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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ADC 치료제 ‘엔허투’ HER2 양성에 이어 HER2 저발현 및 초저발현까지 점령
  • 정종호 기자
  • 등록 2026-02-20 22:46:20
  • 수정 2026-02-22 00:4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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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ER2 완전 음성 또는 삼중음성유방암 아닌 모든 유방암 커버 … ‘유방암 치료지형에 대변혁’
  • 내분비요법, CDK4/6 억제제로 치료받다가 전이된 유방암서 유효성 입증 … 1차 치료에서 최초로 1년 이상 무진행생존기간 입증
  • 임석아 교수 “1차 치료 후 급격하게 악화되는 환자에, 반응률 높은 치료 옵션(엔허투) 적기 투여 필요”
  • ‘IHC 0+’ 초저발현 개념 부상, 정밀 병리검사 요구도 높아져 … 학회 차원 교육과 정도검사 통해 질 제고 모색

병리학적 분류에 따라 국내 유방암은 HER2 양성이 19~20%를 차지한다. HER2 양성은 다양한 표적치료제가 나와 있어 상대적으로 치료하기 쉬운 유형으로 여겨진다. 나머지 HER2 음성은 약 80%를 차지하는데 HER2 음성이면서 HR(PR 및 ER)도 음성인 이른 바 삼중음성유방암은 전체 유방암의 12~15%를 차지한다. HER2 음성이면서 HR 양성인 경우는 전체 유방암의 69%(65~71%)를 차지한다고 볼 수 있다. 

 

침윤성 유방암은 암세포가 유관이나 소엽의 기저막을 뚫고 주변 유방 조직으로 퍼진 상태로, 전체 유방암의 75~85%를 차지하는 가장 흔한 형태다. 이 중 HER 양성은 20%, HER2 음성은 약 80%를 차지한다. 최근 HER2 음성(HR 양성이면서) 중 HER 저발현(low)과 HER 초저발현(ultra low)이 세분화됐는데 이는 사실상 HER2 양성에 준하는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새로운 치료 타깃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달 19일 유방암의 ‘게임체인저’로 각광받는 항체-약물 접합체(ADC) 항암제 ‘엔허투’(Enhertu, 트라스투주맙 데룩스테칸)가 국내서 HER2 저발현 및 초저발현 전이성 유방암 치료에 대한 적응증을 추가 승인받은 것을 기념해 기자간담회를 열고 유방암 치료 지평이 넓어졌음을 과시했다.

 

엔허투는 추가 적응증 획득으로 기존의 절제불가성 또는 전이성 HER2 양성 유방암은 물론 사실상 HER2 음성 유방암까지 커버리지를 넓히게 됐다. 엔허투는 유방암 외에 HER2 양성 비소세포폐암 및 위암/식도암 적응증도 보유하고 있다. 

 

HER2 완전 음성과 삼중음성유방암이 아닌 거의 모든 유방암(77~86%)에 적응증을 갖게 됨으로써 만약 HER2 저발현 및 초저발현에서도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될 경우 유방암 치료제 중 엔허투로 재정 지출이 쏠려 재정 건전성을 해칠 수 있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암세포를 병리검사해서 면역조직화학염색법(Immunohistochemistry, IHC)을 통해 염색강도가 3이상이면 HER2 양성으로 구분한다. IHC 염색강도가 1 또는 2이면서 제자리교잡유전자프로브검사(In Situ Hybridization, ISH)에서 음성으로 판명되면 HER 저발현으로 판단한다. ISH는 표적유전자에 결합하는 프로브를 합성하여 조직 내에서 유전자 발현을 직접 확인하는 기술로, HER2 등 암 병리학 검사에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IHC 염색강도가 0인 경우 과거에는 HER2 음성으로 간주하다가 2025년부터 세포막 염색이 가능할 경우 HER2 초저발현으로 재분류키로 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임석아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DESTINY-Breast06 연구에서 엔허투는 국내 유방암 아형 중 가장 높은 비율(전체 유방암의 약 69%)을 차지하는 호르몬 수용체 양성, HER2 저발현 및 초저발현 전이암 환자에서 내분비요법 후 악화 시 기존의 세포독성 항암제보다 효과적인 HER2 항암 접합제의 효과를 증명했다”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호르몬 수용체 양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에서 1차 내분비요법에 실패한 이후는 질병 진행까지의 생존기간의 중앙값(mPFS)이 급격히 감소한다”며 “매 치료 단계에서 약 16~18%의 환자들은 다음 치료를 진행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치료 옵션이 제한적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DESTINY-Breast06를 통해 엔허투는 호르몬 수용체 양성이자 HER2 저발현 및 초저발현 환자에서 1년 이상의 무진행 생존기간과 함께 삶의 질 유지라는 임상적 혜택을 입증하며 치료 전략의 근본적 변화를 제시했다”고 강조했다.

 

DESTINY-Breast06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항암화학요법 치료를 받은 적 없는 호르몬 수용체 양성(HR+) 및 HER2 저발현 전이성 유방암 환자에서 엔허투군(359명)은 항암화학요법군(354명) 대비 독립적 중앙 맹검 평가(BICR)에 의한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mPFS)을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개선하며 질병의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약 38% 감소시켰다(mPFS 13.2개월 vs. 8.1개월; HR: 0.62; 95% CI, 0.52-0.75; p<0.001).

 

HER2 저발현 및 초저발현을 포함하는 전체 환자 ITT(Intention-to treat) 분석군에서 나타난 엔허투군(436명)의 mPFS는 13.2개월로, 항암화학요법군(430명)의 8.1개월 대비 연장되었고, 질병의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약 36% 낮췄다(HR: 0.64; 95% CI, 0.54-0.76; p<0.001).

 

Destiny-Breast 06은 항암화학요법 이력이 없고, 전이 단계에서 내분비요법을 2차례 이상 시행했거나 보조요법으로 내분비요법을 시행해 24개월 이전에 질병이 진행한 경우 전이 단계에서 내분비요법을 1차례 시행한 환자, 또는 CD4/6억제제와 내분비요법을 6개월 이상 투약한 환자를 시험군으로 모집했다. CDK4/6 억제제는 현재 HR+양성 전이성 유방암 치료의 핵심축이자 최선호 옵션으로, 이 연구에서도 약 90%의 환자가 CDK4/6 억제제를 투약한 이력이 있었다. 그만큼 최악성 유방암 환자가 이 임상에 참여했다는 의미다. 

 

Destiny-Breast 06 연구에서 뼈에만 전이된 환자는 약 3%에 불과했으며, 약 85%에 이르는 환자가 복막전이를, 60%가 넘는 환자가 간전이를 동반햇다. 임 교수는 “CDK4/6 억제제와 내분비요법에 실패한 HR+ 전이성 유방암 환자는 상태가 급격하게 나빠진다”며 “이들 환자는 예후가 불량함에도 불구하고, 후속 치료 옵션은 제한적이어서 주로 항암화학요법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HR+ 유방암 환자만이 HER2 표적치료의 대상이었다. 그나마 PIK3CA 등 특정 유전자 변이가 확인되는 환자에서 긍정적인 데이터를 보여주고 있는 표적치료제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상당수의 환자들은 항암화학요법이 유일한 대안이었다. 따라서 엔허투의 신규 적응증은 이런 항암화학요법에 최후를 의존해야 하는 대체약물이 새로 나타났음을 뜻한다. 

 

임 교수는 엔허투의 강력한 효과의 배경으로 ‘바이스탠더 효과’(Bystander effect)를 언급했다. 엔허투는 하나의 항체가 8개의 페이로드를 운반해 암세포뿐 아니라 주변 세포까지 공격할 수 있어, HER2 발현이 낮은 환경에서도 효과적으로 작동한다는 설명이다. HER2가 조금이라도 존재하다면 인근의 종양세포들을 제거할 수 있다고 기대된다는 것이다.

 

반면 로슈의 T-DM1(트라스투주맙 엠탄신, 상품명: 캐싸일라)는 하나의 항체가 3.5개의 페이로드를 운바하고 링커가 분리되지 않아 바이스탠더 효과를 유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엔허투는 일본 다이이찌산쿄가 최초 개발한 HER2 표적 데룩스테칸(DXd) 기반 항체-약물 접합체(ADC)로, 다이이찌산쿄와 아스트라제네카가 공동으로 상용화한 제품이다. 국내에서는 한국다이이찌산쿄와 한국아스트라제네카가 공동 개발 및 판매하고 있으며, 유통은 한국다이이찌산쿄에서 담당한다. 

 

임 교수는 “HER2가 세포막에 조금만 있으면 출입문의 역할을 해 엔허투가 진입해 약물을 방출할 수 있다”면서 “특히 엔허투는 약물-항체 비율(Drug-to-Antibody Ratio, DAR)이 8대 1로 높아서 방출된 약물이 HER2가 있는 종양세포를 사멸한 후 남은 약물은 인접 종양세포에 HER2가 없어도 투과, 이를 사멸한다”고 강조했다.

 

엔허투군의 안전성 프로파일은 기존 보고와 일관되었으며, 새로운 안전성 신호는 관찰되지 않았다. 3등급 이상의 이상반응은 엔허투군에서 52.8%, 항암화학요법군에서 44.4%로 발생햇다. 엔허투군에서 나타난 약물 관련 간질성 폐질환(ILD) 또는 폐염증 사례는 1등급 7건(1.6%), 2등급 36건(8.3%), 3등급 3건(0.7%), 5등급 3건(0.7%)으로 유의해야할 대목이다.  임석아(왼쪽), 공경엽 교수

공경엽 서울아산병원 병리과 교수는 “엔허투가 DESTINY-Breast 04와 DESTINY-Breast 06를 통해 HER2 저발현 및 초저발현 환자에서 항종양 효과를 확인하면서 전통적인 유방암 병리진단 체계에서 벗어나 HER2 발현 정도를 보다 정밀하게 평가하고 이를 치료전략 수립에 반영하는 트렌드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유럽종양학회(ESMO) 가이드라인에서는 임상의가 엔허투 치료 대상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병리 보고서에 HER2 IHC 검사 점수(IHC 0, 1+, 2+ 3+)를 항상 포함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가장 최근 업데이트된 미국임상종양학회-미국병리학회(ASCO-CAP) 가이드라인은 더 나아가 HER2 음성 중 희미한 염색을 확인한 ‘IHC 0+’인 경우를 구분하여 보고하도록 권고함으로써, HER2 초저발현 환자군까지 보다 세밀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공 교수는 “HER2 저발현에 이어 초저발현까지 포함한 HER2 발현 스펙트럼의 확장은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상당수를 HER2 표적치료 대상으로 고려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며 “과거의 평가 기준에 따라 ‘HER2 IHC 0’으로 진단됐던 환자 중에서도 HER 초저발현이 있는 경우 HER2 표적치료 대상이 될 수 있는 만큼, 정확한 환자 선별을 위해 적극적인 재검사와 병리보고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HER2 발현은 O/X가 아니라 연속적인 흐름”이라며 “과거에는 양성만 찾으려 했지만, 이제는 HER가 완전히 없는 것과 강하게 발현하지만 약간 있는 것, 약하게 발현하지만 많이 있는 것 등 다양한 상황을 모두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증암질환심의위원회에서 Destiny-Breast 04 연구 결과를 근거로 1차 항암화학요법에 실패한 HR+, HER2 저발현 전이성 유방암 환자에 엔허투의 급여 타당성을 논의했으나 대상 환자가 많다는 이유로 암질심을 넘어서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임석아 교수는 “CDK4/6 억제제 및 내분비요법에 실패한 환자들은 상태가 급격하게 나빠지는 경우가 많고, 이 경우 한두 달 내에 돌아가신다”면서 “이때는 급격하게 나빠지기 전에 치료반응률이 높은 치료제를 써야 한다”고 역설했다.

 

특히 “간전이가 큰 경우 엔허투를 투약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며 “언젠가 엔허투를 투약할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이라 기다리시는 환자분들도 있는데, 그렇지 못한 환자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간경화나 간 빌리루빈 수치를 모니터링하면서 엔허투의 치료 적기를 놓치지 않아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나아가 “5%라는 산정특례의 굴레에서 벗어나 환자들의 본인부담을 조금 더 높이더라도 신약의 혜택이 모든 환자들에게 도달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학회에서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5% 산정특례의 혜택을 제한해 본인부담률을 높여서라도 전향적으로 더 많은 암환자에게 적절한 맞춤항암제를 투여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공경엽 교수는 HER2 판독에 있어 인공지능(AI) 도입의 한계와 해결 과제를 제시했다. 공 교수는 “그동안 도출된 AI 판독 그램은 HER2 영상처리가 섬세하지 못해 판별률을 올리는 데 제약이 있다”며 “많은 다양한 표본을 기계학습해서 진단효율을 검증하는 벨리데이션이 필요하지만 영세한 기업이 많아 어려움이 있다”며 “특히 AI 판독에 의료수가가 반영되지 않아 동기 유발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AI를 통해 진단 효율이 높여야 하는 것은 시대적 흐름이고 학계가 공동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의사별, 의료기관별 HER2 판독에 편차가 날 수 있다며 이를 시정하기 위해 병리학회 차원의 교육과 정도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오래된 검체가 판별률을 떨어뜨릴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보관상태만 양호하면 현재까지 이렇다할 편차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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