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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생존기간 1년 ‘미분화 갑상선암’ 글루타민과 단일탄소 대사 차단하면 항암제 효과 상승
  • 정종호 기자
  • 등록 2024-01-10 20:29:00
  • 수정 2024-01-20 23: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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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성순·김석모 연세대 교수팀, 가장 흔하고 순한 갑상선유두암보다 글루타민분해효소(GLS) 발현 높음 확인, 새 치료전략 제시

평균 생존기간이 1년 미만에 불과한 ‘미분화 갑상선암’의 항암제 저항 원리를 국내 연구진이 밝혀냈다. 황성순 연세대 의생명학과학부 교수, 김석모·윤혁준 강남세브란스병원 갑상선내분비외과 교수 연구팀은 기존 항암제에 높은 저항성을 보이는 미분화 갑상선암의 항암제 저항 매커니즘을 규명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그동안 항암제 효율이 낮아 치료가 어려웠던 미분화 갑상선암 분야에 새로운 치료전략을 제시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미분화갑상선암(anaplastic thyroid cancer, ATC)은 현존하는 암 중 가장 치료가 어려운 암의 하나로 전체 갑상선암 환자의 1% 미만을 차지한다. 흔치 않지만 주변 장기로 빨리 전이돼 예후가 나쁘다. 치료하지 않으면 보통 3개월 이내에 사망할 수 있으며, 치료한 환자 역시 1년 이상 생존율이 약 20% 밖에 되지 않는다. 갑상선암 중 가장 흔한 갑상선 유두암(papillary thyroid carcinoma, PTC)과는 성격이 매우 다르다.


연구진은 미분화 갑상선암이 항암제에 저항하는 원리를 찾기 위해 유전체 분석을 실시했다. 그 결과 갑상선 유두암에 비해 미분화 갑상선암에서 글루타민분해효소(GLS) 발현이 높은 것을 확인했다.


암세포는 생존하기 위해 글루타민을 주요 영양분으로 사용한다. 글루타민은 포도당 다음가는 세포 에너지원으로 꼽히며, 세포내 미토콘드리아에서 글루타민분해효소(glutaminase, GLS)에 의해 가수분해돼 글루탐산과 암모니아가 되며, 글루탐산이 TCA 사이클을 거쳐 글루타치온(GSH)이 합성된다. 글루타치온은 종양 세포에 각종 영양분과 에너지를 제공한다. 주요 암종에서 글루타민분해효소(GLS)는 높게 나타난다. 참고로 GLS는 글루타민을 합성해내는 글루타민합성효소(Glutamine synthetase, GS)와는 완연 다르다. 


연구진은 글루타민분해효소(GLS)를 억제해 암세포의 영양공급을 막으면 항암제 효과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예측과 달리, 글루타민 분해 경로를 억제해도 미분화 갑상선암세포는 여전히 살아남았다.


이 과정에서 연구진은 미분화 갑상선암이 ‘단일탄소 대사기전’을 활용해 생존한다는 사실을 새롭게 발견했다. 이를 바탕으로 글루타민분해효소 저해제(BPTES, 즉 bis-2-(5-phenylacetamido-1, 3, 4-thiadiazol-2-yl) ethyl sulphide), 968 (5-(3-Bromo-4-(dimethylamino)phenyl)-2,2-dimethyl-2,3,5,6-tetrahydrobenzo[a]phenanthridin-4(1H)-one)와 단일탄소 대사기전의 핵심 효소인 포스포글리세레이트 탈수소효소(Phosphoglycerate dehydrogenase, PHGDH)를 억제하는 저해제(CBR-5884)를 동시에 투여하는 동물실험을 실시했다. 

글루타민 분해 대사만 억제했을 경우 단일탄소 대사기전을 활성화하여 암세포가 생존했으나(A), 글루타민분해효소와 단일탄소 대사를 동시에 억제했더니 활성산소 균형이 무너져 암세포가 사멸하고 항암제 치료 효율이 증가했다(B).

 

그 결과, 암세포 유지(DNA 손상, 발암 촉진, 종양 형성, 혈관신생. 침윤과 전이, 항생제 내성)에 기여하는 활성산소종(ROS)의 균형이 무너져 암세포 사멸을 촉진했으며, 기존 단일 항암제를 사용했을 때보다 항암 효과가 약 50%가량 향상된다는 사실이 관찰됐다.


연구진은 추가로 유전체 검사를 실시해 갑상선유두암(PTC)에서 미분화갑상선암(ATC)으로 진행될수록 단일탄소 대사의 기전이 강화된다는 점도 확인했다.


황성순 교수는 “글루타민 분해 및 단일탄소 대사기전을 억제하는 신약개발 연구가 해외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아직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단일탄소 대사기전은 항암제 저항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므로 이를 제어하는 후속 신약개발 연구를 하겠다”고 말했다.


김석모 교수는 “강남세브란스병원은 난치성 미분화 갑상선암을 전국에서 가장 많이 치료하고 있다”며 “글루타민분해효소(GLS)와 PHGDH를 동시에 억제하는 병용 투여 전략이 미분화 갑상선암으로 고통받는 많은 환자에게 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으며, 네이처출판그룹(NPG) ‘Cell Death & Disease’(IF=9.1)에 ‘글루타민 분해와 단일탄소 대사기전의 공동 억제를 통해 생성된 활성산소를 이용하는 미분화 갑상선암에서의 화학요법 효능 증가’(Co-inhibition of glutaminolysis and one-carbon metabolism promotes ROS accumulation leading to enhancement of chemotherapeutic efficacy in anaplastic thyroid cancer)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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