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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몰래 뛰는 ‘발작성’ 부정맥 ‘확장 심전도 모니터링’으로 잡는다
  • 정종호 기자
  • 등록 2023-12-13 21:02:35
  • 수정 2023-12-15 21:3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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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증상 불규칙해 진단 어렵고 공황장애로 오인하기도 … 24시간홀터 검사보다 진단 정확도 높아

고등학교 3학년인 박 군은 최근 가슴이 답답하면서 빠르게 두근거리고 어지러움을 느끼다가 실신해 구급차에 실려 응급실에 가게 됐다. 병원에서 심전도검사 등 다양한 검사를 했지만 별다른 이상이 없다고 해 그냥 돌아왔다. 이후에도 같은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지만 특별한 원인을 알 수 없었다. 


박 군과 같이 일상생활 중에 갑작스럽게 심장이 빨리 뛰거나 오히려 느리게 뛰고 불규칙하게 뛰는 맥박이 있어 병원을 찾아 진료를 보고 검사를 해봤지만 정확한 원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심장이 빨리뛰는 원인은 심리적인 이유부터 심혈관계질환, 폐질환, 소화기질환, 근골격계질환 등 너무나도 다양하고 복잡하지만, 특히 이유 없이 갑자기 심장 박동이 비정상적으로 빠르거나, 느리거나 또는 불규칙한 ‘부정맥’은 증상이 발생한 상황에 심전도검사를 하지 않으면 정확한 진단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오래전부터 이런 증상을 겪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증상 발생을 예측할 수 없고, 지속시간이 불규칙해서 막상 병원에 가서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검사를 받아도 원인을 알지 못한 채 꾀병으로 오해받거나 두근거림의 원인을 신경정신질환으로 오인하여 정신과에서 공황장애에 맞는 안정제 등을 복용하는 경우도 많다.


발작성 부정맥은 다양한 심혈관질환의 한 증상으로 지속적이지 않고 일시적으로 나타났다가 저절로 사라지기도 해 ‘천의 얼굴’로 불린다. 정확히 진단되면 원인을 찾아 치료할 수 하지만, 진단을 놓쳐 방치될 경우엔 갑작스러운 심장 돌연사 위험이 있어 정확한 원인을 찾는 게 중요하다. 


부정맥은 기본적으로 흉부 X-레이 촬영, 심전도, 심장초음파, 운동부하 심전도검사, 24시간 홀터심전도검사, 혈액검사 등을 통해 진단한다. 


강기운 중앙대병원 심장혈관·부정맥센터 순환기내과 교수는 “부정맥을 진단하는 가장 기본적인 심전도(Electrocardiography, ECG or EKG) 검사는 심장에 흐르는 미약한 전류를 수 초 동안 기록해 그 자세한 파형의 분석을 통해서 심장이 어떻게 뛰고 있는지 정보를 나타낸다”며 “그러나 증상이 드물게 나타나고 지속시간이 짧거나 즉시 검사를 받기 어려운 상황에 있다면 부정맥을 진단하기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발작성 부정맥, 즉 발생 지속시간이 짧아서 심전도를 찍는 것이 어려운 경우, 24시간 이상 심장의 리듬 및 맥박을 기록하는 ‘홀터(Holter) 심전도검사’, 침습적인 ‘이식형 루프기록계(Implantable Loop recorder; ILR)’ 등을 사용해 볼 수 있다.


홀터 심전도검사는 심전도 기록계를 부착하고 정해진 시간에 일상생활을 하면서 심장의 전기적 상태를 기록하는 검사로 보통 24시간 관찰하는 검사를 시행한다. 환자 상태에 따라 또는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부정맥을 진단하기 위해 더 긴 시간을 기록하는 검사가 이뤄지기도 한다.


이식형 루프기록계는 부정맥으로 인한 실신이 의심되나 다른 비침습적 검사에서 특별한 원인을 발견하지 못한 환자에게 삽입하는 기록기로서, 수년 동안 몸속에 삽입해 지속적으로 심전도의 리듬과 맥박을 관찰해 부정맥이 나타날 때 자동으로 심전도 기록이 저장된다.


이러한 검사만으로도 정확한 진단이 어려운 경우에는 침습적 ‘전기생리학검사’를 통해 부정맥 질환을 진단할 수 있다.


‘전기생리학검사’란 대퇴 정맥 등을 통해서 여러 형태의 전기적 카테터를 심장 내로 위치시키고 심장 각 위치에서 확인되는 전기회로를 확인하고 전기적 자극을 발생시켜 부정맥을 진단하는 검사이다.


강 교수는 “부정맥이 일시적으로 나타나거나 자각하기 힘들어 심전도검사나 24시간 또는 수일간 검사를 하는 홀터 심전도검사로는 진단이 쉽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루프기록계(ILR)는 심장 앞부분 피부 밑에 이식해 연속적으로 심전도를 측정해 진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 진단이 쉽지 않은 부정맥의 경우 ILR로 부정맥 발생 여부를 추척관찰한 결과, 실신 후 ILR 이식을 받은 환자 중 약 60%에서 부정맥을 진단해 조기치료로 돌연사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23년 유럽심장학회(European Society of Cardiology)에서 발표한 연구(TEMPO-HCM) 결과에 따르면, 비후성 심근병증 환자의 부정맥 발생 사전 감지에 기존의 24시간 홀터 모니터링보다 30일 동안 진행하는 ‘확장 심전도 모니터링’(Extended ECG monitoring) 검사가 더 효과적이고 진단이 정확한 것으로 조사됐다.


확장 심전도 모니터링은 24시간 홀터검사보다 착용도 다소 간편할 뿐만 아니라 최소 3일에서 최대 2주까지 착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착용 기간에 심장 리듬 및 맥박을 모니터해 발작성 부정맥 발생의 진단율을 높일 수 있다.


실제 유럽의 5개 병원에서 심방세동 또는 심장 돌연사의 발생위험을 계층화하기 위해 비후성 심근병증 환자 100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30일 동안 확장 심전도 모니터링 시 모든 부정맥 진단율은 65%였으나, 24시간 홀터 모니터 검사는 11%에 그쳤다. 심실빈맥 진단율도 30일 동안 확장 심전도 모니터링 시 62%였지만 첫 24시간 홀터 모니터링은 8%에 불과했다. 


강 교수는 “어느 유형의 발작성 부정맥이라도 확장 심전도 모니터링, ILR, 침습적 전기생리학검사를 통해 진단할 수 있으며, 더 정확한 치료를 통해 다른 형태의 부정맥 발생, 심장 돌연사 또는 심부전 발생 위험을 사전에 충분히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평소에 갑자기 맥박이 너무 빨리 뛰고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비정상적인 심장박동이나 호흡곤란, 현기증, 실신 등의 증상이 있으면 부정맥 전문 병원을 찾아 정밀검사를 해볼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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