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진이 뇌전증(간질)을 동반한 인지기능 장애 치료에 효과적인 새로운 표적 세포 발굴에 성공했다. 이 표적 세포는 뇌전증 발작 후 해마에서 증가하는 단백질인 LIN28A다.
조경옥 가톨릭대 의과대학 약리학교실 교수, 최인영 박사 연구팀이 뇌전증 발작 후 해마에서 활성화되는 단백질에 대한 연구 결과를 24일 발표했다.
뇌전증은 발작을 주 증상으로 하는 신경계 질환인데, 성인에게 주로 발병되는 측두엽 뇌전증은 인지기능 저하, 정서 장애 등 다양한 정신과적 문제를 동반한다. 하지만 현재까지 뇌전증 동반 이환 질환에 특화된 치료법 개발은 신경생물학적 기전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 한계가 있었다.
뇌 신경세포는 성인이 돼서도 발생하고, 해마 등의 특수한 부위에서도 지속적으로 생성되는데, 뇌전증 발작 후에는 과립세포(광학 현미경으로도 거의 볼 수 없는 구조의 세포)가 정상 위치가 아닌 치아이랑문(hilus)에 위치하는 등 비정상적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조경옥 교수 연구팀은 뇌전증 발작 후 해마에서 활성화되는 단백질인 LIN28A에 주목했다. 해마는 기억과 학습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뇌 부위로, 뇌전증 발작 후 LIN28A가 증가하면 비정상적인 신경세포가 생성되어 인지장애가 발생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이전 연구에서 비정상 신경세포 생성을 억제할 경우, 뇌전증 동반 인지기능 장애를 호전시킬 수 있음을 밝혔었고, 후속 연구로 이번 연구를 통해 LIN28A라는 치료 타깃 세포를 발굴한 것이다.
형질전환 실험쥐를 이용해 LIN28A 단백질을 결손시킨 결과, 뇌전증 발작 후 인지장애가 개선되는 것을 확인했고, 뇌전증 발작을 유도하지 않고 LIN28A의 발현만 차단할 경우에도 인지장애에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LIN28A가 뇌전증 동반 인지장애에 특화된 분자 타깃임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해마 치아이랑 조직을 대상으로 면역 염색법(단백질에 대한 항원항체 반응을 활용해 특정 단백질을 검출하는데 사용)을 통해 뇌전증 발작 후 비정상적으로 생성되는 과립세포가 LIN28A 발현 차단 시 유의하게 감소함을 알 수 있었다.
또한, LIN28A에 의해 변화하는 하위 분자생물학적 타깃 세포 발굴을 위해 전사체 분석 및 RNA/단백질 발현을 조사한 결과, LIN28A 결손 뇌전증 실험쥐는 대조군 뇌전증 실험쥐에 비해 HTR4, HTR2C, HTR1B 등의 세로토닌 수용체 발현의 변동이 두드러지게 관찰됐다. 특히 HTR4는 신경줄기세포가 주로 위치하는 영역에서 LIN28A를 발현하는 세포에서 발현됐다.
조경옥 교수는 “다양한 뇌전증 동반 이환 질환 중 인지기능 장애로 고통받는 측두엽 뇌전증 환자가 가장 흔한 만큼, 이번 연구를 통해 발굴된 LIN28A는 향후 난치성 질환인 뇌전증 동반 인지기능 장애 치료제 개발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중개 연구 분야의 저명한 국제학술지이자 Journal of Clinical Investigation의 자매지인 ‘JCI Insight(IF=8.0)’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