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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지속되는 여성 만성골반통증, 알고 보니 '골반울혈증후군'?
  • 김광학 기자
  • 등록 2022-12-28 10:20:50
  • 수정 2023-01-01 18: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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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산 후에도 주기적 반복 … 빈뇨, 설사, 변비, 복부가스, 역류성식도염증상 유발하기도

여성은 일생에 세 번의 큰 신체적 정신적 변화를 겪게 된다. 바로 초경, 임신, 폐경이다. 어떤 이들은 통증 없이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갈 수 있지만, 일부 여성들은 무척 힘들게 이 시기를 지나게 된다. 만성골반통증의 원인이 되는 골반울혈증후군에 대해 변승원 대전 유성선병원 부인암센터 전문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첫 번째로 초경이다. 첫 생리를 할 때 난소는 초경 신호를 받아 주기적인 여성 호르몬 분비를 시작한다. 이때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마치 바이오리듬처럼 자신만의 생리주기를 조율하게 된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끝까지 조율되지 못해 불규칙한 생리 또는 무월경을 유지하는 경우도 생긴다. 


두 번째가 폐경이다. 30년 가까이 주기적으로 분비됐던 여성호르몬이 주기성을 잃고 분비량도 줄어들면서 무월경 상태인 폐경을 경험한다. 이때 이미 주기적인 여성호르몬에 적응돼 있던 뇌의 체온조절센터가 영향을 받아 폐경 증상(얼굴 화끈거림, 땀남, 수면장애)을 유독 심하게 앓는 사람이 있다.


세 번째는 임신이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엄청난 고농도의 임신호르몬이 분비되기 시작하고, 몸 속 태아를 성장시키기 위해 임산부의 심장, 폐, 내분비 기관, 간 등은 평소의 몇 배에 해당하는 일을 하게 된다. 


이때 인체는 자연적으로 운동부하(심폐기능), 내분비부하(부신피질, 갑상선호르몬)를 받게 된다. 임신으로 과부하가 걸리면 임신성 고혈압, 임신성 당뇨병, 임신중독증 등 임신 관련 질환을 가지게 된다. 이와 동시에 임신부의 몸에는 자궁을 중심으로 골반의 혈관(특히 정맥)의 직경이 굵어지고 혈관을 통과하는 혈액량이 많아지게 된다.


동맥과 달리 정맥은 항상 양압(陽壓)이 걸리지 않기 때문에 피가 역류할 수 있고 이를 막기 위해 판막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하지만 임신 중 혈관직경 및 혈액량이 늘어나서 정맥의 판막부전(기능상실)이 발생해 역류가 발생한다. 


임신이 종료된 후는 정맥 직경도 작아지고 혈액량이 감소해 대부분 정상으로 돌아오지만, 일부 여성의 경우 혈관 직경이 줄지 않고, 판막부전이 유지되어 계속 골반 혈관에 울혈(피가 차는 현상, 마치 하지정맥류 때 혈관이 늘어난 상태)을 유발한다. 생리주기에 따라 여성호르몬의 변화에 반응, 혈관 울혈이 주로 배란기 이후 증가한다. 따라서 한 달에 2주 정도는 배란기 이후 생리가 끝날 때까지 골반혈관울혈이 발생해 통증을 유발한다. 


골반혈관울혈은 주로 만성 골반통을 일으킨다. 대표적으로 왼쪽 또는 오른쪽, 양쪽으로 배꼽 아래에 특정 지을 수 없는 부위에 은근하면서도 기분 나쁜 배란통 또는 생리통과 유사한 통증을 유발한다. 일반적인 진통제에 잘 반응하지 않으며, 자는 동안에도 갑자기 통증이 증가할 수도 있다. 성교통과 밑이 빠지는 듯한 통증을 동반하는 경우도 있다. 동시에 배설, 소화 기능에도 영향을 줘 빈뇨, 설사 또는 변비, 가스 참, 역류성식도염 증상 등을 유발시키는 경우도 있다. 


주로 이런 환자들은 소화기내과, 외과, 통증클리닉 등을 전전하며 치료해 보지만 특별한 이유도 찾지 못하고, 효과적인 통증 감소도 기대하기 어렵다. 간혹 심한 경우에는 정신과치료를 받고 있는 경우도 있다.


골반혈관울혈이 발생하면 통증이 발생하는 기전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골반강  내 장기의 통증을 담당하는 신경다발 주변의 혈액순환 부전으로 신경의 허혈이 발생한다는 기전이 유의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판막부전으로 혈관 울혈이 발생한 혈관을 차단하면 이런 통증이 약 70% 감소한다. 


골반울혈증후군은 진단하기 어려워 만성 골반통증으로 우연히 복부 컴퓨터단층촬영(CT)을 찍고 나서 왼쪽 난소 정맥이 직경 7mm 이상 늘어나 있는 경우에 진단되는 경우가 흔하다. 물론 부인과에서 가장 많이 시행하는 질초음파 검사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골반울혈증후군은 정식 진단명은 아니다. 여러 증상들의 조합으로서 다른 병으로 진단되지 않을 때 생각해 볼 수 있는 증후군이다. 초음파나 CT로 골반혈관이 늘어났다고 반드시 이 증후군을 진단할 수는 없다. 


최소 6개월 간 만성골반통증, 통증을 유발할 만한 다른 요인이 확인되지 않을 때, CT 또는 초음파상 골반혈관(특히 왼쪽 난소정맥)의 울혈(또는 혈관직경의 늘어남)이 확인될 때 골반울혈증후군으로 의심해 볼 수 있다. 


다른 치료에도 반응하지 않고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이 증후군은 이제 거의 질병의 영역으로 들어왔다. 따라서 단순히 내가 이런 몸을 타고 나서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포기할 게 아니라 한번쯤 치료를 시도해볼 필요가 있다.


최근 울혈된 골반정맥을 수술 또는 시술로 폐쇄시키는 방법이 등장했다. 잘 막히는 정맥(주로 왼쪽 난소정맥)을 복강경으로 보면서 결찰(묶음)하는 수술과 다리혈관을 통해 스텐트를 넣어 울혈된 혈관을 막는 시술이 있다. 두 가지 치료법 모두 의학논문에 따라 다르기는 해도 환자의 약 70%에서 통증의 호전을 보인다. 하지만 시술 또는 수술 후 통증이 감소하는 데 2~3개월의 시간이 걸린다. 


만성골반통증으로 고통받는 여성은 대다수가 결혼하고 임신을 경험했다. 여성의 고통은 단순히 한 개인만의 통증이 아니다. 여성은 누군가의 엄마이자, 누군가의 아내이며 딸이다. 직장의 유능한 직원일 수도 있다. 여성이 조절되지 않는 통증에 시달리면 가족과 사회가 영향을 받게 된다. 만성골반통증을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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