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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같은 헬리코박터라도 아시아인이 동양형 병독소(CagA) 가지면 위암에 더 잘 걸려”
  • 정종호 ‧약학박사 기자
  • 등록 2023-03-15 19:38:54
  • 수정 2023-03-22 03:4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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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기돈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 “한국인 클래리스로마이신 내성률 18%, 내성이 치료효과에 미치는 영향 연구 중”

오는 3월 17~1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31차 대한상부위장관·헬리코박터학회 연례 학술대회, 4차 국제 상부위장관·헬리코박터학회 연례 학술대회, 19차 한일 헬리코박터 연구학회 심포지엄을 통합한 국제학술대회(HUG 2023)을 개최한다.  


대한상부위장관·헬리코박터학회의 재무이사를 맡고 있는 최기돈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로부터  헬리코박터파일로리(Helicobacter pylori) 감염 실태와 관련 유발 질환 발병 양상에 대해 들어봤다.


- 우리나라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항생제 내성 현황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에 대한 제균치료가 나온 지 30년이 다 돼 가는데 아직도 예전의 위산분비억제제(오메프라졸 등 프로톤펌프억제제 계열), 아목시실린, 클래리스로마이신(clarithromycin)을 아침 저녁 하루 2회, 14일간 복용하는 게 표준요법으로 시행되고 있다. 이에 우리 학회가 2017-2018년 전국 15개 병원을 대상으로 전국적인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항생제 내성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클래리스로마이신 내성은 18%, 메트로니다졸 30%, 아목시실린 10%, 레보플록사신 내성이 37%로 전반적으로 높은 항생제 내성이 확인됐다. 두 가지 이상의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다제내성균의 비율도 25%로 높았다”


- 장기간 사용해온 것에 비하면 내성이 그리 높지 않은 것 아닌가요?

“클래리스로마이신 기준으로 내성률이 15% 이상이면 높은 것으로 간주된다. 항생제 내성 현황은 지역별로 차이가 있었다. 클래리스로마이신 내성은 경기, 전라 지역에서 20% 이상으로 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았다. 1990년대 국내 자료에서는 클래리스로마이신 내성이 약 5%, 아목시실린 내성이 0%이었다. 그에 비하면 항생제 내성은 꾸준히 증가세다.”


- 그렇다면 지금 사용하는 헬리코박터 제균요법에 대한 더 나은 대안이 있을까요?

“표준 3제요법(프로톤펌프억제제, 클래리스로마이신, 아목시실린)을 2주간 시행하는 방법, 비스무스(bismuth)를 포함하지 않는 4제요법(프로톤펌프억제제+클래리스로마이신, 아목시실린, 메트로니다졸), 비스무스 포함 4제요법(프로톤펌프억제제, 메트로니다졸, 비스무스, 테트라사이클린)이 현재 국내 진료지침에서 1차 치료제로 추천된다. 클래리스로마이신 내성 검사 후 내성 여부에 따라 치료제를 선택하는 게 권고된다. 내성이 없는 경우 표준3제요법 7일, 내성이 있는 경우 클래리스로마이신 대신 메트로니다졸 3제요법 7일로 치료하게 된다.”


- 헬리코박터균이 검출되면 무조건 제거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고, 반대로 헬리코박터를 죽이기 위해 모든 국민에게 항생제를 먹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반론도 있다. 제균요법의 효용성에 대한 논란이 여전한데 합리적인 견해가 있다면?

“2020년 개정된 한국인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 치료지침에서는 소화성궤양, 저등급 MALT 림프종, 조기 위암 절제술 후, 위암 가족력, 기능성 소화불량증, 특발성 혈소판 감소성 자반증, 위선종의 내시경 절제술 후, 철 결핍성 빈혈 등을 제균치료 대상으로 권고하고 있다. 

위축성 위염이나 장상피화생이 있는 경우에 제균치료를 시행하는 권고안을 표결해 부쳤다. 1차 설문에서 약 50%, 2차 설문에서는 약 60%만이 권고안에 동의해 결국 합의안을 만들지 못했다. 즉 위축성 위염이나 장상피화생에서 헬리코박터 제균치료를 권고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하고, 전문가의 콘센서스가 형성되지 않아 연구결과가 축적된 후 재논의하기로 결정했다.”


- 치료 전에 헬리코박터에 대한 항생제 내성을 검사하는 PCR 키트가 나와 있다. 현재 임상현장에서 얼마나 사용되며 효용성은 있는지 궁금하다.

“항생제 내성을 판단하는 데에는 배양검사가 표준검사다. 배양검사는 특이도가 높은 검사지만, 균이 자라는 데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비싸며, 배양에 기술과 장비가 필요하다. 균주의 채취, 운반, 보관, 배양기술에 따라 민감도의 차이가 커서 임상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기 어렵다. 반면 PCR 키트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의 진단 및 클래리스로마이신 내성 돌연변이를 높은 민감도와 특이도로 확인할 수 있다. PCR을 활용한 클래리스로마이신 내성 돌연변이 검사는 소화성궤양, MALT 림프종, 조기위암 절제술 후 급여가 인정돼 임상현장에서 사용이 증가하고 있다.”


- 이런 것들을 알아보기 위해 차세대염기서열분석법(NGS)을 시행하기도 하는데 어떤 경우인가요? 

“위 생검조직을 이용한 NGS 연구결과들이 학계에 보고되고 있다. 클래리스로마이신 이외의 다른 항생제(아목시실린, 메트로니다졸, 레보플록사신 등)에 대한 내성을 비교적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현재까지는 연구 목적으로만 쓰이고, 임상에 도입되지는 않았다.”


- 요소호기 검사의 헬리코박터 판정률의 정확도는?

“요소호기검사의 민감도와 특이도는 95% 정도로 매우 정확한 검사다. 재현성이 높고 간편하게 시행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하지만 항생제 또는 프로톤펌프억제제로 치료 중이거나, 위장관 출혈이 있거나, 위절제술을 받은 환자에서는 요소호기검사의 정확성이 떨어질 수 있어서 주의를 요한다.” 


- 요즘 건강검진으로 위내시경 검사를 많이 하는데, 이것만으로도 경험 많은 의사라면 충분히 헬리코박터에 의한 병변을 감별할 수 있지 않나요?

“내시경에서 위염이 관찰되는 경우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을 시사하는 소견이 나타난다. 예를 들면 위 주름이 두꺼워지거나, 점 모양의 발적 소견이 보이거나, 결절 모양의 변화가 관찰된다면 헬리코박터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경험 많은 의사가 관찰하더라도 내시경 소견만으로는 진단 정확성이 60~80%에 그친다. 따라서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급속요소분해효소검사나 요소호기검사, 조직검사 등 추가적인 헬리코박터 검사가 필요하다.”


-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가 한국인의 위암 발병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서양인과 차이가 있다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위암 발병의 중요한 위험인자다. 헬리코박터가 가지고 있는 병독소 중 CagA 단백질이 있다. CagA 단백질은 동양형과 서양형으로 나뉘는데, 위암 발생률이 높은 한국이나 일본에서는 대부분의 헬리코박터가 동양형 CagA를 가지고 있다. 동양형 CagA 양성 균주가 서양형 CagA 양성 균주에 비해 위암의 위험을 더욱 높이기 때문에, 위암 발생의 지역적 차이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냉장고가 보편화된 1970년대 후반 이전에는 불량한 위생상태 때문에 위암이 잘 생긴다고 생각했으나 1980년대 이후부터 지금까지도 위암은 한국인에서 갑상선암, 폐암에 이어 3위이고 세계에서 가장 위암 발병률이 높다. 김치 젓갈과 같은 염장 발효식품의 영향 때문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염장식품의 섭취는 위암 발생 위험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염장식품의 섭취가 20g 늘어나면 위암 발생 위험이 9% 상승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육류 섭취는 조리방법이 위암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 직화구이나 햄, 베이컨, 소시지 등 가공육 섭취가 위암의 위험을 높인다. 염장 채소보다는 신선한 채소나 과일 섭취가 바람직하다.”


- 헬리코박터 양성에 염장발효식품의 다량 섭취가 위암 발생에 시너지를 일으키지 않을까요?

“위암 발생에서 양자 간 상호관계에 대해서는 연구가 많지 않아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 흔히 위벽이 두꺼우면 암에 잘 안 걸리고, 얇으면 잘 걸린다고 믿는 사람이 많은데 이론적 근거가 있나요. 

“위벽이 두꺼울수록 위암에 잘 걸리지 않는다는 말은 사실과 다르다. 오히려  위의 염증이나 위샘의 과증식으로 인해 비정상적으로 위벽이 두꺼운 경우 위암이 더 잘 생길 수 있다.” 


- 장상피화생을 한약이나 건강기능식품으로 고칠 수 있다고 선전하는데 의학적 근거가 있나요?

“위축성위염은 위 내에서 위샘이 소실된 상태이고, 장상피화생은 위의 상피세포가 장 모양의 세포로 대체된 것을 말한다. 위축성위염이나 장상피화생이 있으면 위암의 위험이 증가한다. 한 연구에서는 위축성위염 환자에서 연간 0.1%, 장상피화생 환자에서 연간 0.25% 위암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헬리코박터 제균치료 후에 위축성위염의 개선은 대부분의 연구에서 일관되게 보고되고 있으나 장상피화생에 대해서는 다양한 연구가 상반된 결론을 내 논란이 돼왔다. 이전에는 장상피화생이 개선될 수 없는 비가역적 변화로 간주됐으나, 최근에는 제균치료 후 장상피화생도 개선됐다고 보고하는 연구들이 늘고 있다. 장상피화생이 제균치료로 호전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위축성위염에 비해 길다. 한약이나 건강보조식품으로 장상피화생을 고칠 수 있다는 의학적인 근거는 없다.” 


-요즘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지대하다. 어떤 장내세균은 변비형 과민성장증후군에 좋고. 어떤 균은 설사형 과민성장증후군에 좋다는 연구나 광고가 많은데 실제 환자들은 전혀 효과가 없다고 하기도 하고, 일부는 나에게 딱 맞는 제품이 있다면 신뢰할 수 있다고 반응한다. 이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프로바이오틱스 투여 후 증상이 개선됐다고 보고한 연구들이 여럿 나왔다. 하지만 이제까지의 연구결과로는 특정 증상을 가진 과민성장증후군 환자에게 특정 균주나 용량을 추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습니다. 


- 이번 국제학술대회의 오프라인 개최에 대한 소감은?

“2020년부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대면 모임이 어려워 주로 온라인으로 국제학술대회가 개최됐다. 3년 만에 대면 학술대회가 재개돼 기대가 크다. 이번 학술대회에는 17개국에서 400명 이상이 등록했고,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와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를 선도하는 국내외 연구자들이 다양한 연구결과를 공유하고 활발하게 토론할 것으로 기대된다.” 


- 개인적으로 앞으로 집중한 연구방향은?

“배양검사나 PCR 검사 외에 접근성이 용이한 방법으로 클래리스로마이신 내성 여부를 예측할 수 있다면 제균치료 성공률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과거 연구에 따르면 마크롤라이드계 항생제(클래리스로마이신 등)에 노출된 횟수가 많을수록 제균율이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따라서 마크롤라이드계 항생제 복용력이 있을 경우 클래리스로마이신 내성이 있을 것으로 예상돼 다른 항생제를 투여하는 게 권고되지만 실제 임상에서는 항생제 복용이력을 환자의 기억에 의존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정확한 정보를 얻기가 어렵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처방이력 자료를 활용해 마크롤라이드계 항생제 복용력에 따른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항생제 내성 경향과 실제 치료효과를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 환자들에게 잘못된 의학지식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아 준다면.

“건강검진 결과를 우편으로 받아보고 자세한 것을 알기 위해 인터넷으로 의학정보를 검색하는 환자들이 많다. 하지만 인터넷상 의학정보는 잘못된 게 매우 많고, 일반인이 정보의 신뢰성을 확인할 수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 위축성위염이나 장상피화생에 대한 과도한 불안이 대표적인 사례다. 검사 결과에 대한 궁금증은 담당의사와 상의하는 게 가장 좋다.”


- 의사로서의 보람은.

“제가 근무하는 서울아산병원은 다른 의료기관에서 치료가 어려웠던 환자들이 의뢰를 받아 찾아본다. 여러 차례 헬리코박터 제균치료에 실패하였으나 결국 치료에 성공하거나, 위암 또는 식도암으로 진단받고 내시경적 절제술이 기술적으로 어려워 위절제술이나 식도절제술을 권유받았지만 이를 내시경 시술로 해결해 환자의 부담을 덜어준 경우 등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환자 개인마다 최선의 치료방법을 찾아 맞춤치료하려고 노력하지만 결과가 늘 좋은 것은 아니어서 아쉬움이 남는 경우도 드물지 않게 생긴다. 의사를 신뢰하고 치료 결정에 따라주는 환자들에게 감사드리고, 치료 후 잘 회복해 경과가 좋았던 환자를 다시 만나는 게 큰 보람이다.”


최기돈(崔起敦) 울산대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프로필


학력

1998년 2월 서울대 의대 졸업

2004년 2월 서울대 의대 의학석사

2007년 2월 서울대 의대 의학박사 


경력

1998년 3월~1999년 2월 서울대병원 인턴(수련의)  

1998년 3월~2003년 2월 서울대병원 내과 레지던트(전공의)  

2003년 3월~2005년 2월 서울대병원 내과 펠로우(전임의)   

2005년 3월~2006년 2월 서울아산병원 촉탁의사

2006년 3월~2008년 2월 서울아산병원 임상전임강사 

2008년 3월~2013년 2월 울산대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조교수

2013년 3월~2019년 2월 울산대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부교수

2019년 3월~현재 울산대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해외 연수
2012년 9월 – 2014년 8월 University of California, Irvine Medical Center 연수

학회 활동 (현직)
대한상부위장관 헬리코박터학회 재무이사
대한소화기학회 윤리법제이사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진료지침TF 위원
대한위암학회 학술위원
대한내과학회 윤리위원, 법제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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