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그룹 지주회사 한미사이언스가 10일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을 전략기획실 실장으로 임명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고(故) 임성기 창업 회장의 남매 중 가장 적극적이고 실세라는 평가를 들어온 임주현 사장의 행보가 주목된다.
한미사이언스는 한미그룹 창립 50주년을 맞아 새로운 50년의 전략을 짜고 100년 기업으로의 도약을 준비하는 강력한 경영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임 사장을 전략기획실 실장으로 임명했다고 10일 밝혔다.
한미사이언스 관계자는 “송영숙 회장의 리더십과 임주현 사장의 기획을 기반으로 혁신신약 R&D(연구개발), 글로벌 비즈니스, 디지털헬스케어 등 전체 그룹사 차원의 미래 성장 동력 육성에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주현 사장은 한미약품 창업주인 고 임성기 회장의 3남매 중 장녀로, 한미약품 사장직을 수행하며 글로벌 전략 수립 총괄 기획을 담당하고 있다. 그는 임성기 회장의 자녀 중 한미약품그룹의 본업에 가장 열정적인 것으로 알려져 왔다. 2022년까지 그룹 글로벌전략·인적자원개발(HRD)을 총괄했는데 작년 12월 조직개편을 계기로 글로벌사업본부와 연구개발(R&D)센터, 경영관리본부, 커뮤니케이션팀 등 핵심 조직을 실질적으로 이끌어왔다. 사실상 핵심 조직 대부분을 관장하게 되면서 영향력을 확대했다. 작년 3월 스펙트럼 이사로 선임되며 같은 해 9월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미국명 롤베돈)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는 데 일조했다.
한미약품그룹은 2020년 8월 창업주인 고 임성기 회장 별세 이후 부인인 송영숙 회장을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재정비 했다. 고 임 회장의 장남인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은 2010년부터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 사장을 맡아오다가 임 회장 타계 후 송영숙, 임종윤 공동 대표이사 체제로 됐다가 2022년 3월 송영숙 단독 대표이사 체재로 바뀌었다.
임종윤, 임주현, 임종훈(차남) 등 세 자녀 모두 임 회장 타계 후 한미약품 사장에 오르면서 경영에 관여하고 있으나 올해 3월 팔탄공장 공장장 출신의 박재현 대표이사가 단독 취임하면서 한미약품에서는 형식적으로 느슨한 정립 구도를 이루고 있다.
앞서 한미약품은 2010년부터 2017년 3월까지 이관순 대표이사 단독체제로 운영하다가 2017년 3월 이후 우종수, 권세창 사장 공동 대표이사 체제에 이관순 부회장 3각 구도로 운영됐다. 하지만 2022년 12월 권세창, 이관순이 일선에서 물러났고 잠시 우종수 단독대표를 유지하다가 현재는 박재현 대표 체제다.
상속으로 인해 한미사이언스 최대주주는 송영숙 회장으로 바뀌었다. 임성기 회장 자산의 상속 전에는 송영숙, 임종윤, 임주현, 임종훈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이 각각 1.26%, 3.65%, 3.55%, 3.14%였다가 상속 직후에는 11.65%, 8.92%, 8.82%, 8.41%로 바뀌었다. 이후 자사주 매입, 개인 매입을 통해 11.65%, 9.91%, 10.19%, 10.56%로 현재 굳어져 있다.
고 임 회장 유족들은 상속 당시 주식 평가액이 1조원 규모였고 사망 전후 4개월 종가 평균이 세금을 매기는 평가액으로 잡히는 세법에 따라 7500억원가량이 평가액으로 산정됐다. 상속세 최대세율(50%에 최대주주 20% 할증이 붙어 60%)을 적용받아 대략 4500억원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이를 위해 고 임 회장 유족들은 은행 증권사에서 주식담보대출을 받아 상속세 재원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종윤 사장은 미국 보스턴칼리지 생화학과를 졸업하고 버클리음대에서 재즈작곡분야 석사과정을 수학했다. 재즈음악과 사진예술에 관심이 많고 경영적인 측면에서 다른 기업의 인수합병이나 전략적 투자에 관심이 많다고 알려져 있다.
임종훈 신임 사장은 1977년생으로 미국 벤틀리대 경영학과 졸업 후 그룹의 경영기획과 최고투자책임자(CIO) 업무를 맡아 왔고 한미헬스케어 대표를 겸하고 있다.
한미 플랫폼 기술 ‘오라스커버리’, 홍콩 헬스케어기업 ‘씨머아이’로 이전
한편 한미약품은 이날 ‘오라스커버리’ 관련 자산이 홍콩의 종합 헬스케어기업 ‘씨머아이케어홀딩스’(C-Mer Eye Care Holdings)로 이전됐다고 10일 공시했다.
오라스커버리는 차세대 P-당단백질(P-glycoprotein, P-gp) 억제제인 HM30181A를 활용해 주사 항암제를 경구용으로 전환하는 플랫폼 기술로, 한미가 개발해 2011년에 미국 아테넥스(Athenex)에 기술을 이전해 최근까지 이 기술을 적용한 ‘오락솔’ 등 경구용 항암제를 개발해 왔다.
한미는 아테넥스가 최근 청산을 통해 보유자산을 씨머아이에 이전하는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오라스커버리 등 관련 자산도 함께 이전됐다고 설명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오랜 기간 열정을 다해 개발에 임해 준 아테넥스에 감사하며, 씨머아이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주요 증권사 평가에 따르면, 현재 오락솔 등 오라스커버리 관련 자산이 한미약품 기업 가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5% 미만으로, 이번 자산 이동이 한미 미래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
씨머아이는 홍콩에 본사를 둔 종합 헬스케어 기업으로, 종양 분야를 포함한 다양한 전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홍콩과 베이징, 상하이, 선전과 광저우 등 주요 도시에 70개 의료기관을 소유하고 있으며, 작년에 17억3000만 홍콩달러(약 2900억원) 매출을 달성했다. 지난 7일 기준 시가총액은 47억8800만 홍콩달러(약 8000억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