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동 분당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팀은 자궁내막암을 일으킬 수 있는 ‘린치증후군’(Lynch syndrome)을 효과적으로 선별할 수 있는 2단계 시스템을 제안했다. 

김 교수는 자궁내막암 의심 환자에게 비교적 저렴한 면역조직화학검사(immunohistochemistry, IHC)를 1차적으로 실시한 뒤 정밀유전자검사인 현미부수체불안정성(microsatellite instability, MSI] 검사를 2차적으로 해봄으로써 자궁내막암을 유발할 수 있는 린치증후군 환자를 선별해낼 수 있다고 17일 밝혔다. 그는 저렴하고 시간을 줄일 수 있는 이런 시스템을 공중보건 시스템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IHC를 통해 MSI를 초래하는 MSH6 및 PMS2 결손을 파악할 수 있다. 린치증후군은 대장암, 자궁내막암, 난소암 등 다양한 유전성 암 발병률을 높이는 요인으로서, 환자는 물론 가족이나 친척에서도 린치증후군이 발견될 위험이 높다. 그러나 모든 자궁내막암 환자가 린치증후군을 확인하기 위해 고가의 정밀 유전자검사를 받기에는 비용이 높은 게 큰 단점이었다.

일반적으로 유전자검사에서 린치증후군으로 확진된 경우 수 년 내에 암이 생길 확률은 유전변이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대장암은 22∼74%, 자궁내막암은 15∼71%, 난소암은 4∼20%, 위암이 0.2∼13%, 요로상피암은 0.2∼25%으로 추산된다.

린치증후군 보인자에게 흡연과 비만은 선종과 암을 발생시킬 가능성을 추가적으로 높이는 요인으로 알려진 만큼 금연과 함께 정상 체중 유지에 신경써야 한다. 보인자는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제균요법이 권고되며, 아스피린을 매일 복용하면 암 발생 위험이 60% 감소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다. 

자궁내막암은 자궁의 내벽을 구성하는 내막에서 자라는 악성종양으로 난소암, 자궁경부암을 포함한 3대 부인암 중 가장 발병률이 높다.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여성에서 유방암, 갑상선암, 대장암, 폐암 등을 이어 여덟 번째로 빈발하는 암이다.

자궁내막암은 과도한 에스트로젠(여성호르몬) 노출로 인해 자궁내막이 증식하며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일부 환자에서는 타고난 유전자적 요인으로 인해 생기기도 한다. 이때 유전성 자궁내막암 환자들에게서 흔히 관찰되는 유전자 이상 중 하나가 린치증후군이다. 

연구팀은 분당서울대병원에서 2018~2020년에 자궁내막암으로 수술을 받은 환자 데이터가 사용됐다. 총 218명의 환자 중 24%인 52명에서 유전자복구결함(germline mismatch repair, MMR)이 발견됐다. 이들 중 34명이 MSI 검사를 받았고 91%인 31명이 양성으로 고도 MSI(high MSI, MSI-H)로 판정됐다. 31명 중 15명(45.8%)이 정밀유전자검사를 받았으며 이 중 5명(33.3%)가 린치증후군으로 확진됐다.

일반적으로 전체 자궁내막암 환자 중 약 2~5%의 환자에서 린치증후군이 발견되며 고비용의 정밀유전자검사를 전체적으로 실시할 시 경제성이 상당히 떨어진다. 따라서 비용이 정밀유전자검사의 10분의 1 수준인 IHC 검사를 통해 환자를 선별한 후 정밀유전자검사를 추가로 받으면 린치증후군을 진단받는 비율을 약 21%까지 높일 수 있다는 게 연구결과의 요지다.

이번 연구 결과는 공중보건적 측면에서 보다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유전성 암 검사 전략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김 교수는 평가했다. 국제 가이드라인 수립은 물론 향후 유전성 암검사가 건강보험 등 제도권에 편입되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Obstetrics & Gynecology Science’(IF=1.9)에 ‘A simplified two-marker immunohistochemistry strategy for Lynch syndrome screening in endometrial cancer patients’라는 제목으로 지난해 10월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