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인대 분야는 정형외과학에서 중요한 연구 분야로 손꼽힙니다. 불행하게도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후방십자인대 관련해 1년에 얼마나 많은 수술이 시행되는지 실측 자료가 없었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2008년부터 2016년까지 9년 동안 후방십자인대 재건술과 관련한 자료를 수집해 국내 최초로 시행건수와 인구학적 특성을 분석했습니다. 특이한 것은 여성의 스포츠활동 참여가 늘면서 상대적으로 남성보다 증가폭이 컸고, 10대 환자 비중이 상당히 높은 서구와 달리 한국서는 입시공부 등의 영향으로 20~40대보다도 낮았다는 것입니다.”
정규성 인제대 서울백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지난 5월 대한슬관절학회(Knee Surgery Related Research, KSRR)로부터 최우수 논문상을 수상했다. ‘대한민국에서 시행된 후방십자인대 재건술의 증가 경향: 대한민국 건강보험데이타베이스를 이용한 빅데이터 역학 분석’이란 제목의 논문의 참신성을 인정받았다.
정 교수는 “서양과 아시아권은 스포츠를 즐기는 인구 구조와 문화 자체가 다르고, 한국을 비롯한 아시권에서는 십자인대 관련 연구가 크게 부족하다”며 “최근에는 대한정형외과학회 영문학술지에 전방십자인대 재건술에 대한 역학적 연구결과도 역시 대한민국 최초로 보고했다”고 소개했다. 그동안 서구 데이터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는데 우리 실정에 맞지 않아 한계가 있었던 것을 극복해줄 자료로 평가된다. 정 교수로부터 십자인대 손상 전반의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들어본다.
- 후방십자인대 수술 추세에 대해 요약한다면.
“수술 건수는 2008년 1101건에서 2016년 1299건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인구 10만명 당 유병률도 같은 기간 2.3건에서 2.6건으로 약 13% 늘었다. 스포츠 인구가 증가한 영향이 크다. 하지만 유럽의 덴마크는 10.6건, 노르웨이 7.4건, 스웨덴 3.6건에 비하면 크게 낮아 아직은 서양에 비해 스포츠 활동이 저조하다고 볼 수 있다. 성별로는 이 기간 남자는 10만명 당 3.8건에서 4.0건(총 시행건수는 901건에서 1000건으로 증가)으로, 여성 0.8건에서 1.2건(시행건수는 200에서 299으로 증가)으로 각각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여성의 증가폭이 훨씬 높은 것으로 볼 때 과거보다는 스포츠 활동에 참여하는 여성 인구가 크게 늘었음을 시사한다. 국내서는 20대 환자가 가장 많았고 40대와 30대가 뒤를 이었다. 한국에서는 10대의 손상 비율이 30대, 40대보다 낮았다. 입시 위주의 학교 시스템이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환경과 멀어지게 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 후방십자인대 파열은 어떤 상황에서 많이 발생하고 어떤 증상을 보이나요?
“운동 시합 중 정강이 부분에 태클을 당해서 무릎이 뒤로 밀린 경우,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넘어지면서 무릎으로 떨어진 경우, 교통사고가 나면서 차량 안 대시보드에 무릎을 부딪히면서 외상을 받는 경우가 가장 흔한 발생 사례다. 후방십자인대는 무릎관절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데 매우 중요한 인대로, 파열되면 무릎이 불안정해지고 앞무릎에 통증이 발생하는 등 정상적인 기능을 유지할 수 없다. 부상 후 일정 시간이 경과하면 걸을 때나 계단을 오르내릴 때 무릎이 뒤로 빠지는 느낌이 든다.”
- 후방십자인대 파열의 치료는 어떻게 하나요?
“뒤로 밀리는 정도가 5~7mm 이하인 후방십자인대 단독 손상 환자는 근력강화운동 및 기능회복운동으로 무릎 근육을 튼튼하게 유지해주면 수술을 하지 않고도 무릎 기능을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다. 하지만 보존적 치료에 효과를 보지 못하면서 무릎이 뒤로 빠지는 후방 동요를 느끼는 경우, 후방 동요가 7~10mm 정도라면 운동기능이 떨어지고 무릎에 동요가 느껴지게 된다. 후방 동요가 10mm 이상으로 심한 경우에는 후외방 구조물 주변의 인대가 동반 손상된 다발성 인대 손상이라서 수술이 필요하다.
수술은 관절경을 이용해 후방십자인대가 부착된 대퇴골(허벅지뼈)과 경골(정강이뼈)에 뼈 구멍을 만들고 여기에 십자인대를 대체할 수 있는 이식건을 삽입하고 뼈와 이식건을 고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식건은 자기조직에서 유래한 자가건(햄스트링, 슬개건, 대퇴사두건 등) 또는 사체에서 떼어낸 타가건(아킬레스건, 경골건, 슬개건 등)을 활용한다. 후방십자인대 재건술을 할 때엔 길고 두꺼운 이식건이 필요한데 자가건은 아무래도 수술에 필요한 길이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대체로 타가건을 쓰게 된다. 반월연골판(meniscus) 손상이나 연골손상 등 동반된 손상이 있으면 수술시간이 더 걸리게 된다. 보통 1~2시간 정도 사이에 수술이 끝나게 된다.
하지만 수술로 모든 게 다 끝나는 것은 아니고 삽입된 이식건이 기존의 십자인대처럼 기능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운동해줘야 한다. 수술 후 초기 4~6주까지는 관절 각도가 잘 나올 수 있도록 관절 가동 범위 운동을 적극적으로 시행한다. 허벅지 근육이 최대한 빠지지 않게 유지시켜주는 운동도 병행한다. 하지만 너무 빠르게 기능회복운동을 하면 정강이뼈가 중력의 영향으로 후방으로 처지면서 이식건에도 영향을 줘 느슨해질 수 있다. 그래서 최대한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게 엎드리는 자세로 관절운동을 시작한다. 수술 후 6~12주 시점에는 무게를 가할 수 있는 헬스기구(leg press, leg extension, leg curl 등)를 점진적으로 사용하면서 근력강화운동을 시행한다. 동시에 스트레칭, 균형감각 회복운동 등을 포함한 기능회복운동을 적극적으로 시행한다. 3~4개월 정도부터 가볍게 러닝 및 뛰는 운동을 시작하고, 6~9개월 정도 지나 근력이 다치지 않는 방향으로 10%씩 단계적으로 운동강도를 늘려 슬슬 예전 운동으로 복귀할 준비를 한다.”
- 전방십자인대 파열은 어떤 조건에서 잘 발생하나요. 사건사고, 성별, 연령대 중심으로 설명한다면?
“무릎에는 크게 전방십자인대 및 후방십자인대, 내측측부인대 및 외측측부인대 등 4개의 중요한 인대가 있다. 그 중 전방십자인대는 가장 많이 다치는 인대이며, 파열되면 운동 복귀가 쉽지 않고 무릎 기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유명한 운동선수 가운데 전방십자인대를 다쳐서 선수 생명에 큰 위기가 오고, 결국엔 복귀하지 못하고 사라진 선수가 상당히 많다.
전방십자인대 손상은 크게 접촉성 손상(축구하다가 태클을 당하는 등 누군가와 부딪히면서 다침)과 비접촉성 손상(뛰거나 방향을 급전환하다가 무릎이 꺾이는 등 누군가와 부딪히지 않고 다침)으로 나뉜다. 신기하게도 전방십자인대는 접촉성 손상보다는 비접촉성 손상으로 다치는 경우가 많다. 가장 흔한 손상 기전은 무릎이 안쪽으로 꺾이면서 돌아가 다치게 되는 무릎외반 및 무릎내회전이다.
아무래도 전방십자인대는 스포츠 활동을 하면서 많이 다치게 되고, 가장 흔하게 다치는 종목은 순간적으로 방향 전환을 많이 하는 종목(축구, 농구 등), 점프 후 착지하면서 방향 전환을 많이 하는 종목(핸드볼, 태권도 등) 등이다.
우리 연구팀은 전방십자인대 재건술에 관한 빅데이터 연구를 최근에 대한정형외과학회 영문학술지(Clinics in Orthopedic Surgery, CIOS)에 보고했다. 남성이 여성보다 다치는 비율이 4배 정도 높았다. 후방십자인대 파열과 마찬가지로 최근 들어 여성의 비율이 급격히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연령별로는 20대 비중이 가장 높았고 30대와 40대가 뒤를 이었다. 역시 입시교육 영향으로 10대는 30대, 40대보다도 다치는 비율이 낮았다.”
-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됐을 때 나타나는 증상은?
“운동을 하거나 일상생활 중 무릎이 심하게 꺾이는 부상 이후 지속적인 통증이나 붓기, 무력감, 불안정성이 동반된다면 전방십자인대 파열을 의심해볼 수 있다. 다칠 때 ‘뚝’ 또는 ‘퍽’하는 터지는 느낌의 소리가 나고, 다치고 난 후 1~2일 지난 심한 부종이 동반된다면 십중팔구 전방십자인대 파열이다.”
-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되었을 때 어떤 치료를 시행하나요?
“전방십자인대가 손상되면 무릎이 불안정해지고 기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아무래도 젊은 연령이거나 스포츠 활동을 즐기는 경우에는 전방십자인대 재건술을 시행한다. 손상이 경미하거나 스포츠를 하지 않는 중년 이후의 연령대라면 비수술적 치료를 해볼 수 있다. 젊고 활동량이 많은데도 수술을 하지 않으면 무릎이 불안정해지면서 반월연골판이 2차적으로 손상되기 때문에 가급적 수술을 권한다.
수술은 관절경을 이용해 전방십자인대가 부착되어 있는 대퇴골(허벅지뼈)와 경골(정강이뼈)에 뼈 구멍을 만들고 그 구멍에다가 십자인대를 대체할 수 있는 이식건을 삽입하고 뼈와 이식건을 고정하는 방식이다. 이식건은 자가건 또는 타가건을 활용하게 된다. 수술시간 자체는 길지 않지만 반월연골판이나 연골이 동반 손상된 경우라면 시간이 더 걸린다. 그럼에도 보통 1~2시간 정도 사이에는 수술이 끝납니다. 수술 후 기능회복운동은 후방십자인대와 거의 동일하다.
- 내측측부인대 파열은 왜 발생하나요?
“무릎 외측에서 심한 외상이 가해지면서 안쪽 무릎에 충격이 미치면 순간적으로 내측인대가 늘어나면서 손상된다. 예를 들면 축구하다가 상대방이 바깥쪽으로 태클을 걸어오면 안쪽 무릎이 확 벌어지면서 내측인대가 다치게 된다. 또는 점프 후 착지하거나 무릎이 안쪽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내측 무릎에 벌어지는 힘이 가해지면 내측인대가 손상된다.
아무래도 운동을 즐기는 젊은 연령에서 많이 다치고, 요즘 30~40대도 취미로 스포츠를 많이 즐기기 때문에 제법 환자가 나온다. 중년 이상에서는 그렇게 많이 다치지는 않는다.”
- 내측측부인대 파열 시 치료는 어떻게 하나요?
“무릎 내측에는 혈관이 많이 분포돼 있고 조직학적 특성 상 다른 인대에 비해 자연치유될 확률이 높아서 대부분 수술하지 않는다. 손상의 정도는 1, 2, 3등급으로 구분하는데 가장 심하게 다친 3등급 손상이나 다발성 인대손상이 아니라면 대부분 보존적 치료를 시행한다. 인대가 다친 지 3~4주 이내의 급성 손상이라면 인대봉합술을 시행하고, 만성 손상이라면 재건술을 시행한다. 봉합술은 30~60분이 소요되고 찢어진 인대를 서로 잇ㄴ느다. 재건술은 내측측부인대가 붙는 대퇴골(허벅지뼈)와 경골(정강이뼈)에 뼈구멍을 뚫고 이식건을 삽입해 고정하는 방식이다.
보존적 치료는 6~8주 정도 보조기를 차면서 관절 가동 범위를 늘려주는 운동을 시행한다. 근력강화운동(특히 허벅지 내전근 강화)을 적극적으로 병행한다. 3개월 정도 지나면 인대가 거의 다 치유돼 서서히 운동에 복귀할 수 있다.
수술을 받은 경우에는 수술 휴 1~2주 시점부터 서서히 관절 각도를 회복할 수 있는 관절 가동 범위 운동을 시행한다. 수술 부위 통증이 호전되면 3~4주 시점부터는 적극적인 근력강화운동 및 기능회복운동 등을 시행한다. 봉합술을 시행한 경우에는 3개월 정도 지난 시점부터, 재건술을 시행한 경우에는 4~6개월 정도 시점부터 서서히 운동에 복귀할 수 있다. 수술 이후에 내측 수술 부위에 다시 충격이 가해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고, 다시 운동을 심하게 하면 재손상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활동하는 게 중요하다.”
- 프랑스 리옹, 독일 하이델베르크,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연수했다. 각각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승화 발전시키고 있는지요?
“대다수 한국 의사는 미국으로 연수를 떠나지만 제가 관심 있는 스포츠손상 및 인대수술 분야는 변화의 중심지가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이다 보니 이런 곳을 연수지로 택하게 됐다. 특히 전방십자인대 수술 분야에서 많은 발전이 있었는데 유럽이 이를 주도하고 있다.
한국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축구는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독일 등 유럽에 세계 최강 축구리그가 자리잡고 있고 자연스럽게 스포츠손상과 인대수술 분야가 발전할 수밖에 없다. 미국보다 더 트렌디한 연구결과가 유럽에서 나오고 있다.
리옹에서는 전방십자인대재건술의 전세계 넘버원인 소노리코테 박사를 사사했다. 활동성이 높은 젊은 연령에서는 전방십자인대재건술만 시행하였을 때 재파열 빈도가 높아지는 게 큰 문제였는데, 추가적으로 전외측인대재건술을 같이 시행하면 재파열 빈도를 낮추고 운동복귀 비율을 높아진다는 것을 입증한 스승이다. 그분으로부터 획기적인 수술법을 배워 국내서 다수 시행하고 있는데 수술 결과는 장기적인 결과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현재까지는 만족스럽다.
볼로냐에서는 자파니니 박사에게 배웠다. 전외측인대 재건술을 선도하고 반월연골판 이식술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는 분이다. 반월연골판은 무릎 관절에 가해지는 충격을 흡수하는 스펀지 역할을 하는 중요한 구조물로서, 파열돼 제 기능을 못하면 관절염이 급속히 진행하기 때문에 이식술이 필요하다. 저를 포함한 대다수 의사들은 운동선수에서 결과가 좋지 않아 이식술을 잘 시행하지 않는데 자파니니 선생님은 축구선수에서도 이식술을 시행해 축구경기에 복귀시켰다는 논문을 발표한 바 있어 디테일한 면을 배우고자 연수를 가게 됐다.
하이델베르크에서는 연골재생술에 특화된 시볼트 박사에게 연수를 받았다. 연골재생술은 시행하는 방법은 5~6가지가 넘고 각각의 기법이 갖는 특징이 너무 달라서 각 환자에 맞는 수술을 선택하는 게 어렵다. 시볼트 선생님의 수술을 직접 지켜보면서 각각의 연골재생술 테크닉이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고, 환자의 상황에 맞게 어떤 술식을 선택하는 게 좋을지 터득할 수 있었다.”
- 정형외과를 선택한 이유는?
“원래 공부보다는 운동을 좋아하던 소년이었다. 특히 축구를 너무 좋아해 점심에 축구를 10분이라도 더 하고 싶어서 3교시 쉬는 시간에 몰래 도시락을 까먹을 정도로 축구에 대한 열정이 대단했다. 의대에 입학 후 당연히 축구동아리에 가입했고, 열렬히 공을 차다가 왼쪽 무릎 전방십자인대가 끊어진 적도 있다. 십자인대 파열로 내원하는 축구 애호가 환자들에게 “축구를 좋아하는 남자들은 결국 십자인대 파열로 축구인생이 마무리된다”며 우스갯소리를 한다. 지금은 십자인대 재건술을 받고 기능회복운동을 열심히 해서 다시 축구를 하고 있지만 다시 다치기 싫어서 아주 살살 하고 있다(웃음).
제가 성격이 급한 편이라 정형외과처럼 수술하면 바로바로 좋아지고 눈으로 그 효과가 보이는 것이 좋았다. 약간 ‘상남자’ 스타일이라 내과에 갈 성격은 아니었다(웃음). 내과는 약물 위주로 치료하다보니 환자의 상태가 좋아지는지 긴가민가한 경우가 많은데 제 성정에는 잘 맞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학창 시절에도 내과 실습 때보다 정형외과 실습을 돌 때 더 재밌었다.”
- 정형외과에서 관심 있는 분야는?
“퇴행성 무릎관절염과 인공관절수술 분야는 어느 정도 체계가 잡혀 있다. 다양한 정형외과 분야 중 가장 관심이 많은 것은 스포츠손상 분야다. 스포츠를 워낙 좋아하기도 하고, 십자인대를 다쳐 수술도 받아봤고, 스포츠 선수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즐겁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관심이 가는 것은 단연 전방십자인대 손상이다. 운동선수에게 전방십자인대 손상은 시즌아웃이고 복귀가 불투명할 정도로 위중하다. 치료를 잘 해줘서 어떻게든 복귀시키고 부상 전 퍼포먼스로 회복을 시키는 것이 스포츠 의사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Return to Sports’가 가장 중요한 핵심 키워드라 생각한다. 스포츠 손상에는 십자인대 외에 반월연골판 및 관절연골 손상도 아주 중요한 분야이며, 인대 손상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동반되는 손상이기 때문에 등한시할 수 없다.”
- 스포츠손상 분야에 대한 애정으로 팀닥터 활동도 하고 있다.
“어렸을 적에 축구경기를 보다가 선수들이 다치면 뛰어 들어가는 팀닥터 선생님들을 보면서 “나도 커서 저런 일을 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해왔다. 그 꿈은 절반 정도 이뤄져 2018 평창올림픽 바이애슬론 종목에 의무지원을 나갔다. 당시 경기력 향상을 위해 귀화시킨 러시아 선수를 돌봤는데 기대한 만큼 성적이 나지 않아 굉장히 아쉬웠다.
현재 한국전력 남자 프로배구단 빅스톰의 팀닥터를 맡고 있다. 원래 많은 스타플레이어를 배출한 전통의 명문팀이었는데 최근 몇 년 동안 성적이 좋지 못했다. 특히 최다 연패 기록을 세울 정도로 분위기가 나쁜 적이 있었는데 연패의 고리를 끊어냈을 때 선수들과 부둥켜안고 울었던 기억이 난다.”
- 근무하고 있는 서울백병원의 스포츠메디컬센터는 어떤 곳인가?
“센터는 환자들에게 체계적인 기능 회복 방법을 교육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2006년 개설됐다. 정형외과 전문의와 임상운동사들이 함께 운동치료 및 기능회복운동을 연구하고 실제 임상에 적용하는 선진화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어깨, 무릎, 발목, 척추 등 다양한 정형외과 질환의 비수술적 운동치료는 물론 수술 전후에 시행되는 기능회복운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근골격계 기능회복운동 프로그램, 상해예방 프로그램, 노인건강증진 프로그램, 비만 프로그램 등을 통해 전문의가 수술 직후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임상운동사가 일대일 맞춤 지도를 한다. 빠른 일상생활 또는 스포츠활동으로 복귀를 돕는다.”
- 현재 진행 중인 연구나 프로젝트는?
“단연코 전방십자인대 파열 및 반월연골판 손상에 대한 수술법에 대한 연구에 가장 깊게 관여하고 있다. 반월연골판 봉합술을 시행하면 연골판의 기능을 살릴 수 있다. 하지만 항상 봉합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조직이 건강하고 봉합이 가능한 부위여야 한다. 우리나라는 온돌방 좌식생활 위주의 무릎을 많이 구부리는 문화다보니 연골판이 뼈에 붙는 부착부 파열이 상당히 많다. 과거에는 봉합술을 할 수 없는 부위라고 해서 잘라버리거나 수술하지 않았는데 관절염이 급속히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져서 어떻게든 이 부위를 봉합을 해서 다시 무릎을 살리기 위한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실제로 이 분야에서 수십 편의 논문을 SCI급 국제학술지에 게재했고 지금도 활발히 연구 중이다. 아울러 정형외과 질환의 빅데이터에 기초한 역학적 연구(epidemiology)에 관심이 높다. 미국, 유럽, 일본에서는 이런 자료가 많은데 한국에서는 빈약했다.
한국에서 유독 유병률이 높은 원판형 반월연골판(discoid meniscus)이란 선천적 기형을 해결하려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몽골족에 흔한 이 질환은 기형적인 연골판 모양 탓에 충격흡수 기능이 현저히 떨어지고, 가벼운 외상에도 쉽게 찢어져서 10대, 20대 때부터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불행하게도 아직 이 질환에 대한 역학조사나 치료방법에 대한 기본방향도 설정되지 않았다.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관련 빅데이터 연구과제를 수행 중이다.“
- 자신의 진료철학이 있다면?
“환자들에게 주관적으로 느낄 만한 불편감을 먼저 이야기해준다. 그러면 어떻게 그렇게 잘 아느냐고 신기해한다. 실제로 환자가 돼 수술까지 받아봤으니 환자의 입장을 더욱 깊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의사는 객관적인 사실만 보고 말하지만 환자가 느끼는 통증과 불편감은 철저히 주관적인 것이라서 환자의 그런 불편감을 달래주고 해결해 주지 않으면 의사와 환자 사이의 거리가 좁혀지지 않다고 생각한다. 질환을 보는 관점의 괴리감을 줄일 수 있는 의사가 되고 싶다. 운동선수뿐만 아니라 일반 환자한테도 단순히 수술 및 물리치료에 그치지 않고 정신적인 지지를 해줌으로써 건강을 회복하는 데 힘을 실어주는 의사가 되고 싶다.”
- 무릎질환의 전문가로서 평소 무릎건강을 위해 실천하고 있는 것은 뭔가.
“축구는 전방십자인대를 다친 후 살살 하고 있다. 대부분의 수술 환자는 정신적으로 자신감이 떨어지고 재손상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서 운동 복귀를 주저한다. 이런 경우에는 자전거를 권한다. 저도 자전거 라이딩을 굉장히 좋아해서 올림픽공원에서 잠실한강공원으로 진출한 뒤 월드컵공원을 찍고 다시 돌아오는 코스를 즐긴다. 한강을 따라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자전거를 타면 근심걱정도 없어지고 온전히 나한테 집중할 수 있다. 기분만 상쾌해지는 게 아니고 자전거를 타고 내렸을 때 허벅지에 힘이 딱 들어가는 그 순간이 너무 좋아서 하체 근력강화운동, 수술 후 기능회복운동 차원에서 자전거를 강력 추천한다. 실제로 무릎에 체중이 가해지지 않는 상태에서 하지근력을 키울 수 있는 최고의 운동이 사이클이다. 관절염도 있고 실외 운동이 부담스럽고 연세도 지긋하시다면 실내 자전거가 최고의 선택이 될 수 있다. 한번에 30분 이상 꾸준히 자전거를 타면 관절염도 고치고 근력도 키우고 유산소운동의 효과도 얻을 수 있다.”
- 환자에게 당부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무릎은 관절 중에서 가장 중요한 부위다. 오래 쓰거나 많이 쓰면 고장나는 소모품이라는 생각을 갖고 아껴야 한다. 자동차로 비유하면 주기적으로 엔진오일을 잘 갈아주고, 급발진 및 급제동을 하지 않고 관리를 잘 해주면 15~20년도 거뜬히 탈 수 있지만 난폭하게 운전하고 관리를 소홀히 하면 몇 년 지나지 않아서 고장이 나고 삐그덕거린다. 무릎도 마찬가지여서 관리를 잘 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큰 차이가 난다.
관리라고 해서 특별한 것은 아니다. 평소에 무릎을 쪼그리는 행동을 피하고, 무릎 주변 허벅지 근육운동을 해주며, 스트레칭도 자주 해주면 됩니다.
우리나라 문화권에서 항상 문제가 되는 게 바닥생활 및 무릎을 많이 구부리는 생활 패턴이다. 과도하게 무릎을 구부리면 연골이나 반월연골판에 무리한 힘이 가해져 결국 조직이 찢어지거나 깨지게 된다. 그렇다 보니 관절염도 빨리 진행하게 된다. 무릎을 120도 정도까지 구부리는 것은 큰 문제가 없지만, 그 이상으로 심하게 구부리거나 쪼그리고 앉는다거나 오리걸음으로 운동하는 것은 가급적 피하는 게 좋다.
이를 위해서는 의지를 갖고 습관을 고쳐야 한다. 예컨대 바닥에 쪼그려 앉아 걸레질 하지 말고 긴 막대기가 달린 걸레를 쓴다든지, 오랫동안 쪼그려 일할 경우 엉덩이 쿠션을 깔고 앉는다든지, 바닥보다는 침대나 식탁을 이용하도록 한다.
근력운동도 헬스장에 가야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의자에 앉아 텔레비전을 볼 때 다리를 쫙 펴고 20~30초 정도 버티는 것 자체만으로도 근력운동이 되고, 발목에 모래주머니를 달면 더 운동이 된다. 벽에 기대서 가볍게 스쿼트를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스트레칭은 그야말로 의지만 있으면 아무데서나 다 할 수 있다.
아울러 평소에 느껴지지 않았던 통증이나 불편감이 생겼다면 괜찮겠지 라고 방치하거나, 바쁘다는 핑계로 병원 가는 것을 미루면 안 된다. 병원이랑 친한 사람이 더 건강하고 오래 산다.”
- 100세 건강시대를 맞아 무릎 관리에 첨언하고 싶은 팁을 준다면?
“무릎을 구성하는 조직은 모두 콜라겐으로 이뤄져 있다. 나이가 들면 콜라겐 조직의 성상도 변해 조직이 뻣뻣해지고 탄력을 잃게 된다. 기능도 떨어지고 충격에 쉽게 손상되는 구조로 변한다. 무릎을 많이 사용하면 연골 등 콜라겐 조직이 견디는 시한이 앞당겨져 더 일찍 관절염이 올 수밖에 없다. 그래서 스트레칭을 비롯한 준비운동으로 조직을 유연하게 해주고, 무릎 주변 허벅지 근육을 키워 무릎에 가해지는 부하를 근육이 줄여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동이나 활동을 많이 해서 언젠가 무릎에 통증이 오기 시작한다. 이 때 참고 견디다 보면 어느새 조직이 상해서 변성이 온다. 결국엔 건염, 인대염 등 만성 통증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약간의 통증이라도 무시하지 말고 평소와 다른 느낌이 들면 꼭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아보길 권한다.
다리가 오자다리나 엑스자다리이면 하지의 축에 변형이 와 아무래도 일자다리에 비해서 무릎에 부담을 더 주고 무릎 통증이나 관절염이 더 빨리 쉽게 올 수 있다. 이런 사람일수록 무릎 주변 근력을 열심히 키워야 하고, 무릎 쪼그리는 행동을 삼가야 하며, 스트레칭을 규칙적으로 해줘야 한다.”
정규성(鄭圭城) 인제대 서울백병원 정형외과 교수 프로필
학력
2008년 2월 한양대 의대 졸업
2014년 2월 한양대 의대 의학석사
2016년 8월 한양대 의대 의학박사
경력
2009년 3월~2013년 2월 한양대병원 정형외과 전공의
2013년 3월~2014년 2월 한양대병원 정형외과 전임의
2014년 3월~2015년 2월 인제대 서울백병원 정형외과 임상강사
2015년 3월~2018년 2월 한전의료재단 한일병원 정형외과 주임과장
2018년 3월~2022년 3월 인제대 서울백병원 정형외과 조교수
2022년 4월~현재 인제대 서울백병원 정형외과 부교수
대외활동
2013년~ 대한정형외과학회 정회원 및 홍보위원
2015년~ 대한관절경학회 정회원 및 전산홍보위원
2015년~ 대한슬관절학회 정회원 및 학술지 심사위원
2015년~ 대한스포츠의학회 정회원 및 학술지 심사위원
2018년~ 대한골대사학회 정회원 및 학술지 심사위원
2014년~ 대한스포츠의학회 분과전문의
2015년~ 근로복지공단 자문의사
2018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진료심사평가위원회 위원
2019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동차보험진료수가심사위원회 위원
2018년~ 대한핸드볼협회 의무분과위원회 필드 닥터
2018년 평창 올림픽 공식 의무지원 필드 닥터
2016년~ 한국전력 프로 배구단 팀 주치의
2018년~ K-리그 프로축구연맹 의무위원(슬관절)
2018년 프랑스 리옹 Santy Hospital 연수
2018년 독일 하이델베르크 ATOS Hospital 연수
2018년 이탈리아 볼로냐 University of Bologna Hospital 연수
상훈
2015년 Asia Arthroscopy Congress 우수발표상
2015년 대한스포츠의학회 최우수연제상
2019년 대한슬관절학회 학술지KSRR 우수논문상
2019년 대한슬관절학회 학술지KSRR 우수논문상
2019년 대한슬관절학회 학술지KSRR 우수심사위원상
2022년 대한슬관절학회 학술지KSRR 최우수논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