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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가 진화할수록 내성이 줄어드는 ALK 억제제 … 3세대 ‘로라티닙’ 최고봉
  • 정종호 ‧약학박사 기자
  • 등록 2022-08-31 15:41:39
  • 수정 2023-09-04 21:4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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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세대, 1년내 90%가 내성, 뇌전이 … 2세대, 12개월 넘는 PFS 입증 … 3세대 치료 도중 진행돼도 1년 생존

역형성 림프종 인산화효소(anaplastic lymphoma kinase, ALK) 억제제는 넓게 보면  티로신키나제 억제제(tyrosine kinase inhibitor)에 속한다.  EML4-ALK 전좌(translocation)와 같은 ALK의 변이가 있는 종양에 작용하는 항암제다. 종양세포의 비정상적 성장에 관여하는 단백질을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 


2번 염색체 EML4(echinoderm microtubule-associated protein-like 4, 엑손 1~13 위치) 유전자와 ALK(엑손 20~29 위치) 유전자 일부가 서로 바뀐 환자에 ALK 억제제를 투여하면 치료반응률이 50~60% 이상으로 높다. EML4-ALK 융합유전자가 발현한 단백질 중 ALK 인산화효소(kinase)를 억제해 항암효과를 나타낸다. 


현재 승인된 모든 ALK 억제제는 비정상적인 ALK 단백질의 ATP 포켓에 결합하여 에너지 대사를 차단, 비활성화하는 기전으로 작용한다. ALK 단백질에 티로신 키나제가 작용하면 ATP가 ADP로 전환되면서 인산(PO₄)이 떨어져나오고 에너지가 발생하면서 암이 촉진되는데 이를 억제하는 게  ALK 억제제다.


ALK가 재배열된 비소세포폐암(NSCLC)의 대부분은 EML4-ALK 융합을 보유하고 있다. 2020년 현재 ALK 변이 양성 NSCLC에서 두 유전자의 융합 위치가 다른 92가지 이상의 융합 조합이 발견됐다. 융합된 위치에 따라 종양에 대한 치료반응과 환자의 예후가 달라질 수 있다. ALK 억제제는 크게 1세대, 2세대, 3세대로 나뉜다. 


1세대 : 화이자의 ‘잴코리캡슐’(Xalkori, 성분명 크리조티닙, Crizotinib)


크리조티닙은 2011년 8월 26일 동반진단과 함께 비정상 ALK 유전자가 있는 말기 비소세포폐암(NSCLC)에 투여되는 단일 경구약제로 승인받았다. NSCLC 환자의 약 1~7%는 ALK 유전자 이상을 갖고 있다.


크리조티닙은 1세대 ALK 억제제이면서 ROS1 및 c-MET 억제제이기도 하다. 화이자는 잠재적인 c-MET 억제제로 크리조티닙을 연구하던 중 ALK 억제제로의 가능성이 알려지면서 화이자는 적응증 전환을 모색했다. 이후 4년이 지나 NSCLC 치료제로 정식 승인을 받았다. 


NSCLC 환자의 약 2~7%는 ALK 유전자 이상을 갖고 있다. ALK 유전자 변이는 EGFR과 마찬가지로 비흡연 여성 선암 폐암에서 흔히 발견되는데, 환자의 연령층이 비교적 젊은 게 특징이다. 


크리조티닙의 효능은 승인 당시 3상 임상시험인 PROFILE 1007을 통해 입증됐다. 당시 표준요법 2차 치료제인 페메트렉세드 또는 도세탁셀 화학요법과 비교한 결과 크리조티닙은 90%에서 종양 안정화 또는 축소를 유도했다. 하지만 약물의 뇌 침투력 부족과 ALK에 대해 최적의 특이성을 갖지 못해 대부분(60~90%) 1년 이내에 약제에 내성을 갖는 게 한계다. 


2019년 6월에 발표된 잴코리(1차 치료제)의 3상 임상연구 ‘PROFILE 1014’에 따르면 무진행 생존기간(PFS) 중앙값은 14.4개월, 전체생존기간(OS) 중앙값은 53.4개월이었다. 


잴코리는 이어 2016년 3월 11일 ROS-1 양성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로 두 번째 승인을 받았다. 세 번째는 ALK 양성 역형성대세포림프종(anaplastic large cell lymphoma, ALCL) 소아청소년 환자용으로 2021년 1월 14일 승인받았다. ALCL은 비호지킨림프종(NHL)의 드문 형태이며 젊은 NHL 환자의 약 30%를 차지한다. 또 젊은 사람들의 ALCL 환자의 약 90%가 ALK 양성이다. 2022년 7월 14일에는 ALK 양성 절제 불가능, 재발성 또는 불응성 염증성근섬유모세포종(inflammatory myofibroblastic tumors. IMT)로 네 번째 적응증을 획득했다. 


2세대 : 노바티스 ‘자이카디아’, 로슈 ‘알레센자’, 다케다 ‘알룬브릭’


크리조티닙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더 나은 뇌 침투력, 더 높은 ALK 특이성, 광범위한 내성 돌연변이 세트를 표적으로 하는 신약의 필요성 때문에 2세대 ALK 억제제가 개발됐다. 


노바티스의 ‘자이카디아캡슐’(ZYKADIA, 성분명 세리티닙, ceritinib)이 2014년 4월 29일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로 FDA 승인을 받았다. 이전에 크리조티닙을 투여받은 환자에 한해 2차 치료제로 승인받았다. 2017년 5월 26일에는 NSCLC의 1차 치료제로 적용 범위가 넓어졌다.


첫 승인 당시 자이카디아는 3상 ASCEND-4 임상시험에서 1차 치료제로서 화학요법에 비해 우수한 뇌 투과성과 유의한 무진행생존기간(PFS) 이점을 입증했다. 허가 당시 전체생존기간(OS) 중앙값은 29.3개월(95% 신뢰구간 추정치),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은 16.6개월(실측치)였다.


2021년 12월에 나온 세리티닙(1차 치료제)의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에 대한 자료는 전체생존기간 중앙값이 14.9개월이었다. 임상시험이 아닌 임상현장에서 실제 데이터여서 더 짧게 산출됐다. 세리티닙과 알렉티닙(alectinib)을 비교한 이 임상에서 알렉티닙은 29.1개월로 더 오래 살았다.


자이카디아는 타깃인 ALK 인산화효소 결합력이 잴코리 대비 20배 강하다. L1196M·G1269A 등 잴코리에 내성을 보이는 ALK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어도 효과적으로 작용한다. 임상연구 결과 잴코리보다 혈액·뇌장벽(Blood Brain Barrier, BBB) 투과율이 높아 일부 뇌전이 환자에서 종양 크기를 줄였다.


로슈의 ‘알레센자캡슐’(ALECENSA, 성분명 알렉티닙, alectinib)은 2015년 12월 11일 크리조티닙으로 치료받은 뒤 암이 진행한 또는 크리조티닙에 대한 내약성이 없는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의 2차 치료제로 가속승인을 받았다. 2017년 11월 6일엔 ALK 양성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NSCLC의 1차 치료제로 정식승인을 받았다. 알레센자는 세리티닙과 마찬가지로 우수한 뇌 투과율과 높은 반응률을 입증했다. 1차 화학요법 및 1차 크리조티닙에 대해 각각 분명한 이점을 입증했다. 


크리조티닙과 비교한 3상 ALEX 임상(정식 승인 기준)에서 PFS 중앙값은 25.7개월로 크리조티닙 투여군의 10.4개월에 비해 압도적이었다. 2020년 5월에 도출된 전체생존기간 중앙값은 48.2개월로 크리조티닙의 23.3개월을 제압했다. 


일본 다케다가 아리아드파마슈티컬스(Ariad Pharmaceuticals)를 2017년 2월에 완수하면서 획득한 ‘알룬브릭정’(Alunbrig 성분명 브리가티닙 Brigatinib)은 최신 2세대 ALK 억제제로서, EGFR 변이 억제제이기도 하다. 2017년 4월 ALK 양성 NSCLC 적응증으로 FDA 가속승인을 받았다. 당시 브리가티닙은 크리조티닙 투여 후 질병이 진행된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2상 임상시험에서 53%의 객관적반응률(ORR)을 보였다. 무진행생존기간(PFS) 중앙값은 16.7개월이었다.


브리가티닙은 알렉티닙에 대해 내성을 보이는 G1202R 돌연변이 등 일부 내성 돌연변이에 대해 억제 활성을 보이는 한편 효과가 알렉티닙과 매우 유사하다. 또 세툭시맙(cetuximab)이나 파니투무맙(panitumumab)과 같은 항 EGFR 항체와 병용하면 EGFR C797S 돌연변이에 의해 나타나는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정’(Tagrisso 성분명 오시머티닙 Osimertinib)에 대한 내성을 극복할 수 있다. 


알룬브릭은 1차 치료제로서 2021년 9월 발표된 3상 ALTA-1L 임상시험의 BIRC(Blinded Independent Review Committee, 맹검독립평가위원회) 기준 최종 결과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이 24개월이었다. 크리조티닙의 11.1개월의 2배 이상이었다. 3년 PFS 달성률은 각각 43% 대 19%로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브리가티닙은 크리조티닙 대비 질환 진행과 사망 위험을 약 52% 낮췄다. 


전체생존기간 중앙값은 두 그룹 모두 도달하지 못한 상황에서 뇌전이 환자에서 브리가티닙의 이점이 두드러졌다. ALK 양성 NSCLC의 핵심적 미충족 의료수요인 뇌전이에서도 임상 시작부터 뇌전이가 있는 모든 환자에서 두개내 질환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약 71% 낮췄고, 두개내 무진행생존기간(icPFS) 중앙값은 브리가티닙 투여군이 24개월로 크리조티닙 잴코리 5.5개월보다 길었다.


특히 브리가티닙은 EML4-ALK 변이와 TP53 돌연변이에 상관없이 크리조티닙에 비해 월등한 뇌전이 억제 효능을 보였다. 새로운 2차 ALK 돌연변이 진행도 브리가티닙 투여군에서는 드물게 나타났다. EML4-ALK 변이와 TP53 돌연변이는 PFS를 단축시키는 주범이다. 


3세대 : 화이자의  ‘로비큐아정’(LORVIQUA, 성분명 로라티닙 lorlatinib)


화이자의 로라티닙은 최초의 3세대 ALK 억제제로서 1세대 또는 2세대 억제제 투여 후에도 진행한 ALK 양성 NSCLC에 대한 2차 및 3차 치료제로서 2018년 11월 2일 FDA 가속승인을 받았다. 미국, 캐나다, 일본 내 브랜드명은 ‘로브레나’(Lorbrena)이고 유럽 등 기타 지역은 로비큐아다.  


로라티닙의 거대고리(macrocyclic) 구조는 가장 불응성인(recalcitrant) 저항성 돌연변이를 다루기 위해 특별히 설계됐다. 그러나 여전히 대부분의 종양은 결국 다양한 메커니즘, 예컨대 2개 또는 3개의 변이가 동시에 나타나는 복합돌연변이(compound-mutation) 또는 c-MET 경로와 같은 대체 경로의 활성화를 통해 내성을 발생시키고 있다. 


로비큐아는 내성 변이에 대한 효능을 유지하며 혈액뇌장벽(blood-brain barrier, BBB)을 통과하도록 개발돼 이전 ALK 저해제에 대한 내성이 발생한 환자와 뇌전이 환자에게 효과를 보이며 1일 1회 경구 투여로 복용편의성을 개선했다. 2세대 ALK 저해제 치료 이후에도 질병이 진행됐으나 치료 옵션이 부족했던 ALK 양성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에게 유용한 치료옵션이다. 


로비큐아는 2세대 ALK 저해제를 포함한 1개 이상의 ALK 저해제 치료 경험이 있는 ALK 양성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2상 임상에서 1차 평가지표인 객관적반응률(ORR)은 47%, 두개내 객관적반응률은 63%로 나타났다.


중추신경계 병변이 있는 환자에 대한 두개 내 반응기간 중앙값은 14.5개월로 분석 시점 51명 중 37명(73%)에서 반응이 지속됐다. 특히 로비큐아에 대한 객관적 반응과 두개 내 반응은 모두 빠르게 시작돼 첫 번째 종양 반응까지의 시간 중앙값과 첫 번째 두개 내 반응까지의 시간 중앙값은 각각 1.4개월이었다.


로비큐아의 안전성 프로파일은 이전의 1상 연구에서 보고된 데이터와 유사했으며, 일반적으로 관리 가능한 경증~중등도 수준의 이상반응이 보고됐다. 고콜레스테롤혈증과 고중성지방혈증이 로비큐아와 관련된 가장 흔한 이상반응으로 나타났으나 용량조절 및 지질저하요법을 통해 관리할 수 있었다. 


로비큐아는 2021년 3월 3일 3상 CROWN 임상을 바탕으로 FDA로부터 1차 치료제로 승격됐다. 이 임상에서 로라티닙은 과거에 치료받은 적이 없는 ALK 양성 NSCLC에서 암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이 크리조티닙 대비 72% 감소했다. 뇌영상을 기반으로 측정 가능한 뇌 전이가 있는 환자에서 로라티닙 투여군(17명)은 두개 내 객관적반응률(IC-ORR)이 82%였던 반면 크리조티닙 투여군(13명)은 23%에 불과했다. 


2022년 4월에 나온 후향적 연구에 따르면 진행성 NSCLC에서 로라티닙을 다른 ALK 억제제 투여 후에도 계속 치료하는 것이 임상적으로 유익한 것으로 나타났다. 2상(NCT01970865) 연구에서 과거에 1세대 크리조티닙만 치료했던 군(A그룹), 1개 이상의 2세대 ALK-억제제를 투여한 군(B그룹)을 대상으로 로라티닙 계속 투여(lorlatinib beyond progressive disease, LBPD)의 유익성을 검증했더니 치료지속기간 중앙값은 LBPD의 경우 32.4개월(A군), 16.4개월이었다. 반면 LBPD를 하지 않은 경우에는 각각 12.5개월, 7.7개월로 감소했다. 


전체생존기간 중앙값은 LBPD의 경우 24.4개월(A군, 추정치), 24.4개월(B군, 실측치)이었다. 비(非) LBPD의 경우 통틀어 14.7개월에 머물렀다. LBPD의 경우 진행 후 생존기간(overall survival postprogression, Post-progression survival (PPS): 치료 도중 암이 진행한 뒤의 생존기간)은 14.6개월(A군, 추정치), 8개월(B군, 추정치)로서 비(非) LBPD 그룹의 5.3개월보다 길었다. 


이는 1세대 치료 후 바로 3세대로 옮기는 게 2세대를 거쳐 3세대로 치료하는 것보다 생존기간을 더 연장시키는 데 유익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2세대 치료제를 1차 치료제로 먼저 써서 최대한 PFS를 연장한 뒤에 내성이 생긴 경우 3세대 치료제로 전환하는 것이 OS를 최대한으로 확보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제언하고 있다. 로라티닙 이후에는 PD-1 억제제나 PD-L1 억제제 같은 면역관문억제제에 기대를 걸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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