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속 내용을 까먹으면 건망증, 약속한 사실 조차 모르면 치매
박주홍 경희서울한의원 원장
평균수명이 늘어 빠르게 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대표적 노인질환인 치매가 환자, 가족, 사회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국내 치매환자는 2008년 42만명에서 2012년 52만명으로 4년새 10만명이나 증가했다. 65세 이상 노인 11명 중 1명꼴인 셈이다. 오는 2050년까지 매년 5만명의 환자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환자 수는 2020년 75만명, 2030년 113만명으로 예상되며, 2050년에는 212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치매는 노망이 아니라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발생하는 엄연한 질병이다. 건망증을 치매로 잘못 이해하는 경우가 있지만 몇가지 팁을 알면 구별이 그리 어렵지는 않다.
예컨대 자신이 한 약속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약속한 사실 자체를 전혀 생각해내지 못한다면 치매일 가능성이 높다. 이에 비해 일시적으로 잊어버렸다 해도 약속에 대한 힌트를 주면 다시 생각해낸다면 건망증일 가능성이 높다.
또 식사를 준비하는 경우 치매는 식사를 준비해야 한다는 기억 자체를 잃거나 평소에는 잘하던 요리과정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 반면 건망증은 조미료를 오인해서 잘못 넣더라도 바로 잘못을 인지하고 수정한다는 점에서 치매와 다르다.
하지만 치매 초기에는 심한 스트레스성 건망증이나 기억 감퇴와 구별하는 게 쉽지 않다. 평소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건망증이 심하거나, 건망증이 급격히 진행해 반복된다면 치매를 의심하고 치매전문병원을 찾는 게 바람직하다.
다양한 치매의 원인 중 뇌종양, 심각한 우울증, 갑상선질환, 약물 부작용, 영양문제 등은 일찍 발견해서 치료하면 회복될 수 있다. 치매의 원인 중 20~30% 정도를 차지하는 혈관성치매는 고혈압이나 당뇨병, 심장질환 등은 혈관성 위험인자의 관리와 적절한 치료제 사용으로 악화를 방지할 수 있다. 치매 원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알츠하이머병도 조기에 발견, 치료하면 인지기능의 저하를 더 늦출 수 있다.
박주홍 경희서울한의원 원장은 “치매는 초기에 발견해 예방하고 적절히 치료해야 완치 또는 치매 진행 억제를 기대할 수 있다”며 “심한 건망증이 반복되면 가벼운 증상으로 여기지 말고 전문병원에서 치매검사를 받는 게 좋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