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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수 늘려야 한다는 복지부·병협 VS 지금도 과잉이라는 의협
  • 정종호 기자
  • 등록 2012-09-13 19:04:23
  • 수정 2012-12-30 02:0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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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사 보신·배금주의에 의료전달체계 왜곡…해결책은 의대생 증원 극약 처방

정부가 2000년 의약분업 이후 3000명대에 머물러 있던 의대 입학 정원을 12년만에 대폭 늘리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공공의료, 필수의료의 붕괴된 데 따른 것이다. 한마디로 의사가 절대적으로 적게 배출되는 것은 아니지만 대다수 의사들이 전공 진료과목(전문의 자격증)에 상관없이 돈이 되는 피부·성형미용 시술이나 비보험진료에 얽매여 산부인과 흉부외과 일반외과 소아과 등 필수진료과목의 공동화 내지 황폐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우려한 조치다. 심지어 의료취약지에 보낼 공중보건의 부족 현상마저 우려되는 게 현재의 의료자원 왜곡 실상이다.

정부가 대한의사협회의 극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의사 수 증원을 고려하고 있는 의료교육현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우선 2003년부터 실시된 의학전문대학원 제도로 인해 의료교육 인프라가 황폐해졌다. 2010년 기준으로 전체 의대 및 의전원 정원 3013명 중 의전원은 54.4%인 1641명이었다. 또 당시 성비를 조사해본 결과 의대는 71 대 29로 남자의 비율이 높았지만 의전원은 47 대 53으로 여자가 월등히 많았다.
더욱이 의전원생의 대다수는 나이가 의대생보다 평균 4.2세 많아 대부분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이었다. 이 때문에 농어촌 등 의료취약지역에 복무할 공중보건의사(공보의) 대상 인원이 대폭 감소하는 결과를 빚었다. 보건복지부는 공보의로 갈 의사가 2020년까지 1000명 가까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의전원생의 여자 비중이 높고 학생들의 연령이 높은 것은 기초의학 발전에도 장애가 되고 있다. 의전원생은 졸업 후 현실적으로 돈벌이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기초의학에는 소홀히 한다는 게 대다수 의대 학장들의 견해다.

의대생과 젊은 의사들의 보신주의, 배금주의도 문제다. ‘피안성·정재영’이라는 유행어가 말해주듯 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피부과 ·안과·성형외과, 차선으로 선택하는 정신건강의학과·재활의학과·영상의학과는 의료사고 등 리스크가 거의 없고 돈벌이는 쏠쏠하다.
대한의사협회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2011년 의사들은 평균 1억4958만원을 벌었다. 안과는 2억2542만원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다음으로 정형외과(2억609만원), 재활의학과(1억6556만원)이었다. 피부과 성형외과 등 고가 비급여진료가 많거나 정신건강의학과처럼 비급여 상담치료가 많은 곳은 집계되지도 않았다.
안과는 시술시간이 짧은 반면 상대적으로 고가의 시술료를 받는다. 정형외과는 우리나라처럼 관절 및 디스크수술이 많은 나라가 흔치 않음을 통해 과잉진료가 이뤄지고 있음을 간파해낼 수 있다. 피부과 및 성형외과는 신용카드가 아닌 현금결제를 유도해 어떻게든 세원노출을 피하려 하는 사실은 익히 수차례 보도됐다. 정신건강의학과는 우울증 치매 등의 증가와 정신질환 치료에 대한 부정적 인식 감소로 방문자가 늘어남에 따라 인기 상승세다. 재활의학과는 교통사고 및 뇌졸중·심장질환 후유증 환자 증가와 고령화에 따른 요양병원 수요 증가로 인기다. 영상의학과도 수술전 진단 및 건강검진 확대로 의사 수요가 많은 진료과목이다. 성형외과와 정형외과, 영상의학과,안과 등은 개원 비용이 많이 들지만 정신건강의학과와 재활의학과는 이런 부담이 없는 게 장점이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피땀나게 공부한 것도 모자라 의대 입학 후 군의관에 레지던트까지 무려 12년 이상의 시간을 보내야 하는 의대생들이나 의사 초년생의 생각은 최소한 2억~3억원의 연봉을 받아야 그동안의 고생을 보답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현실은 세후로 의사 초년생이 월 500만~600만원을 받아야 하니 당사자로선 기가 막힐 노릇이다.
지방국립대 자연과학대를 나와 서울의 의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한 뒤 현재 공공의료기관에서 진단검사의학과 레지던트로 재직중인 정모씨(여·38)는 불만으로 가득차 있다. 그는 진단검사의학과라서 독립 개원도 어렵고 기대치에 못미치는 경제적 대우에 같이 입학한 동기생과 비교하면 화가 치밀어 오른다고 토로했다. 정 씨는 “어쩔 수 없이 시기와 질투심으로 피부과 안과 등을 선택한 입학동기를 바라보게 된다”며 “1학기 학비만 해도 국립대 다닐 때에는 250만원도 안 됐는데 의전원은 무려 1000만원을 넘어 허리가 부러질 정도였다”고 울상을 지었다.
외과 산부인과 등 돈벌이가 어려운 진료과목의 의사는 주말이면 간단한 프티성형, 모발이식, 성형기법을 배우려 이런저런 세미나를 나간다. 한번에 적게는 50만원, 많게는 100만원이 든다. 성형외과나 피부과 전문의가 소속 학회가 아닌 다른 진료과목 전문의에게 고액 비밀과외를 해준다. 성형외과학회나 피부과학회는 해당과가 아닌 비전문의들에게 시술받으면 부작용이 심하고 시술결과를 담보할 수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S모 외과 전문의는 “수술 결과라는 게 손기술과 훈련에 좌우되는 것이지 전문의 자격증이 중요한 게 아니다”며 “실정법으로도 의사는 어떤 진료과목의 치료도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산부인과 외과 등 필수 의료과목의 전문의 자격을 벗어난 다른 치료영역으로의 ‘외도’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이런 배경 아래 현 3000명 수준의 의대 정원을 20% 이상 늘려야 장차 의사인력 부족을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더 많은 의사가 배출돼 비인기 진료과목으로도 의사가 흘러가야 인구고령화에 따른 만성질환 증가, 저출산 고령 임신, 맹장염·화상·대형사고 등 응급상황 발생에 대한 대응이 용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의사 증원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장차 동남아 출신 의사들이 맹장염 수술이나 분만을 맡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음을 우려한 선제수다.

복지부로부터 연구용역을 의뢰 받아 정형선 연세대 의료·복지연구소 교수팀이 진행한 ‘적정 의사인력 및 전문분야별 전공의 수급 추계연구’에 따르면 8년 뒤인 2020년에는 국내 의사 수가 3만4000~16만1000명 부족할 것으로 추산했다. 2025년에는 부족 의사 수가 5만5000~28만1000명까지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34개국의 1970~2009년 데이터 분석결과 한국의 적정 임상의사수는 인구 1000명당 2.5명, 2020년 3.2명으로 추산됐다. 하지만 실제 한국의 1000명당 임상 의사수(한의사 포함)는 2010년 2.0명에 불과했다. 2007년 OECD국가 평균은 3.1명 수준이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현재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활동 의사 수는 OECD 평균보다 낮지만 1995년부터 2009년 의사 수의 증가율은 OECD 평균보다 5배 이상 높다”며 “정부의 의사증원 추진은 의사인력 공급과잉을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협은 1000명당 의사 수가 2030년이면 OECD 평균을 넘어설 것이며, 의사 밀도도 2009년 현재 OECD 회원국 중 2위로 의료접근성이 뛰어나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의사 수를 늘리는 것보다 보건장학의사제도나 시니어닥터 등 기존 인력의 효율적 활용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복지부는 “의사인력 공급은 10년후를 내다보고 중장기 계획에 따라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형·중소·전문병원 원장들의 모임인 대한병원협회도 의사들의 원활한 공급이 필요하다며 복지부의 입장을 반기고 있다.
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의사수가 절대적으로 적다기보다는 원활하게 필요한 곳에 배분되지 않기 때문에 적어보이는 것”이라며 “모든 의사들이 소득 기대치가 높아 개인당 근로시간이 너무 길고 이에 따라 삶의 질이 떨어지고 의사간 경제적 불평등이 더 심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의사들의 소득 기대치를 적절히 낮추는 동시에 의사 수도 점진적으로 약간씩 늘릴 필요가 있다는 견해다.

☞용어설명 보건장학의사제도

정원 외 입학으로 의대생을 선발한 뒤 국가가 학비를 전액 지원하고 졸업 후 5년간 의료취약지에서 의무적으로 근무토록 하는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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