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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화장실서 인슐린주사, 소아당뇨는 1형이 대부분, 비만 및 운동부족과 무관
  • 김광학 기자
  • 등록 2022-06-03 09:50:52
  • 수정 2022-06-13 23:4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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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치원·어린이집선 등원 거부, 자가관리 힘들어 … 코로나19로 우울증·자존감 저하 동반

코로나19 장기화로 신체활동은 줄어든 반면 배달음식 섭취량이 늘어남에 따라 소아청소년의 당뇨병 위험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양여리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비만은 인슐린저항성을 악화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며 “유전적 요인도 무시 못 하는데, 우리나라 사람은 유전적으로 외국인보다 췌장 기능이 떨어져서, 탄수화물과 단순당이 많은 음식을 과다 섭취하고 운동을 안 하면 당뇨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시대적 흐름과 유전적 요인이 만나 어린 아이들의 당뇨병 위험이 치솟고 있다.사회적 거리두기 여파로 소아청소년은 활동량 감소와 잘못된 생활습관, 사회적 관계 단절 등 신체적·정서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면서 정상적인 성장기를 놓쳐 버렸다. 이런 영향으로 소아청소년 비만도는 더욱 높아졌다. 


한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서울권 학생 10명 중 3명이 과체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3월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26.7%였던 서울 학생들의 과체중 비율이 2021년에는 32.3%로 크게 증가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2006년 이미 '비만퇴치헌장'을 채택하고 아동 대상 식품광고 규제, 가공식품 저염·저당·저지방화 추진, 학교 영양·체육교육 관리 강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국내 소아청소년에서 제1형 당뇨병 발생률이 증가하고 있어 환아 관리에 경고등이 켜졌다. 2007~2017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데이터를 이용해 제1형 당뇨병을 새롭게 진단받은 0~14세 소아청소년을 조사한 결과, 발생률이 매년 3~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유럽보다 발생률이 낮다는 다른 아시아 국가 데이터와 비교해도 한국은 일본·중국보다 높은 수준을 보였다. 


확인되지 않은 ‘유령 환자’도 많다. 대한당뇨병학회는 국내 전체 당뇨병 환자가 501만7000명 정도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 303만명이 병원을 찾았으니 200만명 정도는 ‘자신이 당뇨병인지 몰라서’, ‘병원에 가기 무서워서’, ‘생업이 바빠서’ 등 갖가지 이유로 당뇨병을 방치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소아청소년기에 당뇨병이 발병하면 예민한 시기에 정서적인 충격을 주고, 장기적으로 막대한 사회경제적 손실을 야기할 수 있는데 놓치는 경우가 적잖다. 


과거엔 주로 소아청소년 시기에 발병하는 1형 당뇨병을 ‘소아당뇨’라고 불렀다. 하지만 소아청소년에서 2형 당뇨병이 발생할 수 있고, 성인에서도 1형 당뇨병이 나타날 수 있어 ‘1형 당뇨병이 곧 소아당뇨’인 것은 아니다. 최근 의학계에선 소아당뇨란 용어가 혼동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사용을 지양하는 분위기다. 2002년과 2016년을 비교했을 때 30세 미만의 전 연령에서 당뇨병이 4.43배 증가했다. 


20세 이상은 2012년경부터 당뇨병이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했으며, 10대의 당뇨병은 절대적인 발생 빈도는 낮지만 2006년경부터 이미 급격한 증가 패턴을 보여 소아청소년 연령에서의 질병 또는 합병증 발생이 성인 시기의 질병 증가로 이어짐을 예측할 수 있었다. 특히 10대의 저소득층 남아에서 이런 양상이 두드러지는 경향을 보였다. 


홍용희 순천향대 부속 부천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소아청소년 비만의 증가는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당뇨병 등의 합병증으로 연결된소아청소년 연령에서 1형 당뇨병뿐만 아니라 2형 당뇨병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소정 건국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우리 사회가 만성질병 부담 증가를 효과적으로 줄이려면 소아청소년 시기의 질병 예방이 중요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의료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 전문가는 당뇨병의 증가 양상이 소아청소년 연령에서 성인보다 수년 더 먼저 나타나므로 소아청소년 연령의 질병 현황에 관해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고, 특히 10대 저소득층 남아에서 2형 당뇨병의 증가 양상이 두드러지는 경향이 있어 취약 계층을 고려한 사회적 보건의료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당뇨병은 체내 인슐린 분비량이 부족하거나, 인슐린 분비기능에 이상이 생겨 혈중 포도당 수치가 상승하는 대사질환이다. 8시간 금식 후 공복혈당이 126㎎/㎗ 이상이거나, 당화혈색소(HbA1C)가 6.5% 이상이면 당뇨병으로 진단한다. 


1형 당뇨병은 면역시스템이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 베타세포를 공격 및 파괴함으로써 베타세포가 줄어 혈당을 유지할 수 있을 만큼의 인슐린이 생성되지 않아 발병하는 자가면역질환으로 전체 당뇨병 환자의 10%가량을 차지한다. 


2형 당뇨병은 유전, 비만, 고열량 식이, 운동부족, 노화 등으로 인슐린저항성(인슐린이 정상적으로 분비돼도 수용체에서 제대로 반응하지 못해 혈당저하 효능이 떨어진 상태)이 높아지고 인슐린 분비기능이 저하돼 발생한다. 전체 환자의 90% 정도가 2형 당뇨병이다. 


2가지 당뇨병 유형은 발생하는 원인, 잘 생기는 연령대, 치료법이 완전히 달라 같은 질환으로 취급되지 않는다. 소아기엔 1형 당뇨병이 흔하고, 성인이 되면 2형 당뇨병의 빈도가 높아진다. 


이영준 고려대 안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잘못된 선입견 탓에 1형 당뇨병을 앓는 소아청소년 중 상당수가 건강하지 못한 식습관, 운동부족 등으로 발병한 것으로 오해받고 있는 실정”이라며 “하지만 1형 당뇨병은 2형 당뇨병과 달리 생활습관과 연관성이 적고 건강하게 지내다 갑자기 발병하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제1형 당뇨병은 췌장 베타세포가 파괴돼 인슐린이 전혀 분비되지 않거나, 극히 소량만 나오기 때문에 외부에서 인슐린을 주입하는 인슐린치료가 필수다. 


인슐린치료를 받지 않으면 고혈당이 악화돼 당뇨병성 케톤산증 같은 급성 합병증이 동반돼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문제는 1형 당뇨병 환자의 인슐린치료는 경구용 약제가 개발되지 않아 주사치료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1형 당뇨병 환자는 평생 동안 하루에 4번 채혈 후 혈당을 체크하고 복부피부에 인슐린주사를 놓아야 한다. 소아청소년은 성인보다 당뇨병 관리가 훨씬 더 힘들다. 


나이가 어릴 땐 질환에 대한 인지력이 떨어져 직접 혈당을 체크하고 인슐린주사를 투여하기 힘들다. 집에선 부모가 인슐린주사를 놔줄 수 있지만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선 대부분 지도교사가 인슐린주사를 놓는 것을 꺼려하고, 아예 1형 당뇨병 아이의 등원을 거부하기도 한다. 초등학교 입학 후에도 문제다. 초등학생이 되면 자가주사가 가능해지지만 정신적으로 덜 성숙된 또래 아이들이 주사를 놓는 모습을 보고 놀리거나, 왕따를 시키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로 인해 학교 보건실을 이용하지만 사춘기가 온 이후부터는 그마저도 창피해 불결한 학교 화장실에서 몰래 주사를 놓기도 한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가뜩이나 정서적으로 예민한 시기에 우울증이 오거나 자존감이 떨어져 치료 의지 자체를 상실해버릴 수 있다. 이영준 교수는 “1형 당뇨병 소아청소년은 평생 관리와 치료를 받아야 하므로 발병 초기부터 부모의 믿음과 지지가 중요하다”며 “어린 나이에 직접 채혈 후 혈당을 체크하고, 인슐린 주사를 놓는 등 일련의 과정을 스스로 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자녀가 지치거나 좌절하지 않고 긍정적인 사고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기적인 당뇨교실이나 당뇨캠프에 참여해 전문가에게 체계적인 질병 관련 교육을 받는 것도 중요하다”며 “아이가 또래 당뇨병 환자와 교류하고 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자신감과 자존감을 키우는 데 도움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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