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기 한방향으로만 통하는 특수밸브 삽입해 과팽창된 폐용적 줄여
이세원 호흡기내과 교수(왼쪽에서 두번째)가 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에게 일방향 밸브 폐용적축소술을 실시하고 있다.
‘일방향 밸브 폐용적축소술’이 만성폐쇄성폐질환(CODP)의 새로운 치료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상도·이세원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팀은 밸브 폐용적축소술로 CODP 환자의 호흡기능 및 운동능력을 개선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21일 밝혔다.
COPD는 흡연, 폐기종 등으로 폐가 망가져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숨이 차고, 최악의 경우 사망에 이르는 질환이다. 망가진 폐는 탄성을 잃어 축 늘어지게 되며 들어간 공기가 빠져 나오지 못해 과팽창된다. 밸브 폐용적축소술은 팽창된 폐 용적을 줄여 숨쉬기 편하게 하는 과정을 말한다.
이상도 교수팀은 극심한 호흡곤란을 겪고 있는 COPD 환자 7명에게 기관지내시경을 이용, 특수밸브를 삽입하는 일방향 밸브 폐용적축소술을 실시했다. 삽입된 밸브는 들이마신 공기를 한 방향으로만 통하게 해 폐로 유입되지 않게 하며, 대신 폐에 남아 있던 공기만 밖으로 빠져나가게 해 팽창된 폐기종 부위를 작게 만든다. 폐기종 부위가 작아지면서 산소와 이산화탄소 교환이 잘 이뤄지고 호흡도 원활해진다.
수술 결과 축 늘어졌던 폐는 줄어들었으며 기도가 넓어지고 횡경막 운동이 향상돼 호흡곤란이 개선됐다. 폐 기능은 약 두 배 향상됐으며, 6분간 최대한 많이 걸을 수 있는 거리는 1.2~4.6배 증가했다. 이에 따라 가벼운 일상생활조차 힘들었던 환자도 시술 후 산책, 머리감기, 양치질 등을 혼자 할 수 있게 됐다.
이상도(왼쪽)·이세원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이 교수팀은 환자의 폐 상태를 수술 전후로 나눠 폐기능 검사, X-레이, 6분간 보행검사 등을 통해 비교 분석했다. 폐기능 검사 결과 1초간 불어낼 수 있는 공기 양(FEV₁)은 최대 580㏄까지 증가해 수술 전보다 약 두 배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세계 최고 의과학 저널로 손꼽히는 ‘뉴잉글랜드 의학저널’(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NEJM)에 CODP환자가 약물치료를 받을 경우 FEV₁는 평균 50~100cc정도 향상된다고 기술된 것에 비하면 밸브 폐용적축소술의 폐기능 개선효과가 약물치료보다 훨씬 우수한 것으로 평가된다.
또 6분간 최대 보행거리는 수술 전 50m에서 수술 후 230m로 최대 4.6배 늘어났다. 시술 전 호흡곤란척도의 경우 시술 전 대부분 환자는 숨이 차 집 밖으로 나갈 수 없고 옷도 입을 수 없는 4점이었다. 그러나 시술 후 환자 두 명의 호흡곤란척도가 평지에서 서둘러 걷거나 언덕을 걸을 때 숨이 차는 정도인 1점으로 향상됐다.
이상도 교수팀은 작년 7월 정모 씨(57)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총 7명의 환자에게 밸브 폐용적축소술을 실시했다. 밸브 3개를 삽입하는 데 평균 1시간 정도 소요됐으며 환자는 3박4일 정도 입원치료를 받았다.
작년 12월 일방향 밸브 폐용적축소술을 통해 밸브 3개를 삽입한 장모 씨(67)는 “평지에서 단 20m만 걸어도 숨이 차 힘들었는데 지금은 150m 정도를 쉬지 않고 걸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독일 하이델베르그 의대에서는 COPD 환자를 대상으로 한 일방향 밸브 폐용적축소술이 주 2∼3건씩, 총 1000여건이나 이뤄졌다. 또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에서도 시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국내 40세 이상 성인의 COPD 유병률은 남성 19.6%, 여성 7.0% 정도로 높은 편이었으나 현재까지는 약물치료 등 보존적 치료 외에 해결방법이 없었다. 밸브 폐용적축소술은 CODP 환자의 치료 효과를 크게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이세원 교수는 “밸브 폐용적축소술은 호흡곤란이 있는 폐기종 환자 중에 폐용적이 커진 경우 또는 기흉으로 공기 노출이 지속되는 경우 실시된다”며 “다른 수술적 치료보다 합병증 발생확률이 매우 낮으며 적절한 환자에게 시행될 경우 폐기능 및 운동능력을 향상시킨다”고 설명했다.
이상도 교수는 “밸브 폐용적축소술은 CODP 환자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폐기종 등 CODP 질환의 정복을 앞당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이 시술은 안전성과 유효성을 인정받아 보건복지부로부터 신의료기술로 선정됐다. 이에 따라 더 많은 국내 COPD 환자들이 밸브 폐용적축소술을 받을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