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자는 청력 역치에 비례해 치매 발생 위험이 증가하기 때문에 청력 관리에 신경써야 한다.
청력역치란 125Hz~8000Hz 주파수 대에서 순음을 들려주었을 때 각 주파수대에서 피검자가 들을 수 있는 가장 작은 소리를 말한다. 순음청력역치평균이 25dB(데시벨)이하이면 청력이 정상이라고 판단한다. 청력역치가 25dB이라는 것은 25dB보다 큰 소리는 들을 수 있다는 의미다.
선우웅상 가천대 길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최근 다양한 연구를 통해 고령자의 난청과 치매 사이의 직접적인 연관성이 입증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적 저널인 ‘Lancet’에 게재된 해외 연구사례를 보면, 55세 이상에서 난청이 있으면 약 10년 후 치매 발생 위험성이 약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청력역치가 약 10dB 증가할 때마다 치매 발생 위험이 약 30%씩 증가한 것이다.
이처럼 난청이 뇌의 인지기능 저하를 유발하는 이유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청력 손실과 연관된 노화와 미세혈관 병변 등이 치매 발생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추정된다. 난청으로 인한 뇌의 자극이 줄어들면 감각 박탈에 따라 뇌의 감각처리 영역의 활동 감소로 이어져 인지기능 저하가 초래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난청으로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생기고, 사회적인 고립이 유발돼 사회적 상호작용이 저하되면서 인지기능이 떨어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난청이 생기면 남은 청각을 최대한 활용하게 되고, 청각 처리에 더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면서 다른 인지기능에 사용될 자원이 감소하게 된다. 난청에 따른 인지 부하 증가로 인지기능이 감소하는 것이다.
사람은 아주 작은 소리 차이도 감지할 정도로 민감한 청각 기능을 갖췄다. 청력 손실은 작은 변화도 건강에 위협적일 수 있다.
미국의학협회가 발행하는 세계적으로 신뢰받는 의학저널 중 하나인 JAMA 이비인후과 저널의 2020년 연구결과를 보면, 50세 이상에서는 10dB의 청력 차이마다 인지기능 저하가 유의미하게 나타났다. 이는 25dB보다 작은 소리를 듣는 정상 청력 범위에서도 유의미한 결과를 보였다. 20dB 정도는 나뭇잎 소리나 시계 초침 소리 같이 매우 조용한 환경에서 인지 가능한 작은 소리이다. 통상 난청은 25dB보다 작은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경우 정의된다. 즉 난청이 아닌 정상 청력이라도 15dB 보다 작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인지 기능 점수가 더 높았다.
난청을 유발하는 가장 나쁜 습관은 과도한 소음 노출이다. 통상 80dB 이상의 큰 소리는 청력에 문제를 일으킨다. 일상적인 대화의 크기는 50dB 정도인데, 소리가 10dB 증가할 때마다 10배 커진다고 볼 수 있다. 즉 80dB 소리는 일상적인 대화 소리보다 1000배 큰 소리라 할 수 있다.
일상생활 중 많은 사람들이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착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때 볼륨은 최대 출력을 80dB 이하로 설정해 사용하고, 주위에 소음이 있는 상황이라면 소음차단이나 소음제거 기능이 있는 제품을 사용하는 게 좋다. 다만 야외나 보행 중 소음제거 기능을 사용하면 주변 상황을 인지 못해 사고가 날 수 있음으로 주의해야 한다.
현재까지 한번 손상된 청력 자체를 회복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보청기 착용이 청력재활의 최선의 방법이다. 노인 인구 10명 중 2명은 보청기가 필요한 중등도 난청을 앓고 있고, 80대 이상에서는 2명 중 1명이 해당한다. 하지만, 이중 약 10% 정도만 보청기를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과거 보청기의 낮은 성능, 잦은 배터리 교체 등에 기인한다.
실제 보청기를 사용해 난청을 치료하면 청력재활에도 도움이 되고, 인지기능 저하를 지연시키는 보호 효과도 있다. 치매 발생 위험이 높은 70세 이상의 노년 환자에서 보청기 사용이 인지기능 저하 속도를 약 50% 정도 감소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고령자에게 난청이 있다면 보청기를 통해 인지기능 저하와 치매 발병을 모두 늦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