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BRAF ClassⅠ 변이에 대해서는 승인된 치료제가 있지만, BRAF ClassⅡ/Ⅲ 변이에서는 치료약이 없습니다. BRAF ClassⅡ/Ⅲ 변이를 타깃하는 ‘벨바라페닙’은 코비메티닙과 병용 투여했을 때 흑색종과 폐암, 대장암 등 BRAF 융합/삽입·결손(fusion/Insertion/Deletion)이 있는 환자에게 명확한 효과를 보였습니다. 치료제가 없어 고통 받는 환자에게 반드시 필요한 신약으로 개발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김태원 서울아산병원 암병원장(종양내과 교수)는 지난달 20~24일(현지시각)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ESMO Congress 2023)에서 BRAF ClassⅡ/Ⅲ 변이(특히 BRAF fusion/Indel(삽입 또는 삭제) 변이) 환자군에 한미약품의 신약후보인 벨바라페닙 Belvarafenib)과 로슈의 MEK억제제 ‘코텔릭’(Cotellic 성분명 코비메티닙, cobimetinib, 국내 미시판)을 여러 고형암에 병용 투여한 1b상 임상시험(HM-RAFI-103) 결과를 이같이 구연 발표했다.
BRAF는 변이가 없는 야생형(wild type)이 있고, 변이는 다이머라이제이션(dimerization, 다른 바이오마커의 조합)과 RAS 의존성이 없는 BRAF ClassⅠ 변이, 다이머라이제이션은 일어났지만 RAS 의존성이 없는 BRAF ClassⅡ 변이, 다이머라이제션과 RAS 의존성을 동시에 갖는 BRAF ClassⅢ 변이 등 3가지로 나뉜다.
ESMO는 유럽 최대 규모로 열리는 암 관련 학회로,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미국암학회(AACR)와 함께 세계 3대 암 학회로 꼽힌다.
이번 연구 결과는 총 133명의 RAS/RAF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는 여러 고형암 환자 중 BRAF fusion/Indel 등 변이가 확인된 15명 환자(흑색종, 비소세포폐암, 대장암)에 대한 하위군(서브 코호트) 분석 내용이다.
분석 결과 객관적반응률(Overall Response Rate, ORR)은 67%(15명 중 10명), 질병조절률(Disease Control Rate, DCR)은 93.3%, 반응지속시간(Duration of Response, DOR) 중앙값은 12개월, 무진행생존기간(Progression Free Survival, PFS)의 중앙값은 13.7개월로 확인됐다.
한미약품이 원천 개발한 벨바라페닙은 세포 내 신호전달을 매개하는 미토겐 활성화 단백질 키나아제(mitogen-activated protein kinases, MAPK) 경로 중 하나인 RAF 및 RAS를 억제하는 경구용 표적 항암제로, 2016년 9월 로슈 그룹 소속 제넨텍에 9억1000만달러 규모로 기술수출됐다. 벨바라페닙의 로슈 개발 코드명은 RG8185이다.
RAF와 RAS는 각각 3개의 아형(ARAF, BRAF, CRAF/HRAS, KRAS, NRAS)으로 이뤄져 있는데, 이들에서 변이가 발생하면 암이 유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BRAF, KRAS, NRAS 돌연변이는 다양한 암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파악되고 있다. 벨바라페닙은 이들 3개 아형의 변이를 모두 억제하는 pan-RAF inhibitor로 인정받고 있다.
RAF는 세포 내 신호전달을 매개하는 미토겐 활성화 단백질 키나제(mitogen-activated protein kinase, MAPK, MAP kinase) 중 하나로 신호전달 캐스케이드(RAS-RAF-MEK-ERK)에 관여해 세포성장을 돕는다. 변이된 RAF는 종양 형성에 관여하는데 BRAF 변이가 가장 다양한 암종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BRAF 변이의 80%는 흑색종을 유발한다. 3% 안팎이 폐암, 5% 가량이 대장암을 일으킨다. 따라서 보통 BRAF 변이 암의 치료에는 BRAF 변이 억제제와 MEK억제제가 같이 투여된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벨바라페닙의 효능을 더욱 확고히 입증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를 지속 추진할 것”이라며 “암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을 위한 혁신치료제를 빠르게 상용화해 인류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제약기업의 사명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