36~40명꼴로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병의 증상 정도는 유전자 돌연변이 형태에 따라 일반인과 구분이 안 될 만큼 가벼운 정도부터 휠체어 없이는 이동할 수 없는 수준까지 각양각색이다.

초기에는 근육 약화로 엄지발가락을 들어 올리는 힘이 약해지거나 계단을 오를 때 다리가 무겁게 느껴진다. 근육이 더 약화되면 발가락이 항상 구부러진 형태를 띠거나 발바닥 아치가 위쪽으로 휘는 등 발에 변형이 일어나 걷는 게 어려워진다. 이어 척추가 휘어지는 척추측만증과 고관절 변형을 수반하기도 한다. 아직 이 병의 근본치료법은 없고 증상을 완화하는 치료만 있을 뿐이다.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아킬레스 스트레칭, 근력강화 운동, 특수 신발 착용 등 비수술적 치료를 시행하지만 발 변형 자체의 교정은 어렵다. 다만 증상이 심하면 수술을 고려하게 되는데 수술은 근육을 강화시켜주는 차원이 아니고 변형을 교정하는 정도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이 질환은 유전 양식도 다양하다. 유전병을 유발하는 유전자를 부모 중 한 사람으로부터 직접 물려받으면 발생하는 ‘우성유전’,  유전병을 유발하는 유전자를 부모에게 모두 물려받아야 발병하는 ‘열성유전’, 부모에게 유전자를 물려받지 않아도 환경적인 요인에 의한 유전자 돌연변이(유전병이 본인부터 시작) 등에 의해 이 병에 걸리게 된다.
김승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는 9일 “질병 유전의 유형은 유전자 정밀검사를 해봐야 알 수 있다”며 “일부에서는 워낙 증상이 경미해 부모가 된 후에도 자신이 이 병을 가지고 있는 줄 몰랐다가 자식에게 증상이 심하게 나타나 자신이 CMT임을 알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척수의 말초신경이 유전적인 영향으로 신경의 기능이 떨어져 손이나 발에 힘이 약해지고 감각이 무뎌진다”며 “증상이 심하면 마비가 올 수 있지만 심하지 않으면 평생 약간 발을 절거나 하는 정도로 살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 질환은 유전성을 띠므로 실제 이재현 회장 등 삼성가 주변에도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적잖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CJ그룹에 근무했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가 남성들이 이 질환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며 “모계로부터 유전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 질환은 세대에 걸쳐 뚜렷한 유전성을 띠는 상염색체 우성 유전질환으로 밝혀져 있다.
2010년 상반기 현재 샤르코-마리-투스 질환을 유발하는 유전자는 39종이 알려져 있다. 그 중 6종을 최병옥 이대 목동병원 신경과 교수가 새로 발견했다. 

발병 유형에 따라 신경 수초 이상과 관련이 있는 1형, 축색돌기이상과 관련이 있는 2형, 그리고 1형과 2형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3형 및 4형, X염색체와 관련된 X형으로 나뉜다. 1형이 가장 흔하며 전체 질환의 80%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X형’은 CMTX유전자가 관여하는 X형 유전 유형은 여자보다 남자에게서 흔히 발병하는 것으로 연구돼 있다. X형은 CMT 전체의 10~20%를 차지하며 X염색체와 연관돼 발병한다. 여자보다 남자의 증상이 심하지만 반드시 아버지에서 아들로 유전되는 것은 아니다.
최영철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교수는 “CMT는 약물치료와 비타민C 요법 등을 적용하지만 신경을 재생할 수 없기 때문에 근본적인 치료방법이 없다”며 “질환이 진행되면 다리 뿐 아니라 손가락 등 상지 부위에도 이상이 생긴다”고 말했다.

한편 CJ그룹 측에 따르면 이 회장은 신부전증까지 앓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신부전증은 신장기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몸 안에 노폐물이 쌓이고 신체의 여러 가지 기능이 제대로 수행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이 회장이 앓고 있는 만성신부전증과 관련해 주치의가 있는 서울대병원 측은 “이 회장의 신장기능이 정상 대비 10% 수준으로 떨어져있는 상태로 수술을 하려고 준비를 해놨던 상황”이라며 “검찰 수사로 수술 일정이 미뤄진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는 신부전증은 5단계 중 최악의 마지막 단계에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신장이 노폐물을 제대로 거르지 못해 요독증(尿毒症)을 보이고 있어 혈액투석이나 신장이식이 필요할 상황에 이르렀다는 게 CJ측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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