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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성인병 유발하는 탄수화물중독, 마약만큼 무서워
  • 홍은기 기자
  • 등록 2012-10-31 09:50:45
  • 수정 2014-02-24 16: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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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지수 낮은 음식 섭취해야 … 음식조절·생활습관 개선으로 극복할 수 있어
비만과 성인병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으로 탄수화물중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탄수화물은 무기질·지방·비타민·단백질 등과 함께 5대 필수 영양소이긴 하지만 단맛이 강한 탄수화물을 과도하게 많이 먹을 경우 비만이나 영양소 불균형 등의 문제점을 유발할 수 있다.
 
탄수화물중독은 포도당·액상 과당 등 정제 탄수화물이나 흰쌀·밀가루 등 도정곡류로 만들어진 음식에 중독돼 습관적으로 섭취하는 것을 말한다. 탄수화물에 중독되면 일일 권장량인 330g 이상의 탄수화물을 섭취하더라도 빵·피자·과자·초콜릿·사탕·국수·라면 등 당질이 많이 함유된 음식을 억제하지 못하는 증상이 나타난다.
 
단 음식이나 밥, 빵 등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혈당치가 상승하고 혈당치를 조절하기 위해 인슐린이 분비된다. 혈당을 낮추는 작용을 하는 인슐린 분비가 많아지면 체내 지방이 축적돼 비만을 발생시킬 수 있다. 
탄수화물중독은 비만뿐만 아니라 당뇨병, 고지혈증, 고혈압, 만성피로, 동맥경화, 지방간 등과 같은 질환의 위험도 높아진다. 흰 쌀·밀가루·설탕 등 정제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쉽게 포만감을 느낄 수 있지만 위장에서 소화·흡수되는 시간이 짧아 음식 섭취 후 혈당치가 급격하게 올라간다. 이후 혈당을 조절하기 위해 인슐린이 과잉 분비되면 혈당치가 빠르게 내려가 무기력해지나 예민해지는 등 저혈당 증상과 함께 허기를 느끼게 돼 단맛의 음식을 찾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 과정에서 과식하게 되고 인슐린의 과다분비로 체내 지방이 쉽게 축적돼 △비만 △요요현상 △영양소 불균형 등을 초래한다.
 
탄수화물 섭취시에는 마약을 복용할 때처럼 쾌락과 행복감에 관련된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dopamine)이 분비된다. 탄수화물의 포도당이 뇌에 에너지를 공급하면서 뇌 안에서 도파민 분비가 활발해져 중독 현상을 일으킨다. 중독성은 마약이나 담배만큼 심각하다.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미쳐 식탐을 끊임없이 자극하고 인슐린이 주도하는 ‘포만·허기 사이클’을 촉진시킨다. 심한 경우 탄수화물이 부족하면 손이 떨리거나 신경이 예민해지는 등 금단증상을 유발하기도 한다.
 
석정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부교수는 “마약을 복용할 때 뇌에서 분비되는 도파민은 탄수화물을 먹을 때도 분비되고 탄수화물중독에 걸리면 도파민 분비가 활발해져 중독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며 “뇌에서 탄수화물로 인한 도파민 분비가 늘수록 내성이 생기면서 더 많은 도파민을 필요로 해 탄수화물중독을 피하기 위해 당지수(GI: Glycemic Index)가 55 이하인 탄수화물을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당지수는 인체가 얼마나 빨리 50g의 탄수화물에 분해해 혈당으로 변화시키는지 그 양과 속도를 계수화한 것이다. 포도당 50g의 GI값을 100,흰빵 50g의 GI값을 70으로 잡고 나머지 탄수화물 음식의 혈당 전환비율을 상대값으로 매긴 게 GI 수치다.
GI에 따라 수치가 △70 이상인 고GI 식품 △56∼69 범위인 중GI 식품 △55 이하인 저GI 식품으로 분류할 수 있다. 예컨대 GI는 보리밥이 25,검은콩 30,고구마가 44인데 반해 감자는 80,찹쌀밥은 92가 넘는다.치즈 참치 쇠고기 등은 0에 가깝다.

GI값이 높을수록 소화 흡수되는 속도가 빠르고 식품 섭취 후 혈당치가 빠르게 높아진다. 따라서 당뇨병 비만 심장병 환자에게 GI값이 높은 음식은 좋지 않다.
이들 환자 대부분은 인슐린 저항성(인슐린이 일정량 분비돼도 인슐린이 혈당을 소모시키는 능력이 감퇴된 상태)을 갖고 있어 GI가 높은 식품을 섭취할수록 더 많은 인슐린을 분비해내야 한다. 이러다 보면 당뇨병 환자는 인슐린을 생산해내는 췌장이 과로하게 돼 혈당조절 기능이 떨어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반면 GI가 낮은 식품은 혈당을 천천히 올리고 인슐린 분비량을 많이 요구하지 않으며 잉여 열량이 지방으로 저장되지도 않는다.
강재헌 인제대 서울백병원 비만클리닉 담당 교수는 “전체 열량 섭취량 가운데 탄수화물이 65%나 되는 국내 실정에서 요령 있는 탄수화물 섭취는 매우 중요하다”며 “쌀밥보다는 현미밥을, 흰 소면보다는 메밀 국수를, 흰빵보다는 호밀빵을, 당분이 첨가된 가공식품보다는 천연식품을 섭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탄수화물중독증은 음식조절과 생활습관의 개선만으로도 극복할 수 있다. 비만과 당뇨병 등을 유발하는 탄수화물중독을 벗어나기 위해 정제 탄수화물과 도정 곡류를 피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흰 쌀·밀가루·설탕 등이 들어 있는 음식은 인체에서 효율적인 탄수화물 대사과정에 필요한 영양소(비타민 무기질 등)가 적어도 몇 가지는 결핍돼 있다. 따라서 이런 음식을 처리하려면 체내에 저장해 놓았던 대사영양소를 꺼내 사용하거나 과일 야채 해산물 등을 통해 별도로 보완해줘야 한다. 
 
탄수화물중독증을 예방하려면 평소 식사를 할 때도 밀가루·흰 쌀 등의 정제 탄수화물이 아닌 당지수가 낮은 통밀빵·잡곡밥·현미밥을 먹는 게 좋다. 정제 과정을 거치지 않은 탄수화물은 영양소가 풍부하게 남아있고 소화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 과식을 줄일 수 있다.
아울러 조금씩 자주 식사를 하되 기름기를 제거한 고기·콩·두부 등 단백질 음식과 채소와 나물 등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품을 적절하게 섭취하면 탄수화물 중독을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있다. 간식이 먹고 싶을 때에는 단백질이 주를 이루는 음식인 우유·달걀·땅콩·호두 등이 바람직하다. 식사 후 배가 부른데도 식욕을 억누르기 힘들고 달달한 후식에 대한 욕구를 참기 어렵다면 신맛의 레몬을 먹거나 양치질을 하면 도움이 된다.
술이나 카페인을 줄이면 혈당이 낮아져 탄수화물 음식을 덜 찾게 된다. 섬유소가 제거된 주스보다는 과일을 섭취하고 탄산음료나 청량음료 등은 가급적 줄이는 게 탄수화물 중독을 방지할 수 있다.

탄수화물중독증 자가진단
1. 아침에 배불리 먹고도 점심시간이 되기 전에 배가 고프다.
2. 빵이나 면, 떡을 먹게 되면 양을 조절하지 못하고 다 없어질 때까지 먹는다.
3. 피자, 햄버거 등 패스트푸드나 인스턴트식품을 즐겨 먹는다.
4. 식사를 하고 나면 졸리고 나른한 적이 많다.
5. 신맛이 나는 과일보다 단맛이 나는 과일을 좋아한다.
6. 스트레스를 받으면 초콜릿이나 과자 같은 단 음식을 먹어야 해소가 된다.
7. 원두커피보다는 설탕이 들어간 커피믹스를 좋아한다.
8. 정말 배고프지 않은데도 먹을 때가 자주 있다.
9. 계속 다이어틀 하는데도 그 때 뿐이고 다시 살이 찐다.
10.책상 속이나 식탁 위, 가방 속에 항상 초콜릿, 과자 등이 놓여 있다.
3~5개에 해당하면 심각하진 않지만 탄수화물중독증 위험이 있다. 식습관 개선이 필요.
6개 이상이면 이미 탄수화물중독 가능성이 높다. 식습관을 적극 개선하고 필요하면 전문의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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