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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세브란스병원, 국내 최초로 중입자치료 시작 … 암세포 살상효과, 양성자의 3배
  • 정종호 기자
  • 등록 2023-04-28 22:38:07
  • 수정 2023-05-02 19:5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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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0대 전립선암 2기 환자 대상 … 5년 무재발률 향상 기대, 치료비 8000만원 예상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은 국내 최초로 ‘꿈의 암 치료’라 불리는 중입자(重粒子) 치료를 28일 시작했다. 첫 치료 환자는 60대 전립선암 2기 환자로 전립선 피막 안에만 1.2cm 크기의 종양이 존재했고 림프절과 주변 장기로 전이는 없는 상태였다. 이 병원은 28일 첫 조사 이후 3주간 12회에 거쳐 치료를 실시할 계획이다.


첫 번째 치료를 마친 환자는 “치료를 시작한 지 몇 분 되지도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중입자 치료가 끝났다고 해서 놀랐고 통증 등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며 “피해야 할 음식이 없다고 해서 병원을 나가면 편하게 식사를 즐길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환자는 2020년 건강검진에서 전립선 특이항원(Prostate Specific Antigen, PSA) 수치가 정상(4ng/ml 이하)보다 높은 사실을 발견했다. 2022년 12월 서울 소재 병원에서 전립선암 진단을 받고 수술을 고려하던 중 친구로부터 세브란스병원이 중입자 치료를 도입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수술 없이 치료 가능하다는 것과 후유증이 적다는 장점에 치료를 결심했고 국내에서 중입자 치료를 받은 1호 환자가 됐다.


중입자 치료 경험이 가장 풍부한 일본에서는 중입자 치료 환자 중 25~30% 정도가 전립선암 환자다. 전립선암은 일본에서 국민건강보험 적용을 받은 두 번째 중입자 치료 암종으로, 치료 효과가 입증되고 있다.


국소 전립선암의 유효성 지표 중 매우 중요한 것이 바로 생화학적 무재발률이다. 생화학적 재발은 PSA 수치가 치료 후 기록한 가장 낮은 수치보다 2ng/ml 이상 상승한 상태다. 


암 세포 분화 정도가 양호한 저위험군 전립선암에서 생화학적 무재발률은 중입자, X-선 치료 모두 비슷한 성적을 보이지만 고위험군에서는 중입자 치료가 우수한 5년 생화학적 무재발률을 보이기 시작한다. 전립선암 세포가 다시 자라지 않는다는 뜻이다. 재발 위험이 가장 높은 고위험군에서는 중입자 치료의 5년 생화학적 무재발률이 90% 이상으로 보고됐다. 전립선암 치료로 발생할 수 있는 소화기계 부작용인 혈변 등은 물론 빈뇨·절박뇨·혈뇨 등 비뇨기계 부작용 발생률이 낮아서 치료 안전성이 여러 연구에서 밝혀졌다.


치료 전 자세 교정과 실제 조사 등을 모두 합해도 실제 총 치료 시간은 30분이 채 안 된다. 평소 즐기던 운동, 여행 등 일상생활을 누릴 수 있는 높은 환자 편의도 장점이다. 전립선 뒤쪽이 항문과 가깝기 때문에 한 달 정도 탕목욕을 피해야 한다는 정도가 주의사항이다.


모든 전립선암이 중입자 치료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전립선암 병기 1~4기 중 4기와 전이가 있다면 치료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또 수술로 전립선을 절제한 경우와 이전에 전립선 부위에 방사선치료를 받았어도 마찬가지다. 암 세포 덩어리를 대상으로 하는데 수술 또는 방사선 치료를 받으면 대상을 찾기 어렵다.


최진섭 연세암병원장은 “이번에 시작한 고정형 치료기에 이어 회전형 치료기(갠트리)를 가동하면 중입자 치료 대상 암종이 확대될 것”이라며 “중입자 치료를 갖춘 연세암병원은 수술, 항암제 등 다양한 치료 옵션으로 암 정복에 앞장 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병원은 당초 지난달에 중입자 치료를 시작하려 했으나 한 달 정도 지연됐다. 


중입자 치료는 탄소 원자를 싱크로트론을 통해 광속의 70% 수준까지 가속화시켜 얻은 빔을 암세포에 쬐어 암을 치료한다. 중입자의 암세포 살상 효과는 X-선 및 양성자보다 2~3배 정도 우수하다. 중입자가 양성자보다 질량비가 12배 높기 때문에 질량이 무거운 만큼 암세포가 받는 충격 강도가 크기 때문이다. 


중입자의 또다른 강점은 목표 지점인 암 부위에서 최대의 에너지를 방출하고 이후엔 에너지가 급감해 암 이외의 부위에는 타격을 입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중입자 특성을 이를 발견해 1915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윌리엄 헬리 브래그, 윌리엄 로런 브래그 부자의 이름을 따 브래그 피크(Bragg peak)라고 부른다. 


세브란스병원은 장비값 1500억원, 건설비용 1500억원 등 3000억원에 달하는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많은 비용을 들여 중입자 치료기를 구축했다. 가속기 직경이 20m여서 무려 30m를 파고 지하에 치료기를 들여놨다. 지난해 10월부터 시범 가동에 들어갔다. 현재 일본은 환자 1인당 1억원, 독일은 1억5000만원을 받는데 세브란스는 약 8000만원 안팎을 책정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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