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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암 복강경 수술의 달인
  • 정종호 기자
  • 등록 2012-10-26 00:21:56
  • 수정 2021-06-14 11:4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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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총2500건 복강경 수술, 최고령 102세 수술, 최초 항문괄약근 보존 직장암 수술 등 기록 제조기

“복강경을 이용한 최소침습적 대장암 직장암 수술은 미국에서 먼저 시작했지만 현재는 국내서 시술 비중이나 건수로 볼 때 세계 최고입니다. 지금도 복강경으로 충분할 수술을 개복수술로 하는 것은 자기위선이자 환자기만이죠”
김준기 서울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 겸 최소침습 및 로봇수술센터장은 1994년 대장암 복강경 수술을 국내로 들여와 한국형으로 개량해 확산시킨 주인공이다. 요즘은 태국 인도 터키는 물론 일본 미국에서도 의사들이 찾아와 그의 수술테크닉을 배우고 간다.
 

김준기 교수(사진 맨 왼쪽)와 수술 스태프들이 수술실에서 밝은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국내 육류 섭취가 증가하면서 대장암 발생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 대장암은 위암에 이어 두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암이 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08년 암 진료환자 분석에 따르면 전체 암 환자는 55만226명이고 이 중 대장암은 7만5822명으로 위암(10만1265명)에 이어 두번째로 많았다.이는 2001년에 비해 2.71배나 증가한 수다.
 

대장암은 조기발견할 경우 5년 생존율이 90%를 넘는다. 1기에 발견하면 생존율이 4기의 7배에 달한다. 조기발견할 경우에는 복강경 수술이 추천된다. 수술후 통증과 흉터가 적고, 개복으로 인한 감염·장마비 등 합병증 위험이 현저하게 줄며, 환자의 입원및 회복기간이 단축되는 등 수술 이후의 삶의 질에서 전반적으로 우월하기 때문이다. 특히 개복수술에 비해 5년 생존율이 10~20%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복강경 수술 개복수술에 비해 5년 생존율 10~20% 높아

복강경수술은 복부에 3~5개의 투관침을 삽입해 한두 개 투관침에는 카메라를,나머지 투관침에는 집게 메스 등 수술기구를 삽입해 수술한다.투관침의 지름은 0.5~1㎝로 흉터가 작게 남으며 오랜 세월이 흐르면 거의 눈에 띄지 않을 정도가 된다.

김 교수는 국내 최초로 1991년에는 복강경을 이용한 담낭절제술, 1994년에는 비장절제술에 각각 성공했다. 1996년에는 복강경으로 하부 직장암 환자의 항문괄약근을 보존하는 수술을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직장까지 암이 퍼진 경우 직장을 절제하면 인공항문을 달고 남은 여생을 살아야 하는 불편이 이루 말로 할 수 없다. 이럴 경우 방사선치료로 암의 진행을 막고 크기를 줄인다. 그런 다음 암이 생긴 부위를 떼고 윗 부분의 남은 대장과 아랫 부분의 괄약근을 포함한 항문을 이어준다. 복강경을 활용하면 직장이 들어 있는 골반속 좁은 공간에서 괄약근 주변의 미세한 구조를 확대해볼 수 있어 큰 도움이 된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복강경을 이용하면 하부직장암 환자 10명중 8명은 항문을 보존할 수 있어요. 암이 생긴 위치가 항문에서 5㎝미만인 환자는 수술이 어려운데도 73.1%나 항문을 유지했습니다. 이는 미국이나 유럽보다도 훨씬 높은 수치입니다”
 

미국 일본에서도 수술기법 배우러 방문…항문 보존 수술 성공률 세계 정상급

김 교수는 지난해 12월 대장암 2기로 진단된 102세 할머니를 복강경 수술로 치료하는데 성공했다. 노인들의 체력이 좋아지고, 마취·혈류·호흡 등 수술의 3대 조건을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수술시스템이 뒷받침된 쾌거다. 김 교수는 “제가 운이 좋았다고 봐야죠. 할머니의 건강상태가 좋은데다가 할머니와 가족들이 암의 노예가 돼 시들시들하게 여생을 보내느니 수술치료로 근치하겠다는 의지가 강해 수술에 성공한 것 같다”고 겸손해 했다. 102세 노인에 전신마취를 통한 암 수술을 세계 최고의 기록으로 평가된다. 이에 앞서 지난해 9월 영국에서 99세의 유방암 환자가 수술받았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김 교수의 치료성과는 100세 암 수술시대를 개막함으로써 고령화시대의 암 치료에 새 지평을 연 것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지금도 첨단 로봇수술 배우는 학구열…쇠젓가락 쓰는 한국인, 의료한류로 세계 정복 가능 

김 교수는 후배 의사들에게 뒤지지 않으려 2009년 이강녕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외과 교수에게 로봇수술을 배웠다. 이강녕 교수는 이길연(경희대병원),정승용(서울대병원),이석환(강동경희대병원),최효성(국립암센터) 등과 함께 그가 복강경 수술을 가르친 후학들이지만 그는 선후배 관계예 괘념하지 않고 로봇수술을 익혔다. 김 교수는 “로봇수술이 아직은 사람의 손처럼 움직임이 완벽하지 않고 소모품이 비싸 비용 대비 효과를 생각하면 복강경 수술에 못미치지만 최신기술이기 때문에 나이를 좀 먹었다해도 배움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고 피력했다. 이어 수술로봇의 국산화를 통해 첨단기술력과 가격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술부위가 깨끗하고, 피가 거의 안나고, 손놀림이 빠르고 등등 수술과정을 육안이나 생중계로 지켜보면 누가 진정 수술을 잘 아는지 선수(외과의사)들은 다 압니다. 한국 서전(surgeon)들은 일본의 도제식 수업으로 수술테크닉을 익히는데다가 쇠젓가락질로 몸에 밴 손의 감각이 훌륭하기 때문에 로봇수술이나 복강경수술 등 최소침습수술을 연마하면 세계 최고의 의료한류를 일으킬 자질이 충분합니다. 그런데도 낮은 의료수가로 외과의사들의 자부심이 떨어지고 인기가 시들한 게 안타까워요”

김 교수는 “서울성모병원의 대장암 수술은 대략 70%가 복강경수술, 28%가 개복수술, 약2%가 로봇수술로 이뤄지고 있다”며 “국내 평균이 60%선이고, 일본도 50%를 못넘고, 미국조차 25%에 불과한 것에 비하면 월등히 앞선다”고 소개했다. 이 병원의 복강경 수술 비중은 서울아산병원이나 삼성서울병원에 비해 최소 10% 포인트 높을 것이라고 김 교수는 자부하고 있다.

그는 화학항암치료나 방사선치료로 암을 줄이면 비록 4기라도 개복수술을 피하고 복강경 수술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서 복강경 수술은 700만~800만원, 개복수술은 600만~700만원으로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상황이어서 환자들의 선택에 참고할 일이다.
 

다음은 김 교수와 일문일답
 

-복강경 수술을 남보다 일찍 배우게 된 동기는.
“1989년 미국 콜로라도대 외과학 교실로 연수를 가서 복강경 수술을 처음 접했다. 내가 복강경 수술을 배운다니까 당시 선배 의사들의 반대가 거셌다. 선배들이 한국은 의료를 만드는 나라가 아니라 배워도 시원찮은데, 김준기가 환자를 대상으로 실험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토요토미 히데요시에 앞서 일본을 평정한 오다 노부나가는 3000명 조총 병사를 3열로 배치시켜 번갈아 쏘게 했다. 그 전에는 조총의 느린 장전 속도 때문에 기마부대나 활을 이길 수 없었지만 이를 통해 스피드를 높이고 전쟁에서 승리하게 됐다. 난중일기에 보면 이순신 장군은 활 외에도 총 연습도 병행한 것으로 적혀 있다. 지금도 여전히 나이 많은 교수들이 개복수술을 고집하고 있으나, 대세는 첨단기술을 익히는 것이다.”
 

-적잖은 나이에 로봇수술도 배우셨다죠.
“나이들었다고 폼만 잡고 후배에게 배우는 것을 창피하게 여겨서는 안된다. 개인적으로 로봇수술이 개복 또는 복강경 수술에 비해 효율적이라고 생각지 않지만 2009년에 배워서 40여건을 시술했다. 지난 9월에는 로봇수술 심포지엄에서 김남규(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외과 교수, 김준기 교수의 6년 연하)와 수술 배틀을 벌였다. 로봇수술은 아직 로봇팔이 사람만큼 정교하지 않지만 기기가 더 발달한다면 사람이 하는 것보다 나을 것이다. 지금의 다빈치 로봇보다 섬세해진 한국판 버전이 나와야 한다.”
 

-어떻게 복강경 수술을 확산시켰나.
“내가 가장 빨리 배운 것 같고 김선한 고려대 안암병원 외과 교수, 최규석 경북대병원 외과 교수 등이 뒤를 이었다. 박재갑 서울대병원 교수는 2002년에 제자인 허승철·정승용·최효성을, 고 이기형 경희대병원 교수는 1997년에 제자인 이길연·이석환을 내게 보내 복강경 수술을 배우도록 했다. 비록 자신은 나이들어 새 수술법을 익히는데 어려움이 있지만 제자를 보내 새로운 트렌드에 적응케 한 것은 분명 혜안이 있으신 것이다.”
 

-미국과 일본의 수술 테크닉에 차이가 있다면.
“일본은 도제식으로 수술한다. 매우 섬세하면서도 공격적으로 많이 암 부위를 잘라낸다. 미국은 우리 생각과 달리 수술보다는 항암치료나 방사선치료 등 비(非)외과적인 치료를 선호한다. 손기술이 둔하기 때문에 섬세하게 종양을 도려내지도 못한다. 한국은 미국과 비슷한 의학교육을 받으면서도 일본 스타일의 수술을 한다.”

-일본과 미국에서도 김 교수의 수술법을 배우러 온다.
“20년 전이라면 일본 의사가 한국으로 수술법을 배우러 찾아가는 게 용납되지 않았을 것이다. 자기네들도 잘 하지만 내가 어떤 면에서 더 잘하는지 궁금해서 찾아오는 것 같다. 미국 군의관도 이따끔씩 찾아와 수술참관을 한다. 우리 의사들의 손기술이 섬세함에 매우 놀란다.”
 

-‘의료 한류’에 대한 생각은.
“최근 세계를 들썩거리게 한 싸이의 ‘강남스타일’, 한국의 조선기술, 한국의 원전기술 등은 모두 과학, 예술, 신기(神氣) 등이 접목된 한국인의 산물이라 생각한다. 1960년대까지의 보릿고개를 넘어 이 만큼 먹고 사는 게 참으로 자랑스럽다. 의료 한류도 마찬가지다. 포크도 아닌, 나무젓가락도 아닌 쇠젓가락으로 식사를 능숙하게 하는 우리들의 손기술에 첨단전자기술이 얹혀진다면 세계 정복이 어렵지 않다. 하지만 흉부외과 일반외과 산부인과가 낮은 수입에 높은 근로강도, 의료사고 위험에 젊은 의사들이 오질 않는다. 한마디로 초토화됐다. 이러다가 중국 동남아에서 수입한 의사들이 수술하게 생겼다. 수술의 건수라는 양적 지표에서 중국이 앞서가면 멀지 않아 간이식도 중국이 선점할 지 모른다. 한국 의사는 미국 의사에 비해 수입의 10분의 1 이하다. 삶의 수준도 10분의 1 이하다. 한마디로 100분의 1 이하다. 고생하는 의사들에 대한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이것도 큰 문제지만 우수 인재들이 이공계 진학을 기피하는 현상이 심화돼 나라의 성장엔진이 꺼지지 않을 지 더 걱정이다.”
 

-수원의 성빈센트병원에서 오래 계셨죠.
“사실 나는 중앙무대에 이름이 널리 알려진 의사가 아니다. 수원에서 오래 있다가 서울성모병원이 2009년 봄에 새 건물을 짓고 재탄생하면서 서울로 ‘차출’됐다. 수원에 있다보니 내가 국내 최초, 최다인 시술기록도 홍보력이 떨어져 기껏해야 지역신문에 몇군데 날 정도였다. 솔직히 서울의 큰 대형병원들이 내가 다 끝내 놓고 학회에 발표할 예정인 새 수술법을 며칠이나 몇달전 언론에 빵빵 터뜨려 나의 사기를 꺾어 놓은 적이 많았다. 의대 교수들은 학회 보직에도 욕심이 많은 게 사실인데 수술하느라 그런 것을 별로 즐겨볼 새도 없었다. 또 일본은 북부인 홋카이도나 남부인 큐슈나 도쿄나 할 것 없이 의술수준이 비슷한데 우리나라는 돈도 권력도 모두 중앙집권적이다. 지방사람은 경제력이 없어 개복수술보다 100만~200만원 더 비싼 복강경 수술도 매우 부담스러워 한다.”
 

-복강경 수술기록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면.
“1995년 국내서 처음으로 복강경을 이용해 비장암을 절제했고, 항문으로부터 15㎝이하인 직장암을 항문을 보존하면서 방사선치료후 복강경수술로 절제한 것도 세계 처음이라고 생각한다. 나보다 유명한 대장암 명의들은 아직도 개복수술 비율이 15~20%수준이지만 나는 5%미만이다. 초기 대장암이 아닐 경우에도 가급적 항암치료나 방사선치료를 먼저 한 뒤 다학제적 진료를 통해 복강경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외국 의사들이 우리나라 의사들이 수술 과정을 녹화한 교육용 비디오를 많이 사가는데 내가 수술한 것을 가장 선호한다고 듣고 있다. 그동안 복강경으로 대장암을 수술한 건수가 2500건이 넘고 단위기간 당 수술 건수로도 세계 최고기록이 아닐까 싶다.”
 

-언제까지 수술할 것인가.
“의사가 손이 굳지 않으려면 사실 주당 5건은 해야 한다. 현재 만 61세다. 체력이 닿는 한 70세 넘어서도 충분히 수술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옛날에는 50대 후반이면 메스를 놔야 한다고 생각하는 풍토가 강해 서전(surgeon)이 조로(早老)했다. 아마도 그 때는 이중초점렌즈 같은 좋은 안경이 없어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더욱이 복강경은 육안으로 보는 것보다 5~6배 더 크게 볼 수 있고, 다른 조직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것도 내부 깊숙이 기구를 넣어 확인할 수 있다. 개복할 때 암조직을 적게 만지면서 수술할 수 있다. 수술 중 암조직을 건드릴수록 암이 퍼질 위험이 커지므로 복강경은 여러 모로 유용하다.”
 

-수술을 위해 술 담배도 끊어셨다지요. 
“나의 경우 50세까지는 수술 전날 술을 먹어도 끄떡 없었는데 51세에 이르자 왠지 체력적, 정신적으로 자신이 없어졌다.  51살때 어느 성악가 환자가 나를 미성(美聲)이라고 치켜세우며 담배 피우면 목소리가 상한다고 해서 건강도 고려해 끊었다. 술 마시면 담배 생각도 나기 때문에 술도 아예 끊었다. 의사로서 자신도 실천하지 않으면서 환자에게 술 담배 그만하라고 말하기가 겸연쩍었는데 지금은 당당하게 금연 절주를 권고할 수 있어 좋다.”
 

-어떤 암에 복강경 수술이 가능한가. 그렇지 않은 경우는.
“주로 대장암을 비롯해 위암, 담낭암을 복강경으로 수술한다. 폐암도 복강경과 같은 원리인 흉강경으로 수술한다. 하지만 수술을 많이 받아 조직간 유착이 심하거나, 암조직이 너무 커서 복강경으로 다루기 어렵거나, 암 덩어리로 장이 막혀 부풀어 올랐거나, 장벽에 구멍이 뚫려 염증이 심할 경우에는 복강경 수술이 불가능하다.”
 

김준기(金畯基) 교수의 프로필

1976년 가톨릭대 의대 졸업
1981년 외과 전문의 획득
1986년 가톨릭대 의학박사 취득
1989년 10월~1991년 3월 미국 콜로라도대 외과학교실 객원 조교수
1999~2005년 가톨릭대 수원 성빈센트병원 외과 과장
2004~2006년 가톨릭대 의대 대장항문외과 학과장
2000~2008년 대한대장항문학회 복강경대장수술연구회장
2010년 5월~2012년 5월 대한내시경복강경외과학회 이사장
2012년 5월 이후 현재 대한내시경복강경외과학회 회장
2009년 3월 이후 현재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 겸
                  최소침습 및 로봇수술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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