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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사상체질의학·음식 전문 한의사
  • 정종호 기자
  • 등록 2013-05-13 10:50:27
  • 수정 2021-06-14 11:3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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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옻·쑥뜸으로 냉증 다스려 … 혀질환·암도 체열 부족의 관점에서 진단 치료

국내 사상체질의학과 체질별 음식에 대한 담론을 이끌고 있는 대표적인 한의사로 김달래 한의원 원장을 꼽을 수 있다. 이제마 선생이 창안한 사상의학이 발표된지 110년 밖에 지나지 않았고, 김 원장이 사상체질의학에 입문한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국내 한의사의 5%도 사상의학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30년이 채 안된 요즘에는 한의사의 약 4분의 1 이상이 사상체질이론을 수용하고 실제 임상에서 이용할 정도로 활성화돼 있다.

사상체질의학, 한의사 4분의 1이 수용 … 급성보다는 만성질환, 체질별 건강관리에 설득력

김 원장은 “사상의학은 급성적인 질환보다는 만성질환과 노인성질환을 다스리고, 선천적인 약점을 보강하는데 유용하다”며 “생활습관 개선과 음식조절에 대해 더욱 세밀하게 도움을 주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소음인과 소양인은 음식 섭생에 더 유의해야 하고, 태음인과 태양인은 생활습관의 변화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특히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자신의 체질이 무엇이고, 어떤 기관이 약하고 강한지 잘 알아야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달래 원장은 옻과 쑥뜸 등을 이용한 냉증치료과 혀질환 치료에 집중하고 있다. 한의학적으로 맥이 약한 사람은 냉증이 되기 쉽다. 냉증으로 전신이 차가운 사람도 있고, 신체 일부만 냉한 사람도 있다. 특히 여성들은 남성에 비해 근육량 및 활동량이 적기 때문에 열생산이 부족해서 냉증 환자가 많다. 전체 냉증 환자의 90% 정도가 여성이다.

김 원장은 “본래 맥이 약한 사람의 맥을 키우는데에는 옻을 투여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옻과 쑥뜸을 대부분의 냉증환자에게 적용하고 있다”며 “예컨대 냉증으로 인한 생리통을 옻과 쑥뜸으로 치료하면 기존 처방보다 치료효율이 3배 이상 높다”고 설명했다.

옻과 쑥뜸 처방으로 전신체온 올리면 맥 약한 냉증 환자 개선 … 서양인도 마찬가지임을 입증

김달래 한의원 원장이 자산의 한의원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그는 “1990년 초반에 아랫배가 차고 아픈 환자들은 공통적으로 맥이 약하다는 것을 이해하게 됐고, 환자의 맥에너지를 강약으로 나누고 각 체질별 특성에 따라 음식 및 한약을 달리 처방했더니 치료효과가 향상됐다”고 덧붙였다. 특히 2000년에 미국 로스엔젤레스 소재 한의대에 교환교수로 가서 백인들을 진료하면서 이런 사실이 백인여성들에게도 적용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이후 본격적으로 냉증환자 진료에 관심을 기울여 2010년에는 ‘냉증과 열증’, 2012년에는 ‘암은 냉증이다’라는 책을 펴내게 됐다. 최근에는 ‘체질별 항암식품 88’을 출간했다.

책쓰기 좋아하는 한의사 … 틈나는 대로 글쓰기 메모·    10만권 이상 팔린 책 다수

그는 이들 책 외에도 많은 한의학 관련 대중서와 전문서를 저술했다. 대부분은 체질과 음식에 관한 책들로 누구나 관심을 가질 만한 주제들이다. 어떤 음식이나 생약의 효능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체질의 사람이 먹어야 몸에 좋고 나쁜지 분별하는 게 훨씬 필요하다는 게 그의 견해다. 김 원장은 “칡뿌리는 콩과 식물이기 때문에 이소플라본이 풍부한데 체력이 약한 소음인 체질의 사람이 먹으면 오히려 몸에 부담이 주지만, 몸에 열이 많은 태음인 체질의 사람이 먹으면 갱년기 증상을 개선시키면서 다른 신체기능도 좋아질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사람은 별로 없다”며 “앞으로 이런 면을 지속적으로 대중에 홍보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가 쓴 책 중 ‘재미있는 체질이야기’,‘내 체질에 약이 되는 음식 222’, ‘냉증과 열증’, ‘암은 냉증이다’, ‘먹으면 약이 되는 음식보약 250가지’ 등은 대부분 10만부 이상 팔렸다.

한문 원저를 한글로 번역한 ‘명선록 상·중·하’(1998년), ‘중의체질학’(1999)는 혼신의 힘을 기울인 역서로 평가받고 있다. 번역에 수년간의 열정을 쏟은 것에 비해 판매량이 많진 않았지만 아직도 꾸준히 나가고 있는데 보람을 찾는다. 그는 사상체질의학의 창시자인 이제마 선생의 일대기를 그린 한의학소설 ‘태양인 이제마의 사상의학 상·하’ 등을 내기도 했다.

김달래 원장은 저술과 진료, 연구를 위해 매일 1시간 정도 글을 쓴다. 아침 산책을 다녀와서, 아침 진료 시작 전에, 진료를 마치고 퇴근에 앞서, 집에 돌아와서 환자들과의 대화에서 얻은 아이디어와 자신이 느낀 면을 글로 정리한다. 이런 밑글을 바탕으로 거의 매년 1권 이상의 책을 내고 있다. 의문나는 점이 있으면 한방 및 양방을 막론한 각 분야 전문가에게 진지하게 질문해 막힌 연관고리를 잘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공부한다.

다음은 김 원장과 나눈 일문일답

-한의대 입학 동기는.
“선천적으로 병약해서 초·중·고 내내 고생했기 때문에 스스로 건강을 찾아야 겠다는 생각으로 한의대에 입학하게 됐다.”

-한의학에 대한 철학이 있다면.
“한의학은 질병보다 사람 자체의 건강상태를 보전하고 증진하는데 우선점을 둔다. 건강한 사람은 병에 걸리더라도 해당 원인만 제거하면 되지만, 대부분의 환자는 몸상태의 부조화로 만성병·노인병·소아 허약체질질환·과로 및 정신적 스트레스성 질환 등이 오기 때문에 한의학적 치료가 매우 효과적이다.”

-김 원장의 품성을 보면 한의사하기에 적합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의사에 대한 직업관은.
“달래(達來)란 제 이름이 한글처럼 들리고, 느낌이 토속적이어서 한의사란 직업과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우리 집안의 돌림자가 ‘래’인데 태어난 날이 보름날이었기 때문에 달래란 이름이 지어졌다. 어릴 때에는 여자 이름 같다고 해서 놀림을 많이 받았으나 한의사를 하면서 이름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한의사란 직업이 나에게 참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 환자의 아픈 면을 어루만져 줄 수 있고, 스스로의 인성을 발전시키는데 상당한 도움을 받는다. 환자를 대하는 매순간이 자신을 성찰하는 계기가 되고, 나이를 먹어가면서 점점 환자들의 심리상태와 갈등구조의 문제점을 명석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됐으며, 해결책까지 제시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내 인성이 점점 너그러워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

김달래 한의원 원장이 여성 냉증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주로 찾아오는 환자들과 치료 후 반응은 어떤가.
“주로 산후풍이나 생리통을 포함한 냉증환자들이 찾아온다. 혀가 갈라지거나 아파서 잠을 이루지 못하는 혀질환 환자도 꽤 많다. 암환자들 가운데 식이요법과 냉증개선을 통해 면역력을 높이려는 환자도 차츰 늘어나고 있다. 진료할 때마다 체질처방과 쑥뜸, 복진, 맥진을 통해 과거에 비해 현재 상태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확인시켜준다. 이런 진료기법을 통해 환자들이 자신의 병증을 쉽게 이해하고, 의사와 환자간의 신뢰가 돈독해지며, 질병치유에 중요한 원동력을 얻는다.”

-다소 특이한 치료법을 많이 제시한 것으로 아는데.
“음성이나 말투로 사상체질을 진단하는 방법을 국내 최초로 고안해서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냉증은 손발 냉증에 국한시키지 않고 전신의 냉증으로 확대해서 바라보는 관점을 도입해 배꼽에 쑥뜸을 함으로써 체온을 올리는 치료법을 내놨다. 또 혀질환을 진단할 때 혀바탕의 색깔이나 설태를 관찰하는 데서 한발 더 나가 혀 바탕의 갈라짐과 치흔(이빨 자국)을 통해서 체력의 허약이나 면역력의 강약을 알 수 있음을 제시했다. 옻으로 어혈이나 종양을 개선하는데 그치지 않고 체온과 맥에너지를 올림으로써 면역력과 항암기능을 보강할 수 있음을 입증해 지속적으로 알리고 있다.”

-일반인이 잘못 알고 있는 건강상식 가운데 꼭 교정해주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건강비결을 너무 거창한 것으로만 인식해선 안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잠에 너무 인색하다. 아무리 돈 많고, 예쁘고, 권력이 많아도 잠을 못 자는 사람은 불행하다. 적어도 하루에 6시간 이상은 자야 한다. 그것도 일정한 시간에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 특히 몸이 약한 사람은 최소 7시간 이상 잠을 자야 건강해질 수 있다. 잠은 육체적 피로를 풀어주는 휴식의 차원을 넘어 정신적으로 행복감을 주고 우리 몸의 면역기능을 높여주는 신의 선물이다.”
 
-인삼·녹용 등 보약에 관한 맹신도 고쳐할 점이 있지 않나.
“인삼이나 홍삼은 우리나라 국민의 약 20%에게는 좋지만 나머지 80% 사람들에게는 오랫동안 써서는 안되는 약이다. 또 녹용은 맥이 약한 사람들에게는 상당한 효과가 있지만 맥이 너무 강한 사람들은 굳이 먹을 필요가 없다. 세상에 만병통치약은 없고, 누구에게나 다 좋은 약도 없다. 배가 부른데 음식을 더 먹으면 탈이 날 수밖에 없듯 약도 반드시 필요한 사람에게만 투여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인삼과 녹용도 필요한 사람에게는 약이 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겐 오히려 먹지 않느니만 못하다.”

-가뜩이나 한의원 경기도 좋지 않은데 지난해 1월 무모하게 한의원을 개원했다. 경희대 교수 자리를 박차고 나간 것에 다들 궁금해한다.
“1991년 상지대 한의대 조교수로 임명받으면서 학교에서 정년퇴직하지는 않겠다고 다짐했다. 당시에도 새로운 목표에 계속 도전해보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상지대에서 경희대 교수로 옮기게 된 것은 단지 모교이고, 서울에 가깝고, 인지도가 높아서만은 아니었다. 내가 15년간 상지대에서 해 온 사상의학 임상이 보편적이고 타당한 것인지 경희대 선후배 교수들과 함께 검증하고 싶었다. 왜냐하면 경희대에는 이미 다섯 명의 사상의학 전임교수가 있었기 때문에 혹여 내가 상지대에서 시행하는 진단 및 치료 방식이 틀렸는지 맞았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별다른 문제점은 없었다. 그래서 더 자신감이 붙었다. 교수직을 맡은 지 만 20년이 넘어서자 나만의 개성있는 방식으로 환자를 진료하고 싶어 한의원을 열었다. 많은 사람들의 우려와 달리 많은 환자들이 찾아오고 정성과 시간을 더 들여 환자를 치료할 수 있게 돼 기쁘다.”

-최근 출근 전에 사진찍기를 취미로 붙였는데 삶에 어떤 활력을 느끼고 있는가.
“주로 꽃, 풀, 새의 모습을 렌즈에 담고 있다. 이 과정을 통해 사물의 상세한 면을 관찰할 수 있게 됐고, 계절의 흐름이나 생로병사에 대한 관심이 깊어졌다. 또 혀질환으로 내원하는 모든 환자들의 혀를 카메라로 촬영하면서 치료 후 변화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서 환자들과 친밀도가 높아지고 있다.”

-향후 계획은.
“사상체질에서 바라본 체온건강학을 더 열심히 연구해서 냉증환자들의 건강회복을 위해 기여하고 싶다. 또 혀질환 환자들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도록 체질에 따른 사상처방을 더 깊게 연구할 생각이다.”

-한의학 발전을 위해 아쉬운 점과 나아갈 길을 제시한다면.
“한의학 발전의 최우선과제는 처방한약의 의료보험 적용이다. 중국의 광저우한방병원에 가보면 하루에 한약재가 3000㎏이나 처방된다. 처방한약이 의료보험화돼 한약 가격이 양약 가격의 3분의 1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머지 않아 그렇게 될 것이고, 커다란 발전이 이뤄질 것이다. 가까운 대만이나 일본도 한약의 의료보험 적용이 한의학 발전의 토대가 된 것을 보면 한의학의 나아갈 길은 한약의 제도권 진입이다.”

김달래(金達來) 한의원 원장 프로필
 
1986년 경희대 한의대 졸업
1988년 경희대 한의학 석사
1991년 경희대 한의학 박사
1991~2006년 상지대 한의대 교수 
2000년 사상체질과 전문의 취득
2001~2003년 상지대 한의대학 학장
2003~2005년 사상체질의학회 회장
2006~2011년 경희대 한의대 교수
2009~2011년 대한한의학회 부회장, 강동경희병원 한방병원 부원장
현재 사상체질의학회 이사, 김달래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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