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치료 말기에는 골 전이, 특히 척추로의 암 전이가 나타날 수 있어 신속한 진단과 대응이 중요해졌다.
김동현, 서지운, 김효진, 이지현, 채지원 서울시 보라매병원 영상의학과 교수팀은 척추 자기공명영상(MRI)을 활용해 골 전이를 자동으로 탐지하고 분할할 수 있는 ‘딥러닝 기반의 인공지능 모델(U-Net)’을 개발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2015~2021년에 수집된 환자 322명의 척추 MRI 데이터를 바탕으로, 암 전이 부위를 잘 보여주는 세 가지 종류의 MRI 영상 데이터를 조합해 딥러닝 모델을 학습시켰으며, 실제로 영상의학과 전문의 5명과 탐지 정확도를 비교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가장 성능이 우수했던 AI 모델은 전이 병변을 85.7%의 정확도로 탐지해냈으며, 전문의의 평균 정확도인 74.6%보다 높였다. 잘못된 진단(오탐지)의 비율도 AI가 더 낮았다. 특히 조기 진단이 어려운 1cm 이하의 작은 병변까지 찾아낼 수 있었던 점이 주목할 만하다.
암이 뼈로 퍼지는 골전이는 특히 폐암, 유방암, 전립선암에서 흔하다. 척추에 전이가 생기면 병적 골절, 마비, 신경 손상 등을 유발해 삶의 질을 급격히 떨어뜨린다. 척추 전이는 환자의 치료 방향 결정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조기 진단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환자 한 명당 수백 장에 달하는 척추 MRI를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영상의학과 의사들의 부담은 적잖은 연구팀의 이번 성과는 이런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김동현(왼쪽), 서지운 서울시 보라매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김동현 교수는 “이번 연구는 실제 임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모델이 전문의 수준의 정확도로 골전이를 탐지할 수 있음을 입증한 사례”라며 “AI 진단 보조 시스템의 정착과 고도화를 위한 중요한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 사용된 AI 모델은 실제 임상에서 활용될 가능성도 높다. 모델은 다양한 병원(3개 기관)의 MRI 프로토콜을 반영한 데이터로 학습돼 범용성이 높으며, 실제 사용되는 전체 척추 영상에 적용해도 높은 정확도를 보였다. 또한 AI가 진단을 놓친 병변의 경우, 대부분 매우 작거나 영상 노이즈가 많은 경우여서 실제 임상 환경에서도 의미 있는 성능을 보일 수 있음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후속 연구를 통해 더 많은 데이터를 학습시키고, 모델 성능을 더욱 고도화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는 영상의학 분야 학술지인 ‘Korean Journal of Radiology’에 올해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