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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엔 담배를 꼭 끊어야 하는 이유
  • 정종호 헬스오 편집국장
  • 등록 2013-01-15 15:42:08
  • 수정 2021-07-20 20:4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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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르시스트나 에고이스트는 자기 결심만으로 담배를 끊는다

새해에는 더욱 흡연가를 옥죄는 규제가 심해진다. 담뱃갑에 경고그림이 붙고, 흡연금지구역이 늘어나며, 담뱃값도 인상될 조짐이다. 회사에서는 흡연자에게 인사상의 불이익을 취할 태세다. 이제 담뱃값 말고도 흡연실 이용 비용까지 준비해서 다녀야 할 판이다. 이래도 담배를 계속해서 피고 싶을까.

우선 이르면 오는 4월부터 담뱃갑에 죽음을 의미하는 ‘해골바가지’나 ‘니코틴에 찌든 폐 사진’ 등 혐오스런 그림이 붙는다. 답뱃갑 50%이상 면적의 3분의 2는 흡연 경고 그림을, 3분의 1은 경고 문구가 들어가게 된다.


새누리당 안홍준 의원은 공공기관 청사 흡연실을 옥외에 설치토록 하는 건강증진법 개정안을 최근 대표발의했다. 지난해 12월 8일부터 150㎡(약 45평) 이상 모든 음식점과 커피숍, 술집 등은 금연구역으로 지정된데 이은 더 압박적인 조치다. 통상 이런 조치가 내려오면 매출이 15~20% 줄어든다는 게 우리나라보다 앞서 시행한 나라의 통계다. 45평 이상 규모의 음식이나 술집을 운영할 정도면 그보다 못한 자영업자보다는 형편이 나으니 ‘경제민주화’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매출이 좀 줄어도 괜찮을까. 하지만 룸살롱과 단란주점 카바레 노래방 등은 예외다. 더 많이 마시고 흡연하고 즐기고 더 세금 내라는 얘기인 듯하다.

흡연을 계속하면 승진에서 누락시킨다고 엄포를 놓는 기업들이 많다. 주로 잘 나가는 대기업이다. 중소기업에서 이런 말하면 사장이 다치기 쉽다. 필자가 금연에 성공하면 50만원을 지급한다고 해도 우리 직원은 콧방귀도 안 뀐다. 스트레스가 심한데 담배 피는 낙도 없으면 어떻게 사느냐는 반응이다. 대기업은 다들 그렇게 금연을 추진한다고 하니 “실제로 알아보면 대기업 사원들도 몰래 몰래 회사 밖에서, 근무시간에 틈을 내어 다 알아서 피고 온다”는 답이 돌아온다. 대기업만한 대우를 못해주니, 또 내가 그들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장본인이니 기가 꺾여 더 이상 할말이 없어진다.

서울 강남대로가 지난해 6월부터 금연거리로 지정된 가운데, 7개월간 적발된 흡연자는 5616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하루 27명꼴이다. 같은 강남대로라도 강남구가 관할하는 지역에서 적발되면 10만원, 서초구는 5만원을 부과하고 있다. 참으로 복불복(福不福)이다.


일본 도쿄에는 담배 1개비를 피우는데 50엔(593원)이 유료 흡연소가 지난해 8월 등장했고, 국내서도 이를 본따 유료 흡연방을 개설하려는 사업자들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길거리에 들어서는 유료 흡연방은 최소 설치비와 임대료 등 3000만원이 들어 수지타산이 맞을지 궁금해하고 있다.

 
게다가 담뱃값도 더 오를 전망이다. 수년간 담뱃값이 많이 올랐지만 한국은 갑당 2달러 수준으로 호주 17달러, 캐나다 10달러에 비해 현저히 낮다. 이 때문에 담뱃값을 배로 올리면 흡연으로 사망하는 인구의 20%를 죽음에서 구원할 수 있고 세수도 많이 걷혀 복지국가 건설에 재원이 된다는 주장이 나온다. 담배-돈-건강, 분리할 수 없고 서로 물리고 물리는 함수관계에 있다.

상황이 이 정도면 담배를 끊을만한데 아직도 담배를 끊지 않는 독한 사람들이 많다. 골초들은 “담배를 끊을 정도로 독한 사람과는 상종을 말아야 한다”고 변명하지만 담배가 서서히 자신의 생명을 갉아먹고 있다는 사실은 애써 외면한다. 그래서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담배 피우는 사람들이야말로 진짜 독하다.

 
술은 안하고 담배만 피우는 사람에게는 뭔가 공통된 점이 있다. 마음이 단선적이고, 외골수이며, 의외로 속이 여리다. 남에게 싫은 말 못하고 모진 소리 하기 싫어한다. 담배는 못하고 술만 먹는 사람들이 분위기 자체를 좋아하고, 내면의 외골수를 술로 풀어버리려하며, 술자리 전후에 마음의 변화무쌍함을 즐기는 것과 조금 차이가 난다.

이런 기저 심리 외에도 담배를 끊지 못하게 하는 이유로 지목된게 담배 첨가제다. 2008년에 진행된 담배 유해성 관련 소송에서 니코틴의 중독성을 높이는 첨가제가 논란이 됐다. 진정 흡연자의 의지대로 담배를 끊지 못하는 숨겨진 비밀이 담배 첨가제에 있었을까.

 
당시 원고측 배금자 변호사는 피고측 KT&G를 대상으로 한 변론에서 “담배에는 600여종의 첨가물이 들어 있고 각종 원료는 나노기술 및 합성소재가 반영돼 니코틴의 빠른 흡수를 돕고, 니코틴의 중독성을 높이며, 담배연기가 인체 깊숙이 흡수되게 하고, 직·간접 흡연자가 담배연기 냄새를 맡을 수 없게 하는 마취효과를 발휘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배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담배공정에 첨가되는 CYP2A6이라는 화학물질은 혈류 속 니코틴 분해속도를 늦추고 혈액 속 니코틴 수치를 높게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고 몰아붙였다. 


이에 대해 KT&G 측은 “첨가물은 단순히 담배의 맛과 향을 좋게 하기 위한 것으로, 공정을 거친 담배는 잎담배 일부와의 비례배합으로 최종적 원료가공이 완성된다”며 “담배 제조과정 현장검증은 회사의 영업기밀을 공개하라는 부당한 요구”라고 반박했다.


담배 첨가물이 니코틴중독을 심화시키고, 담배에 대한 환상을 올린다는 주장이 확고하게 입증된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담배생산 금지론자들은 이를 두둔하고 있다.

최근 KBS 개그콘서트 ‘현대 레알사전’코너에 이런 우스갯말이 나왔다. ‘새해다짐에서 금연이란?’ 물음표에 ‘담배 끊어야지 하면서 전자담배 피는 것’이란 정의가 내려졌다. 아닌게 아니라 새해에는 전자담배의 매출이 쑥쑥 올라간다. 보통 1월에는 연평균보다 매출이 30%(최소 20%, 최대 50%) 가량 올라간다고 한다. 그러다가 연중 하반기로 접어 들어갈수록 매출이 감소한다.


담배도 1월 들어서는 매출이 감소하다가 3월에 접어들면 예전 수준으로 접어든다. 그래서 금연 관련 상품, 외국어학원, 헬스클럽 등 새해 들어 열심히 금연, 영어공부, 운동을 실천하겠다고 다짐해놓고 포기하는 바람에 돈을 버는 사업을 ‘결심산업’이라고 부른다.


전자담배는 그 종류가 무수하지만 가장 흔한 게 액상 니코틴을 기체 상태로 흡입하는 것이다. 결국 담배연기가 나지 않고, 담배 필 때의 해로움(니코틴 외의 성분이 없기 때문)과 정취를 덜 느낄 뿐 니코틴의 해악에서 벗어나긴 어렵다.

우리나라는 담배에서 더 많은 세수를 걷기 위해 담뱃값을 혁명적으로 올리지 않고 있다. 청소년이나 빈곤층은 담뱃값을 지금의 두배로 올리면 담배를 입에 대기 어렵다. 정부는 대신 금연에 필요한 인프라를 많이 깔고 있다. 보건소에서 금연보조제(패취)를 무료로 나눠주고 원하면 전화상담을 통해 금연의지를 북돋을 수 있다. 이런 나라는 아직 한국밖에 없다고 한다. 병 많이 주고 약은 조금 주는 처사인가.

담배는 니코틴중독이므로 마약중독처럼 다뤄야 하고 전문가의 반드시 도움이 필요한가. 아니면 나약한 자아가 담배에 의지하는 습관에 불과하기 때문에 전문가 없이도 독한 마음만으로 끊을 수 있는가. 개인차가 분명이 있는 것 같다. 뇌내 니코틴에 반응하는 수용체의 개인차도 있고, 니코틴 공급이 끊기면 금세 불안 우울 짜증 안절부절못함 불면증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차이도 분명 다르다. 그런데 자기애가 강한 나르시스트나 에고이스트 등은 분명히 결심만으로 담배를 끊는 경우를 많이 봤다.

그들의 기저에는 이런 생각이 깔려 있을 것이다. 담배를 끊으면 사랑하는 가족과 건강하게 더 오래 이 지상에서의 아름다운 삶을 즐길 수 있다. 이는 ‘변경 불가’의 진실이다. 금연 후 수시간만 지나면 혈액이 맑아지고 머리가 명석해지며 2년만 금연하면 전혀 피우지 않은 사람과 똑같은 신체 상태로 돌아오게 된다. 물론 누적된 폐암의 잠재적 위험성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지만…


지난해 가을 서울대 여대생이 담배 피우며 이별을 고한 전 남자친구를 ‘담배 성폭력’이라고 학생회에 제소한 일이 있었다. 그동안 술 먹을 때만 ‘성희롱’ 위험이 높아가는 줄 알았지, 담배를 피울 때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었나. 이래 저래 위험한 담배, 올해엔 확 끊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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