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이 16일 대동맥센터를 개소했다. 응급실이 아닌 심장혈관병원에 센터를 개소해 24시간 환자를 전원 응대할 수 있는 핫라인을 가동하는 게 차별화된다.
이번에 세브란스병원이 문을 연 대동맥센터가 가장 자랑하는 것은 빠른 처치가 가능한 시스템 개선이다. 그동안 대동맥질환 환자가 입원하려면 응급실을 거쳐야 했다. 응급실 코디네이터에게 연락하면 응급실 의사, 심장혈관외과 전문의에게 환자 수용 여부를 묻고 승낙받아야 입원이 가능했다.
반면 새로 개소한 대동맥센터는 응급실 의료진이 아닌 심장혈관외과 교수가 직접 전원 문의 콜을 대기한다. 전원 프로세스를 간소화하며 처치까지 소요하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또 환자를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 중환자실로 바로 이동시킨다. 보통 응급 환자는 응급실을 거치며 처치받기까지 시간이 지연된다. 응급실이 아닌 수술과 시술이 가능한 수술실로 곧바로 이동시킬 있는 중환자실로 전원받아 빠르게 치료를 시작한다.
응급 환자 외에 외래 환자를 빠르게 처치하기 위한 시스템도 갖췄다. 환자는 대동맥센터에서 심장내과와 심장혈관외과 외래 진료를 원스톱으로 볼 수 있다. 오전에 내과를, 오후에 외과를 각각 보는 식이다. 오전 외래 환자 중에서 대동맥 파열 위험이 있으면 오후 진료를 보고 바로 수술하기 위해서다. 대동맥이 언제 터질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환자의 우려가 크게 해소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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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시스템 구축 기반에는 세브란스병원이 그동안 다져온 대동맥질환을 대상으로 한 다학제 진료 역량이 있다. 심장혈관외과와 심장내과는 물론 영상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들이 모두 참여해 최고의 진료 방향을 설정해왔다.
대동맥은 심장에서 신체 전체로 혈액을 보내는 가장 큰 혈관이다. 노화나 질병으로 혈관벽이 약해지면 늘어나거나 찢어질 수 있다. 대동맥이 풍선처럼 늘어나 터질 수 있는 대동맥류와 혈관 안쪽이 찢어지는 대동맥 박리증이 대표적이다. 두 질환의 공통점은 수술이나 시술 등 빠른 처치가 필요한 응급질환이라는 것이다.
급성 대동맥질환으로 혈압을 유지하지 못하면 쇼크와 함께 의식을 잃을 수 있고 심하면 사망에 이른다. 혈액 흐름이 끊겨 신부전간부전 등과 함께 다리 괴사가 생기기도 해 제때 치료를 못하면 심각한 후유증을 앓는다. 가슴복부에 극심한 통증이 발생하면 즉시 119로 전화해 대형 병원을 찾아야 한다.
문제 대동맥을 잘라내고 인조 혈관을 대체하는 수술이 기본적인 치료 방법이다. 환자 상태에 따라서 대동맥 안에 스텐트를 삽입하는 시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주현철 센터장(심장혈관외과)은 “급성 대동맥 질환이 발생했을 때 골든타임인 1~24시간 안에 처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환자는 즉사할 수 있다”며 “이러한 골든타임 1분 1초라도 아끼기 위해 우리 센터에서는 심장혈관외과 교수가 직접 콜을 대기하며 환자 치료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심장혈관병원에 하이브리드수술실이 마련됐다. 2011년 국내 최초 하이브리드수술실을 첫 번째 오픈한 이후 두 번째다. 하이브리드수술실에서는 수술과 시술이 동시에 가능하다. 이러한 수술실 형태의 장점은 시술 중 응급 상황 발생 시에 수술로 바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급하게 수술로 전환할 때 환자를 다른 수술실로 옮길 필요가 없다.
수술과 시술 시너지도 높일 수 있다. 대량 출혈이 수반되는 수술에서는 그에 앞서 혈관을 막는 시술을 먼저 실시해 환자 부담을 줄일 뿐만 아니라 고위험군 환자들의 수술 난도를 낮춰 합병증 발생률을 줄일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 비뇨의학과는 미국 프로셉트바이오로보틱스(Procept BioRobotics)에서 개발한 인공지능(AI) 전립선비대증 로봇수술 첨단장비 ‘아쿠아블레이션’(AQUABEAM® Robotic System)을 최근 도입, 첫 수술을 시행했다고 17일 밝혔다.
대한비뇨의학회에서 최근 시행한 50~70대 남성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립선비대증 환자는 50대 54.3%, 60대 67.4%, 70대 70.9%로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유병률도 증가했다.
대부분 약물치료를 받으면 증상 개선이 이루어짐에도 중증 환자의 36.7%는 병·의원을 방문조차 하지 않는 것으로 보고됐다. 이미 중증 이상인 환자들은 약물치료에도 반응이 없으면 수술적 치료를 고려하게 된다.
이 병원이 도입한 아쿠아블레이션 수술은 빠른 시간 내 당일 통원 치료가 가능하고 합병증을 획기적으로 줄여 수술을 고려하는 환자들의 고민을 덜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아쿠아블레이션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으며, 2022년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시행한 신의료기술 평가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을 인정받아 국내에서도 사용이 가능하게 되었다.
아쿠아빔 로봇시스템을 이용한 아쿠아블레이션 인공지능(AI) 로봇수술은 사전 계획된 수술 안내 지도에 따라 요도내시경과 초음파 장치를 통해 실시간으로 전립선 및 방광 주변 구조를 분석하고, 환자별로 다양한 전립선 크기와 모양을 파악, 정교하게 원하는 부위를 제거할 수 있는 첨단 수술법이다.
기존 레이저나 전기 소작을 사용하는 수술법과 달리 고압의 물(워터젯)을 이용해 전립선 조직을 제거하기 때문에 절제 주변조직의 열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 덕분에 다른 수술법에 비해 요실금 및 발기부전 등 합병증은 거의 보고되지 않고 치료 효과가 우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기존 경요도내시경을 이용한 전립선절제술이나 홀뮴레이저를 이용한 내시경적 전립선종 적출술(홀렙 수술)에서 85~90%이상 발생하는 역행성 사정이 아쿠아블레이션에서는 0~7%로 크게 줄어 성생활 유지를 희망하는 환자들에게 더욱 선호될 전망이다. 더욱 안전하게 적용이 가능하다.
지난달 80~150ml 사이즈의 거대 전립선종 환자를 대상으로 한 아쿠아블레이션 로봇수술의 5년 장기 해외 연구 결과 발표에 따르면 전립선 크기와 무관하게 환자의 성기능을 보존하면서 배뇨 증상의 호전을 장기간 유지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이규성 비뇨의학과 교수(미래의학연구원장)은 ”아쿠아블레이션 도입으로 삼성서울병원은 전립선비대증 치료에 관한 ‘모든 옵션’을 보유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전립선질환 치료에 선도적 역할을 계속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고광진 비뇨의학과 교수도 “아쿠아블레이션 로봇수술은 환자 ‘개인별 맞춤 치료’가 가능하며, 아직까지는 1~2일간 입원치료가 필요하지만 빠른 시간 내 당일 통원 수술로 전환하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며 “수술이 필요한 환자들의 고민을 덜어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