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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세포치료제 상용화 서두르다 졸속 기술로 국제불신?
  • 정종호 기자
  • 등록 2013-01-15 03:20:59
  • 수정 2013-01-27 13:2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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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앤엘바이오 사태로 본 국내 줄기세포치료제 실상과 문제점

알앤엘바이오의 무단 해외원정 줄기세포치료로 줄기세포 치료제 전반에 대한 의구심이 높아지고 있다. 우선 보건복지부가 이례적으로 알앤엘바이오에 대해 강한 경고장을 날렸다. 복지부는 지난 9일 줄기세포 치료제에 대한 지나친 기대심을 갖지 말라며 “해외 의료기관을 통한 시술과정에서 감염 등 문제가 발생하면 적절한 보상이나 의료적 지원을 받기 어려워 환자에 대한 보호장치가 매우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복지부는 또 돈가스 업체 사장을 내세워 “줄기세포 시술 효능이 좋은데 왜 정부에서 이 좋은 치료를 빨리 허용하지 않느냐”는 식의 광고를 주요 일간지에 게재한 알앤엘바이오를 의료법 및 약사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복지부가 경고한 줄기세포 해외원정 치료시 주의사항

뇌졸중 후유증을 앓은 남편을 위해 3차례나 중국에서 줄기세포치료를 받아 효과를 얻었다고 증언하는 어느 아내의 증언 모습. 모 케이블 방송 출연 내용 캡처 화면.

우선 치료용 줄기세포는 인체내에서 자연 증식된 일반 세포와 달리 몸 밖에서 인위적으로 배양한 다음 다시 체내에 투여하기 때문에 세포의 변형이나 종양 등이 발생하지 않는지 임상시험을 통해 반드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는 자기 몸에서 추출한 자가 줄기세포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체내의 환경과 실험실·병원과 같은 몸 밖에서 세포를 증식시키는 환경이 서로 다를 수 있고, 추출된 인체 부위와 추출후 배양돼 투여되는 인체 부위가 서로 달라 이상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성 등 다양한 위해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줄기세포를 치료 등에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몸에서 추출하였는지 여부보다는 위생적인 환경에서 세포를 적정하게 배양해 개별 질환에 효과가 있도록 제조, 투여하는 게 관건이다.

임상시험를 승인받아 시험이 진행 중인 의약품은 원칙적으로 무상으로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알앤엘바이오처럼 국내 환자를 모아 중국, 일본, 미국으로 보내 현지 병원에서 유상으로 치료하는 것은 국내법의 취지상 불법에 가깝다. 하지만 알앤엘바이오는 내국인이 외국으로 나가 치료받을 경우 내국인을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허점을 파고 들어 수천명의 환자를 외국에 보낸 것으로 추산된다.
보건복지부가 2011년 1월초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7~2010년에 알앤엘바이오는 환자 8000여명에게 1인당 1000만~3000만원을 받고 지방줄기세포를 채취·배양·주사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 중 표본으로 잡힌 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명은 국내 의료기관에서, 27명은 국내법이 적용되지 않는 중국과 일본의 의료기관에서 시술받았으며, 나머지 20명은 응답하지 않았다.
보건당국은 현재 이같은 맹점을 보완하기 위해 내국인 환자가 외국에 나가 치료할 경우 국내서 이뤄지는 환자 유인·알선 행위를 구체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 법안을 준비 중이다.

알앤엘바이오, 일본과 미국에서 어떻게 치료했나

이 회사의 불법적 줄기세포 치료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알앤엘바이오가 매달 500여명의 환자를 후쿠오카시 하카타구의 ‘신주쿠클리닉 하카타원’에서 자가 지방줄기세포 시술을 받도록 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일본 바이오업계에 정통한 한 국내 소식통은 “후쿠오카시 하카타역 앞에 도쿄 신주쿠클리닉의 분원격인 하카타원이 설립돼 있는데 본래 이 클리닉의 원장은 피부과 전문의로서 알앤엘바이오 측에서 한국인 환자를 후쿠오카로 데리고 올 때마다 일정한 수수료를 받고 줄기세포 추출액 주사를 놔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알앤엘바이오 측은 교토에 지방줄기세포를 채취·배양·주사하는 시설을 마련해놓고 추출한 줄기세포치료제를 냉장 운송에 후카오카 등에 항공기 또는 신칸센 열차를 통해 운송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알앤엘바이오는 현재 관세 포탈, 미국 셀텍스테라퓨틱스와 위장거래 의혹, 줄기세포 밀반출 혐의로 검찰·관세청 등의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셀텍스는 알앤엘바이오가 출자한 미국내 관계사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셀텍스는 미국에서 신약허가는 물론 임상시험계획을 승인받지 않은데다가 우수의약품제조관리기준(GMP) 시설도 갖추지 않은 곳에서 줄기세포치료제를 추출해 지난해 9월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경고서한을 받은 것으로 보도됐다.
국내 바이오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은 주(州)마다 법이 달라 줄기세포치료제의 경우 일본처럼 의사들의 진료행위(시술)로 보는 주도 있고, 한국처럼 의약품(신약)으로 간주하는 주도 있고, 아예 아무런 가이드라인도 없는 주가 있다”며 “이런 상황이었으니까 시정명령(경고서한)을 내린 것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관련자들이 쇠고랑을 찼을 것(구속감)”이라고 말했다.

국내서 시판허가된 3가지 줄기세포 치료제는 완벽한가

보건당국의 관계자들은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로 3가지 줄기세포 치료제를 개발한, 이 분야의 선도국가”라며 “이번 알앤엘바이오 사태로 이미 허가받은 치료제(3종)의 신뢰마저 다른 나라에서 의심받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허가된 3종의 줄기세포 치료제도 효과가 확고한 것은 아니며 용도가 극히 제한적이다.

2011년 7월 국내 최초로 허가된 줄기세포치료제인 에프씨비파미셀은 ‘하티셀그램-AMI’은 심근경색 환자의 골수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분리, 약4주간 체외에서 배양한 뒤 주사제로 만들어 손상된 심장혈관에 직접 투여하는 방식으로 허가됐다. 그러나 이 치료제는 모든 심근경색 환자에게 투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식약청이 승인한 치료 적응증은 ‘가슴통증이 나타난 후 72시간 이내에 관상동맥성형술(스텐트삽입술)을 시행해 막힌 혈관이 재개통된 심근경색 환자의 좌심실 구혈률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즉 응급으로 갑자기 심근(심장을 둘러싼 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막힌 경우에는 쓰지 못하고 1차 처치후 혈관이 재개통된 경우에 더 많은 혈액을 보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보조치료제’ 정도로 볼 수 있는 셈이다. 게다가 이 줄기세포치료제를 사용하려면 시술 4주전에 환자의 동의를 얻어 미리 골수에서 줄기세포를 채취해 배양해야 하기 때문에 응급치료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다만 관상동맥성형술을 하다보면 주변의 심장근육이나 혈관이 손상돼 심장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관상동맥에 줄기세포치료제를 주사함으로써 세포의 재생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이 회사의 주장이다.

메디포스트는 타인(신생아)의 제대혈(탯줄) 유래 성체줄기세포로 관절연골 재생치료제인 ‘카티스템’을 만들어 2012년 1월 두번째 국산 줄기세포치료제로 허가받았다. 신생아 탯줄에서 유래된 세포라 노화가 덜 됐고 품질이 일정한 게 장점이다. 또 퇴행성·외상성 무릎관절연골 손상에 나이 제한 없이 쓸 수 있다.
카티스템은 제대혈 추출 줄기세포에 하이드로겔(히알우론산)를 혼합한 젤 상태로 다소 점도가 높아 시멘트를 바르는 느낌으로 환부에 주입한다. 주사용 유리용기에 1.5㏄의 줄기세포액이 담겨져 있으며 보통 한두 병을 쓰게 된다. 연골재생 능력이 매우 떨어지는 고령에 시술해도 효과가 우수하다. 입원 기간은 2~3일 정도로 퇴원하면 바로 일상생활을 할 수 있지만 수술 후 2~3개월간 목발을 사용하는 게 좋다.
하지만 카티스템을 환부에 주입하려면 무릎관절 부위를 2~5㎝가량 넓게 절개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제대혈을 이용한데다 혈관이 거의 없는 연골의 특성상 면역거부반응을 거의 일으키지 않지만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메디포스트 측은 카티스템은 미세천공술보다 연골재생률이 높다는 입장이지만 실제 치료 현장에서는 노화로 인한 연골연화증 초기에만 효과적이고, 이미 상당히 진행된 퇴행성 무릎관절염에는 효과가 별로 없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안트로젠의 ‘큐피스템’은 2012년 1월 크론병에 의한 항문 누공(치루) 치료제로 허가됐다. 이 또한 쓰임새가 매우 제한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줄기세포 전문가는 “이미 허가된 3가지 줄기세포치료제 모두 전반적인 치료효과가 있긴 하지만 실제 환자에게는 극히 제한된 상황에서 매우 한정적인 효과를 낸다”며 “전부 추적관찰을 통해 약효를 재평가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시판승인 여부나 적응증이 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황우석 바람으로 줄기세포 연구 붐이 일면서 많은 의대 교수들이 줄기세포를 이용해 동물과 사람을 대상으로 승인 또는 미승인 임상연구를 한 결과 동물에서는 드라마틱한 결과를 나타냈지만 사람에서는 지엽적인(marginal) 효과에 그쳐 실망에 그친 적이 많았다”며 “이는 동물모델에서는 인위적으로 뇌·척수를 손상시켜 질병을 만들지만 사람은 장구한 세월에 걸쳐 몸이 노화·퇴행돼 질병이 발생하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우리 보건당국이 줄기세포 치료제 상용화를 앞당기기 위해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좋지만 얕은 기술로, 시장성도 없는 줄기세포 치료제를 졸속으로 허가하는 것은 환자에게는 큰 실망감을 안겨주고, 주식시장에서는 바이오벤처기업 대주주의 배만 불리고 소액 개인투자자는 돈을 털리는 결과를 낳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제적 신뢰가 깨지면 우리 바이오기술이 도매금으로 저평가될 수 있다는 우려다.

“제도가 기술을 못따라 간다” VS “근시안적 시각으로 대어 놓친다”

알앤엘바이오 관계자는 이같은 논란과 관련, “제도가 기술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난치병에 시달리는 환자는 넘치고, 줄기세포치료를 실제로 받아보면 호전된 환자가 헤아릴 수 없이 많은데 이를 법적 규정만 따지고 들어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 사정에 밝은 한 바이오업계 전문가는 “알앤엘바이오 사태 이후 줄기세포치료에 대한 불신이 커져 일본으로 원정 치료를 받으러 가려는 문의가 확 줄었다”며 “일본은 정부와 바이오업계가 의기투합해 줄기세포 연구를 통해 과거 전자산업의 부흥을 되찾으려 하는데 경쟁국인 한국이 알앤엘바이오 사태로 내홍을 겪는 것을 은근히 즐기는 눈치”라고 전했다. 일본은 지난해 야마나카 신야(山中伸彌·51) 교토대 교수가 유도만능줄기세포(iPS) 연구로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것을 계기로 선두분야가 되겠다는 의지를 더욱 단단히 다지고 있다.

국내 바이오업계는 줄기세포연구를 신 성장동력으로 삼어 산업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정관계 요로를 설득해왔다. 실제로 일부 국회의원은 안전성이나 유효성을 확증하는데 필요한 임상시험을 면제하면서 일단 시판허가를 내준 후 사후검증 후 재인가하자는 법안을 내놓기도 했다. 그 결과 한국은 아직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한 건도 승인되지 않은 줄기세포치료제를 3건이나 시판 승인하는 국가가 됐다.
하지만 바이오업계 일각에서는 마당발이며 친화력이 좋은 라정찬 알앤엘바이오 회장의 설득 논리에 국회나 보건당국이 너무 쉽게 넘어가지 않았느냐는 시각이다. 식약청은 2011년 1월에 알앤엘바이오 주식을 보유한 식약청 공무원 3명에 대해 자체조사한 결과 이들이 임상허가 등 의약품 등 의약품 관련 부서에 근무한 경력이 없어 직무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알앤엘의 해외원정 치료가 엄정하게 제지되지 않은 것으로 미뤄볼 때 깔끔한 관계정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결국 깊은 기술로 시장성 높은 줄기세포치료제를 개발해야 ‘황우석 트라우마’도 털어내고, 세계시장에서 대어를 낚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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