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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한국은 간질환 위험국가… 조기 관리 진료가 중요하다
  • 김광학 기자
  • 등록 2022-07-20 08:48:35
  • 수정 2022-07-20 08:4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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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이러스, 술, 지방, 약물 등의 공격을 받아 70~80%가 파괴돼도 위험 신호없어

간은 우리 몸의 에너지관리센터다. 장에서 흡수한 영양소를 저장하고 가공해 몸의 필요한 부분으로 보내는 역할을 한다. 또 음식물을 통해 흡수된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비타민 등 여러 영양소를 보관하고, 몸에 필요한 단백질인 알부민과 혈액응고인자(프로트롬빈)를 만든다. 콜레스테롤을 합성하는 역할도 한다. 


더불어 간은 해독작용을 통해 몸에 들어온 약이나 술과 같은 독성물질을 분해하고 대사해 배설한다. 면역에도 관여하는데 간을 구성하는 쿠퍼세포는 세균과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를 만들어 몸 안에 들어오는 이물질을 처리한다. 그 밖에 담즙을 만들어 지방분해에 도움을 주고 인슐린과 같은 호르몬의 대사에도 관여한다.


남순우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간은 다양한 역할을 하지만 ‘침묵의 장기’다. 바이러스, 술, 지방, 약물 등의 공격을 받아 70~80%가 파괴돼도 위험 신호를 보내지 않기 때문이다”며 “B형 간염 환자와 술 소비량이 많은 우리나라는 간 질환 위험국가다. 한국인이 간 건강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고 말했다.


간암, 주기적인 관리가 최고의 예방


간암은 우리나라 사람에게 일곱 번째로 많이 발병하는 암이다. 하지만 간암으로 인한 사망률은 폐암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간암은 주로 남성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 50대 이상 장년층에서 발병률이 높다. 흔히 간암의 원인으로 음주를 떠올리지만, 그보다 B형 간염, 간경변증 등 만성 간 질환이 더 큰 원인이다. 평소 지속적인 질환 관리와 예방이 필요하다.


간은 우측 갈비뼈로 쌓여 있고, 횡경막 아래 복강 안에 있어 외부 충격에서 잘 보호되는 장기다. 또 간 자체 내에는 신경세포가 매우 적어 간에 암이 발생해도 통증이 발생하지 않는다. 암이 커지면서 간을 둘러싼 피막을 침범한 후에야 불편해지는 특성이 있다. 침묵의 장기로 부르는 이유다.


간암은 초기 발견이 어려운 암으로 어느 정도 진행된 후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수술 같은 근본적인 치료가 어려운 경우 5년 생존율이 30~40% 미만으로 사망률이 매우 높다. 윗배에 통증이 있거나 덩어리가 만져질 때, 황달이나 심한 피로감 혹은 배에 복수가 차는 증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날 때는 이미 간암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가 대부분이다.


간암의 주요 원인은 B형 또는 C형 간염, 간경변증, 알코올성 간 질환, 비만이나 당뇨와 같은 지방성 간 질환 등으로 알려져 있다.


남순우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아직 B형이나 C형 간염같이 바이러스성 간염과 관련된 간 질환이 많고, 음주로 인한 알코올성 간 질환 또한 많아 간암 발병률이 높은 편이다”며 “간이 바이러스나 음주 혹은 독성물질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손상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간 세포의 종양억제유전자가 힘을 잃게 되고, 반면 종양유발유전자들이 다양한 경로로 활성화되면서 간암으로 진행하게 된다”고 말했다.


간암은 초기에 발견하지 못하면 예후가 좋지 않기 때문에 주기적인 검사가 필수다. 간암을 진단하려면 간 기능 혈액검사와 간암종양지표(AFP) 검사 및 초음파, CT(컴퓨터단층촬영) 등으로 선별검사를 시행한다. 만성간염이나 간경변증을 가진 환자는 주기적으로 간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아야 한다. 간염이나 간경변증이 있는 위험군 환자는 6개월 간격으로 간암종양지표 검사와 초음파 검사를 시행해 간암을 조기에 발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남순우 교수는 “일반적으로 만성간염이나 간경변증이 없는 상태에서 간암이 발생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위험요소를 가진 환자들은 간암에 대한 적극적인 선별검사가 매우 중요하다”며 “만약 간경변증이 심하거나 위험요소가 더 큰 환자들은 더 자주 검사하거나 복부 CT를 촬영하기도 한다. 초음파로 간 실질 내에 새로운 병변이 생겼는지를 확인하고 종양지표검사가 정상으로 유지되는지를 주기적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절제 혹은 이식술로 치료하는 간암


대한간학회에서 사용하는 간암의 기수는 종양의 크기, 종양의 림프절 혹은 혈관 침범 여부, 다른 장기로 전이 여부에 따라 4단계로 나눈다.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는 방법은 바르셀로나 병기법으로 환자의 간기능 상태와 운동가능 상태 등을 고려한 5단계 병기 구분법 등도 있다.


종양의 크기가 작고 혈관 침범 등이 없는 초기 단계(간암이 한 개이고 직경이 3㎝ 이하)에는 간을 절제하는 수술을 시행한다. 고주파 치료로 작은 혹을 파쇄하는 것이 가능하다. 간암을 치료하는 방법으로 간이식이 가장 좋다. 그러나 간암은 아주 초기에 발견하는 것이 쉽지 않고, 대부분 초기 상태를 벗어난 이후에 발견되기 때문에 현재는 항암제를 혈관을 통해 직접 간에 투여하는 ‘간동맥화학색전술’ 치료를 가장 많이 시행하고 있다. 색전술 외 고주파 열치료나 고농도 에탄올 주입법 등도 사용된다. 종양의 크기가 크고 암이 혈관을 침범했거나 다른 장기로 전이된 진행성 간암에는 경구 항암제를 사용해 질병의 진행을 늦추는 방법도 시행한다.


지속적인 관리와 예방이 필수


간암의 원인은 B형 간염과 간 질환이기 때문에 예방접종으로 질병 발생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 A형 간염 바이러스 역시 예방접종으로 발생을 막을 수 있다. 간단한 혈액검사로 A형 간염 항체 여부를 확인한 후 항체가 없으면 백신을 접종한다. C형 간염은 백신이 없고 혈액이나 분비물 혹은 성관계로 전염되는 만큼 평소 면도기나 칫솔, 손톱깎이 등의 도구를 공유하지 않는 등 일상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알코올성 간 질환 환자는 음주를 자제해 질환이 악화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간암 및 간 질환을 수술이나 간이식으로 치료했다 하더라도 남은 부위가 여전히 만성 질환을 앓고 있다면 간암 등이 재발할 수 있다. 따라서 간 질환자는 치료 후에도 지속적인 만성 간 질환 관리와 정기 검진을 받아야 한다.


남순우 교수는 “1990년대 중반 이후 전 국민 백신 접종으로 B형 간염 유병률은 현재 1% 중반대까지 감소했지만 항체가 없는 경우 백신접종을 반복해 항체를 꼭 만들어야 한다. C형 간염의 경우는 아직도 백신이 개발되지 못해 혈액이나 체액이 노출될 만한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아직도 우리나라는 과도한 음주에 대해 관대한 문화가 있다. 이런 과도한 음주를 자제해 알코올성 간염으로 진행되지 않도록 일상생활에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과체중과 운동 부족으로 인한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으로 인한 간손상도 큰 문제가 되고 있는 만큼 적절한 신체활동과 식단조절 등으로 대사성 증후군을 예방하는 것도 간 건강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남순우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인천성모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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