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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바티스 ‘일라리스’, CAPS·TRAPS·FMF 등 3개 적응증에 허가 9년만에 급여 적용
  • 정종호 기자
  • 등록 2024-08-09 09:46:19
  • 수정 2024-10-01 02:5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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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극희귀질환으로 유전성재발열증후군에 속해 … 위약 대비 우수한 완전반응 달성률 … 8주 간격 유지요법으로 편의성 확인
  • 급여 등재로 ‘진단 방랑’ 막고 조기치료 가능(시력·청력장애 예방) … HIDS/MKD에 급여 추가는 과제

한국노바티스는 유전성 재발열 증후군(Hereditary Recurrent Fever Syndromes, HRFS) 치료제 ‘일라리스주사액’(Ilaris 성분명 canakinumab 카나키누맙)이 보건복지부 고시에 따라 지난 8월 1일 3가지 적응증에 대해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됐다고 밝혔다.

   

유전성 재발열 증후군은 주로 출생 직후나 유아기에 발견되는 희귀 자가면역성 염증질환으로 전신에 이유 없는 발열, 발진 등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질환이다. 평생 관리가 필요한데다,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근골격계 이상, 청각 상실 등 심각한 합병증으로까지 이어져 심할 경우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그러나 기존에 허가된 치료 옵션은 매우 제한적이었다. 일라리스의 경쟁약으로는 스웨덴 소비(Sobi)의 ‘키너렛주’(성분명 아나킨라, anakinra)가 있으며 재조합된 인간 IL-1 수용체에 대한 길항제로서 염증성 사이토카인이 부착할 수용체에 미리 반응해 염증을 차단하는 기전을 갖고 있다. 류마티스관절염에 대한 적응증을 갖고 있으며 유전성 재발열 증후군에 대해서는 공식으로 적응증을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오프 라벨 사용). 키너렛은 매일 피하주사해야 하는 반면 일라리스는 첫 투여 후 8주 간격으로 피하주사(유지요법)하는 게 장점이다. 

  

일라리스는 이번에 유전성 재발열 증후군의 하위 분류인 △크리오피린 관련 주기적 증후군(Cryopyrin Associated Periodic fever Syndrome, CAPS) △종양괴사인자 수용체 관련 주기적 증후군(Tumor Necrosis Factor Receptor-Associated Periodic Syndrome, TRAPS) △가족성 지중해열(Familial Mediterranean fever, FMF) 3가지 적응증에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됐다.

   

 일라리스는 2015년 12월 30일, 만 2세 이상 및 성인 CAPS의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다가, 2018년 8월 9일 정식 치료제로 승격됐다. 2021년 9월, 만 2세 이상 소아 및 성인의 TRAPS, FMF, 고면역글로불린D증후군/메발론산 키나제 결핍증(Hyperimmunoglobulin D Syndrome/Mevalonate Kinase Deficiency, HIDS/MKD)의 치료로 적응증을 추가했다. 가장 최근에 만 2세 이상 환자에서 기존의 전신 요법에 적절한 반응을 나타내지 않는 활동성 전신성 소아 특발성 관절염(Systemic Juvenile Idiopathic Arthritis, SJIA)의 적응증을 추가했다. SJIA는 미국에서 2013년 5월에 추가된 적응증이다. 

   

일라리스는 미국에서 2020년 6월에 2세 이상 소아 또는 성인의 활동성 스틸병(Active Still’s disease, 스틸씨병) 치료제로 적응증을 추가 승인받았다. 이 질환은 성인 발현 스틸병(Adult-Onset Still’s Disease, AOSD)과 전신성 유년기 특발성 관절염(Systemic Juvenile Idiopathic Arthritis, SJIA)을 동반한 경우를 말한다. 이로써 일라리스는 이 적응증을 획득한 최초의 FDA 승인 치료제가 됐다.

   

참고로 CAPS는 △가족성 한냉 자가염증성 증후군 (Familial Cold Autoinflammatory Syndrom, FCAS/ 가족성 한냉 두드러기 (Familial Cold Urticaria, FCU) △머클-웰스 증후군 (Muckle-Wells Syndroms, MWS) △신생아 발현 다발성 염증질환 (Neonatal-Onset Multisystem Inflammatory Disease, NOMID)/ 만성 영아 신경·피부·관절 증후군 (Chronic Infantile Neurolocial, Cutaneous, Articular Syndrom, CINCA) 등을 아우르는 병명이다.

   

이에 한국노바티스는 국내 진입 9년 만에 급여를 인정받은 일라리스의 성취를 기념해 8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그 의미와 질환의 이해를 높이는 자리를 가졌다.

   

일라리스는 유전성 재발열 증후군의 주요 원인인 IL-1β에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인간 단일클론항체로 유전성 재발열 증후군 환자를 대상으로 한 주요 임상연구에서 높은 임상적 관해율과 관해유지율을 보고해 기대를 모았다.

   

일라리스는 크리오피린 관련 주기적 증후군 환자 35명을 대상으로 한 REMITTER 연구 중 첫 번째 레이블 공개 연구(Part.1)에서 150mg 1회 투여만으로 97%(n=34/35)의 환자가 8주 이내에 완전 반응(Complete Response, CR)을 달성했다.

   

3상 임상임에도 대조군 없이 단일군으로 연구를 설계한 것은 그만큼 이 질환에 적절한 치료제가 마땅치 않았다는 의미다. 초기 임상에서 일라리스의 효능을 확인한 만큼, 치명적인 질환에서 위약 대조 임상을 진행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옳지 않다는 판단이 임상설계에 반영됐다고 노바티스는 설명했다.

   

REMITTER 연구 중 완전관해에 이른 34명의 환자 가운데 3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이중맹검, 위약대조 연구(Part 2.)에서는 일라리스 150mg을 8주 간격으로 투약한 환자 15명이 모두 6개월간 관해를 유지한 반면, 위약군에 배정된 환자 16명 중에서는 3명만 관해를 유지, 8주 간격 유지요법의 가치를 확인했다.

   

또 종양괴사인자 수용체 관련 주기적 증후군(TRAPS) 환자 46명, 콜키신 내성 가족성 지중해열(FMF) 환자 6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CLUSTER 임상 연구에서는 일라리스 150mg을 투여한 TRAPS 환자 22명 가운데 10명(45%), FMF 환자 31명 중 19명(61%)이 16주차에 완전반응을 달성했다. 

   

반면 위약군의 완전반응 달성률은 각각 8%(24명 중 2명)와 6%(32명 중 2명)에 그쳤다.

   

특히 일라리스는 CAPS 환자 대상 연구에서 환자뿐 아니라 보호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 코호트 연구 결과, 일라리스 치료를 통해 환자의 신체적, 정서적, 사회적 삶에 유의미한 개선을 기대할 수 있으며, 8주 간격으로 투약하기 때문에 환자 관리에 필요한 보호자의 지원까지 줄여주는 것으로 보고됐다.

   

이처럼 탄탄한 임상 데이터에도 불구하고, 9년에 걸쳐 세 번의 도전 끝에 어렵게 건강보험 급여 목록에 등재됐다.

   

박혜윤 한국노바티스 면역사업부 전무는 “유전성 재발열 증후군은 매우 드물게 발생하는 극희귀질환으로, 치료할 수 있는 치료제 없거나 있다 하더라도 국내에서 정식 허가되지 않은 치료제로 매일 자가주사를 통해 치료해야 했다”면서 “이에 환자뿐 아니라 보호자들도 일라리스의 국내 도입을 손꼽아 기다려왔다”고 말했다. 

   정대철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8일 일라리스 급여 적용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유전성 재발열 증후군 치료제의 급여 확대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정대철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이번에 급여 적용을 받은 3가지 적응증은 모두 극희귀질환으로, 많은 환자들이 정확한 진단을 받지 못하고 ‘진단 방랑’을 겪었으며, 진단을 받았다 하더라도 치료 옵션이 매우 제한적이라 의료진으로서 안타까운 경우가 많았다”면서 “급여 등재를 계기로 유전성 재발열 증후군에 대한 인식 개선이 이루어지면, 제때에 진단을 받지 못해 청력이나 시각을 상실하는 환자들이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이어 일라리스가 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는 HIDS/MKD 역시 유전성 재발열 증후군 중 하나로, 치료제가 마땅치 않아 일라리스의 급여가 절실하지만 질병코드가 없어 급여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아쉬어했다. 

   

TRAPS의 경우 최근까지 질병코드가 없었지만, 2022년 12월 코드가 처음 만들어져 이번에 급여 대상에 포함됐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대한소아임상면역학회 차원에서 HIDS/MKD에 대한 급여 적용을 촉구하는 의견을 전달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정 교수는 또 만 2세 미만 영유아에 대한 접근성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일라리스의 급여기준은 허가사항에 따라 만 2세 이상으로 제한을 두고 있다. 그러나 출생 직후에 발병해 돌 전에 치명적인 상황에 이르는 환자가 적잖고, 일라리스를 통해 이를 막을 수 있는 만큼 접근성을 높이는 고민이 필요하다는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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