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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크루드 아성에 ‘창’ 들이댄 비리어드, 승자는 누구?
  • 정종호·정기욱 기자
  • 등록 2013-01-07 18:00:15
  • 수정 2013-01-15 16: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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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200억원대 B형간염 시장서 1500억원 독식한 ‘바라크루드’… 새해 ‘비리어드’ 매서운 공세 예고

국내 만성 B형간염 치료제 시장에서 독주하고 있는 ‘바라크루드’에게 ‘비리어드’가 창(矛)을 들었다. 길리어드사이언스에서 출시된 B형간염 치료제인 비리어드(성분명 테노포비어, tenofovir)는 지난해 12월부터 국내에 본격 출시되면서 한국BMS제약의 바라크루드(성분명 엔테카비어, entecavir)에 비해 저렴한 가격과 내성률 ‘0%’를 내세우면서 바라크루드의 아성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국내 주요 B형간염 치료제 시장점유율

이에 국내 B형간염 치료제 시장에서 5년 동안 자리를 굳건히 지켜온 바라크루드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지만, 바라크루드 역시 ‘방패(盾)’를 들어 1위 자리를 굳히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바라크루드는 지난해 2200억원대로 예상되는 국내 B형간염 치료제 시장에서 1500억원이 넘는 가까운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만성 B형간염 진료환자는 지난달 13일 발표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조사 자료에 따르면 2009년 35만5784명, 2010년 35만3986명, 2011년 37만9234명으로 소폭 증가하는 추세다.

바라크루드- 국내서 5년간 시장 독주 VS 비리어드- 유럽·북미 등 ‘세계 처방량 1위’ 제품

비리어드는 6년간의 임상시험 결과 내성률 ‘0%’가 나온 사실과 만성 B형 간염 치료시 지속적인 바이러스 억제효과가 있어 ‘안전’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 약은 에이즈 적응증도 갖고 있어 2001년 이후 해외에서 에이즈 치료제로 10년 이상 사용됐다. 만성 간염 치료제로도 5년 이상 처방됐다. 에이즈 치료제로는 ‘트루바다’라는 이름으로 비리어드에 ‘엠트리시타빈’(Emtricitabine) 200㎎을 첨가한 형태로 시판중이다. 비리어드는 미국, 캐나다, 유럽연합(EU) 등에서는 B형간염 치료제로 세계 처방량 1위다.

비리어드는 테노포비어 디소프록실푸마레이트(TFD, tenofovir disoproxilfumarate) 300mg가 함유돼 있다. 이 약의 주성분인 테노포비어는 뉴클레오타이드 유사체로 B형간염 바이러스(HBV)를 강력하게 억제한다.
안상훈 연세대 의대 신촌세브란스병원 교수는 “비리어드를 꾸준히 복용하면 건강한 간의 원상태로 돌릴 수는 없지만 꾸준히 약을 복용하면 간 조직의 섬유화를 개선해 B형간염에서 간경변, 간암으로의 진행을 막을 수 있다”며 “라미부딘 치료가 많은 국내 임상 환경에서 지난 7일 발표된 비리어드의 임상결과는 약제내성을 경험한 환자의 2차 치료에서 단독요법으로 치료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고 말했다.
그는 “병용요법으로 약제를 복용하는 것보다 비리어드 단독 복용이 경제적으로도 이익”이라며 “가격 측면에서도 바라크루드보다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방지훈 한국길리어드 의학부 이사는 “102번, 103번 임상연구의 6년 결과에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내성 환자가 나타나지 않았다”며 “이 결과는 비리어드가 지속적인 바이러스 억제효과를 나타내 국내 만성 B형간염 환자에게 효과적인 치료전략을 세우는데 도움을 준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BMS제약, “비리어드의 내성률 0% 과연 믿을 만한가?”

BMS제약은 비리어드의 내성률 0%의 임상결과에 대해 반박했다. 실제로 환자에게 약을 처방하면 내성발현율 0%를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비리어드가 출시되기 바로 전 아시아 환자를 대상으로 한 리얼라이프 데이터를 내놨다.
94명의 아시아 환자를 대상으로 바라크루드의 5년 동안의 장기간 코호트(Cohort) 연구를 한 결과 바이러스 수치 음전화율은 95%, 내성발현율은 0%였다.
222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홍콩 5년 리얼라이프데이터에서는 바이러스 수치 음전화율 99%,  알라닌아미노전이효소(ALT, alanine aminotransferase)수치 정상화 비율 95%, 혈청전환율(비활동성으로 전환된 상태) 67%, 내성발현율 0.6%였다.
402명의 환자에게 실시한 일본 4년 리얼라이프데이터는 바이러스 수치 음전화율 96%, 내성발현율 0.4%였다.
이에 비해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제픽스’(성분명 라미부딘, lamivudine)는 1년후 내성발현율이 23%, 2년후 46%, 3년후 55%, 4년후 65%, 5년후 70%, 6년후 80%로 매우 높다. 노바티스의 ‘세비보’(성분명 텔비부딘, telbivudine)도 1년후에 5%, 2년후에 25%로 제픽스보다는 낮지만 바라크루드에 비하면 훨씬 높다.

국내 주요 B형간염 치료제



BMS제약의 관계자는 “비리어드는 아시아인에서 초치료 환자를 대상으로 한 리얼라이프 데이터를 갖고 있지 않지만 바라크루드는 홍콩, 중국, 일본, 싱가포르 등의 리얼라이프데이터를 갖고 있다”며 “바라크루드는 실제 처방에서도 강력한 바이러스 억제효과와 낮은 내성 발현율, 안전성을 입증한 것”이라고 말했다.
스티븐 로카르니니(Stephen Alister Locarnini) 호주 빅토리안 감염연구소 연구소장은 “아시아인은 유럽인과 다른 유전자형을 갖고 있어 같은 치료제를 사용해도 부작용과 효능의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총1263명의 아시아인과 유럽인 만성 B형 간염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에서 유전자형 A, D가 많은 유럽 환자는 뉴클레오사이드(nucleoside)계열인 ‘라미부딘’ 성분(제픽스)에 대한 내성이 상대적으로 높은데 비해 유전자형 B, C가 많은 아시아 환자는 뉴클레오타이드(nucleotide) 계열인 ‘아데포비어’ 성분(헵세라)의 내성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뉴클레오타이드(nucleotide)는 당·인산·염기가 같은 비율로 결합돼 있는 화합물이고 뉴클레오사이드(nucleoside)는 당과 염기가 같은 비율로 결합돼 있는 화합물로 모두 핵산의 기본물질이지만 인(P)의 존재 여부에 따라 약학적 성질이 달라진다.뉴클레오사이드 계열은 간염바이러스가 DNA사슬을 연장하는 과정에서 DNA중합효소(polymerase)를 방해하는 반면 뉴클레오타이드계열은 DNA(전사과정)→RNA(역전사과정)→DNA 등 바이러스 합성과정에서 역전사과정을 차단해 바이러스증식을 막는다. 뉴클레오사이드 계열인 바라크루드는 아데포비어에 비해 바이러스 억제능력과 간염증 및 간손상을 회복시키는 효과가 큰 것으로 누차 입증된 바 있다.

국내 주요 B형간염 치료제의 재원

김명훈 한국BMS제약 의학부 상무는 “바라크루드·세비보·제픽스와 같은 뉴클레오사이드 계열에서 내성이 생긴 환자는 뉴클레오타이드 계열의 약인 헵세라·비리어드 바꾸는 것이 좋고 뉴클레오타이드 계열에서 내성이 생긴 환자들은 뉴클레오사이드 계열을 쓰는 게 좋다”고 말했다. 김 상무는“국내 B형간염 환자는 1차 약제로 대부분 제픽스를 복용한 경험이 있고, 6년 복용시 80%나 되는 제픽스의 높은 내성발현율 때문에 2차 약제로 다른 계열의 약물인 헵세라와 병용해왔다”며 “헵세라와 같은 뉴클레오타이드 계열의 약물인 비리어드를 복용할 경우 효과가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길리어드, “제픽스 내성 환자서 바라크루드 복용시 내성발현율도 높다”

길리어드의 방지훈 이사는 “제픽스 내성 환자에서 헵세라 단독요법은 헵세라에 대한 추가적인 내성을 발현시키고 바이러스 돌파현상도 증가시킨다”며 “바라크루드 단독요법을 장기간 지속하면 6년 동안 내성환자를 약 57% 추가적으로 발생시킨다”고 말했다.
따라서 “제픽스 내성 환자가 많은 우리나라에서는 제픽스에 대한 교차내성 방지를 위해 항바이러스 효과가 뛰어난 뉴클레오타이드 계열의 약인 비리어드를 사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며, 기존 치료제의 내성을 가진 환자들도 비리어드 한 가지 약제만으로 간염 바이러스 억제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병용요법에 부담을 느끼는 환자에게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새롭게 바뀌는 2013년 B형간염 치료제 병용요법에 대한 보험급여기준에 따르면 제픽스에 내성이 확인된 경우 바라크루드를 사용하지 못하고, 헵세라에 내성이 확인된 경우에만 바라크루드 1㎎을 처방할 수 있다. 또 제픽스와 헵세라에 모두 내성이 있을 때는 비리어드를 사용할 수 있다. 비리어드는 헵세라, 제픽스, 바라크루드, 세비보 등으로 내성이 생겼을 때 병용투여할 수 있어 바라크루드보다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게 됐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병용요법은 제픽스+헵세라 처방이다. 급여기준상 바라크루드와 헵세라의 병용 투여는 급여인정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제픽스+헵세라 병용요법에서 바이러스 억제나 내성 문제가 발생한 환자는 제픽스+비리어드 병용요법으로 옮겨갈 확률이 높아졌다. 바라크루드는 보험급여약가가 0.5㎎ 기준 5878원, 비리어드는 30㎎ 기준 5285원으로 비리어드가 가격이 낮다. 

BMS제약, “비리어드, 신장과 심혈관에 문제없나?”

BMS제약은 비리어드의 신독성과 심혈관 계통 질환에 대한 위험성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BMS제약의 김 상무는 “대다수 약은 신장을 거쳐 약물이 배출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적은 바라크루드가 더 좋다”고 말했다. 또 “B형 간염치료제를 장기간 복용할 때 환자의 심혈관계 질환을 고려해야 하는데 심혈관 계통 부작용으로 약을 끊지 않아도 되는 바라크루드가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이 주장에 대해 길리어드의 방 이사는 “비리어드의 신독성 문제가 과장되고 있다”며 “HIV 환자에서 헵세라가 신독성 문제가 있었는데, 헵세라를 만든 길리어드사이언스에서 이번에 내놓은 비리어드는 신독성 문제가 1% 수준이기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 “신독성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1차 약제로 권고받았다”며 “신독성 문제를 계속 제기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맞받았다. 이어 “B형 간염 항바이러스제가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 심혈관질환에 대한 위험도를 높인다는 증거도 없다”고 덧붙였다.
피에트로 람페르티코(Pietro Lampertico) 이탈리아 밀라노대 의대 교수는 “하루에 2~3정을 복용해야하는 에이즈 환자의 경우 신장에 무리가 갈 수 있어 용량을 조절할 것”이라며 “그러나 하루에 한 알을 복용하는 간염환자에서는 5~6년간의 장기 데이터에서 신장에 대한 부작용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한광협 연세대 의대 신촌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도 “헵세라는 신독성 문제로 인해 용량을 적게 복용하기 때문에 바이러스를 충분히 억제하지 못했지만, 비리어드는 이러한 문제를 극복했기 때문에 항바이러스를 충분히 억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당뇨병, 고혈압, 간염치료제와 같은 만성질환에 대한 치료제는 장기적 투약에 대한 안전성이 중요한데 비리어드가 1차 약제로 승인을 받았다는 것은 이를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김윤준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B형간염의 초치료에 있어서 비리어드를 쓰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것”이라며 “비리어드는 신독성에 대한 논란이 있어 신장이 좋지 않은 환자는 바라크루드를 권유할만하다”고 말하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B형간염 치료제 1위 자리, 누가 차지할까… 환자에겐 선택의 폭 넓어져

한국BMS제약은 지난해 12월 14일 보령제약과 손잡고 올해부터 바라크루드의 공동판매를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길리어드는 국내 제휴사인 유한양행과 함께 ‘비리어드’ 판매를 위한 공격루트를 개척 중이어서 치열한 시장경쟁이 예고된다. 바라크루드가 비리어드의 추격에 보령제약의 힘을 빌려 막아내는 연합전선이 어떤 힘을 발휘할 지 주목된다.
이런 제약업계의 움직임에 대해서 환자들은 반기는 분위기다. 약이 성능은 높아지고 가격도 내려가니 환자 입장에서는 좋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B형간염 치료제를 복용하고 있는 한 환자는 “현재 제픽스와 헵세라를 함께 복용하고 있는데 앞으로 비리어드를 처방받는게 어떠냐는 권유를 받았다”며 “환자 입장에서는 비리어드가 생겨 선택할 수 있는 약 종류가 늘어난 셈”이라며 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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