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사이언스는 경북 안동의 백신공장 ‘안동L하우스’에 신규 설비를 도입하기 위한 증축 공사에 착수한다고 7일 밝혔다. 새 시설은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 선진 규제기관이 기준으로 삼는 cGMP(미국 우수의약품 생산·품질관리기준) 수준으로, 빠른 공사를 통해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확보할 예정이다.
이번 증축은 기존 L하우스 내 백신 생산동을 1층에서 3층 높이로 올려 약 4200㎡(1300평) 규모의 신규 공간을 확보, 글로벌 공급을 위한 백신 생산량을 확보하는 게 주된 목표다.
우선 SK바이오사이언스와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Sanofi)는 대규모 공동 투자를 통해 증축된 시설을 양사가 공동 개발 중인 차세대 폐렴구균 백신후보물질 ‘GBP410’(사노피 과제명 ‘SP0202’)의 상업 생산에 활용할 계획이다. GBP410은 21종의 혈청형을 포함하고 있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허가된 폐렴구균 단백접합 백신의 경우 최대 15가지의 혈청형을 예방하는데, 여전히 포함되지 않은 혈청형으로 인한 질병 부담은 늘고 있는 추세다. 특히 폐렴은 단일질환 기준 전 세계 어린이의 최대 감염사망 원인으로,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연간 약 30만명에 달하는 5세 미만 영유아가 폐렴구균에 의한 폐렴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GBP410처럼 더 많은 혈청형을 포함한 백신의 공급이 절실한 실정이다.
GBP410에 적용된 단백접합 방식은 폐렴 및 침습성 질환을 일으키는 폐렴구균의 피막 다당체에 특정 단백질을 접합한 것으로, T세포 면역반응에 따른 면역원성을 높인 단백접합 방식이 지금까지 개발된 폐렴구균 백신 중에서도 예방효과가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와 사노피는 지난해 6월 영유아를 대상으로 'GBP410'의 안전성과 면역원성을 평가하는 2상 임상시험의 긍정적인 결과를 발표하며 블록버스터가 될 잠재력을 알렸다.
미국, 캐나다, 온두라스 내 생후 12~15개월 소아 140명과 42~89일 영유아 71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2상에선 GBP410과 대조백신을 기초 접종(생후 2, 4, 6개월) 및 부스터 접종(생후 12~15개월)한 후 비교한 결과 동등한 수준의 면역원성을 확인했다. 특히 PCV21(21가 폐렴구균백신)가 상용화될 경우 침습성 폐렴구균 질환(IPD)에서 현재 개발된 20가 백신(화이자 프리베나20)보다 5~7% 더 넓은 예방 범위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21가 백신은 SK 및 사노피 외에도 미국 머크(MSD)가 개발 중인 ‘V116’가 있으며, 작년 12월 FDA 우선심사 대상으로 지정돼 올해 6월 승인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안전성 측면에서 GBP410 접종군은 백신과 관련이 있는 중대한 이상사례가 보고되지 않았다. 또 파상풍, 디프테리아, 백일해, 폴리오, B형헤모필루스인플루엔자 백신 등 영유아 및 소아 접종 권고 백신을 병용 투약하는 경우에도 대조백신 대비 동등한 수준의 면역원성 및 안전성을 확인했다.
양사는 이 같은 임상 2상 결과를 바탕으로 현재 글로벌 3상을 준비 중이며 2027년에 허가신청서를 제출한다는 목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시설 증축과 함께 cGMP도 빠르게 확보할 계획이다. cGMP 인증은 전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수준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필수 조건 중 하나다. 안동L하우스는 이미 국내 백신 제조 시설로서는 최초로 2021년 EMA(유럽의약품청)의 EU-GMP를 획득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한 바 있다.
아울러 SK바이오사이언스의 우수한 기술력 및 생산력과 소아백신 시장의 강자인 사노피의 마케팅 역량이 시너지를 내, 빠르게 시장점유율을 높인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글로벌 의약품 통계기관인 ‘이밸류에이트파마’(Evaluate Pharma)에 따르면 폐렴구균 백신은 글로벌 백신 시장에서 코로나19 백신을 제외하고 단일 백신으로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하고 있으며, 2022년 10조원에서 2028년 12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SK바이오사이언스 안재용 사장은 “글로벌 수준의 생산 역량을 입증한 안동L하우스가 이번 증축으로 명실상부 글로벌 백신 허브로 자리잡게 될 것”이라며 “블록버스터가 될 잠재력을 가진 신규 백신의 성공적인 개발과 공급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SK바이오사이언스는 현재 송도에 건설중인 ‘글로벌 R&PD센터(Global Research & Process Development Center)’에도 cGMP 수준의 생산시설을 설계, 백신 개발부터 생산까지 이르는 전반의 영역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계획이다. 이 곳 생산시설은 신규 공법 도입을 위한 소규모 ‘파일럿 플랜트’(Pilot Plant, 시험설비)로 구축돼 글로벌 협력의 장으로 활용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