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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환자 20명중 1명 꼴로 암(癌)도 발생
  • 정종호 기자
  • 등록 2012-09-03 11:15:08
  • 수정 2013-01-22 10:3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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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조사, 올 상반기 당뇨병 환자 4779명 중 223명(4.7%) 악성종양 동반

3년째 당뇨병을 앓고 있는 박정환씨(62)는 평소 꼼꼼한 성격만큼 혈당관리를 잘 해왔지만 얼마 전 당뇨병 정기 검진을 위해 병원을 찾았다가 뜻하지 않게 위암 2기 판정을 받았다. 당뇨병 치료, 합병증 예방 등 평생 짊어져야 할 당뇨병 관리만 해도 버거운데 위암까지 생겨 설상가상 중병을 두 개나 갖게 된 박씨는 그야말로 눈 앞이 깜깜하고 막막한 상황이다.

2011년 통계청이 2000~2010년까지 10년 동안 사망원인을 분석한 결과 65세 이상 인구의 사망원인 1위가 암, 2위 뇌혈관질환, 3위 심장질환, 4위 당뇨병으로 나타나 암과 당뇨병은 성인 사망의 주 원인으로 자리잡았다. 2010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사망자 수 암 882.4명, 당뇨병 153.1명이다.

당뇨병환자 중 암 발생 … 일반인보다 1.6배나 높아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당뇨병센터(유순집 내분비내과 교수팀)는 최근 당뇨병센터 개설 12주년을 맞아 당뇨병환자의 암 보유 실태를 조사한 결과 올 상반기 당뇨병센터를 찾은 환자 4779명 중 악성종양을 동시 보유하고 있는 환자는 223명(4.66%), 양성종양 보유 환자는 165명(3.45%)으로 나타났다. 당뇨병환자 20명 중 1명 꼴로 당뇨병 투병 중 암을 진단받고 있는 셈이다.
당뇨병과 악성종양 동시보유 환자의 남녀 비율은 여성 4.83%(2526명 중 122명)와 남성 4.48%(2253명 중 101명)가 거의 비슷했지만, 호발하는 암 종류에는 차이가 있었다. 남성 당뇨병환자들은 위암-결장암-간암-비뇨기암-갑상선암 순으로, 여성은 갑상선암-유방암-결장암-간암-자궁암-위암 순으로 많았다. 당뇨병과 직접적 관련 있는 췌장암은 총 4779명 중 6명(1.3%)을 차지했다.

이번 조사결과 당뇨병 환자의 연령이 비교적 고령대임을 감안하더라도 당뇨병 환자의 암 보유율(발생률) 4.66%는 일반 국민의 암 발생률 2.99%(국가암정보센터 통계)보다 약 1.56배 높은 셈이다. 국가암정보센터는 지난 2009년 우리나라 인구 10만 명 당 299.4명(2.99%)에서 암이 발병하는 것으로 발표한 바 있다.
이처럼 당뇨병 환자의 암 발병 위험이 높다는 사실은 그동안 학계에서도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정작 당뇨병 환자들은 당뇨병 관리와 합병증 예방에만 몰두하느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유순집 교수는 “아직까지 확실히 정립된 이론은 없으나 당뇨병과 암은 노화, 비만, 활동부족, 식사불균형, 흡연 등 공통된 발병 위험요소를 가지고 있는데다가 제2형 당뇨병에서 흔히 동반되는 인슐린저항성과 고인슐린혈증이 암 발생을 유도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어 당뇨병과 암 발생에 상호 연관관계가 성립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 교수는 “비교적 40~50대의 비교적 젊은 나이에 발병하는 당뇨병 환자들이 장기간 혈당관리에만 관심을 갖고 다른 질병이 발생할 것이라는 생각은 거의 하지 않아 암 조기검진 등에 미처 신경을 쓰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당뇨환자는 경각심을 갖고 암 조기발견에 신경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뇨병환자 주요암 발병위험성.png

 

당뇨병 환자들, 유방·자궁내막·췌장·간·대장암 40%나 더 많이 발생 

학계에서는 당뇨병 환자는 유방·자궁내막·췌장·간·대장암이 비당뇨병 환자보다 최고 40%나 더 많이 발생하며, 당뇨병을 가진 암환자는 그렇지 않은 암환자보다 사망 위험률이 40∼80%나 더 높다고 보고 있다. 또 당뇨병이 아니더라도 공복과 식후 혈당이 높은 당뇨병 위험단계에서도 역시 암 발생 위험률이 증가한다고 알려졌다.
당뇨병과 암을 함께 가지고 있으면 치료가 까다롭고 사망 위험도 크게 높아지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암과 당뇨병은 면역저하를 일으키는 병으로 두 가지 질환에 모두 걸리면 감염에 취약해지고 잦은 감염으로 추가적인 치료부담이 발생해 두 질환 모두 악화될 위험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같은 병원 이성수 교수는 “당뇨병 환자에서 암이 발생한 경우 수술 후 감염위험이 높아지고 상처치유에 오랜 시간이 걸리며, 방사선치료나 항암치료 중 특정 약제에 의해 혈당조절이 매우 어려워지는 상황도 종종 발생한다”며 “고혈당이 유지될 경우 급성 합병증 발생이 높아지고 체중감소로 체력저하가 심해지면 항암치료 자체를 진행할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미국 당뇨병학회(ADA)는 2010년 제2형 당뇨병의 예후 증진과 암 예방을 위해 건강한 식사와 적절한 활동, 체중조절이 가장 중요한 요소임을 강조하면서 당뇨병 환자는 반드시 암 검진을 규칙적으로 받을 것을 강력히 권고한 바 있다.
이성수 교수는 “당뇨병이 있으면 암 발병 확률과 사망률이 높기 때문에 환자들이 경각심을 갖고 일반인보다 더 적극적으로 암 조기진단에 나서야 하며, 이는 비단 당뇨병 환자뿐 만 아니라 공복 또는 식후 혈당이 높은 당뇨병 전(前) 단계에 있는 사람에게도 해당된다”고 권고했다.

췌장암, 당뇨병 발병 후 2~3년간 추적 검사해야 … 위·폐·간·대장·유방암 정기적 검사도 필수

당뇨병 환자는 40세부터는 주기적인 내시경 검사로 위암, 대장암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또 매년 혈액검사 및 초음파검사를 통해 간, 담관, 담낭 등 호발하는 암에 대해 검진해야 한다. 여성 당뇨병 환자는 유방촬영이나 초음파로 유방암 검진을 받을 필요가 있다. 특히 새로 당뇨병 진단을 받고 치료를 시작한 환자는 반드시 향후 2~3년 동안 췌장암 발병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진단을 받아야 한다. 55세 이상 흡연 경력이 있는 당뇨병 환자는 매년 저선량 CT촬영 등으로 폐암 조기검진을 받는 게 권장된다.
조기검진과 함께 당뇨병과 암은 나이와 비만, 식사 불균형, 운동부족, 흡연 등 공통된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영양관리, 운동 등 생활습관 개선에도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무지개색 식단은 식물 중 ‘파이토케미컬(phytochemical)’을 충분히 섭취하게 해 혈당관리와 암예방에 큰 도움을 준다. 사과·토마토·딸기 등 색깔과일과 흑미·잡곡밥·양파·당근·홍피망 등 무지개 색상의 원색채소·곡류·두류 등은 항산화 작용, 면역기능 증강, 해독작용, 호르몬 역할 조절 등에 효과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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