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월에 한번 투여하는 HIV 감염질환(에이즈) 장기지속형 주사제 등장으로 HIV 치료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 국내 법인(한국GSK)는 지난 28일 부산에서 열린 2025 대한에이즈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새틀라이트(위성) 심포지엄을 열고 경구제 기반 첫 치료부터 장기지속형 주사제로 이어지는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제(ART)의 치료 트렌드를 공유했다.
이 자리에서 김연숙 충남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의 최종 목표는 바이러스 억제를 넘어 환자가 치료를 지속하면서도 일상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며, “보카브리아&레캄비스 병용요법은 매일 약을 복용해야 하는 부담에서 벗어나 HIV 감염인의 일상 회복을 도우며 HIV 바이러스를 안정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혁신적인 치료 옵션”이라고 강조했다.
‘보카브리아주’(Vocabria, 성분명 카보테그라비르)는 HIV 인테그라제 억제제(INSTI)이며, ‘레캄비스주’(Recambis, 성분명 릴피리린)는 비뉴클레오시드 역전사효소 억제제(NNRTI)다. 이들 약은 약물입자를 아주 작게 쪼개고 분산시킨 뒤 초미세 가루로 만들어 약효를 높이는 ‘나노서스펜션’ 기술이 적용된 주사제다. 이 기술을 적용한 주사제는 △물에 잘 녹지 않는 성질 △몸에서 오래 유지되는 성질(반감기 약 40시간) △강력한 항바이러스 효과를 가진다.
보카브리아와 레캄비스 병용요법은 ‘바이러스학적으로 억제돼 있고(HIV-1 RNA 50Copies/mL 미만), 치료 실패 이력이 없으며, 카보테그라비르 또는 릴피비린에 알려진 또는 의심되는 내성이 없는 성인 환자에서 HIV-1 감염 치료’에 허가를 받았다.
여러 임상연구 및 실제 진료환경 내 연구(RWE)에 참여한 감염인들의 90% 이상이 보카브리아&레캄비스 병용요법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참여자는 ‘매일 약을 복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자유와 유연성을 준다’, ‘타인과 있을 때 약을 들킬까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어 심리적 부담이 줄었다’고 답했다. ‘매일 HIV 감염 상태를 떠올리지 않아도 되어 심리적 부담이 줄었다’, ‘약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어 훨씬 편리하다’고 보카브리아&레캄비스 병용요법의 선호 이유를 밝혔다.
최근에 진행된 실제 진료환경 내 연구(RWE)를 통해서는 다양한 인종에서 일관된 바이러스 억제 효과와 안전성 프로파일, 치료 순응도를 확인한 바 있다. ‘CARES’ 임상연구에 따르면, 치료 96주차에 바이러스학적 성공(50 copies/mL 미만) 비율은 보카브리아&레캄비스 병용요법 투여군에서 96.9%(n=247/255), 경구제 투여군에서 97.3%(n=250/257)로 비열등한 효과를 보였다.
Grade 1-4 이상반응으로 인해 치료를 중단한 환자 비율은 보카브리아&레캄비스 병용요법 투여군에서 1% 미만(n=2/255명), 경구제 투여군에서 2%(n=5/257명)으로 양호한 내약성을 보였다. 치료 순응도 및 선호도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결과를 나타냈다. 전체 예정된 투약 케이스 중 96%(n=3,142/3,261건)가 ±7일 이내에 투여됐으며, 보카브리아&레캄비스 병용요법 투여군의 99% 이상(n=243/244명)이 장기지속형 주사제를 선호하는 것으로 보고했다.
다양한 감염인 집단을 대상으로 한 RELATIVITY 연구에서 역시 바이러스 억제(<50 copies/mL) 비율은 치료 23개월 동안 95.5%~99% 범위로 유지됐으며, 내성을 동반한 바이러스학적 실패 비율은 전체적으로 0.6% (n=20/3,146건)으로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p>
주목할 만한 점은 다국가의 감염인을 대상으로 한 CARES 연구를 통해, 보카브리아&레캄비스 병용요법의 효능과 안전성 프로파일을 확인함에 따라 2025 유럽에이즈임상학회(EACS; European AIDS Clinical Society) 가이드라인에서 보카브리아&레캄비스 병용요법으로 전환 시 일부 인종에서 바이러스학적 실패와 내성 위험요인으로 지목된 HIV Subtype A1이 제외됐다.
김연숙 충남대병원 감염내과 교수가 대한에이즈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김 교수는 “현재 국내에서 사용 가능한 장기지속형 주사제인 보카브리아&레캄비스 병용요법은 의료진 입장에서 확실하게 복약순응도를 확인할 수 있고, 감염인 입장에서는 정기적인 진료와 함께 건강 관리가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며 “바이러스 수치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면 삶의 질을 개선시키고 치료 지속성을 높일 수 있는 장기지속형 주사제로 전환하는 것을 권고한다”고 강조했다.
경구약 치료도 약제 수를 3제요법에서 2제요법으로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여러 약제를 투여함에 따른 잠재적 약물 간 상호작용 위험은 낮추고 바이러스 억제 효과는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감염인의 기대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HIV 치료는 장기적인 치료가 필수이기 때문에, 약제 수를 최소화해 잠재적 이상반응이나 약물간 상호작용 및 복용 부담을 완화하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약제를 고려해야 한다”며 “2제 요법 ‘도바토정’(돌루테그라비르/라미부딘, Dolutegravir/Lamivudine)은 3제 요법과 비교 시 비열등한 효능을 보이면서도 테노포비르 알라페나미드 푸마르산염(TAF) 기반 치료제(4제 복합제 젠보야정, 3제 복합제 빅타비정, 이상 길리어드사이언스 제품)의 골밀도 감소, 신장 부작용(TDF의 신장부작용을 개선한 게 TAF), 지질 수치 상승, 체중 증가 위험 등의 단점이 상대적으로 적은 장점 덕분에 치료 경험이 없는(naïve) 감염인의 초기 치료에 적합한 옵션으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다양한 실제 진료 환경 내 연구(RWE)를 통해서도 지속 확인되고 있다. 최근 발표된 ‘DOLCE’ 임상연구에 따르면, 기존 치료 경험이 없으면서 CD4 수치가 낮거나 바이러스 부하가 높은 고위험 환자군에서도 도바토의 효능이 3제요법 대비 비열등함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스페인 에이즈 연구그룹(Spanish AIDS Study Group, GESIDA)의 가이드라인은 기저 바이러스 특성과 관계없이 도바토를 1차 치료 옵션으로 권고하고 있다. 도바토와 기존 3제 요법(BIC/FTC/TAF=Bictegravir/Emtricitabine/Tenofovir Alafenamide, 상품명 ‘빅타비’)의 효능을 전향적으로 직접 비교한 ‘PASO-DOBLE’ 연구에서 48주차 바이러스 억제율의 비열등성을 확인했다. 특히 3제요법 대비 체중증가(5% 이상 증가)와 대사 관련 부작용 위험이 유의미하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양유진 한국GSK HIV 및 항암제사업부 총괄 전무는 “이번 심포지엄에서 HIV 첫 치료 단계의 2제요법 ‘도바토’부터 장기지속형 주사제인 보카브리아&레캄비스 병용요법에 이르기까지, HIV 전 주기를 아우르는 통합적 관리 방향과 감염인 중심 치료의 중요성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가 뤄졌다”며 “GSK는 다양한 HIV 포트폴리오를 갖춘 HIV 선두 주자로서, 감염인의 치료 선택권 확대와 사회적 낙인 해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