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동안 크기 변화가 없던 폐의 순수 간유리 결절이 뒤늦게 자랄 수 있다는 보고가 국내에서 처음 나왔다.
엄상원 삼성서울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남현승 임상강사, 김보근 강북삼성병원 호흡기내과 교수팀은 폐의 순수 간유리 결절에 대해 전 세계에 발표된 연구 중 가장 오랜 기간 추적 관찰해 분석한 결과를 21일 소개했다.
간유리 결절은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에서 반투명 유리처럼 뿌옇게 보이는 3cm 이하의 음영을 말한다. 최초 발견 당시 결절 크기나 음영 등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개 3~5년가량 주기적으로 검사를 하다 이상이 없으면 추적관찰을 중단하는 경우가 많다.
연구팀은 1997년 6월부터 2006년 9월 사이 삼성서울병원에서 저선량 흉부 CT로 폐 검사를 받은 환자 89명에서 확인된 간유리 음영 결절 135개를 대상으로 2022년 7월까지 변화 과정을 살폈다.
전체 연구기간 25년, 추적관찰 기간 중앙값만 193개월(16년)에 달해 현존하는 순수 간유리 결절 관련 코호트 연구로 가장 오래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환자들의 평균 나이는 53세로 담배를 피운 적 없는 사람이 33.7%(30명), 금연한 사람은 27%(24명), 현재 흡연 중인 사람은 39.3%(35명)이었다.
순수 간유리 결절이 1개만 발견된 사람이 65.2%(58명)로 가장 많았고, 2개인 사람이 23.6%(21명), 3개가 6.7%(6명), 4개가 3.4%(3명), 5개가 1.1%(1명) 순이었다.
연구팀은 전체 순수 간유리 결절 135개 중 23개(17.0%)에서 크기가 커졌다고 보고했다. 이 중 8개(34.8%)는 관찰 시작 이후 5년 이내에, 12개(52.2%)는 관찰 시작 이후 5~10년 사이에 크기가 커졌다.
문제는 관찰 시작 10년 후 커진 3개(3.9%)였다. 연구팀에 따르면 순수 간유리 음영 결절이 10년 동안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다가 크기 변화가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처음 진단 이후 각각 크기가 커질 때까지 걸린 기간을 측정했을 때 가장 긴 것은 179개월(약 14.9년)이 걸렸고, 나머지 2개도 각각 133개월(약 11.1년), 135개월(약 11.3년)으로 10년을 넘겼다.
이 중 2002년 저선량 흉부 CT검사에서 7mm 크기의 결절을 이루다가 133개월 만에 14mm로 자란 병변은 양성자 치료를 했다. 다른 2개의 병변은 계속 추적 관찰 중인 상태다. 향후 크기 또는 음영이 더 증가할 경우 수술 또는 방사선 치료를 고려하고 있다.
연구팀은 결절이 커진 경우 최초 발견 당시 결절 크기가 평균 7mm로, 크기 변화가 없던 경우(평균 5mm)보다 큰 편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발견 당시 7mm 이상일 경우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엄 교수는 “관찰 연구 초기에는 순수 간유리 결절이 아주 천천히, 상당 기간 크기 변화가 없다가 뒤늦게 자라는 특성을 재확인하고 꾸준한 검진을 통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음을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추가 연구를 통해 순수 간유리 결절 중 조기 폐암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군을 세밀히 밝혀낸다면 환자의 막연한 불안을 잠재우고 효과저긴 치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체스트’(CEHST, IF=9.5) 최근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