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폐작가 작품활동 돕는 ‘로사이드’와 협력해 ‘아트링크’ 활동 … 병원 1층 로비에 작품 전시
전경자 할머니(왼쪽)가 자신의 초상화를 들고 화가 김태호 씨와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30도를 웃도는 때 아닌 무더위에 화가와 모델은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초상화 모델은 처음인 전경자 할머니(74)는 환자복을 벗고 예쁜 옷으로 갈아입었다. 립스틱도 예쁘게 바르고, 딸의 화장품도 잠시 빌렸다. 뇌졸중으로 몸 오른쪽 부분에 편마비가 나타나 오랜 시간 앉아있기 힘들었지만 화가만큼이나 집중력을 발휘했다.
화가 김태호 씨(27)도 한 곳만 뚫어져라 바라보며 분주히 마커 펜을 돌려댔다. 모델을 배려하기 위해 안부인사라도 건 낼법하지만 한곳에 집중하는 것도 버겁다. 그는 일반인과 약간 다른 아웃사이더 아티스트(자폐 작가)이기 때문이다.
서울시 북부병원은 비영리 예술단체 ‘로사이드’와 협력해 김 씨와 같은 아웃사이더 아티스트들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23일 밝혔다. 로사이드는 독자적으로 창작활동을 하는 사회적 소수자를 발굴, 이들의 작품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른바 ‘아트 링크’를 통해 로사이드의 아트서포터들이 아웃사이더 아티스트과 함께 작품 활동을 하며 세상과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
병원 측은 1층 로비 복도를 갤러리로 활용해 환자, 보호자, 지역주민이 로사이드 소속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작품들은 지난 1월 뉴욕에서 열린 ‘아웃사이더 아트 페어(Outsider Art Fair)’에 초청받아 전시될 만큼 수준이 높다.
병원 측은 매월 둘째주, 넷째주 목요일에 환자의 초상화를 그려주는 ‘함께 그리는 풍경’도 진행한다. 병원 직원들은 정기적인 후원활동을 통해 로사이드 아티스들이 세상과 소통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전경자 할머니는 “처음에는 힘든 투병생활에 지치고 주름도 많은 내 모습으로 모델을 할 수 있을까 많이 망설였다”며 “아주 특별한 작가가 독특한 스타일로 원래모습보다 예쁘게 그려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권용진 북부병원원장은 “아직까지 우리사회에는 작은 차이 때문에 차별받는 경우가 많이 있으며 세상과 소통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많다”며 “로사이드와 협력해 세상의 작은 편견을 깨는 데 일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적인 것과 약간의 ‘차이’가 일상적인 ‘다름’으로 인식되는 일이 더 이상 없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