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슈(Roche)의 다발성경화증 치료제 ‘오크레부스’(Ocrevus, 성분명 오크렐리주맙 ocrelizumab)의 피하주사형 제제가 3상 OCARINA II 임상연구의 성공을 11일(현지시각) 선언하고 곧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승인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임상에서는 1년에 2번, 10분 동안 오크레부스를 피하주사하는 제형을 현재 승인맥 정맥주사제 제형과 비교했다. 피하주사제는 약동학, 바이오마커, 자기공명영상(MRI) 판독을 통해 정맥주사제와 마찬가지로 24주 동안 재발성 또는 원발성 진행성 다발성경화증 환자에게 효과적인 것으로 입증됐다.
오크레부스는 뇌와 척수신경 세포 주변을 덮고 있는 미엘린을 공격하는 B세포 유형을 표적으로 삼아 제거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백혈구의 임파구 내 B세포에서 발현하는 CD20 표지자를 타깃으로 하는 인간 재조합 단일클론항체다.
3상 연구에서 피하주사제는 정맥주사제와 유사하게 신속하고 지속적인 B세포 제거 효과를 보였다. 각각 환자의 97%와 98%에서 투여 2주차에 5세포/μL 이하의 B세포 수준을 보였고, 이는 24주 동안 지속됐다.
또 두 제형 모두 활성형 염증의 지표이자 질병 부담의 척도인 뇌 병변을 거의 완벽하게 억제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처럼 피하주사제가 정맥주사제 대비 비열등성을 입증한 것이다. 자세한 데이터는 조만간 열릴 다발성경화증 관련 학술대회에서 발표되고, 미국 외에 다른 국가에서도 추가 승인신청이 추진될 예정이다.
오크레부스는 2017년 3월 28일 재발성이거나 또는 최초 발생한 진행성 다발성경화증 치료제로 FDA 승인을 받았다. 2주 간격 2회 유도요법 이후 1년에 2회 투약토록 승인됐다. 하지만 투약시간이 긴 게 문제였다. 이후 2020년 12월 당초 3.5시간 걸리던 투약시간은 2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도록 추가 승인을 받았다.
이 약은 미국에서 임상적 독립증후군(CIS), 재발성-완화성 경화증(RRMS), 활성형 2차 진행성 다발성경화증(SPMS), 원발성 진행성 다발성경화증(PPMS) 등다발성골수종의 4가지 유형에 모두 허가받았다. 국내엔 아직 도입되지 않았다.
오크레부스는 지난해 63억2700만달러의 매출을 올린 다발성경화증 1위 품목이자 로슈의 최대 매출 품목이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35억달러다. 매출 비중은 올 1분기 기준 미국이 72%를 웃돌고 유럽 18%, 기타 지역 10% 선이다. 각국에서 승인에 속도를 내며 그동안의 연간 성장률 32%를 유지하려 애쓰고 있다.
오크레부스 기존 정맥주사제는 출시 1년 만에 10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증권 애널리스트들은 피하주사제가 출시되면 대체 옵션이 매출을 더욱 증가시켜 2030년에 오크레부스(정맥주사제 및 피하주사제)의 전 세계 매출이 63억달러를 고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피하주사제는 로슈가 2018년에 할로자임(Halozyme)으로부터 인핸즈(Enhanze) 기술을 도입해 개발했다. 이 기술은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PH20(rHuPH20) 효소를 사용해 난용성 약물의 조직 투과성을 높여 피하로 약물이 전달되도록 변화시킨다.
오크레부스의 경쟁자는 노바티스의 재발성 다발성경화증(relapsing multiple sclerosis, RMS) 치료제 ‘케심프타’(Kesimpta 성분명 ofatumumab 오파투무맙, 코드명 OMB157) 피하주사제다. 월 1회 자가주사한다. 2020년 8월 20일 FDA 허가를 취득했다. 오크레부스와 같은 항 CD20 단일클론항체로 약리 기전은 같다. 안전성과 유효성 데이터는 대등한 것으로 간주된다.
오크레부스가 시장 선두주자로 굳건히 자리 잡은 가운데, 케심프타가 오크레부스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노바티스는 2023년 2분기 케심프타 매출이 4억89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105%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로슈 계열사 제넨텍의 레비 개러웨이(Levi Garraway) 최고의학책임자는 “피하주사제 옵션을 사용하면 환자와 의사 모두의 치료 경험이 향상될 수 있으며, 1년에 2회 투여해도 동일한 높은 순응도와 지속성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