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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럼피스킨병 유행은 폭스바이러스의 경고 메시지”
  • 정종호 기자
  • 등록 2023-10-24 11:56:03
  • 수정 2023-10-25 15:4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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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MI 신상엽 연구위원 “DNA 바이러스라 인체감염 가능성 희박, 소 백신 접종이 우선”

최근 국내 축산농장에서 소 바이러스성 질병인 ‘럼피스킨병’ 감염 사례가 처음으로 확인돼 유행 확산과 인체 감염 가능성 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신상엽 KMI한국의학연구소 수석상임연구위원(감염내과 전문의)은 “다행히도 럼피스킨병은 ‘인수공통감염병’이 아니라 ‘가축감염병’이어서 이 병에 걸린 가축의 고기나 우유를 섭취해도 사람은 감염되지 않으며, 향후 사람에게 럼피스킨병이 발생할 가능성은 DNA 바이러스의 특성상 매우 낮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소 럼피스킨병 유행의 전세계 확대는 인류에 대한 폭스바이러스의 경고 메시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앞으로 인류는 독감, 코로나19, 폭스바이러스를 넘어 사람과 동물과 환경을 넘나드는 감염병의 도전에 끊임없이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럼피스킨병(Lympy Skin Disease)은 폭스바이러스과(Poxviridae)에 속한 DNA바이러스인 럼피스킨병 바이러스(Lympy Skin Disease virus, LSDV)에 감염돼 발생한다. 울퉁불퉁한(lumpy) 피부(skin)를 보이는 병변의 모습을 따서 병명이 붙여졌다.


소(cattle)와 물소(water buffalo)가 주로 감염병이 나타나는 자연 숙주이고, 양과 토끼 등도 일시적으로 증상을 나타낼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1929년 아프리카 잠비아에서 최초 발견돼 1943~1945년에 보츠와나, 짐바브웨, 남아프리카에서도 나타났다. 아프리카 풍토병이던 것이 이후 북쪽으로 점차 확산되어 1989년에 이스라엘에 확산됐으며 2013년부터 유럽과 러시아에 이르렀다. 2019년에는 방글라데시에서 최초로 보고됐고 2022년에는 파키스탄과 인도에서, 2023년에는 네팔에서 대유행을 일으켜 아시아로 퍼져갔다. 


지난 10월 20일 충남 서산시 부석면 한우농장에서 처음으로 확진 사례가 보고돼 당진, 평택, 김포, 태안, 음성으로 확산되어가는 상황이다. 


DNA 바이러스는 인수공통감염병 되기 어려워 … RNA바이러스(구제역, AI,  인수공통감염 유의해야 


바이러스는 유전자(DNA 또는 RNA)와 단백질막으로 구성되며, 자생하지 못하기 때문에 사람이든 동물이든 숙주세포 내로 진입해야 생존이 가능하다.


바이러스 단백질막과 숙주 세포벽을 각각 열쇠와 자물쇠로 가정하면, 열쇠와 자물쇠가 들어맞는 숙주 세포에만 들어갈 수 있다. 따라서 바이러스가 들어가서 생존할 수 있는 동물(숙주)과 잘 감염되는 세포는 대개 정해져 있다.


독감과 코로나19 등의 감염병을 일으키는 RNA 바이러스는 작고 유전자 변이가 심해 열쇠의 모양이 수시로 바뀌고 ‘종간 장벽’을 쉽게 허물어 동물만 감염시키다가 숙주를 확장해 어느 순간 사람이 감염되고 전세계 대유행을 일으키는 경우도 흔하다.


반면 DNA 바이러스는 크고 안정적인 구조를 갖추고 있고 유전자 변이가 상대적으로 심하지 않아 열쇠 모양이 잘 바뀌지 않기 때문에 ‘종간 장벽’을 뛰어넘어 감염 가능한 숙주 폭을 넓히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럼피스킨병 바이러스는 폭스바이러스과에 속하는 DNA 바이러스다. 폭스바이러스과에 속한 바이러스는 숙주에게 발열, 피부발진(수포), 높은 전파력을 보이는 감염병을 유발한다.


과거 전세계 감염병 대유행을 일으켰던 두창(천연두) 바이러스, 현재 유행 중인 엠폭스(원숭이두창, MPOX) 바이러스, 우두 바이러스 등도 모두 폭스바이러스과에 속한다.


두창은 사람이 유일한 숙주로 ‘사람감염병’이다. 과거 사람 간 전파로 전세계 대유행이 나타났다. 엠폭스는 ‘인수공통감염병’으로 설치류와 영장류를 중심으로 유행하다가 최근에는 전파 양상이 바뀌어 사람 간 전파로 전세계 유행 중이다. 우두 역시 인수공통감염병이지만 증상이 심하지 않아 백신 균주로 사용되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frican swine fever, ASF)은 국내에서 돼지를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DNA 바이러스가 원인이다. 역시 향후 사람에게 발생할 가능성은 DNA 바이러스 특성상 매우 낮다. 아프리카돼지열병과 럼프스킨병은 확산 경로가 거의 똑같아 우리나라에 럼프스킨병이 출현하는 것은 사실상 시간 문제로 간주돼왔다.


구제역(口蹄疫, foot-and-mouth disease)은 소, 돼지, 양, 염소, 사슴 등 발굽이 둘로 갈라진 동물이 감염되며 최근 국내에서 발생했다. 구제역의 원인 바이러스는 RNA 바이러스다.


구제역은 아직 인수공통감염병으로 인정되지 않으며, 구제역에 감염된 고기를 먹거나 우유를 먹은 후 인체 감염이 발생했다는 보고는 없다.


하지만 공기 중에 노출된 바이러스가 인체 호흡기세포로 들어오면 3일 정도 생존이 가능하고 경미한 호흡기 증상을 보인다는 인체 감염 보고도 있다. RNA 바이러스 특성상 구제역은 향후 인수공통감염병 유발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고병원성조류인플루엔자(AI)는 오리, 닭 등의 가축에서 주로 발생하고 있지만 인수공통감염병으로 분류해야 한다. 


조류인플루엔자((Avian Influenza, AI) 바이러스는 RNA 바이러스다. 사람인플루엔자바이러스와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 밀접 접촉 시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다. 때문에 고병원성조류인플루엔자는 조류 감염뿐 아니라 인체 감염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감시가 필요하다.


럼피스킨병 통제의 핵심은 백신접종, 사회적 거리두기, 원헬스(one health) 접근


럼피스킨병의 주된 감염 경로는 주로 흡혈곤충(모기, 진드기, 파리)에 의해 이루어지며 곤충은 감염되지 않고 운반체 역할만 한다. 감염된 동물과 직접 접촉, 바이러스에 오염된 사료나 주사기 등에 의해서도 전파가 가능하다. 


흡혈 곤충의 경우 적극적인 통제는 불가능하지만 곤충의 이동 반경이 넓지 않으므로 주변 환경 방제를 통해서 감염 확률을 낮출 수 있다.


사람은 럼피스킨병에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직접 또는 운송 수단을 통해 다른 지역 동물에게 간접전파 시킬 수 있으며 유행 시 경제적 영향도 크게 받는다.


럼피스킨병에 걸린 동물의 경우 10% 이하는 폐사한다. 회복한 경우에도 체중이 줄어 도체(고기) 손상이 일어나고 우유 생산이 급감하고 불임과 유산이 늘어난다. 유행이 지속되면 방제, 살처분, 백신 접종 등의 관리 비용도 늘어나고 새로운 양상의 유행이나 변이가 나타날 우려도 있다. 


폭스바이러스과의 DNA 바이러스는 사람의 두창, 엠폭스 유행의 경험을 비추어 보면 백신이 유행 통제에 매우 효과적이다.


두창(천연두)은 유일한 숙주가 사람으로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감염병이자 유행 당시 치사율이 30%가 넘어 가장 사망자 수가 많았던 감염병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유일한 숙주인 사람에 대한 효과적인 백신 접종이 시작된 후 두창 감염자는 크게 감소했고, 지난 1980년 WHO는 두창의 종식을 선언했다.


두창은 현재까지는 인류 최초의 팬데믹(대유행) 감염병, 이를 위해 최초로 백신이 개발된 감염병, 인류가 최초로 정복한 감염병으로 여겨지고 있다.


엠폭스(원숭이 두창, MPOX)는 1958년 처음 원인 바이러스가 분리됐고, 1970년 이후 첫 인간 감염 사례가 나온 후 설치류, 영장류, 인간에게 발생하는 아프리카지역 풍토병이었다.


그런데 2022년 이후 전파의 특성이 변화돼 유럽과 북남미를 중심으로 사람 간 감염을 통해 유행이 전세계적으로 퍼져나갔다.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하면 2022년 이후 지금까지 전세계 115개국에서 9만1123명의 엠폭스 환자가 보고됐고, 157명이 사망했다. 그러나 현재 엠폭스 유행은 고위험군 중심의 백신 접종 후 전세계적으로 소강상태에 들어갔다.


신 연구위원은 “럼피스킨병은 약독화 생백신이 개발돼 있고 국내에 백신이 구비돼 있다”며 “생백신이라 접종 후 관리가 까다로워 럼피스킨병의 국내 유입 전 사전 예방 접종은 할 수 없었지만, 유입 이후에 유행 차단 방지를 위한 백신 접종은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먼저 유행을 경험한 유럽이나 대만 등지에서는 적극적인 백신 접종으로 럼피스킨병의 추가 발생을 효과적으로 억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미 54만두분의 백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그는 “럼피스킨병 통제를 위해 당장의 우선순위는 백신 접종 및 사회적 거리두기(조기 진단 및 조기 매몰처분)로 보인다”며 “장기적으로는 사람과 동물, 생태계와 환경 모두를 보호하는 방향의 다학제적 협력으로 감염병 대응 정책을 만들어가는 원헬스(one health)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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