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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 이영탁·전은석 교수팀,인공심장 이식수술 국내 첫 성공
  • 정종호 기자
  • 등록 2013-01-10 17:50:47
  • 수정 2013-01-12 23:4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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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장 이식 어렵거나 당장 급한 말기 심부전 환자에게 ‘희소식’

삼성서울병원은 국내 처음으로 미국산 ‘3세대’ 인공심장인 ‘하트메이트Ⅱ(heartmateⅡ)’를 이식하는데 성공했다고 10일 밝혔다. 이 병원은 이영탁·전은석 심장혈관센터 교수팀이 대동맥 판막질환으로 말기 심부전증을 앓던 배정수 환자(75)에게 지난해 8월 17일 미국산 인공 보조심장(좌심실 보조장치.LVAD)을 이식하는 임상시험을 시행해 현재까지 건강하게 생존해 있다고 10일 밝혔다.
배 씨는 수술전에 몇걸음 걷는 것조차 힘들었으나 지금은 계단 100개를 오르내려도 괜찮을 정도로 상태가 호전됐다. 그는 수술후 4개월여인 지난해 12월 31일 걸어서 집으로 퇴근했고, 지난 9일에도 정기검진 차 병원을 걸어서 재방문했다.

국내 처음으로 3세대 인공심장인 ‘하트메이트Ⅱ(heartmateⅡ)’를 이식한 배정수 환자가 건강한 모습으로 삼성서울병원 병동을 걸어가고 있다.

수술은 미국에서 사전 수술교육을 받은 이영탁 흉부외과 교수의 집도 아래 11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이식된 인공심장은 미국 소라텍(thoratec)에서 만든 것으로 가격만 1억1000만원(진료비·수술비 제외)에 달하고 2010년 딕 체니 미국 전 부통령이 이식받아 주목받았다.
인공심장 이식수술은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이미 보편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하트메이트Ⅱ는 2008년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 이후 현재까지 1만3000여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수술을 받았으며, 현재도 연간 1000건 이상 수술이 시행돼 심장이식을 대체할 수 있는 치료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국내에는 그동안 시행되지 않다가 이번에 임상시험을 통해 세번째로 이뤄졌다.

인공심장 이식은 이미 2000년 7월 장병철 세브란스병원 심장혈관외과 교수팀이 심부전 환자를 대상으로 국내 첫 인공 보조심장 이식에 성공한 바 있다. 이 당시 사용했던 기기는 삼성서울병원이 이번에 사용한 ‘하트메이트Ⅱ’의 바로 전단계 모델인 ‘하트메이트Ⅰ’이다. 장 교수가 이식수술을 했던 환자는 당시 65세로 수술 1년반 후 인공보조심장을 빼내고 다른 사람의 심장을 이식해 현재까지 건강하게 생존해 있다. 이 환자는 부산에서 심장장애인협회를 창설해 회장을 지냈고 지난달에도 정기검진 차 세브란스병원을 방문, ‘심장병환우 후원의 밤’ 행사에 참여해 건강을 과시했다.

선경 고려대 안암병원 흉부외과 교수팀도 2001년 당시 48세 남성 말기신부전 환자에게 인공심장을 이식해 성공했다. 환자는 인공심장 이식 후 신부전이 사라지는 등 심장기능이 개선되는 효과를 보였지만 간경화 합병증으로 이식 2주일 만에 사망했다. 당시 이식했던 인공심장은 서울대 의공학과 민병구 교수팀과 공동 개발한 것으로 ‘이식형 양심보조장치(AnyVAD)’였다. 이 장치는 세계 최초로 심장 양쪽에 있는 좌우 심실기능을 모두 갖춘 인공심장으로 세계 의료계의 주목을 받았다.

3세대 인공심장 ‘하트메이트Ⅱ(heartmateⅡ)’의 구성 모식도

인공보조심장은 원래 좌심실 보조장치(LVAD)와 우심실 보조장치(RVAD)를 모두 갖춰야 완벽한 형태이지만, 현재까지 주로 이식되는 제품은 심장의 좌심실 기능만 대신하는 수준이다. 세대별로 1세대 인공 보조심장이 몸 바깥에 장착하는 형태였다면, 2세대와 3세대는 몸 안에서 삽입하는 방식이다. 2세대가 피를 피스톤처럼 뿜어내는 ‘박동형’이라면 이번에 사용된 하트메이트Ⅱ는 양수기처럼 피를 끌어다가 대동맥에 흘려주는 ‘비박동형’ 장치다.

삼성서울병원이 사용한 하트메이트Ⅱ는 비디오테이프 크기의 휴대형 리튬이온배터리로 작동되는데, 환자는 이 배터리를 늘 몸에 부착하고 다녀야 한다. 삼성서울병원 측은 식약청에서 승인받은 임상시험 계획에 따라 배씨 외에 앞으로 2명의 환자에게 인공 보조심장을 더 이식할 계획이다.  이번 임상시험은 인공보조심장 이식 후 1년이상 장기 생존 여부를 봐야 하기 때문에 아직 성공 여부를 단언하기는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하트메이트Ⅰ은 사람의 심장을 이식받기 전 대기하는 기간 동안 착용하는 인공심장의 차원이었으나 하트메이트Ⅱ 심장이식을 대체하는, 사람의 장기를 대신할 수 있는 실질적인 인공장기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다르다”며 “장기간의 관찰없이 시술에 성공했다고 판단하기는 힘들지만, 몸에 맞게 소형화된 3세대 비박동형 제품으로 국내에서 4개월여를 생존시켰다는 점은 나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심장이식 현황과 인공심장이식 필요성

장기이식관리센터(KONOS)가 펴낸 2011 장기이식 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심장이식 대기환자는 257명이었다. 반면 2012년  국내에서 이뤄진 심장이식 수술은 98건에 불과했다. 전체 심장이식 대기 환자 중 3분의 1만이 심장이식을 받을 정도로 기증한 심장이 절대 부족하다.
심장이식만 기다리기에는 환자나 보호자 모두 감내해야 할 고통은 크고 참아야 할 시간은 너무 길다. 삼성서울병원이 인공심장 이식수술을 결행한 것도 이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인공심장 분야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데 반해 우리나라는 여전히 불모지에 가까워 이런 현실을 극복해 내겠다는 의학적 열망도 한 몫 더했다.
이영탁·전은석 교수는 인공심장이식은 의학적 관점에서 두 가지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젊은 층의 경우 심장이식을 받기까지 대기기간이 오래 걸려 그 사이 생명연장을 위한 중간 단계 역할을 하고, 고령이거나 이식수술이 힘든 상황 등의 이유로 심장이식을 받지 못하는 환자에게는 최종 수술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외국에서 현재 사용 중인 인공심장 장치는 2005년 첫 수술 후 현재까지 최장 7년 생존자가 보고되고 있으며, 수술 건수는 해마다 증가하여 연간 1000례를 상회하고 있는데, 이는 연간 심장이식 3,000례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삼성서울병원은 2012년 초 식약청에서 3차례의 수술을 허가 받았으며, 향후 이뤄질 2건의 이식수술도 임상연구 및 국민보건 향상 차원에서 전액 무료로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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