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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낯선 척추 질환 ‘척수공동증’의 위협 … “모르는 새 천천히 위험해져”
  • 정종호 기자
  • 등록 2024-05-24 10:53:59
  • 수정 2024-05-24 16:4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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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척수 내부에 액체 고여 공동 형성 … 단순 두통, 상지 감각소실, 손저림부터 천천히 진행, 연수까지 침범하면 안면마비 … 종사절단술로 신경 추가손상 막아

척추질환의 전조 증상으로 잘 알려진 것은 허리나 골반의 찌릿한 통증이다. 그러나 전혀 상관없는 손가락 저림, 근력 저하 등의 증상으로 천천히 시작되다가 심각하게 악화되는 희귀 척추 질환도 있다. 조용히 찾아와 몸을 마비시키는 ‘척수공동증’이 바로 그것이다. 


척수공동증은 척수 내부에 뇌척수액, 세포외액 등의 액체가 고이는 공간(공동)이 생겨나고 점점 확장되며 척수신경을 망가뜨리는 병이다. 척수신경이 손상되면 통증을 비롯해 이상감각, 감각소실 등이 발생한다. 질환이 더 악화되면 연하곤란, 근육위축, 사지마비까지 이어지고 심지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올해 3월에는 중국의 유명 작가 ‘시아 슈’가 29세의 나이에 척수공동증으로 투병 중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척수공동증은 희귀 질환으로 환자 수도 적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척수공동증 환자는 총 1893명 수준이다. 인구 2만7340명 당 1명꼴로 발병한 셈이다. 그만큼 질환 자체에 대한 인지도가 낮고 정보가 부족해 자칫 치료 적기를 놓칠 위험도 크다. 


윤강준 강남베드로병원 원장(신경외과 전문의)은 “척수공동증은 보통 수년에서 수십 년에 걸쳐 알아채기 어려울 정도로 서서히 진행되는 편”이라며 “초기 증상은 대개 손저림 증상이나 어깨결림 등으로 가볍게 나타나는 만큼, 일반 환자가 처음부터 척수공동증을 알아차리고 전문 병원에 조기 내원하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뇌척수액 순환장애로 생긴 ‘공동’이 척수신경 훼손 … 손과 팔의 통증, 감각 이상부터 시작


척수공동증은 기본적으로 뇌척수액의 순환장애로 인해 발생한다. 보통 뇌척수액은 뇌와 척수를 감싸 보호하며 지속적으로 순환하며 이동한다. 이런 순환이 지주막하 공간에서 막히게 되면 척수 내 물주머니와 같은 공동이 형성되고, 이 공동이 척수 신경을 훼손하면서 척수공동증이 발병하게 된다.


척수공동증의 원인은 다양하다. 우선 소뇌 일부가 척주관 내로 돌출되는 선천적 기형인 ‘아놀드키아리 기형’(Arnold-Chiari malformation)은 척수공동증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원인 중 하나다. 척수지주막염, 척추측만증, 종양, 척추이분증 등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교통사고나 낙상 등으로 외상성 척수 손상을 입을 경우에도 척수공동증의 위험이 커진다. 다친 척수 부위에 손상된 신경이 흡수되고 흉터 조직이 생기면 낭성 변화가 일어나고 이에 따라 척수 안에 공동이 생겨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심각한 척추 골절을 겪을 경우 수년 후 척수공동증으로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이상을 감지하더라도 척수공동증 초기 단계에 이를 정확하게 진단받는 경우는 드물다. 척수 손상 부위와 범위에 따라 증상과 통증, 감각 이상 부위와 정도가 천차만별로 다르게 나타나는 만큼 전문병원에 내원하는 환자들도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윤 원장은 “초기에는 두통과 함께 감각이 무뎌지는 등 미약한 증상이 대부분”이라며 “통증, 이상 감각, 감각 소실 등이 일어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손의 통각과 온도 감각이 무뎌지는 감각장애도 많이 발생하는 현상이다. 다만 이 경우 촉각과 위치 감각은 그대로 살아있는 게 특징이다. 어깨부터 손목까지 상지의 근위축이 일어나거나, 힘줄을 자극하면 근육이 수축하는 ‘힘줄반사’ 반응이 변하기도 한다. 등과 어깨 부위가 뻣뻣해지는 증상 등도 나타난다. 질환이 꾸준히 진행되어 자율신경계가 침범될 경우 체온 이상, 땀 흘림 이상, 배변 및 배뇨 장애, 성기능 장애 등도 발생할 수 있다.


주 발병 부위는 경수부(경추 척수)와 흉수부(흉부 척수)지만, 간혹 공동 발생 부위가 넓어져 연수까지 침범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에는 혀의 마비와 위축, 연하곤란, 구음장애, 얼굴감각마비, 안면마비까지도 겪게 된다.


종사절단술 등 수술로 신경 추가 손상 막아야… 조기 진단 시 심각한 진행 예방 가능


한번 발생한 척수공동증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척수 내 공동은 점차 커지게 된다. 이는 척수신경의 심각한 손상으로 이어지게 된다. 윤 원장은 “척수공동증은 희귀질환인 만큼 증상에 따라 최대한 꼼꼼하게 질환의 유무와 병변 부위를 파악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선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컴퓨터단층촬영(CT) 등을 통해 척수 내 공동을 확인한다. 이에 더해 환자의 증상과 MRI에 나타나는 이상 현상의 관계를 살펴봐야 한다. 근전도검사, 신경전도검사, 신경계 이상 유무를 판별하는 유발전위검사 등을 함께 시행하기도 한다. 필요할 경우 뇌척수액검사도 이뤄진다.


척수공동증은 아직까지 질환 발병 전으로 되돌릴 수 있는 특별한 치료법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다만 공동의 확대를 막아 안정된 상태로 유지하면 신경의 추가 손상을 막을 수 있다. 척수공동증 초기에는 보존적 치료를 우선으로 하지만 통증이 심하거나 신경학적 이상과 같이 중증도에 따라서는 수술적 치료법인 종사절단술을 고려할 수 있다. 종사는 척수의 하단에 있는 1mm 지름 정도의 가는 구조물로, 척수신경을 지탱하는 역할을 한다. 이 종사가 신경 전체를 당기는 상태가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이 종사를 절단하는 수술을 받으면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척수공동증은 가능한 조기에 발견해야 심각한 진행을 막을 수 있다. 윤 원장은 “척수공동증은 흔하지 않은 질환이기는 하나, 별다른 전조 없이 후천성으로도 나타나 상하지 마비까지 불러올 수 있다”며 “신체의 이상 증상이 느껴질 경우 이를 가볍게 생각하지 말고 전문의를 찾아 조기에 진단을 받아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척수공동증의 위험을 예방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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