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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환규 의협 회장, “잘못된 의료 현실의 책임은 행동하지 않았던 의사들에 있다”
  • 정종호 기자
  • 등록 2012-10-07 19:33:51
  • 수정 2012-10-11 16:5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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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일 일산 킨텍스서 전국의사대회 개최, 박근혜·문재인·김미경(안철수 부인) 빅3 대선 후보 참석 관심 표명

대한의사협회는 7일 오후 일산 킨텍스에서 의사 회원 약3만명이 참여한 가운데 제1회 한마음 전국의사가족대회를 열고 정부의 저수가 정책을 강력 비난하며 잘못된 의료제도를 하나씩 바꿔나가겠다는 비장한 각오를 비쳤다.
이날 노환규 의협 회장은 폐회사를 통해 “의사들은 잘못된 제도와 맞서 싸우기 보다 현실에 적응하는 비겁한 선택을 해왔다”며 “정부의 저수가 정책으로 인해 오히려 더 많은 환자가 발생하길 바라는 서글픈 현실을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노 회장은 “정부가 정한 기준을 벗어났다고 해서 진료비가 삭감될지 몰라 노심초사하는 것이 바로 의료계 현실”이라며 “이런 현실의 근본 책임은 행동하지 않았던 의사들에 있다”고 의사들의 대 정부 투쟁을 촉구했다. 그는 “얼마 전 한 정형외과 의사가 꼭 필요한 수술이 아님에도 환자에게 권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말을 들었다”며 “정부가 제시하는 일방적인 진료 수가와 강력한 통제를 받고 있는 의사들은 고용된 사람에 지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하지만 의사들의 힘만으로는 절대 바꿀 수 없다”며 “모든 보건의료인이 힘을 합해야 한다.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고 정책까지 국민들이 공감하도록 바꿔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10만명의 의사가 환자 10명을 설득하기만 해도 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다”고 방향성을 제시했다.

대한의사협회 노환규 회장과 대한전공의협의회 경문배 회장은 이 자리에서 ‘착한 손’ 캠페인을 선포했다. 진료뿐 아니라 봉사와 후원 등 의사가 사회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나서서 행함으로써 의사에 대한 사회 인식을 바꾸겠다는 취지다.
착한 손 캠페인은 착한 손으로 지켜주기, 착한 손으로 씻어버리기, 건강한 환자ㆍ의사관계 구축하기 등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착한 손으로 지켜주기’는 청소년 및 다문화가정, 노인들을 대상으로 의료지원 및 물질적인 지원을 하는 캠페인이다. 노인정 주치의 확대, 소년소녀 가장에 학비ㆍ식비 지원 및 멘토링, 다문화 무료 진료센터 등이 내용이다.
‘착한 손으로 씻어버리기’는 허례허식과 음주문화 등 사회에 해가 되는 것들을 의사사회가 먼저 나서 정화하겠다는 운동이다. 경조사에 꽃 대신 쌀을 보내기 운동 등 허례허식을 개선하고 술잔돌리기, 폭탄주, 2차 자제 등 절주운동을 하기로 했다.
‘건강한 환자 의사관계 구축하기’는 웃는 얼굴 고운말, 충분한 설명, 손잡아주고 눈 마주치기 등이 내용이다.

이날 전공의, 의대생 등도 총회를 열고 ‘젊은 의사 선언문’을 선포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회장 경문배)와 전국의과대학ㆍ의학전문대학원생협의회(회장 남기훈)는 1시간 가량 회의를 갖고 “의사 윤리에 반하는 어떠한 압력에도 저항하고, 인류 봉사를 위해 노력한다. 젊은 의사의 자율성과 주체성은 독립적으로 보호돼야 한다. 다른 사람의 간섭 없이 전문가적 판단과 사명감에 따라 환자를 진단, 치료할 수 있는 권리를 강화하고 보장한다” 등의 내용을 담은 선언문을 채택했다.

오는 12월 대통령 선거에 출마를 선언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이날 의사대회에 참석, 새로운 의료제도의 틀 도입과 저수가 체계 개혁 의지를 밝혔다. 박 후보는 “우리사회가 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건강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의료수요도 급증했다”며 “지금까지 건강보험제도의 발전 토대 위에 한층 더 좋은 의료시스템을 고민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의사들이 환자 진료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 환자 진료에 만 전념해야 국민들도 그만큼 더 건강해 질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생색내기용이 아니라 의료인과 국민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의료의 틀을 근본적으로 새롭게 세우겠다”고 강조했다.
문 후보는 의료전문인들의 자긍심을 키울 수 있는 의료제도 개혁을 약속했다. 그는 “건강보험제도로 국민 대다수가 혜택을 누리고 있고, 이는 한국의 자랑이 됐다”면서도 “OECD 최저수준의 보장성으로 국민건강권 사각지대가 생기고 있고, 저수가 체계는 의료전문가의 자긍심을 손상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또 “국민의 건강권과 의료인의 진료권은 동전의 양면”이라며 “적절한 진료환경에서 국민건강을 돌보는 전문가로서 보람과 자긍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개혁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1차의료가 국민의 신뢰를 받고 의료의 중심에서 위상을 세울 수 있도록 하겠다”며 “의료정책 결정 과정에 전문가 참여를 확대하고, 책임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박 후보와 문 후보는 이날 1시간 간격으로 시차를 두고 참석해 조우하지 못했다. 전날인 6일 오후에는 두 후보가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제35차 전국여약사대회에서 만나 악수를 나눴다. 빅3 후보 중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두 행사에 모두 참여하지 않았다. 대신 안 후보의 부인인 김미경 서울대 의대 교수가 대선 후보 부인으로서의 첫 공식 일정을 7일 의협 행사에서 가졌다.
김 교수는 “전국의 의료인들과 가족분들이 함께 모이는 자리인데, 하필 이런 날 남편이 자리를 비우게 됐다”며 “그렇지만 저도 의료인의 한 사람이니 인사 드릴 자격은 있는 거죠”라는 인사말로 말문을 열었다. 그는 “우리 의료인이 힘을 모아 이웃들에게 필요한 도움을 주고 아프고 어려운 분들에게 먼저 다가간다면 그것도 ‘치료’가 아닐까요”라며 “저 역시 의료인의 한 사람으로서 다른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길을 고민하며 살아가겠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지난해 가을 안 후보가 서울시장 출마 의사를 보였을 때만 해도 지인들에게 전화를 걸어 말려 달라고 부탁할 정도로 남편의 정치 참여에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적극적으로 내조하고 있다.
이번 학기 서울대 의대에서 수업 4과목을 맡아 바쁘지만 종종 짬을 내 간식을 사들고 안 후보의 캠프가 있는 종로 공평빌딩을 찾아가 직원들을 격려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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