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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19일은 ‘세계 염증성 장질환(IBD)의 날’ … 과민성장증후군(IBS)와 혼동하지 말아야
  • 정종호 기자
  • 등록 2024-05-17 13:30:12
  • 수정 2024-05-23 06:5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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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프로텍틴 궤양성대장염 선별검사에 유용 … 궤양성대장염은 주로 대장, 크론병은 대장에서 소장까지 침범

매년 5월 19일은 ‘세계 염증성 장질환의 날’(World IBD Day)이다. 염증성 장질환은 설사, 혈변, 복통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난치성 질환이며, 국내 환자 수는 2022년 기준 약 8만6000명으로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염증성 장질환은 장에 생기는 심각한 만성 염증으로 복통, 설사, 혈변, 체중 감소 등이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며 나타난다. 모든 연령대에서 발생할 수 있지만, 20~40대의 젊은 환자들이 50% 이상을 차지하고, 10대에서 발병하는 사례도 많다. 과거에는 서구에서 발병률이 높았으나, 최근 10년 사이 우리나라에서도 발병률이 매우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염증성 장질환의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유전적 요인에 식이, 약물, 흡연, 면역(대장벽의 면역학적 이상), 장내미생물(장내세균총) 등 여러 가지 환경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환자가 가지고 있는 유전적 요인이 중요하며, 환경적 요인은 부수적이다.


염증성 장질환 환자의 1차 직계 가족의 경우, 발생 위험도가 일반인에 비해 약 20배 정도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강직성척추염, 건선, 포도막염과 같은 자가면역질환이 있는 경우에도 적게는 수배에서, 많게는 수십배까지 염증성 장질환의 발생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보고된다.

영증성장질환의 주요 증상과 치료법(서울대병원 제공)

 

염증성 장질환은 크게 궤양성대장염과 크론병으로 나뉜다. 베체트장염도 이에 속한다. 

궤양성대장염의 주요 증상(서울대병원 제공)

 

궤양성대장염은 대장에만 침범한다. 직장에서 결장까지 대장의 점막층 또는 점막하층에만 얕은 염증이 연속적으로 발생한다. 주요 증상은 설사와 혈변, 점액변, 급박변, 잔변감(tenesmus, 배설 후 남는 불쾌한 동통, 일명 뒤무직) 등이 있다. 특히 직장에 염증이 있는 경우 변비나 잔변감이 있을 수 있고 만성 출혈로 빈혈이 나타나기도 한다. 일부 환자에서는 조절되지 않는 염증 때문에 수술을 받는 경우가 있으며, 염증이 오래되면 대장암과 같은 중증 합병증의 발생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주로 20~40대에 많이 발생하지만 최근에는 60세 이상의 고령에서도 환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궤양성대장염은 주로 점막의 얕은 층에서 염증이 발생하기 때문에 크론병 환자에서 나타나는 협착(장폐색)이나 천공(장관누공)과 같은 합병증은 잘 발생하지 않는다.

크론병의 합병증(서울대병원 제공)

 

크론병은 궤양성대장염과 달리 입부터 항문까지 모든 소화기관에 걸쳐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장의 전층을 침범하는 염증이 깊게 발생하기 때문에 내시경을 해보면 깊은 궤양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주로 소장과 대장에서 발병하고, 염증이 장벽 전층을 침범하기 때문에 깊은 염증과 궤양이 띄엄띄엄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만성염증으로 인해 협착이나 농양, 천공, 누공 등의 합병증이 쉽게 생길 수 있다. 주로 10~20대에 많이 발병하며 연령대가 낮은 만큼 유전적 요인이 발병이 중요한 것으로 추정된다.


복통과 설사가 흔한 증상이지만, 과민성대장증후군(IBS)과 유사하기 때문에 가볍게 여겨질 수 있다. 또한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아도 호전되는 경우가 있어, 진단이 늦어지거나 합병증이 발생된 상태에서 진단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젊은 나이에 반복적인 복통과 설사가 있거나 체중 감소를 동반하는 경우, 과거에 치루·치열·항문주위 농양으로 치료한 경험이 있는 경우, 염증성 장질환 가족력이 있는 경우, 건선이나 강직성 척추염과 같은 자가면역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크론병을 의심해 봐야 한다. 


베체트장염은 궤양성대장염, 크론병과 같이 원인 불명의 만성적 장염의 일종으로 베체트병이 소장 또는 대장에 염증이나 궤양의 형태로 나타난다. 아시아 인종에서 흔하며 원인 모를 장염과 궤양 증상이 나타났을 때 의심할 수 있고 만성적인 설사와 복통, 혈변, 체중 감소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이들 염증성 장질환은 장 외 증상으로 관절통, 관절염 등이 동반되기도 하고 피부, 눈, 간, 신장에 이상이 생기기도 한다. 골밀도가 감소해 골다공증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또 불규칙하고 자극적인 식습관, 카페인 섭취, 스트레스 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특히 흡연이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흡연은 크론병의 발생을 촉진하고 흡연자의 경우 수술 후 재발률이 높고 증상 악화의 경향이 높다. 


나수영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염증성 장질환은 치료도 중요하지만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평생 관리하는 병으로 받아들이고 꾸준한 관리를 통해 관해(자타각적으로 증상이 감소한 상태)를 잘 유지하고 재발을 줄이려는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며 “특히 염증성 장질환은 의료진과 환자들이 서로 신뢰를 바탕으로 함께 극복해내야 질병이다”고 강조했다. 

  

만성적인 소화기 증상을 보이며 대장 내시경검사에서 특징적인 소견이 있거나 조직검사 후 만성 염증이 확인되면 크론병과 궤양성대장염으로 진단될 수 있다.


궤양성대장염은 대장내시경을 통해 검사하고 진단하는데 4주 이상의 설사, 혈변이나 점액변을 동반한 대변·설사, 항문 주위 농양 등이 있다면 검사를 받는 게 좋다. 


최근에는 대변검사를 통해 ‘칼프로텍틴’이라는 항목을 측정하는 검사 방법도 시행하고 있다. 칼프로텍틴 검사에서 정상 소견을 보인다면 궤양성 대장염의 가능성이 매우 낮다. 따라서 모든 환자에서 반드시 대장내시경을 할 필요 없이, 칼프로텍틴 검사로 간편하게 선별 검사를 시행할 수 있다. 칼프로텍틴(calprotectin)은 분자량 36.5 kDa의 칼슘·아연-결합단백질로서 단구와 대식구에도 나타나지만 대부분 호중구 세포질에 존재한다. 염증자극물질로서 분변 칼프로텍틴(Fetal Calprotectin, FC)은 궤양성대장염에서 우수한 민감도와 특이도로 내시경검사를 대체할 수 있는 비침습적 검사로 인정받고 있다. 


반면 크론병은 소장을 침범하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대장내시경에 추가로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통해 소장에 대한 평가도 진행해야 한다. 크론병은 일반적으로 진단 시점에서 합병증이 없는 경우가 약 80%이며, 나머지는 협착이나 농양과 같은 합병증이 동반된 상태로 진단된다. 


치료는 약물 중심 … 치료 후에도 금연 금주 식습관조절 등 생활습관 유지해야


치료의 핵심은 약물치료다. 주로 사용하는 약물은 항염증제, 스테로이드제제(부신피질호르몬제제), 면역조절제, 생물학적제제 등이다. 약물치료는 증상을 없애고 장기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천공, 협착, 대장암 등 합병증을 예방하는 게 주된 목적이다. 약물은 손상된 장 점막의 회복을 돕고, 염증 정도를 낮춰 수술의 위험을 줄이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염증의 범위가 작고 정도가 심하지 않은 경우, 항염증제인 5-ASA 약제를 경구 복용 또는 항문에 주입한다. 반면 염증 범위가 넓고 정도가 심하면 면역을 조절하는 스테로이드나 면역억제제(아자치오프린 등)가 사용된다. 이러한 약제가 효과가 부족하거나 부작용이 있는 경우에는 생물학제제나 소분자 약제 등을 사용한다.


약물치료의 효과가 없거나, 폐쇄·협착·천공 합병증이 발생한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를 진행한다. 궤양성대장염은 보통 대장 전체를 들어내며, 크론병은 염증이 생긴 부분을 일부를 잘라낸다. 수술치료는 염증 부위를 모두 제거한다는 점에서 치료 효과는 높지만, 일상생활에서 여러 가지 불편함이 따를 수 있다.


염증성 장질환은 만성 난치성 질환이기 때문에 약물치료 후 관해가 온 뒤에도 금연, 금주, 식습관 조절 등의 좋은 생활습관을 유지해 관해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염증성 장질환을 예방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염증과 관련된 증상을 줄이고 특히 영양소 흡수 장애로 인한 영양 불균형, 체중 감소 등을 예방하기 위해 올바른 식습관을 생활화해야 한다. 설사, 혈변, 복통이 심할 때는 가능한 부드러운 죽 형태의 식사를 한다. 또 가공육 섭취는 줄이고 과일이나 채소 등 식이섬유를 섭취한다. 


아울러 과도한 지방이나 카페인이 들어 있는 음식은 피하고 당이 많은 음식이나 탄산음료도 제한하는 것이 좋다. 특히 식사 일지를 작성해 식사와 증상 사이의 관계를 알아보는 것도 치료와 관리에 큰 도움이 된다. 매일 규칙적인 식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염증성 장질환 생활가이드  


① 설사, 혈변, 반복적인 복통, 체중 감소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염증성 장질환 전문의와 면담하는 게 좋다.

② 고위험군(환자의 형제, 자매, 자제 등)은 발병 위험도가 일반인에 비해 약 20배 증가하므로, 증상이 없더라도 1년에 한 번 ‘칼프로텍틴’ 검사를 하면 조기 진단에 도움이 된다.

③ 항생제나 소염진통제는 꼭 필요한 경우에만 사용하고 장기적 사용은 피한다.

④ 너무 짜거나 단 음식은 장내 염증을 촉발할 수 있어 가급적 줄이고, 섬유질이 많은 음식을 섭취하면 건강한 장내미생물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⑤ 염증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돼지고기 또는 소고기 등 육류보다는 생선과 같은 종류의 단백질을 섭취한다.

⑥ 규칙적인 유산소운동, 충분한 수면, 애완동물 기르기 등도 건강한 장내미생물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나수영 교수는 “염증성 장질환은 제때 치료받지 않으면 영양 흡수가 원활하지 않아 영양 결핍이 발생할 수 있고, 심한 경우 장 폐쇄·협착·천공 등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일반인에 비해 대장암에 걸릴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고성준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염증성 장질환은 증상이 처음 나타난 시점부터 진단을 받을 때까지 상당히 시간이 걸리는 경향이 있다”며 “대부분의 환자들이 과민성장증후군, 장염, 치질 등으로 오인하고 진료를 미루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복통, 설사 등의 증상이 수개월 이상 지속되고 특별한 이유 없이 체중이 줄거나 혈변이 나타나면 미루지 말고 진료를 받아야 한다. 


고 교수는 “염증성 장질환은 난치성 질환인 만큼 장기적인 관리와 천공, 농양, 대장암과 같은 치명적인 합병증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합병증이 없는 상태에서 조기에 진단을 받고 약물치료로 염증 상태를 적절히 관리한다면, 평생 일상생활을 잘 유지할 수 있는 질환임을 인식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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